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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평화운동가 죠지 카치아피카스 교수(52. 웬트워스대 인문사회과학부)가 22일 순천을 방문해 '변화하는 세계 속의 사회운동'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순천지역 시민단체 회원 및 시민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순천 현대병원에서 진행된 강연에서 카치아피카스 교수는 세계화에 따른 아동빈곤, 노동자 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거대자본과 국가권력에 의한 민중의 피해를 운동의 세계화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치아피카스 교수는 참가자들이 한국전쟁 당시 양민학살과 광주항쟁의 미군 책임문제를 묻자, 맥아더 장군과 80년 당시 미국무성 아태차관보를 지낸 리차드 홀부르크를 광주학살 배후조종자로 지명하면서 전범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죠지 카치아피카스 교수의 강연을 요약한 내용이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노동자의 1/3 가량이 실직된 상태다. 대개의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했으며 한국의 대우캐리어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노노 갈등 양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전세계의 실업자는 증가될 것이며 이로 인해 새로운 세계체제와 규칙이 요구될 것이다. 그리고 거대 기업들이 막대한 이윤을 확보하면서 발생시키는 환경파괴에 대해서도 계속 제기될 것이다.

각 나라의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불필요한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환경파괴를 불러오는 터널공사를 펼쳐 극소수 회사에게 특혜를 제공하면서 권력과 기업이 결탁하고 있다. 덴마크와 스웨덴을 잇는 다리공사 또한 유사한 경우다.

시민사회운동은 특정기업과 정부가 짜고 진행하는 대형공사를 감시해야 한다. 현재 전세계 3백개 기업이 전 세계 총 생산량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 거대 기업의 위력이 국가마저 흔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거대기업들은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그리고 오직 이윤추구에만 초점을 맞춘다.

또한 WTO, IMF, 월드뱅크가 국가의 정책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세계인의 공감대를 얻은 것이 아니라 자본의 의도에 의해 벌어진 것이다. 현재 세계는 민주적 힘이 아니라 거대 기업과 정부, 군대에 의해 반민주적인 힘이 지배하고 있다.

사회운동의 핵심은 자치(自治), 사회운동 세계연대로 새로운 가치관 창출해야 한다

최근 합리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사회운동은 민중을 조직화하는 단계이다. 과거 60년대 전에만 해도 기득권 층은 사회운동에 대해 '암적인 존재' '문제를 일으키는 집단' '공상적이고 사회에 도움이 안 되는 문제집단'으로 취급됐다.

지금의 사회운동은 민주주의와 인간의 자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운동은 빈부계층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할 것이며 그 동안 인간이 꿈꿔온 사회를 향한 새로운 가치관을 창출하고 있다. 사회운동의 핵심은 자치(自治)이다. 스스로 결단하고 민주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최고의 가치관이다.

자치실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는 여성운동이다. 미국의 여성운동은 △여성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다 △기존 정치·정당구조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단계적으로 여성단체를 조직하고 활동하면서 사회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사회운동이 여성운동의 개념을 본 받는 게 좋다고 본다. 요즘 세계화에 반대하는 NGO들이 여성운동 전략을 쓰는 것을 보게 된다.

반 세계화 운동그룹은 특정 정당과 무관하게 명령 아닌 스스로 참여해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시애틀 시위 또한 그렇게 진행됐다. 현재 세계화에 반대하는 힘이 스스로 생성되고 있다. 그러나 IMF와 WTO에 대항하는 싸움이 단순한 압력이냐 대안을 갖기 위한 싸움이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시애틀 반세계화 시위 훨씬 이전부터 가진 자들에 대항하는 운동이 있었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한국 등의 운동이 활발했다. 이들 운동들은 저항과 대안모색을 위해 거점을 확보한다. 세계 혁명사에서 볼 수 있듯이 베트남의 호지명은 산, 멕시코의 사파티스타는 정글을 거점으로 삼았다.

나는 광주·전남을 세계사의 혁명 기지로 본다. 광주는 동남아시아에 민중의 승리를 전하는 기지로 부상했다. 그리고 특이하게 광주는 호지명, 사파티스타와 달리 산과 정글이 아닌 시민들 사이에 거점을 확보했다.

광주가 우주를 변화시키는 중심이 될 것이며 광주는 근현대사의 거점이 됐다. 광주는 군부정치 종식시킨 핵심지역이다. 광주가 다시 자본주의의 모순을 바꾸는 거점 도시가 되길 바란다.

코소보 사태로 밀로세비치가 전범에 회부됐듯이 한국전 양민학살의 책임자인 미군사령관 또한 전범 재판부에 회부되어야 한다.

서유진(5·18재단 고문) 씨의 통역으로 강연을 끝낸 죠지 교수는 참석자들과 질문.응답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질문과 응답 내용이다.

-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 책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전쟁은 물론 베트남전쟁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 개입 이유는 중국공산당의 팽창을 막기 위한 전략적인 것이었으나 한국 전쟁 당시 민간인이 사망한 책임은 맥아더에게 있다고 본다.

대표적인 예로 노근리 사건진상조사를 통해 미군사령관이 전범으로 재판에 회부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코소보 사태에 대해 밀로세비치가 전범에 회부됐듯이 미군사령관은 당연히 민간인 학살과 관련해 전범 재판부에 회부되어야 한다.

요즘 미국의 양심세력들이 헨리 키신저를 전범자로 고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키신저는 중동, 베트남 전쟁 등에 개입해 민중들의 목숨을 뺏는 역할을 했다. 키신저는 지금 양심세력에 체포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정책은 아시아인의 인명을 유럽보다 값어치 없다며 차별을 두었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을 없애기 위해서는 아시아 민중들의 항거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본다.

