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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럽게도 오늘 저는 이 자리에서 또한번 귀하의 존함을 언급하려고 합니다. 귀하께서 제게 주신 두번째 글에 대해 조목조목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공의 장에서 사신의 내용을 논하는 것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셨으니 이는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송원섭 님의 글을 읽으면서 '참된 기자상'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기에 이에 관해선 한 말씀 드려야겠습니다. 그리고 귀하의 글 속에 오마이뉴스의 독자 대중을 폄하하는 발언이 있는 바 이 내용은 독자들께서 반드시 아셔야겠기에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일부에선 "지금은 사주를 위해 충성을 맹세한 조선일보 기자와 논쟁하면서 시간 낭비할 때가 아닙니다"는 식으로 제게 충고를 하십니다. 그렇지만 기자로서 최소한의 윤리의식마저 상실한 채 활동하고 있는 송원섭 님의 모습은 귀하와 귀하께서 몸담고 있는 언론사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에 저는 이와 같은 문제제기가 전혀 가치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선 송원섭 님의 언행과 제 주장 사이에서 참다운 언론인의 길이 무엇인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가실거라 믿습니다. 그럼 각설하고 몇자 적도록 하지요.

알면서도 당당한... 이성의 마비

송원섭님의 첫번째 답글을 받고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예상치 못했던 귀하의 당당함 때문이었습니다. 귀하께선 저의 "정세판단이 대체적으로 정확하다"는 말씀으로 최근 MBC-연제협 관련 스포츠조선의 보도가 'MBC 때리기'의 일환이었음을 밝히셨습니다. 기사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신문사와 기자의 좋지 않은 의도에 의해 한 대상이 집중적으로 난타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겁니다.

이런 저간의 속내를 드러내면서도 그렇듯 태연하실 수, 아니 당당하실 수 있다니요. 저는 송원섭님의 글에 대해 제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해봤습니다. 그래서 지난번 오마이뉴스에 올린 글을 통해 이 사실에 대해 재차 확인의 말씀을 여쭸던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그렇게 질문을 던져놓고 저는 내심 고민에 빠져있었습니다. 귀하께서 어떤 대답을 제게 주시든 그것이 제게는 실망스러운 반응이 될 것임에 분명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보도의 이면에 감춰진 귀하의 그릇된 의도가 다시 한 번 확인될 경우 귀하나 스포츠조선에 대해 가지고 있던 실낱같은 기대도 버려야할 상황이었지요.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엔 빤히 눈에 드러나 보이는 현상에 대한 귀하의 거짓에 답답해 했을테구요. 물론 기왕에 작성된 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됨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말입니다.

가장 좋은 결론은 이번 사태와 관련 스포츠조선의 편파성에 대해 시인·사과하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나 송원섭 님께서 보내주신 또 다른 답글엔 이렇게 적혀있더군요.

"글 첫머리에 '대체적인 정세 판단이 정확하다'는 칭찬까지 받았다더니 이건 또 웬 겸손입니까? 그럼 뭐가 정확하다는 건줄 알았나요?"

기자라는 말은 기자직을 수행하고 있는 이에게 따라붙는 일반적인 호칭입니다. 그러나 모든 기자를 하나같이 똑같은 기자로 칭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기자로서 가져야할 독자에 대한 사명을 망각한 채 한 회사의 사원으로서만 존재하고 있는 이에게 어찌 기자라는, 언론인이라는 호칭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이 땅의 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해 불의에 항거했던, 그래서 거리로 내몰렸던 해직언론인들에 대해 잘 아실겁니다. 우리 사회엔 그런 기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곧은 정신을 지키며 뛰어다니는 기자들이 있습니다. 귀하께선 이분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이분들께서 세우신 기자상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지고 계신지요?

대단히 주제넘는 말씀이지만 귀하에겐 기자로서의 정신은 어디에도 없는 듯 싶습니다. 그것이 애초에 없었거나 아니면 귀하도 모르게 어느새 사라져 지금은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것이겠지요. 귀하의 또다른 말씀입니다.

"굳이 회사(스포츠조선)가 정의의 현신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지만, MBC와 견주어 본다면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명예를 먹고는 살 수 없습니다. 그래도 명예라는 것이 가끔 발견되는 것이라면, 세상의 비난과 맞서더라도 자기 생각이 더 옳다고 생각되면 그 주장을 펴는데서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범부의 표현이라면 귀하의 주장을 조금이라도 수긍하겠습니다. 그러나 도저히 이를 바른 정신을 가진 기자의 말이라고는 생각하기가 힘이 드는군요.

