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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렷! 경례!"
"지금부터 직원 모임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일어서 주십시오, 차렷! 경례!"
학교의 직원회의는 이렇게 시작한다.

출근하는 교문에는 선도생들이 버티고 서서 지각생이나 복장 위반학생들을 단속하고 있다가 선생님이 출근하면 '성실!' 하는 구호와 함께 거수 경례를 한다. 거수경례를 하는 선도생들의 훈련된 모습을 보면 학교로 온 것이 아니라 군대의 위병소를 통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학교는 아직도 군국주의 시대의 문화를 많이 간직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씩 전교생을 모아 놓고 애국조례라고 하는 전체조례를 한다. 상장을 전달하거나 학교장이 10여분동안 훈화를 하기 위해 40-50분 이상의 시간을 소비한다. 물론 여기서도 예외 없이 차렷! 경례!라는 구호와 함께 학생들은 군대식 거수경례를 한다. 심한 경우에는 '학교장에 대한 경례!'라는 구호와 함께 팡파르가 울려 퍼지고 학교장은 군인처럼 거수경례로 답한다.

학생들에게 '학교생활에서 가장 자존심 상하는 일이 뭐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두발검사에 걸려 머리카락을 잘렸을 때라고 한다. 머리카락이 잘린 순간 "죽고 싶었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다. 가위로 잘린 자국은 이발소에 가서 단장을 해도 그대로 남는다.

어떤 때는 학부모들의 심한 항의 전화를 받거나 지도받던 학생들이 노골적으로 반항하기도 한다. "왜, 머리를 기르자고 학생회에서 의논하지 않느냐?"라고 물으면 "그런 결정은 해도 필요 없어요!"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지도교사인 학생부장의 한마디로 거절 당하기 때문이다.

"학교의 주인이 누구냐?"라고 물으면 하나같이 "학생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주인이 자신의 일을 결정하지 못하면 주인이 아니구나?" "?" 학생들은 대답을 못한다. 머리카락에 염색을 하거나, 런닝셔츠를 입지 않고 교복을 입는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수십년 전부터 정해져 내려온 교칙, "학생은 단정한 머리와 복장"이라는 성역(?)화된 규정에 도전할 용기도 용의도 없다.

교육비전 2002, 새 학교문화창조 추진 계획에 의하면 '학교 토론문화의 형성'과제 중에서 "학교공동체의 공동 관심사항을 교원·학생·학부모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하고 합의함으로써 구성원 모두가 자기 할 일을 분명히 인식하고 자기 몫을 다하는 풍토를 조성한다"고 규정하고 학생회 활동의 활성화를 중심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학교는 학생들의 최고의 관심사인 '두발 자유화'나 '교복 자율화'와 같은 성역에 대해서는 불가침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있다. 학교가 민주주의를 수련하는 장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둘이 아니다. 자율이 없는 간섭과 통제는 교육이 아니라 순치나 노역일 수밖에 없다.

보수주의로 무장한 사상가가 민주주의를 가르칠 수 없다. 전통가치가 절대적인 가치로 자리잡은 사회에는 변화나 민주주의는 외면 당한다. 책임과 자율을 전제로 하는 생활의 습관화는 새 학교 문화를 창조하는 교육개혁의 핵심이다.

학교는 아직도 민주주의를 체험하는 교육의 장으로서는 한계가 많다. 직원회의가 지시와 전달의 장이 아니라 의결기구로 바뀌고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이 활성화되야 한다. 민주주의는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지시와 통제에 익숙한 교사는 학생들을 민주적으로 가르칠 수 없다. 교과서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을 가르치고 자유를 배우지만 교문 안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통제와 간섭으로 민주주의는 질식 상태에 있다. 관념적인 지식은 시험용으로는 쓰일지 몰라도 삶을 바꾸어 놓지는 못한다. 실천하지 못하는 지식인을 양성하는 학교는 머리만 있고 행동이 없는 기형인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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