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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을 다룬 다큐영화 <애기섬>에 대한 <월간조선>의 색깔공세가 언론운동단체와 영화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순천시와 시의회 차원에서도 '안티조선 운동'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순천시의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식(43) 의원은 지난 11월 19일 제72회 시의회 임시회의에서 행한 시정질의를 통해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이 아직도 순천 사람을 반란의 주동자로 몰고 있다"면서 "이러한 색깔공세는 우리 지역에서 힘겹게 아물어가는 상처를 덧내는 행태로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성식 의원은 이어 "조선일보는 우리 민족의 최대 숙원인 통일을 반대하고, 교묘한 논지로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분단 논리에 집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사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역사의 본질마저도 아주 쉽게 왜곡하고 있다"면서 "현재 전국적으로 행해지는 '안티조선운동'에 순천시와 의회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양경길 순천시의회 전문위원은 "그 동안 시정질의가 주로 지역문제와 경제문제에 집중돼 왔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중앙언론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김 의원의 발언이 지역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임시회의를 계기로 시의원들은 <월간조선>의 <애기섬> 음해 규탄 결의문, 여순사건 진상규명 조사작업 등에 대한 의견조율에 들어갈 예정이다.

순천시도 여순사건 진상규명과 <애기섬> 제작지원 등의 사업을 민간 차원에서 제기하면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전향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순천YMCA 등 순천지역 시민사회단체 사이에서도 여순사건을 이념갈등의 도구로 삼으려는 어떠한 음모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다음은 김성식 의원의 시정질의 전문이다.


▲순천시의회 김성식 운영위원장
ⓒ 순천시의회 제공
존경하는 의장님 그리고 동료의원 여러분! 기갑서 부시장님을 비롯한 집행부 공무원 및 시민 여러분.

요즘 순천의 이야기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타 지역의 언론과 사람들이 화두거리로 삼을 때 지역의 시민단체도 성명서를 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주체인 순천시는 방관만 하고 있어 의원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지난 11월 11일 부산의 카톨릭센타에서 한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그 내용은 우리 순천의 역사인 여순사건의 아픔을 다룬 다큐멘터리 극영화 <애기섬>에 대한 <월간조선>의 색깔공세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이었습니다.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 영상위원장인 배우 명계남 씨가 안티조선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의 가슴 앞에 '애기섬'이란 푯말이 붙어 있었습니다.

저도 일간지를 통하여 <애기섬>이 우리 지역에서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우리 지역보다도 타지에서 관심이 많은지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자료를 조사했더니 중앙일간지에서만 50여 차례나 보도가 되었습니다. 아무튼 여순사건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계기는 된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애기섬>을 제작한 장현필 감독에게 부탁을 하여 한 번 보기를 부탁했습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는 가편집 상태이므로 부담스러워 했지만 볼 수가 있었습니다.

여순사건에 대하여 지역의 정서와 아픔을 담은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누가 보아도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화해와 이해를 그려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해 주고 있었고, 출연진도 얼굴을 알만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물어보니 순천시립극단의 배우들이 무보수로 출연하고, 당시의 실존인물들이 참여하고, 촬영장소부터 시나리오, 음악, 촬영, 조명, 감독 등 우리 지역민 모두가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순천의 아름다움을 영상 속에서 보았을 때 느낌이 새로웠으며, 이런 영화가 전국적으로 알려지면 순천을 이해하고 홍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1948년에 일어난 여순사건은 좌우의 이념대립 속에서 우리 부모형제가 아무런 이유 없이 이념의 갈등 속에서 죽어야가만 했던 사건이었습니다. 53년이 지나도록 죽음조차도 쉽게 말하기가 어려웠던 사건이 바로 여순사건입니다.

일제하에서 스스로 해방을 하지 못한 힘이 없는 나라라는 원죄를 모두 뒤집어쓰고 이념이라는 냉전구조가 우리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들 속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려고 하는 분열적 역사관에 매달리는 바람에 지역의 갈등이 커져만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어른들은 한국전쟁보다 여순사건이 훨씬 무섭다고 합니다. "어디 가서 나서지 마라"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등 그 시절을 대변하는 말들이 우리가 배운 정서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 여순사건을 어떻게든 정리를 해야 된다고 생각은 했지만 정작 누구 하나 나서기는 쉽지가 않는 실정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분열을 화합으로 승화시키고자 한 아마추어 영화인이 시도한 영화가 <애기섬>입니다. 그런데 순천시에서는 영화라는 대중매체로 편안하게 지역문제를 제기하는 작품에 용기와 격려가 아닌 무관심으로 방관만 하고 말았습니다. 여수시는 보조금 지원을 위해 예산 편성까지 하며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으나, 정작 피해 당사자인 순천시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애기섬>은 누구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닙니다. 우리 지역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여순사건을 주제로 한 최초의 작품이 한 월간지의 무책임한 보도 때문에 중단되는 위기를 맞고 말았습니다.