'...와 견주어 본다면?' 저는 여기서 조선일보에 대해 연이은 문제제기에 나선 MBC와 그에 대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조선일보, 그 어느쪽에 잘못이 있는지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명백한 자신의 편파적 행동을 누군가의 그것과 견주어 정당화시키려는 발상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묻고 싶을 뿐입니다.

기자로서 지녀야 할 절대선의 개념은 눈꼽만큼도 가지고 있지 않은 채 바깥을 향해 연신 손가락질해대는 모습은 차라리 애처롭습니다. 애초에 이렇다할 기자로서의 신념도 없이 그릇된 자기 행위의 정당화를 마치 신념인냥 포장하는 모습에 서글픔마저 느껴집니다.

송원섭님의 말씀대로 기자가 명예를 먹고 살 수는 없겠지요. 일전에 제가 드렸던 말씀도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제 말씀의 의도는 기자로서 무엇을 우선시하며 활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을 통해 귀하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며 기자로서의 본분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분명 세상의 비난과 맞서더라도 자기 생각이 더 옳다고 생각되면 그 주장을 펼 수 있는 굳은 심지가 기자들에겐 있어야 합니다. 단 그 전에 세상이 왜 그와 같은 비난을 자신에게 퍼붓고 있는지 귀기울이려는 자세가 반드시 요구됩니다. 유연한 사고와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렇지 않고 자기주장만을 고집하고 자기합리화에 급급한 모습은 독불장군식 행태라고 밖엔 해석되지 않습니다. 기자로서의 명예와 자존감보단 자기 밥그릇에 집착한 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글쟁이. 왜 송원섭님 자신을 그와 같은 바닥으로 끌어내리려 하시는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대중의 수준을 폄하해서야

송원섭님께서 제게 보내주신 글에 대한 저의 입장은 그 자체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었습니다. 귀하의 말씀이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것임에 분명하지만 제 글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알고 고맙게 받아들인다는 것이 지금도 변함없는 저의 입장입니다.

처음부터 생각했습니다. 저의 졸필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 분명한데 이를 감내하시면서까지 답변을 주신 것은 무지한 대중을 교화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그렇지 않고선 넉넉하지도 않은 시간을 그리 쪼개실 이유가 없겠지요.

그런데 귀하께서 보내주신 두번째 글을 보면서 저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귀하의 마음을 선의로 해석한 것은 순전히 저의 잘못된 판단이란 걸 알게된 것입니다. 귀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앞으로도 메일로 답장을 주신다면 고맙게 받겠지만, 무슨 말인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귀하의 기사 끝에 달려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글들, 그 기사가 무슨 뜻인지 이해한 사람이 몇이나 있는 것 같던가요?) 보라고 제 이름을 언급하는 것은 별로 유쾌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중을 상대하는 기자로서 대중을 이렇게 얕잡아 보시다니요. 대중을 하늘같이 떠받들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적어도 이렇게 대중의 수준을 폄하하면서 그들 위에 군림하려는 자세는 버리셔야 한다는 뜻입니다.

제 글에 이어진 의견들 속에 다소 거친 표현들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점에 대해선 저 역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독자 대중에 대해 귀하와 같은 냉소감을 가진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저는 귀하께서 오마이뉴스라는 매체, 오마이뉴스의 기자, 오마이뉴스의 독자에 대해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계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스포츠조선이란 매체, 스포츠조선의 기자, 스포츠조선의 독자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시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제가 확언할 수 있는 것은 송원섭님의 말씀처럼 제 기사를 읽는 분들의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는 사실, 이 분들의 수준이 스포츠조선 독자들의 수준과 비교했을 때 하등의 손색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게중엔 이 두 매체를 동시에 이용하는 분들도 분명 계실테니 이 점도 염두에 두어야겠지요. 그런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함부로 하시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귀하께서 지난번 제게 하셨던 말씀을 기억하시는지요? '철저한 무식' 운운하셨던. 저같은 무지렁이의 글조차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오마이뉴스의 독자라는 말씀이신가요?

귀하의 말씀을 통해 비뚤어진 엘리트주의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합니다. 대중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연명하시는 기자양반께서 (혹시나 자사 신문의 독자일지도 모르는 분들에게까지) 그렇게 함부로 말씀을 하셔서야 되겠습니까?

귀하의 사고가 그러하실진대 고고한 지성의 세계에 들어가셔서 고담준론하실 것이지 하필 스포츠지 기자로서 연예인들을 따라다니며 취재생활을 하신다는 것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귀 신문의 독자들께서 이 사실을 아신다면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얼마전 한 소설가는 어떤 논쟁끝에 독자들에게 자신의 책을 가려 팔지 못한 것에 후회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자신의 책을 반품받겠다는 오만한 언행까지 일삼으면서 말입니다. 귀하의 글을 보면서 혹시 귀하께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울 따름입니다. 내가 인정한 대중에게만 내 이름이 언급되어야 한다는.

