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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준 기자에게 기자실에서 나갈 것을 요구하는 인천공항 공보실 직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29일, 오마이뉴스 기자는 인천공항 중앙기자실을 다시 찾아가봤다.

오후 2시 30분에 중앙기자실에서 공항 측의 브리핑이 있다는 말을 전해들은 오마이뉴스 기자는 브리핑 10분전 다시 기자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기자실에서는 이미 공항 측의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었다. 29일 오전 10시 30분 노스웨스트 항공편 수속지연과 관련 인천공항 측이 해명을 하기 위한 브리핑이었다.

오마이뉴스 기자도 수첩을 꺼내들고 취재를 시작했으나 곧 기자 한 명이 다가왔다.

인천공항의 출입금지기자실 동영상 보기 / 김정훈 기자


"오마이뉴스 기자 또 왔구먼, 어제 그렇게 얘기했는데 못 알아들었어요. 여긴 등록된 기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이니까 나가세요."
"기자실에 등록 안된 사람들은 이 브리핑을 어떻게 취재하란 말입니까? 누구나 와서 취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니, 그럼 몇 천명이 취재한다고 몰려오면 여기서 어떻게 취재를 할 수 있다는 거요?"

오마이뉴스 심층 연재 "출입금지기자실을 새소식 샘터로!"

1) '쫓겨난' 뉴스게릴라의 기사

출입기자들 "우린 임대료 내지 않겠다"
그 첫날: "험한 소리 나오기 전에 나가란 말야"
다시 또 인천국제공항 기자실을 찾아갔더니
쫓겨난 뉴스게릴라가 읽는 기자실 개혁 실패기
쫓겨난 뉴스게랄라가 읽은 13년전 신방과 교수 논문


2) 반론과 재반론들

'현직기자'의 출입기자실 현상유지론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의 현직기자 비판
신방과 교수의 출입기자실 폐지론
대한매일 현직 기자의 '기자실, 유쾌하지 않은 기억들'
민언련 성명 "기자들은 '불한당'인가"


3) 뉴스게릴라들의 릴레이

출입기자들은 국회의원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 손병관 기자
이해할 수 없는 한겨레의 침묵 / 고태진 기자
전직 지역주간지 기자가 본 기자실의 병폐 / 권태윤 기자
군청 기자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 김주희 기자
기자실 아닌 정보독점실, 우리는 이렇게 없앴다 / 이성원 기자
남해군수, 잘못된 관행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까지 / 정지환 기자
오마이뉴스 이제 좀 그만하라고? / 고태진 기자


그 기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사이 브리핑이 끝났다. 오마이뉴스 기자는 어제(28일) 자신을 기자실에서 쫓아낸 오 간사를 발견하고 해명을 듣기 위해 다가가 아는 체 했다. 그러나 오 간사는 오마이뉴스 기자를 외면한 채 기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오마이뉴스 기자는 다시 기자실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의 업무를 보고 있는 인천공항공보실의 박아무개씨에게 다가갔다. 오마이뉴스 기자는 박씨 책상에 놓여있던 "노스웨스트 항공편 수속지연 해명"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견하고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박씨는 막무가내로 거절했다.

"기자실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자료를 줄 수 없습니다. 자료를 받고 싶으면 등록을 하세요. 그리고 들어오면서 문에 '출입금지'라고 붙여 놓은 것 못 봤어요? 한글도 몰라요? 빨리 나가세요."

오마이뉴스 기자는 그제야 기자실 문에 "등록된 기자 외에 출입을 금합니다"라고 붙어있는 종이를 발견했다. 어제는 없었던 것이 하루사이 새로 생겼다. 재차 자료를 요구했지만 박씨의 답변은 똑같았다. 그리고 빨리 기자실을 나가 줄 것을 요구했고, 반박하면 기자들과 얘기하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왜 공항의 시설물을 이용하는데 출입기자를 통해 등록을 해야하고, 그들의 심사를 받아야 하며 이에 대한 항의도 기자들에게 하라고 하는 것일까?

