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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2일 북송되는 대상에서 제외된 장기 복역자 정순택(79) 씨는 21일 김대중 대통령에게 두장의 편지를 띄웠다.

거기에는 정순택이란 인간의 굴곡 많은 삶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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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 북송을 앞둔 '마지막 빨치산' 정순덕 할머니.

"장기수 2명을 제외하면, 우리도 가지 않겠다"

그는 지난 85년 9월 대전교도소 재소 중에 견디기 힘든 환경 속에서 병을 얻었고, 전향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그 후 89년 12월 정씨는 전주교도소에서 출소를 했고, 지난해 4월 24일자 한겨레신문에 전향 의사를 철회하는 광고를 실었다.

그리고 정순택씨는 전향 의사 철회하는 광고를 냈다는 이유로 올해 6월 24일 보안관찰 기간 갱신 처분을 받았다.

국가는 정순택 씨에게 한편으로는 비전향자라는 낙인을 찍어 '보안관찰'이라는 굴레를 씌웠고, 또 한편으로는 전향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북송 명단에서 탈락시켰다.

비전향장기수 송환추진위원회(공동대표 권오헌 등 4명)는 21일 오전 10시 향린교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북송 희망자와 그 가족 모두를 송환할 것을 촉구했다.

기자들에게 자신이 쓴 편지내용을 설명하는 정순택씨 ⓒ 오마이뉴스 노순택
이 자리에서 북송 장기수 명단에서 제외된 정순택씨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존경하옵는 대통령님께'로 시작되는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항상 바쁘신 분에게 편지를 올리는 실례를 무릅쓰는 저를 용서하십시오. 일관된 대북 정책과 화해협력을 위한 대통령님의 끈질긴 노력이 6·15 남북공동선언이라는 획기적인 역사적 사건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 선언정신에 토대해서 민족의 비극사는 청산되리라고 확신합니다.

그런데 이번에(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저에 대해 내려진 결정은 대통령님의 큰 뜻과 노선에서는 옆걸음질 혹은 뒷걸음질 한 것으로 생각되어 심히 유감스럽습니다.

인생의 황금시절을 전부 영어의 고난 속에 날려 버리고 여생을 얼마 못 가진 80의 고령자에게서 가족과의 재회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어찌 화해의 길이며 미래지향적인 길이라고 하겠습니까. <중략>

대통령님께서는 눈물 있는 분이심을 8월의 이산가족 상봉시에 보여주셨습니다. 내외분이 눈물 흘리시는 화면을 보고 저도 울었습니다. 이 순간은 7천만 겨레가 눈물로 하나된 순간이었습니다.

황용갑(왼쪽) 씨는 자신의 아내와 함께 북송되길 희망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온 겨레를 눈물로 하나되게 한 근본 요인이 무엇이었습니까. 이산의 '한'이 눈물로 변했고 만남의 기쁨이 눈물로 변했습니다. 이와 같이 눈물이 있고 눈물이 있게 하는 대통령님이 어찌하여 저에 대해서는 눈물 없는 결정을 내리신단 말입니까.

저는 송환 희망자 전원이 송환되는데 저만 탈락된 사실을 알았을 때 80평생 최대의 고독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절망은 하지 않았습니다. 눈물 있는 대통령께 호소해 볼 마지막 길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절망은 주지 마십시오. 오직 대통령님의 영명한 판단만이 저에게 닥치는 절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 날 기자회견은 송환대상에서 제외된 정순택(79) 씨와 정순덕(67) 씨의 북송과 북송대상자들이 가족들과 함께 북으로 갈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 마련됐으며 비전향 장기수 30여 명이 참석했다.

한편, '마지막 빨치산'으로 알려진 정순덕 씨는 뇌출혈로 현재 인천 나사렛한방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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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에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14년 10월부터 영국에 3년간 살다가 돌아와 오마이뉴스 정치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