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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취재 = 김애리 민용신 박완호 장진구

광주광역시의 도심을 시원스레(?) 갈랐던 철로가 사라지고, 황량한 오솔길처럼 변해버린 철도 폐선부지에서 폐선부지 둑길을 지나가던 80대 노인이 2.5m아래 하수도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11월 9일 오후 1시30분 경 광주광역시 동구 산수동 동구재활용센터 인근 폐선부지 내 하수도에 오모(여·80·광주광역시 동구 계림동) 씨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이곳을 지나던 김모(20) 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하였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오 씨는 평소 동구노인복지회관에서 무료급식을 한 뒤 사고지점에서 발을 헛디뎌 2.5m아래 하수도에 떨어져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근 주민들은 "이번 사고는 예고된 인재"라며 "관계당국의 조속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와 같은 사고가 발생한 폐선부지는 광주의 주요 도로를 관통하면서 교통체증의 주범(?)으로 몰린 도심철도가 2000년 8월께 마침내 종적을 감추면서 새로이 등장한 돌밭길을 말한다. 현 광주역 부근의 중흥동부터 구 남광주역을 거쳐 현 효천역까지 총 길이 10.8km, 폭 7∼15m에 이르는 철길이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1922년 설치된 경전선 건설 이후 광주도시발전이 이루어지면서 철도의 도심부 통과로 많은 도시문제를 야기했다. 29개소의 평면교차로가 있어 교통체증과 대형교통사고 빈발, 소음, 매연공해, 주변 시설녹지 지정에 따른 사유권제한에 대한 민원들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오다가 광주시의 노력의 결과로 광주 역에서부터 효천역까지 도심철도를 이설하기로 하고 지난해 8월 경 시행되었다.

이제 광주의 철도관문은 광주역과 서광주역, 효천역, 송정리역, 하남역으로 개편되면서 광주를 거쳐 뻗어나간 전라선과 호남선의 상·하행선 노선도 일부 변경되었다.

이제는 사라진 철길, 할 일이 없어져 쓸쓸히 남겨진 광주도심철도 폐선부지를 요모조모 살펴보자. 일단 긍정적인 모습을 살펴보면 광주광역시가 도심철도 여건변화 및 개선효과에 대한 자체조사를 실시한 결과, 도심철도 이설 뒤 백운광장과 구 남광주역 로터리, 중흥동 부근의 건널목 개선으로 교통체증이 다소 해소되었으며, 교통사고의 감소와 안전통행의 확보체계가 마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백운광장, 남광주 4거리, 조선대 4거리 등 교차로 3개 지점이 도심철도 폐선으로 교통지체도가 무려 28.7%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건널목 19개소 정비사업으로 차량안전통행 및 보행자 안전 확보체계가 마련되는 등 매우 큰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큰 감소율을 예상했던 여객수송량과 화물수송량의 경우, 극히 미미한 감소율을 보여 앞으로 개발될 종합 유통업무단지와 순환도로 개통 등, 접속교통망의 확충으로 인해 신규 물류발생과 함께 여객 및 화물수송량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광주시 측은 이 조사를 토대로 서광주역과 효천역 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교통체계와 대중교통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도심철도 이설로 인한 효과가 단순히 위의 조사처럼 수치적으로 보여지고 긍정적인 모습만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기존의 도심철도가 있던 자리는 썰렁한 모습으로 남겨진 채, 도심 속의 흉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온갖 쓰레기와 더불어 안전철조망의 파손과 담장의 낙서, 붕괴 등 보행자와 인근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일부 대로변 가로등이 있는 구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 심야에는 어둡고 인적이 드물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우범장소 및 탈선의 현장으로 이용, 변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취재당시 남구 주월동 주변 폐선부지에서는 밤에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흡연과 음주를 하고 있는 광경이 목격되었으며, 특히 조선대 부근 구간에서는 보행자들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승객들이 쓰레기와 담배꽁초를 버리는 모습들이 목격되기도 했다. 또한 악천후로 인해 발생되는 각종 붕괴사고와 온갖 쓰레기로부터 야기되는 보행자의 안전성, 우범지대로서의 치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없어진 철길의 명예회복(?)은 어떻게 추진되어야 하는 것인가?

현재 인근 주민들의 도로개설 요구와 광주시의 녹지조성이란 입장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광주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녹지조성과 관련하여 인근 주민들은 도심철도로 인해 건물에 대한 재산상의 침해 및 대중교통의 이용불편 등을 골자로 한 진정서를 제출, 강력히 항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관계 당국과 학계 및 시민단체들은 도심속 공원과 녹지를 위한 공간조성으로 가닥을 잡고 있으며 부수적으로 도시재개발사업과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녹지조성과 개발에 따른 예산마련도 쉽지 않아 폐선부지개발의 장기 표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없어진 철길의 유용화 방안에 대한 현명한 선택과 결정이다. 이면도로의 활성화나 인근 주민을 위한 주민우선 주택개발사업, 도시미관과 환경을 위한 녹지 조성, 교통의 편리성 증진 등 어느 하나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폐선부지 구간을 취재하면서 인근 주민들과의 질의·응답과 관계당국의 참고자료 및 면담을 통해 주민들 사이에서도 차량도로개설과 보행도로개설간의 의견이 분분하고, 관계당국 및 시민단체, 학계 또한 녹지공간마련과 주민주택재개발사업 사이에서의 갈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시민을 위한 정책 수립이라면 다수의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안건이 시행되어야 한다. 그 중 하나로 구간별 다양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전체적 개발보다는 구간별로 해당 시민이 우선시 하는 요구안, 예를 들어 교통이 우선시 되는 구간, 환경이 우선시 되는 구간, 도시미관과 인근 주민을 위한 장소가 우선시 되는 구간 등을 수렴한 후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이 시점에서 과연 어떻게 결론 이 날 것인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호남의 교통요지인 전라북도 이리에서 전주를 거쳐 전라남도 여수까지 이어지는 호남의 종관철도로 총연장 199.5km의 한 부분을 차지해온 구 광주도심철도. 이 철도는 1929년 4월18일 이리-여수간이 철도를 전주방면에서부터 착공하여 1931년10월 전주-남원간이, 1933년10월 남원-곡성간이, 1936년12월 곡성-순천간이 개통되었으며 이것이 이미 개통되어 있던 광주선과 순천에서 연결됨으로써 전구간이 개통되면서 명칭도 전라선으로 명명되었다. 

그러나 1922년 설치된 경전선 건설 이후 광주도시발전이 이루어지면서 철도의 도심부 통과로 많은 도시문제를 야기했다. 29개소의 평면교차로가 있어 교통체증과 대형교통사고 빈발, 소음, 매연공해, 주변 시설녹지 지정에 따른 사유권제한에 대한 민원들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오다가 광주시의 노력의 결과로 광주 역에서부터 효천역까지 도심철도를 이설하기로 하고 지난해 8월 경 시행되었다. 

이제 광주의 철도관문은  광주역과 서광주역, 효천역, 송정리역, 하남역으로 개편되면서 광주를 거쳐 뻗어나간 전라선과 호남선의 상·하행선 노선도 일부 변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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