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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의 세계화 국제화 전략이 제대로 되고 있는가?

지역내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수가 1천 여 명에 달하고 있지만, 정작 「집안 손님」은 소홀히 한 채 「소득」없는 세계화 국제화만 쫓아 힘을 빼고 있는 실정이다.

거제시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94년과 96년 중국의 하북성 진황도시와 길림성 용정시와 각각 자매결연을 맺고 세계화 국제화시대를 향한 첫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도 없이 양쪽 공무원들만 정례적으로 오가는 「나들이」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는 거제시가 세계화 국제화시대의 「핵심」을 꿰뚫어보지 못해 빚어진 시행착오라는 것이 뜻있는 시민들의 지적이다.

시민들은 『거제시에 체류중인 1천여명 외국인에 대한 시책 수립도 세계화 국제화시대로 가는 길』이라며 『이젠 지역내 외국인들에게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삼성조선에 근무하고 있는 이모씨(36·신현읍 고현리)는『지금까지 거제시가 거제의 토산명품이라는 흔한 유자차 한 잔 외국인들에게 권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며 『꼭 외국에 나가서 거제를 알리고, 사업을 하는 것만이 세계화 국제화인가』라고 꼬집었다.

외국인수 9백55명 대우, 삼성조선 43.5% 차지

경남도와 거제시 및 법무부출입국관리사무소 거제출장소에 따르면 20일 현재 거제시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총 9백55명으로 지난해 98년 말 7백53명보다 2백2명(21%)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김해시 3천4백53명, 창원시 3천3백44명, 마산시 1천4백65명에 이어 경남도 내에서 네 번째로 많은 수치다. 직업별로 보면 산업연수생이 1백97명, 무역경영 2백25명, 주거 19명, 주재 63명, 외국인 학교 교사 및 사설학원 강사등 기타 직종이 4백33명이다.

국적별로는 미국이 70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영국60명, 그리스 42명, 인도 37명, 일본 26명, 필리핀 16명, 노르웨이 13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다른나라에서 들어 온 외국인도 2백22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과 삼성조선에 각 여러나라의 선사와 선급회사에서 파견된 감독관 및 기술자가 각각 2백55명과 1백60명으로 모두 4백15명에 이르러 거제시 체류 외국인의 43.5%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정책 인색

거제시의 외국인에 대한 시책면에서의 「인색함」은 대우와 삼성조선의 몫이 되고 있다.

대우와 삼성조선의 경우 회사의 고객관리 측면에서 외국인에 대해 베푸는 행사와 이벤트는 투자 성격이 강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거제에 대한 나쁜 인식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거제를 낙후된 문화의 불모지로 여기는 것을 다소 희석시킨다는 것이다.

대우는 거제지역의 외국인들이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외국인 클럽을 비롯한 외국인 학교 등을 건립해 놓고 있으며 연간 3회에 걸쳐 국내 유명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매주 영문으로 된 신문인「옥포 가젯트」를 발행, 외국인들이 거제지역의 지리와 미풍양속, 향토음식, 관광지 등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삼성조선도 동호회 모임마다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 올 수 있도록 문을 개방해놓고 있으며 인터넷과 자체에서 발행하는 소식지 등을 통해 거제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조선의 한 관계자는 『현재 거제시에서 관광용으로 배부하고 있는 지도는 외국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거제시가 음식점, 상가 등 다양한 지역정보를 담은 종합안내책자를 영문 등으로 발간한다면 지역경제활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화 국제화는 가깝게 있다

전국 각 지자체의 세계화 국제화시대에 걸맞는 발빠른 모습은 거제시가 눈 여겨 볼 만하다.

남해군은 삼동면 동천물건마을일대 3만평의 부지에 96동의 전원주택이 들어서는 「독일마을」을 조성 중에 있다. 이 곳에는 60∼70년대 독일의 광부와 간호사로 갔던 교포와 독일인 등 3백여명이 들어와 살 예정이다. 총 사업비 1백70억원이 들어가는 이 사업은 남해군이 지난97년 독일의 노드프리스란트주와 자매결연을 맺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이곳 교포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결실을 맺었으며 1백억원의 건축비는 교포들이 부담하고 70억원이 들어가는 도시기반시설비는 국비, 도비, 군비로 충당한다.

또한 고추장 하나로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전북 순창은 세계화 국제화시대에 맞춰 70대 노인이 영어회화를 배우는 좥진풍경좦이 지난 7일 어느 TV방송을 통해 방영됐다.

주민들이 나서서 이 지역을 찾는 외국인에게 「지역 특산품」의 진가를 알리겠다는 것이다.

세계화 국제화가 그다지 어렵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7만5천의 거제시 인구 가운데 수치상으로 나타난 외국인 점유율은 비록 0.5%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9백55명의 외국인이 「거제는 적응키 어려운 낯 설은 타향」으로 여기고 있다. 외국인들을 위한 시책을 하루빨리 개발, 추진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인이 본 거제

"거제 나들이 혼자선 꿈도 못꿔요”
지도 한 장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

외국인의 수가 1천 여 명에 이르고 있으나, 거제시의 정책은 「걸음마」수준에 불과하다.

외국인들은 거제지명이 상세하게 표기된 지도 한 장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고, 자신들만의 문화공간에서 여가를 보낸다는 것은 바램일 뿐이다.

도장전문 기술자로서 지난 91년부터 삼성조선에서 일하고 있는 찬드란씨(46·인도 코친시)는 『요즈음은 웬만한 곳은 혼자서 찾아 갈 수 있지만 처음에는 변변한 지도 한 장 구하기조차 어려워 길을 찾는데 무척 고생했다』며 『많은 외국인들이 거제에 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세계 각국 사람들이 거제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일부 동료들은 물건을 살 때마다 언어소통이 제대로 안돼 진땀을 빼고, 택시를 타면 같은 곳이라도 탈 때마다 요금이 다르게 나온다고 투덜거리는 모습을 종종 본다』고 전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우와 삼성조선소의 선급(배에 적용되는 규정을 감독하는 사람)과 기술자들의 임금은 한화로 환산하면 월 평균 7백∼8백만원선.

그러나 대다수 외국인들은 언어소통에 따른 어려운 점 때문에 주말에 부산, 마산 등지의 대형 백화점을 찾아 물건을 사들이고 있어 지역상권 활성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삼성조선의 고객지원팀 관계자는『외국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휴일이면 야외 카페 등을 좋아하고 있지만 거제의 지리를 몰라 포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특히 외국인들은 문화공간의 부족함을 많이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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