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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 호남선 전 구간과 대전, 경주, 천안 등 경부선 일부 구간 왕복승차권이 6개월째 발매되지 않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서울-호남 등 99개 구간 왕복승차권 발매 안돼

서울-호남권, 서울-대전 등 99개 고속버스 노선 왕복승차권 발매가 6개월째 중단돼 추석을 맞아 고속버스를 이용하려는 귀성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최근 추석 귀성표를 예매하기 위해 서울 고속터미널을 찾았던 승객들은 호남선 전 구간과 대전, 천안 등 일부 경부선 구간은 왕복승차권 발매가 안 된다는 말에 난감해 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전산망이 갖춰진 터미널이면 전국 어느 구간이나 왕복승차권 구입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 고속버스 승차권 통합전산망이 한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이하 터미널협회)와 한국정보통신(주)가 공동 운영하는 기존 전산망과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운송조합)의 신규 전산망으로 이원화되면서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어왔다.

전산망 이원화로 6개월째 파행 운영

9월27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추석 귀성표 예매하기 위해 늘어선 사람들. ⓒ 오마이뉴스 김시연
9월 말 현재 전산망이 갖춰진 전국 91개 터미널 가운데 서울 경부·영동 터미널을 비롯한 동서울, 부산, 인천, 동대구 등 73개 터미널은 운송조합 전산망에, 서울 호남, 대전, 천안, 경주 등 나머지 18개 터미널은 한국정보통신측 전산망에 속해 있다.

문제는 이 두 전산망 사이에 호환이 이뤄지지 않아 서로 다른 전산망에 속한 터미널간에는 왕복승차권 발행이 중단된 상황이다. 또한 승차권 환불 역시 반드시 출발 터미널에서만 가능하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전산망 이원화로 인해 왕복 승차권 발행이 안되는 구간은 전국 340개 노선 가운데 99개 노선에 이른다.

애초 4월 말까지 양 전산망간 호환을 유도해 이용객의 불편이 없도록 조치하겠다던 건설교통부 역시 손을 놓고 있다. 건설교통부 육상교통국 김동근 사무관은 "사업자들간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힘든 데다 이 문제로 서울지법에 소송이 걸린 상황이기 때문에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고속버스표를 예매하려는 귀성객들이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ARS 예매 역시 운송조합 사이트(www.kobus.co.kr)와 한국정보통신 이지티켓(www.easyticket.co.kr)으로 이원화돼 이용객들의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

김동근 사무관은 "일단 전화로 예매를 할 경우 수작업을 통해 왕복승차권을 예약해주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승객 볼모 잡은 운송조합-터미널협회

기존 고속버스 승차권 통합 전산망은 지난 94년 건설교통부의 주도로 터미널 사업자와 한국정보통신(주)에서 구축했다. 한국정보통신은 고속버스 운송업체와 계약을 맺고 운임의 일정 부분을 전산 수수료로 받으면서 96년부터 승차권 매표시스템을 제공했다.

사건의 발단은 5년 계약기간 만료를 앞둔 지난해 연말 운송조합측이 새 시스템을 구축하고 직접 전산망 운영에 나서겠다고 나서면서 시작됐다.

운송조합 양국모 실장은 "1기 계약 당시 한국정보통신측의 입찰가가 340억원이었던 데 반해 직접 전산망을 운영할 경우 예상되는 비용이 2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원가 절감 차원에서 직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터미널협회측이 "승차권 판매는 터미널사업자의 고유 업무"라면서 서울지법에 새 전산망 설치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등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터미널협회 박재식 과장은 "서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타협이 쉽지 않다"면서 "지금으로선 소송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결국 고객의 편리함을 목적으로 시작된 통합 전산망 사업이 사업자들의 자존심 싸움 때문에 오히려 고속버스 이용객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마음은 벌써 고향인데...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호남 방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 오마이뉴스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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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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