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인 리포트

소년희망센터 건립을 위한 '희망의 한판승'

소년희망공장 반쪽, 무상 임대했습니다!
[희망의 한판승 7화] 김명현 목사와 선한목자공동체

18.07.10 10:01 | 조호진 기자쪽지보내기

▲ 소년희망공장 반쪽인 밥집을 선한공동체에 무상 임대하기로 했습니다. ⓒ 조호진

<소년희망공장> 반쪽인 밥집을 나누기로 했습니다. <소년희망공장>은 4073명의 후원으로 만든 20평 규모의 밥집과 커피가게로 2016년 9월 경기도 부천시 중동에 세워졌습니다. <소년희망공장>은 소년원 출원생을 비롯한 위기청소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거리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3000명의 위기청소년에게 식사를 제공했습니다.(관련기사: 거리소년 3천 명에게 밥 준 '소년희망공장')

<소년희망공장>을 운영하는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이하, 어게인)은 장애인과 위기청소년 그리고, 다문화가정 등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선한목자공동체>(이하, 선한공동체)에 10평 규모의 밥집과 집기 일체를 지난 6월 11일부로 무상 임대했습니다. 선한공동체는 수제 돈가스와 샐러드 전문점으로 전환한 가운데 선한공동체의 '서번트'(섬기는 사람) 리더인 정봉임씨 부부가 운영 중입니다.

어게인 최승주(62) 대표는 9일 "소년희망공장은 사적 소유물이 아니라 선한 이들의 십시일반에 의해 만들어진 공적 자산으로 소년희망공장의 뜻을 더 잘 실현할 수 있는 선한공동체에 무상 임대하기로 했다"면서 "애초에는 밥집을 3000만 원에 팔아 소년희망센터 건립기금으로 사용하려고 했으나 이보다는 선한공동체에 무상 임대하면 우리들의 희망을 더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무상 임대 취지와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중증장애인이 키우는 장애아동,
알코올 중독 엄마에게 방임된 아이,
부모 이혼 후 엄마가 가출하면서 버려진 남매,
가출청소년과 다문화가정 남매를 누가 보살필까?

▲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에 있는 '두루두루'에는 하루 50~70명의 가난한 아이들이 찾아와 밥도 먹고, 숙제도 하고, 놀기도 합니다. 다문화가정 남매는 더 이상 어둑해진 공원에서 공장에서 돌아오는 엄마를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 임종진

중증장애인 엄마가 키우는 장애아동, 엄마가 알코올에 중독되면서 방임된 초등학생, 부모가 이혼한 후 엄마마저 가출하면서 보호의 손길이 사라진 남매, 따뜻한 밥과 잠자리가 필요한 가출 청소년, 공장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엄마를 어둑해진 공원에서 기다리는 다문화가정의 어린 남매….

위기에 처한 아이들과 소외된 아이들을 그 누가 거두어 온전히 보살필까? 정부와 지자체가 개입하면 버려진 남매는 서로 다른 시설로 따로따로 흩어져 살아야 합니다.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을 거두어 주었으니 그나마 다행일까요. 내 자식 키우기도 힘든데 어떻게 남의 자식까지 신경 쓰냐고 말할 건가요.

지난 2003년 장애아동과 함께 살면서 시작된 선한공동체는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에 시설이 아닌 보금자리를 만들어 이들을 품었습니다. 아이들의 보금자리를 가서 보니 포근한 가정이었습니다. 서번트 리더 한 명과 3~4명의 아이들이 한 가정을 이루어 살고 있었습니다. 남매에겐 헤어지지 않아도 되는 대안 가정이 생겼고, 가출청소년에겐 따뜻한 밥과 잠자리를 주는 대안 부모가 생겼고, 성인 장애인들에겐 공동체와 일자리가 생겼습니다.

선한공동체가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는 이유는 비인간적일 수밖에 없는 제도 때문입니다. 아동보호시설은 성별이 구분돼 운영되기 때문에 어린 남매는 헤어져 살아야 하고 18세가 넘으면 성인이란 이름을 붙여서 독립하라고 내보냅니다. 선한공동체는 어린 남매와 함께 살기 위해, 청소년을 막막한 세상으로 쫒아내지 않기 위해 정부의 지원금 대신에 공동체의 힘든 길을 선택했습니다.

김 목사와 다섯 명의 서번트 리더는 거리 청소년을 위한 '물푸레나무', 중증장애 아동과 청소년 그리고 부모를 위한 '쉴터', 한부모와 다문화가정 등의 아이들을 위한 '두루두루', 부모와 함께 살 수 없는 아동과 장애인을 위한 대안가정 '샬롬빌리지', 성인 장애인 자립공동체 '함박공동체'를 각각 맡아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재정도 일손도 넉넉하지 않은 선한공동체가 많은 장애인과 소외된 아동들을 건강하게 지키고 회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무한 책임을 지려는 이타적 사랑과 헌신 때문입니다. 선한공동체는 ▲제한 없는 무한책임 ▲더불어 사는 지역사회 ▲필요한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동체 ▲비경제적인 나눔 ▲이타적인 사랑 실천 ▲서로 존중하는 민주적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슈바이처를 꿈꾸던 의대생의 바뀐 삶
가난한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 목사의 길 선택

▲ 선한공동체 대표 김명현 목사. ⓒ 임종진

선한공동체 대표 김명현(55) 목사는 의대생이었습니다. 그의 꿈은 의사가 되어 아프리카에 가서 슈바이처처럼 생명을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구로공단 야학 교사를 하면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야학 교사를 하면서 만난 열세 살 소녀는 계부의 폭력에 시달리다 공장에 왔고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열다섯 살 소녀는 불규칙한 식사 때문에 위장병을 앓았습니다.

