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25 가 터지자 여수지역 국민보도연맹 가입자 120여 명을 여수 돌산 앞 바다 무인도에 끌고가 총살한 뒤 수장했던 '애기섬'. 여순사건 발생 52주년을 맞아 여순사건을 주제로 한 다큐멘타리식 극영화 '애기섬'이 35mm 필름으로 제작되고 있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와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가 기획하고 장현필 감독(36)이 제작을 맡은 '애기섬'이 제작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개봉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사의 사각지대였던 여순사건을 최초의 영상물로 담게 될 '애기섬'은 여수 14연대 출신과 정부진압군 출신 그리고, 14연대 출신으로 숙군작업에 의해 여순사건 발생 10여 일전 체포돼 장기복역한 비전향 장기수 김영만 씨 등 여순사건의 한복판에 섰던 실존인물이 등장한다.

이와 함께 여순사건 연구·조사활동에 적극 참여했던 홍영기(43·순천대 사학과) 교수가 이들 실존인물과 함께 구례·벌교 등 여순사건 현장을 찾아다니며 극을 이끌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등 다큐멘타리와 극을 섞는 독특한 기법을 도입했다.

지난 10일 제작 막바지 작업에 바쁜 장현필 감독을 만나 영화제작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1월경 시사회를 갖도록 되어 있었다.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방에서 제작하는 어려움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우선 영화관련 시스템과 인적자원 부족으로 예정된 스케줄을 맞추기 힘들었다. '애기섬'은 시나리오, 스텝 등 전체가 순천 지역을 중심으로 참여하다 보니 스케줄이 어긋났다.

특히 많은 분들의 관심이 주는 중압감도 간단하지 않았다. 여순사건 최초의 영상물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역사가 주는 중압감을 비롯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제작을 더디게 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없는가. 가령, 압력이나 재정의 어려움 따위 등.

"있다. 당장 제작을 중단할 만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보수우익단체나 정보기관의 크고 작은 압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협찬키로 했던 업체들이 등을 돌렸으며 심지어 지역의 대학조차도 협찬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하기도 했다."

군과 관련된 사건인 만큼 군의 반응도 예민할 텐데, 군의 압력은 없었는가.

"전남 지역을 관할하는 사단 관계자가 시나리오를 볼 수 없냐는 전화는 있었다. 하지만 별다른 압력은 없었다."

여순사건과 관련해 첫 번째로 시도한 영상물인데 작품의 방향은 무엇인가.

"등장 인물 가운데 여순사건 당시의 14연대 병사였던의 곽상국(74·당시 의무병. 여수거주) 씨와 정부진압군이었던 박오선(76·당시 감찰반장·순천거주) 씨의 만남을 통해 역사의 화해를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그리고 뒷전에 묻혀진 여순사건을 화면에 불러내 올바르게 조명하고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 고통스런 한을 담고 살아가는 어른들의 눈물을 풀어주는 것 또한 중요한 방향 설정이다."

'애기섬'을 제작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개인적으로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여순사건을 접한 뒤 압박감에 시달렸다. 저 또한 3∼4년전만 해도 여순반란이라는 명칭을 스스럼 없이 불렀다. 여순에 관심을 갖고 제작에 돌입하면서 역사를 외면했던 점을 반성했다. 역사의 진실을 깨닫는 과정으로 발전되면서 이 작품을 통해 많은 분들이 올바른 역사인식으로 이 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따라붙게 됐다."

영화에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다큐멘타리와 극을 잇는 실험적 대본을 시도하면서 솔직히 떨리고 부담감을 느낀다. 제작 기술 중에서 카메라의 미숙함이 걱정된다. 하지만 음악만큼은 애정을 쏟았다. 애기섬에 까는 음악은 오리지날 창작곡으로 40여 대의 타악기를 동원했다.

음악감독은 박치음 순천대교수 연주는 원일(국립국악원 예술감독) 공명(타악기 연주그룹) 등이 맡는 등 전체적으로 음악의 비중을 높였다."

독립영화치고는 제작비(1억3000만원)가 만만치 않은데 영화를 보는데 지장은 없겠는가.

"촬영은 95% 가량 끝냈다. 하지만 지금부터 돈 들어갈 데가 많다. 제작비의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속옷을 팔아서라도 완성시켜 내년 1월경에 시사회를 갖겠다.

애기섬은 독립영화 세계영화제를 비롯 디지털영화제, 다큐멘타리 영화제, 인권영화제, 필름영화제 등에 출품할 예정이다."
2000-12-11 14:07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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