대중에 대한 귀하의 생각은 어딘지 모르게 굴절되어 있다고 봅니다. 그들의 수준에 대해 언급하며 차마 하지 않으셔야할 말씀까지 서슴지 않는 모습에서 저는 이를 느낍니다. 대중으로 인해 존재하는 자가 잘나고 못남을 따져 대중을 분별하려는 자세는 온당치 못하며 매우 오만불손한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대중을 위해 복무하고, 대중에게 기꺼이 머리를 조아릴 수 없다면 굳이 기자로서의 길을 가실 필요가 없겠지요. 왜 이런저런 싫은 소리를 들어가며 대중 위에 군림하려 하시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무튼 오마이뉴스 독자들의 명예를 훼손하신 데 대해선 정중히 사과하여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기자로서의 양심을 회복하길 바라며

양심이 마비된 지성이 이 사회에 어떤 해악을 끼치는 지 최근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느끼게 됩니다.

기자라 하면 한 사회를 대표할 수 있는 지성에 속합니다. 그들의 펜끝을 따라 독자들은 울고 웃고 분노하기를 반복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되기도 하지요. 기자의 책무는 그래서 중요합니다. 까딱 잘못하여 중심을 잃었다간 국민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에게 고고한 인품과 명예를 숭상하는 삶을 살라는 것이 과연 무리일까요?

귀하의 글을 보면서 참으로 불경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렇다할 신념이나 가치관이 없는 기자가 과연 매춘부와 무엇이 다를까 하는 생각말입니다. 오해없으시기 바랍니다. 직업적으로 몸을 파는 여성들을 폄하하기 위해 이런 말씀을 꺼낸 것은 결코 아니니까요. 단 생계를 위해 몸을 파는 것과 마찬가지의 목적으로 자신의 지성을 파는 것의 차이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을 뿐입니다.

저는 두 경우 다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봅니다. 물론 어떤 경우든 나름대로의 이유야 있겠지만 살기 위한다는 목적으로 자신의 몸을 함부로 하고, 자신의 지조를 함부로 하는 일은 없어야 된다는 것이 저의 결론이었습니다. 특히 기자의 경우엔 더더욱.

불가피한 상황으로 위장된 지식인의 나약함은 결국 이성의 마비를 불러오고 이는 기자로서의 소명을 상실하게 만듭니다. 대의를 위하기보단 소아를 위해 움직이는 이들의 글 속에 과연 무엇이 들어가겠습니까. 한줌 진실은 사라지고 작은 이익을 지키기 위한 독설만이 횡행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기자들이 귀하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상의 어떤 비난 앞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후안무치함은 독자들을 절망하게 만들 뿐입니다. 물론 그런 기자들이라면 독자들의 반응이야 안중에도 없겠지만 말입니다.

저는 송원섭님의 잘못을 탓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 다만 오늘이라도 기자로서의 본분을 찾아 보다 바른 길을 가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좋은 기자, 훌륭한 기자까지도 바라지 않습니다. 귀하의 후세에 부끄러움을 남기진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때까지 귀하에 대한 기자 호칭은 잠시 아껴두도록 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지난번 오마이뉴스에 게재하였던 글('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불평등한 계약이 필수?', 7.11)에 대한 송원섭님의 이메일은 잘 받아보았습니다.

글을 보니 사사롭게 오간 서신의 내용을 공공의 장에 올려놓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셨더군요. 우선 그 점은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과오가 있다면 이를 떳떳하게 인정하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 도리겠지요. 다만 그와 같은 행위가 송원섭님에 대한 사사로운 감정에 의한 것이 아니었음은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귀하께서 제게 직접 보내주신 글을 읽고 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근 스포츠조선에 실린  관련 일련의 기사가 좋지 않은 의도에서 작성된 것임을 그 글을 통해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론사간의 감정대립 속에 신문기사가 무기화되는 현상을 목도하면서 저는 이 사실을 독자들이 알아야 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자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면이 춤을 추는 행태를 알림으로써 기사에 대한 독자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드리고 싶었던 겁니다.

글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로서는 최대한 예의를 갖추려고 노력했을뿐만 아니라 저에 대한 귀하의 따가운 질책의 말까지 가감없이 그대로 옮겨 놓았습니다. 위와 같은 목적이 아니었더라면 수치심을 감내하면서까지 제 인격을 훼손하는 귀하의 거친 표현들을 굳이 함께 적시할 필요까진 없었겠지요.

이 점에 대한 저의 해명은 여기까지오니 다시 한번 송원섭님의 해량을 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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