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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전 시민단체 회원 50여 명이 서울 국방부 정문앞에 모여 김동신 국방장관 퇴진 촉구 시위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손병관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해놓고는 국방장관이 중국에 갔다면서요? 한 나라의 국방장관이라는 사람의 처신이 이리도 가벼울 수 있나요? 어르신들이 추위에 떨고 있는데 아무라도 나와서 해명을 해야하지 않나요?"

'인천대학교 학생'이라고만 밝힌 청년의 말은 모두 물음표와 함께 끊어졌다. 이 같은 물음에 대해 국방부는 '굳게 닫힌 철문'으로 대답했다. 들끓는 함성 속에 대답 없는 메아리. 14일 국방부 정문 앞에서 펼쳐진 광경은 '지루한 대치의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미군기지 공대위, 소파개정국민행동, 용산미군기지반환운동본부(준) 회원 50여 명은 서울 용산 국방부 정문 앞에서 김동신 국방장관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수은주가 영하8도까지 내려가는 매서운 추위 속에 바람마저 강하게 불어 집회 참가자와 취재진은 물론, 정문을 에워싼 전경들마저 몸을 사렸다.

▲ 문정현 신부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문정현 신부는 "주한미군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건설 추진이 국민적 원성을 사고 있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자국의 이익이나 국민의 요구를 뒷전으로 팽개친 채 주한미군의 요구를 대변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국방부의 사대적 행태"라고 못박았다.

"그동안 국방부는 주한미군이 용산미군기지내 아파트를 건립하겠다고 통보한 사실을 은폐해 국민들을 속여오다가 이제는 발벗고나서 미군 아파트 건립을 거들고 있다. 국회와 서울시가 한결같이 아파트 건립을 반대하고 미군기지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데, 오로지 국방부만 국민적 원성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미군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겠다는 국적 불명의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 시위대의 뒷편에 보이는 국방부 현판. 전경들이 바짝 붙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손병관
민주노동당의 최규엽 자주통일위원장은 "언론이 주한미군 아파트 이슈에 많은 관심을 보여줘 여론도 호의적이다. 국방부의 '말 바꾸기'를 질타한 언론의 보도에 국방부 관계자들도 움찔한 모양"이라고 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김동신 장관의 즉각적인 퇴진과 아파트 건설 허용 백지화'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김 장관은 21일까지 외유(중국, 베트남)중이었고, 권영효 차관은 소재조차 파악이 되지 못한 상태. 김판태 소파개정국민행동 사무처장은 "어제 면담 요청 공문을 보냈는데, 국방부가 부담을 많이 느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위가 막바지에 이를 즈음 국방부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정문을 걸어 잠그고 경찰을 전진 배치시켰다. 1시간에 걸친 면담 요구에도 국방부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자 참가자들은 일제히 정문 왼편의 현판을 겨냥, 수십 개의 계란을 던졌다. 돌출 행동에 놀란 전경들이 시위대를 밀어붙이기 시작했고, 청년-학생들과 전경들간의 가벼운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정문 위병들이 반쯤 문을 닫은 채 출입자들을 통제했다. ⓒ 오마이뉴스 손병관


김 사무처장은 "주한미군은 비단 용산만 아니라 평택, 대구, 오산 등지에까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세울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아파트 건설 이슈를 쟁점화할 전국적인 공동 기구를 논의중에 있다"고 밝혔다.

▲ 스님과 전경들. 아프간 전쟁 반대와 한국군 파병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진관 스님이 정문 앞 전경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목탁을 두드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손병관

미군 기지 반환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회단체들은 일단 민주노동당 용산지구당 준비위가 진행하고 있는 국방부앞 1인 시위를 계속 진행하고, 용산 미군 기지 인근 주민들에 대한 가가호호 방문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용산주민들과 함께 하는 지역 집회(22일)를 가지고, 29일에는 미 8군 정문에서 녹사평역까지 기지를 에워싸는 대규모 '인간띠 잇기'도 계획중에 있다. 김 사무처장은 인간띠 잇기 행사 이후에도 "우리들의 요구가 이뤄질 때까지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 오후3시에는 용산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계속 벌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의 미군기지 허용 입장이 밝혀진 13일 이후 국방부 웹사이트 자유게시판(www.mnd.go.kr/mnd_servlet/freebrdS_l)에는 국방부를 질타하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2백건 이상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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