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푸른영상 김동원 감독 특별 상영전 개최

한국의 비디오 다큐멘터리 운동을 일으키신 장본인인 '푸른 영상'의 김동원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모아 특별 상영전을 연다. 1월 12일부터 30일까지 '일주 아트하우스 아트큐브'에서 벌어지는 이번 특별전에는 '상계동 올림픽'을 비롯해서 '명성 그 6일의 기록', '행당동 사람들' 등 그의 작품 중 굵직굵직한 역작 10여편이 상영된다.

서강대 출신의 김동원은 한때 극영화 감독 수업까지 받은 분이지만 주류와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사신 분이다. 한마디로 다큐멘터리 감독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운동권의 감독이라고 할까?

1988년 그가 제작한 '상계동 올림픽'은 상계동 철거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88올림픽 개최의 허울을 너무나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당시 이 작품은 비정기적인 방법으로 전국에 배급되었고 운동권 및 다큐멘터리계의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1990년에 독립영화협의회 의장을 역임했었고 이후 1991년 푸른 영상을 설립한 후 지속적인 영상다큐멘터리 운동을 펼치고 계신다. 그의 다큐멘터리 작업은 한마디로 영상 작업 그 자체가 아니라 민중운동, 민주화 운동의 한 방편이다.

1996년 6월 본 기자는 김동원 감독을 아시아 최대의 재개발 단지인 봉천동에서 만난 적이 있다.

당시 기자는 Q채널의 30분짜리 다큐멘터리 '봉천동 그 유월의 초상'의 조연출을 하고 있었다. '봉천동, 그 유월의 초상' 사전 조사 작업을 위해 몇 번 푸른 영상을 방문했지만 김동원 감독이 봉천9동 주거대책위원장이라는 사실은 촬영이 거의 끝나 갈 무렵에야 알게 되었다.

촬영 마지막 날 봉천9동에서는 주거대책위 현판식이 있었는데 그곳에 나타난 김동원 감독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카메라를 든 다큐멘터리 감독이 아니라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있는 주거대책위원장의 모습이었다. 당시 김동원 감독은 봉천9동에 살다가 이사를 한 상태였지만 주민들의 권유로 대책위원장을 계속 맡고 계셨다. 물론 봉천9동을 비롯한 봉천동 철거민의 처절한 싸움은 김동원 감독이 만든 '푸른 영상'의 또 다른 감독에 의해 기록되고 있었다.

그때 현장에서 기자의 촬영팀은 김동원 감독을 인터뷰 했는데 아주 인상적이었다. 질문은 철거민 운동의 의미는 무엇인가 였는데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철거민 운동, 정확히 말해 강제철거 반대운동은 단순히 가난을 구제하자는 운동이 아니다. 다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있어 주거의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돈을 벌더라도 주거문제에 돈이 많이 들게 되고, 그러다 보면 그들은 영원히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주거문제를 안정화하려는 운동이다. 한마디로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가난의 대물림, 빈곤의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고로 우리의 강제철거운동은 나아가 임대주택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주거대책위 현판식 행사에서 김동원 감독은 내내 주민들 속에 있었다. 머리에 띠를 두른 아주머니 아저씨 철거민들 무리 속에서 그들과 동일하게 구호를 외치고 팔을 흔들던 김동원 감독의 모습을 통해 기자는 다큐멘터리 감독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 어떤 현실 상황에 카메라를 들이댄다면 그리고 거기서 불합리하고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을 만난다면 그는 그 상황을 개선하려는 목적에 자신의 작품을 헌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즉 자신의 작품을 통해 그 현실을 알리고 그것에 대한 개선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가 방송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감독이든 인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감독이든 이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김동원 감독의 다큐멘터리 작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가 다루는 현실은 철거민이야기에서 민중민주화 운동이야기까지 그 영역과 범위를 계속 넓혀가고 있다.

김동원은 이번 특별전 개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그의 소감을 보면 그가 지난 15년간 어떤 길을 걸었으며, 또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 것인지가 분명해 진다.

김동원 감독의 행사 개최 소감

"벌써 15년이 되었나 봅니다.
별 고민 없이 영화감독의 부푼 꿈을 키우던 한 청년이 우연히 상계동 철거현장에 들어가 운동권이 되고 '다큐'라는 걸 찍기 시작하고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무기임을 믿기 시작했습니다.

세기가 바뀌고 또 한해가 바뀌고 변해야 할 건 안 변하고 변해선 안 될 건만 자꾸 변하는 지금 세상에서 아직도 그 청년은 아직껏 그 믿음을 못 버리고 있습니다.그게 별 자랑도 아닌데 그 동안 별로 만든 것도 없는데 이렇게 특별전이랍시고 행사를 여는 건 정말 쑥스러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여러분을 오시라한 건 그 동안 버틴 게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고 도움 받은 많은 동료들에게 감사도 드리면서 중간 결산 삼아 심호흡 한 번하고 계속 함께 가자는 뜻입니다.

