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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라는 구호가 적힌 흑판 앞에서 시험문제를 풀어주는 교사는 '교육을 하는 사람인가?' 새벽에 일어나 잠이 덜 깬 눈으로 앉아 있는 핏기 없는 제자들 앞에서 오직 점수 한 점 더 받는 것이 출세하는 길이라고, 살아남는 길이라고 잠을 깨우면서 채찍질하는 교사는 교육자인가?

6·15남북공동선언을 가르치면 통일의 당위성이나 통일에 대한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수능 시험에 어떤 형태로 출제될 것인가?'라는 것을 가르쳐 줘야 하고 노인문제를 가르치면 인간소외 현상의 관점에서 노인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찾기보다 노인문제의 출제경향이나 어떤 것이 정답인가가 더 관심을 갖도록 지도해야 한다.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교실, 사회정의를 가르치고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이 아니라, '수학능력고사에 출제되는 지식이 진리'인 교실에서 교사는 교육자일 수가 없다. 오직 수학능력고사에 어떻게 하면 몇 점을 더 받는가?, 내 점수가 몇 점이니까 어떤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가'만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수험생들의 교실에는 교육이란 없다.

과거 전통사회에서 사서삼경과 중용을 공부하는 이유가 과거에 합격하기 위해서였다. 과거에 급제하여 관료가 되는 것이 개인의 부귀영화를 누리는 길이요, 가문의 영광을 안겨주는 효자가 되는 길이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데, 우리의 교육 목표는 과연 시대 변화에 맞게 달라졌는가? 거창하게 '홍익인간'이나 '전인교육' '인격의 완성'이 교육의 목표라고 표방하고 있지만 오늘날의 학교는 과연 인간교육을 하고 있는가? 법으로 정해 둔 교육목표는 한낱 구호에 그치고 '과거(科擧)'라는 이름이 '수학능력고사'나 '고시'로 바뀌었을 뿐 '개인이 출세하는 것이 진리'가 되는 본질은 달라진 것이 없다.

7차 교육과정이 시행됐지만 교사들은 기대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가르칠 내용은 교과서에 있으니 교과서를 외워 학생들이 시험을 잘 치게 해주면 교사로서 할 일은 끝나기 때문이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에서 학생들은 '능력에 따라 하고 싶은 공부만 하면 된다'고 기대에 차 있지만 바뀐 교육과정은 '수준별 교육과정'이라는 우열반을 편성하여 공부 잘 하는 학생 중심으로, 몇 사람의 빌 게이츠를 키우는 교육을 하겠다고 한다.

'자립형 사립학교'를 만들어 고등학교에서부터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여 교육하겠다고 한다.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기회균등'은 '수월성의 추구'라는 경쟁논리 앞에 빛 바랜 휴지조각이 된다.

'지식기반사회'로 이행하면서 수요자 중심의 시장경제의 논리 앞에 '교실이 싫다'고 말하는 선생님들이 늘어나고 있다.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오늘날 교실을 지키는 교사들에게는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여유도 명예도 없다. 과다한 수업시수와 잡무에 시달리면서도 진실과 사랑을 가르치는 것이 보람이요, 유일한 자존심이었다.

이제 교직사회는 그 자존심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7차 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라는 시장 논리의 회오리바람이 교사들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휩쓸어 가고 있는 것이다. 삶을 가르치는 교사는 무능한 교사가 되고 쪽집게 교사는 유능한 교사로 존경받는 사회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많은 사람들은 학교폭력을 걱정한다. 그러나 지금 교실에서는 폭력보다 더 무서운 좌절감, 무력감이 교직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시험점수 몇 점에 운명을 거는 학생들이 있는 교실, 교사들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팽개쳐진 교실에는 교육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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