한국에 와서 안 사실이지만 제주 4·3학살 등 정부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그렇게 오래도록 묻혀졌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럼에도 이러한 사실을 햇볕에 꺼낸 시민운동의 끈질긴 노력에도 놀랐다."

- 광주 민주화운동에 미국이 개입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미국무성 아태 차관보였던 리차드 홀부르크를 광주민중학살 개입한 사실로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 홀부르크는 광주학살을 미국에서 배후 조종한 인물이다."

- 노동자들의 처지가 위급하다. 실업대책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프랑스 노동자는 30시간 일하고 40시간 돈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독일 노동자는 35시간 일하고 40시간 기준 임금을 요구하고 있다. 기술력 향상으로 실업률은 높아가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인 실직자와 경제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자유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한국 노동자들이 6일 일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미국은 5일 근무에 이틀 쉰다. 한국 노동자도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자의 자유권리를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

-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 시민운동은 왜 부시의 정책을 바꾸지 못하는가?
"미국 형무소에는 남아연방이 인종정책을 폈을 때보다 훨씬 죄수가 많으며 전 세계 형무소 가운데 가장 많은 죄수가 갇혀 있다.(이 발언에 대한 정확한 뜻은 모르겠으나 교도소에 죄수가 많다는 것은 범죄증가와 함께 국가통제가 엄격하다는 뜻도 포함된 듯하다)

미국은 합리적인 사회다. 민주당과 공화당과의 선거에서 부시가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이 된 것은 사실이다. 부시는 후보 때부터 미사일 방어체제를 추진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결국 국민이 선택한 것이라 시민운동이 시비걸기 힘든 정서를 갖고 있다.

한 마디로 선거를 통해 부시정책을 결정한 것이다. 미국의 시민운동은 부시의 4년 임기 동안 제약을 받을 것 같다. 미국은 계속 고립되고 있다. 일본에서 열린 환경회의에서 '교토 환경협약' 파기, NMD 추진 등으로 미국은 세계로부터 계속 고립되고 있다.

부시의 교토환경협약 파기는 미국의 에너지 문제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전기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은 지금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처해 있다. 그 동안 미국은 알래스카 등 자국의 석유 에너지를 놔둔 채 중동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사다 썼다.

그러나 중동 국가들이 힘을 합쳐 기름 값을 인상하자 자국 내 기름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환경파괴에 따른 문제발생을 피하기 위해 환경협약을 파기한 것이다."

- 당신은 페미니스트인가? 그렇다면 여성운동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
"나는 페미니스트다. 두 번째 한국어 판 '정치의 전복'에서 독일과 이태리의 여성운동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정의를 놓고 통역이 진땀을 빼자 강의 전에 카치아피카스 교수와 담소를 나눈 위계룡 순천YMCA 이사장이 대신 해석했다. 그는 한국의 남편들이 부인이 아이를 낳을 때 분만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자신은 부인이 아이를 낳을 때 분만을 도와준 일이 가장 행복한 경험이었다는 말을 전했다.)

카치아피카스 교수는 미국이 저지른 양민학살과 군비경쟁 문제 등의 질문에 대해 미국인으로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이 자리를 통해 미국의 죄악을 고백하고 반성하며 양심적 연대로 치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리고 미국기업과 정부가 제3세계에 저지른 죄악에 대해 부끄러운 심정이라는 고백과 함께, 그 동안 미국에서도 양심적인 세력이 잘못된 미국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 희생됐다면서 "미국의 횡포에 대해 세계 사회운동이 연대하고 협력해 극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끝으로 제3세계 민중학살에 앞장 선 정치인들을 향해 "전범으로 처넣어야 할 놈들!"이라는 말로 정리했다.

죠지 카치아피카스 교수는 어떤 인물인가?

현재 광주항쟁을 집중 연구하기 위해 광주에 체류하고 있는 죠지 카치아피카스 교수는 MIT 수학 당시 마르쿠제와 노암 촘스키의 제자였고 60∼70년대 미국 전역을 휩쓸었던 반전 학생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학문과 운동을 일치시킨 평화운동가로 알려졌다.

그는 지금 세계 각국의 사회운동을 연구하고 있으며 지난 99년 시애틀 전투로 불려지는 시위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반대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순천 강연 뒷자리에서 이스라엘의 부도덕성에 반대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무장투쟁기구인 헤즈볼라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카치아피카스 교수는 자신이 편집책임을 맡고 있는 신정치과학(New Political Science)이란 학술지 2000년 봄·여름호에 '광주항쟁을 기억하며(Remembering the Kwangiu Uprising)'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피카스 교수는 이 글에서 "광주항쟁이 발생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5·18의 에너지는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광주항쟁의 가장 중요한 점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사회의 미래상을 확인해준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광주의 의미는 프랑스에서의 파리 꼬뮨과 러시아에서의 포템킨 전투와 비견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피카스 교수는 지난 3월 광주에서 발행되는 <시민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광주항쟁이 87년 민주화운동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으며 이어 87년 필리핀 민중항쟁, 88년 미얀마, 92년 태국, 98년 인도네시아 민주화운동 등 아시아 여러 나라 사회운동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광주항쟁은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조건에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한 점이 큰 의의를 갖고 있다면서 자신은 광주항쟁을 '아시아의 파리 꼬뮨'으로 부르고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국제청년캠프 등 평화적인 방법으로 운동의 정신을 살려간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5·18과 87년 민주화운동은 2차 대전 이후 세계사에서 가장 강력한 사회운동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치아피카스 교수의 저서로는 국내에 출판된 '신좌파의 상상력' '정치의 전복' 등 2권이 한국어로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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