만일 우리의 자녀가 어디 가서 오해를 받았으면 그 부모는 아니라고 믿어주고 격려를 해주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그런데 부모가 먼저 자식에게 "그래 잘 망했어"라고 하니 어느 자식이 부모를 믿고 의지를 할 수가 있겠습니까? 순천시는 언제까지 시민들에게 실망만을 줄 것인지 답답합니다.

지금 인근 여수시, 광양시가 광양만권의 미래 광역권 도시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움직이고 있기에 순천시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비상업적인 35mm 장편 독립영화, 돈과는 무관할 수밖에 없는 영화인 <애기섬>이 우리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진정 우리 순천시는 무엇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문화가 꽃피는 풍요로운 순천"이란 시정 구호가 있는데, 부모님의 시대를 이해하고 세대적·지역적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와 문화입니다. 살아있는 순천의 역사를 다룬 영화 <애기섬> 제작에 대해 우리 순천시가 무엇을 하였는지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 없으며, 지금이라도 순천시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저는 장현필 감독에게 지금 상영을 못하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습니다. 그 중 첫째가 <월간조선>이었습니다. 세상에는 '건전한 보수'는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보여주고 있는 조선일보의 행태는 건전한 보수가 아니라 '수구적 보수'에 불과합니다. 수구적인 태도로 현 정권을 비판하고 통일정책을 마비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비쳐지지 않습니다.

여순사건의 당사자 중 일원이었던 군이 자기의 부끄러운 치부가 드러나는 것과 일부 곱지 않은 시각의 부담을 무릅쓰고 여순사건을 다룬 영화인 <애기섬>에 장비를 지원해주는 것은 분열을 화합으로, 증오와 아픔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일입니다. '21세기적 가치를 지향하는 결단'을 한 것은 향토사단으로서 대단히 칭찬을 받아야 할 일입니다.

정말로 과거에는 볼 수 없는 민,관,군이 모처럼 지역의 아픔을 해결하고자 하는 중요한 만남을 <월간조선>이 새로운 갈등을 만들었습니다. <월간조선>은 10월호에 특집기사로 '국방부의 자해행위'라는 이름으로 무려 24페이지 분량으로 현 국방부를 흠집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여순사건를 다룬 영화에 군이 장비를 지원했다는 것입니다. 군의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으로 지역내의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이 함께 하며 새로운 장을 열었는데, 장비지원을 문제 삼아 여순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월간조선>은 '여순사건'을 계속적으로 '여순반란사건'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식적인 명칭은 '여순 10·19사건'이라 하는데, <월간조선>은 아직도 여수, 순천 사람을 반란의 주동자로 몰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를 반란군의 후예쯤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지역에서 아물어 가는 깊은 상처를 덧내는 행태로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것입니다.

여순사건은 여수 14연대 내의 남로당 계열의 군인들의 반란이지 여수, 순천사람들의 반란이 아닌데 아직도 우리를 반란의 주체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 어느 나라 잡지인지, 무엇을 바라는 잡지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지역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더욱더 희극적인 것은 한나라당의 작태입니다. 판매중지가 된 <월간조선> 10월호가 발행되기도 전에 <애기섬> 제작과 관련해서 국방부장관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우리 나라 제일 야당이 아무런 사실 확인도 없이 수구언론의 시각 그대로 대변인 이름으로 논평을 내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행위는 수많은 피해 유족들을 다시 한번 죽이는 것이며 사회의 분열을 부추기고 민족 구성원의 용서와 화해를 가로막는 반민족적 행위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한나라당도 이해와 화해의 영화 <애기섬>의 의미를 되새겨 어둠 속에서만 있지 말고 나라의 발전에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월간조선>은 비겁하게 뒷전에서 한나라당이나 충동질하지 말고 당당하게 건전한 보수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보여준 조선일보의 작태, 즉 우리 민족의 최대 숙원인 통일을 반대하고, 교묘한 논지로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통일보다는 분단의 논리에 집착할 뿐만 아니라 자사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역사의 본질마저도 아주 쉽게 왜곡해 버리는 것에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조선일보 반대운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역의 새로운 갈등을 유발하는 <월간조선> 반대운동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전국적으로 행해지는 안티조선 운동에 우리 순천시와 의회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여순사건을 다룬 최초의 작품인 <애기섬>이 중단된 상태에서 살아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여순사건은 지역에서 역사적·문화적 접근이 어렵게 된다고 생각하면서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우리 순천시가 시민의 뜻을 모아 우리의 지역역사를 바로 찾고, 우리의 문제인 여순사건을 슬기롭게 대처 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예속과 전쟁, 분단과 증오로 점철된 20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21세기는 화해와 상생의 바탕 위에서 통일과 평화의 시대가 열려야 한다고 굳게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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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환 기자는 월간 말 취재차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언론, 지역, 에너지, 식량 문제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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