결국 오마이뉴스 기자는 전날에 이어 다시 한번 보기 좋게 기자실을 쫓겨났다. 바뀐 것이 있다면 기자들에게는 외면을 당한채 공항공보실 직원에 의해 쫓겨났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 기자는 물러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럼 우리같이 등록되지 않은 기자는 어디에서 취재자료 등을 받아야 하나요?"

답은 이거였다.

"그건 알아서 하세요. 나한테 묻지 말고 나보다 더 높은 사람한테 물으세요."

첫날과는 달리 '악역'은 이제 출입기자실 간사가 아닌 공항공보실 직원이 맡은 것이다. 그러나 20여명의 대한민국 출입기자 가운데 그 누구도 언론자유가 탄압받는 현장에 대해, 공보실의 말단 직원이 악역을 대신하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현상에 대해 '개입'하지 않았다.

5분 뒤, 기자실을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서성이고 있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일본 NHK 기자 한 명이 다가왔다.

"저기, 그 자료 제가 드려도 될까요."

그 NHK 기자는 기자실에서 공보실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던 장면을 지켜보았던 모양이다. 그는 다시 기자실로 뛰어 들어가 공보실 직원이 못 주겠다고 버티던 자료를 가지고 나와 건네주었다.

"저도 2시 30분 인줄 알고 왔는데 이미 끝나서 자료만 얻었습니다. 뭐 별로 중요한 문제도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자료를 안주고 그랬는지 이해가 안되네요."

뜻하지 않은 한 외신기자의 도움으로 '눈물겨운' 자료를 얻기는 했지만 씁쓸했다. 한국 기자와 외신 기자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 보이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 외신 기자는 공보실 직원이 왜 기자들을 가려가며 자료를 주는지, 기자들이 무슨 권리로 다른 사람의 기자실 출입을 통제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덧붙이는 글 | <이번 사건을 접하는 오마이뉴스의 입장>
 
"출입금지기자실을 새소식 샘터로!"


관공서에 마련된 출입기자실은 오래전부터 '출입금지기자실'이 되어 왔습니다. 기자단에 등록된 주요 종이일간지와 방송사 기자가 아닌 주월간지, 인터넷신문 기자나 시민기자들은 그곳에서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관공서의 출입기자실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국민 그 누구도 그들에게 그 공간을 독점적으로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권한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 권한은 권언유착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우리는 출입기자들이 그곳에 눌러붙어 있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출입기자실에 우리를 위해 책상을 놓아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브리핑 시간 등 시민기자들이 필요한 때 그 공간에 들어가는 것을 막지 말라는 것입니다. 

오마이뉴스는 현재의 '출입금지기자실'을 '새소식 샘터'로 만들어갈 것을 제안합니다. '새소식에 목마른 자는 누구나 와서 목을 적시게 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곧 출입기자실 개방운동이자 개혁운동입니다. 이 운동은 기득권을 가진 출입기자들도, 그들의 눈치를 보아야만 하는 관공서도 앞장서서 할수 없습니다. 오마이뉴스의 뉴스게릴라들이 실천을 통해 이뤄나가겠습니다.

요즘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언론개혁은 먼데에 있지 않습니다. 직업적 언론인집단의 어깨에 들어있는 쓸데없는 힘을 빼는 것이 곧 언론개혁입니다. 기자증의 힘, 언론사의 힘이 아닌 오직 기사의 질로 독자 앞에 평가받으려 하는 것이 곧 공정거래이고 언론개혁입니다.

장호순 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는 "정간법 개정 같은 법규적 개혁과 잘못된 취재관행 혁파와 같은 취재문화의 개혁이 함께 이뤄질 때 진정한 언론개혁은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앞으로도 다각적인 기획을 통해 '출입금지기자실'의 병폐를 조명하면서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취재문화를 제시하는 기사들을 내보낼 것입니다. 뉴스게릴라 여러분과 독자여러분의 많은 동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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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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