서툴고 느리지만 상계동에서 출발하여 명동, 행당동을 거쳐 평양까지 가는 저의 행보를 계속 격려하고 지켜봐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김동원 감독 프로필>
1955년생
1978년 2월 서강대 신방과 졸
1984년 2월 서강대 신방과 대학원 졸
1983-86 이장호, 정지영, 장선우감독 등으로부터 감독수업
1987-1990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상임연출
1990-1992 독립영화협의회 의장
1991- 푸른영상 설립 대표(현)
1994-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영화위원장(현)
1988년 상계동 올림픽/다큐멘터리/비디오/27분
1989 39회 베를린영화제 포름부분 초청상영
1991 야마가타국제기록영화제초청
1990년 벼랑에 선 도시빈민/다큐멘터리/비디오/29분-도시 빈민들이 처한 불안정한 취업구조, 사회에 대한 좌절감, 대책 없는 재개발 등 빈민들의 현실을 소개.
1991년 하느님 보시니 참 좋았다/다큐멘터리/비디오/59분-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의 오염 실태를 성서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작품
1993년 미디어 숲속의 사람들/드라마+다큐멘터리/비디오/36분-영상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TV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로 구성한 작품
1995년 하나가 되는 것은 더욱 커지는 일이다/다큐멘터리/비디오/43분/1995-故 문익환 목사의 89년 방북의 파장을 통해 통일운동에 대한 논의와 문목사의 통일관을 고찰하고 있다.
1997년 명성 그 6일의 기록/다큐멘터리/비디오/74분
1987년 6월항쟁의 기폭제였던 6일간의 명동성당 농성투쟁에 관한 기록. 경찰에 쫓겨 명동성당에 우연히 모인 농성대의 갈등과 희망, 그리고 그 현재적 의미
1997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 최우수 독립영화상(운파상)수상
1997 제2회 서울 인권영화제 상영
1998 48회 베를린영화제 포름부분 초청상영

'상계동에서 평양으로' 김동원 감독 특별전 안내

▣ 행사기간 : 전시기간 - 2001년 1월 12일부터 2001년 1월 30일
상영기간 - 2001년 1월 12일부터 2001년 1월 18일

▣ 행사장소 : 전시장소 - 일주아트 하우스 미디어갤러리
상영장소 - 일주아트 하우스 아트큐브

▣ 행사내용 : 김동원 감독이 15년간 동안 발표한 각종 다큐멘터리 작품뿐만 아니라 교육물. 홍보물까지 포함하여 그가 가진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모든 작품들과 현재 제작되고 있는 '송환(가제)'의 편집물들

▣ 행사내용 : 일주아트하우스

▣ 행사의의 : 이번 특별전은 80년대 중반 한국에서 최초로 비제도권 다큐를 시작한 김동원 감독의 15년간 작품 10여 편을 한데 모아 상영하고, 한국 독립 다큐의 성과를 중간 결산하는 의미를 지닙니다.
부대행사로 다큐멘터리 작가의 사회적 책임을 분석하는 세미나도 함께 진행됩니다.

▣ 상영 일정표

12일(금) 16:30 ④18:00 ⑤19:30 ①
13일(토) 16:30 ⑧18:00 ③19:30 ⑦
14일(일) 16:30 ⑥18:00 ②19:30 ④
15일(월) 18:00 ⑥19:30 ②
16일(화) 18:00 ⑧19:30 ③
17일(수) 18:00 ⑦19:30 세미나
18일(목) 18:00 ⑤19:30 ①

① 상계동 올림픽 - 27분, 벼랑에 선 도시 빈민 - 29분 총 56분
② 미디어 숲속의 사람들 - 36분, 야고보의 5월 - 15분, 아이들과 미래 - 10분 총 61분
③ 명성, 그 6일의 기록 - 74분 총 74분
④ 행당동 사람들 - 31분, 또 하나의 세상 - 42분 총 73분
⑤ 하나가 되는 것은 더욱 커지는 일이다 - 43분, 부산의 함성 - 10분 총 53분
⑥ 길 - 52분, 권춘택의 건강한 웃음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 10분 총 62분
⑦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 1 - 25분,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 2 - 30분 총 55분
⑧ 엄마·아빠 할 수 있어 1 - 20분, 엄마·아빠 할 수 있어 2 - 20분, 엄마·아빠 할 수 있어 3 - 20분 총 60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의 드가가 제공합니다. '드가(박성호)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방문하시면 다큐멘터리에 관한 풍부한 정보들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http://myhome.shinbiro.com/~fhuco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유료방송 채널에서 교양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 1998년부터 다큐멘터리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운영. 자연다큐멘터리 도시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일기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6년 공개,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2004,사계절출판사)도 출간. 현재 모 방송사에 근무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