이들 여공들 앞에서 아프리카의 꿈은 낭만이었습니다. 아프리카는 먼 데 있지 않았습니다. 어린 여공들이 신음하는 구로공단이 아프리카였습니다. 이들 여공들을 외면한 채 아프리카로 가는 것은 위선이었습니다. 어떤 길을 가야하나? 방황하던 김명현은 중앙대 의대를 그만두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연세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목사가 됐습니다.

그가 목사가 된 것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교회 건물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가난한 사람에겐 교회보다 공동체가 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바로 교회이고 가난한 이들 속에 하나님이 있기 때문입니다. 30년 넘게 위기청소년을 돕고 있는 그의 아내는 부천역 앞에서 거리를 떠도는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밥을 주는 '청개구리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게인은 청개구리식당을 통해 거리 소년들에게 밥을 주고 있습니다.

25년째 장애인과 상처 입은 아이들과 함께 사는 김명현 목사
"가난한 이들과 사는 게 힘드냐고요? 힘들지 않고 행복합니다."

▲ 가난한 이들과 사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김 목사는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 조호진

김명현 목사는 25년째 장애인·요보호아동·위기청소년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힘들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과 어린아이 속에 하나님이 계신다"면서 "진정한 축복은 돈을 많이 갖거나, 높은 자리에 오르거나,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사는 것"이라며 이들과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동체 회복을 강조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부유해졌습니다. 오천년 역사 이래 이 시대처럼 풍요로운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다들 행복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공동체는 파괴됐고 사람들의 내면은 황폐해졌기 때문입니다. 황폐해진 인간성을 회복하고 상처로 얼룩진 내면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조건 없는, 선한 연대에 기반을 둔 공동체를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들이 정말로 잘 살고 싶다면 돈이 아닌 공동체를 선택해야 합니다. 부모에게 버림받는 등 상처가 많았던 선한공동체 아이들과 장애인들이 가족애와 형제애 그리고, 우정을 나누며 사는 것은 공동체의 치유 능력 때문입니다."


김 목사는 우리들의 그릇된 자선 행위에 대해 말했습니다.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시혜를 베푼다는 생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면 돕는 사람도 도움 받는 사람도 함께 상처를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선한 뜻을 가진 이들이 가난한 이웃들을 돕다가 실망하거나 상처 입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는 '도와주어봤자 소용이 없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리기도 합니다. 선한 뜻으로 자선을 행했는데 왜 이런 상처를 입을까요? 단지 돕는다는 이유로 가난한 사람을 자신이 계획한 대로 바꾸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온전히 도우려면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그냥 어울려야 합니다. 그래야 가난한 사람도 자선을 베푼 사람도 행복해집니다."


"우리에겐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이 필요합니다!"


▲ 소년희망공장의 또 다른 반쪽인 '소년희망카페'에서 인터뷰 중인 김명현 목사가 낡은 폴더폰으로 전화 받고 있습니다. 그는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과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조호진

김 목사가 모델로 삼은 공동체는 '라르쉬 공동체'입니다. 라르쉬는 방주란 뜻으로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를 의미합니다. 김 목사가 스승으로 삼은 이는 라르쉬 공동체를 설립한 장 바니에입니다. 라르쉬 공동체와 장 바니에에 대해 알게 되면서 김명현 목사가 왜 의사의 길을 버리고 이 길을 선택했는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습니다.

라르쉬 공동체 설립자인 장 바니에는 캐나다 총리였던 조지 바니에의 아들로 토론토대학 신학 교수로 재직하던 중 시설에서 지내는 장애인 두 명을 집으로 초대해 며칠 동안 같이 지냈습니다. 하지만 며칠은 금방 지나갔습니다. 장애인을 시설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하지만 장 바니에는 이들을 시설로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교수를 그만두고 두 명의 장애인과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라르쉬 공동체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장 바니에는 약자에 대한 연민으로 공동체를 시작됐지만 가난하고 몸이 불편한 이들을 통해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많은 이들이 욕망의 삶을 버리고 라르쉬 공동체에 합류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영성가 헨리 나우웬은 하버드대 교수직을 버린 뒤 라르쉬 공동체에서 생활하다 생을 마쳤습니다. 1964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라르쉬 공동체는 현재 35개국에서 134곳의 공동체가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소년희망공장 반쪽인 밥집을 무상 임대받은 선한공동체는 수제 돈가스와 샐러드 전문점으로 전환해?운영 중입니다. 그런데, 장사를 못합니다. 걱정입니다. 선한공동체 서번트 리더의 일자리와 재정난 해소를 위해 시작했는데 장사가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 조호진

선한공동체의 운영 방식은 독특합니다. 그것은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는 것입니다. 하늘을 우러러 보듯이 가난한 사람을 우러러 보며 지냅니다. 계획 속에는 이해관계가 숨어 있습니다. 계획은 사람이 세우지만 이끄는 것은 욕망이기 때문에 인간성이 훼손되기 마련입니다. 계획이 틀어지면 절망하고 심지어 다투기도 합니다. 계획 끝에 상처 입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선한공동체는 계획을 세우지 않습니다.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공동체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등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습니다. 무엇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함께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린아이들은 계획을 세우지 않습니다. 그냥 만나서 어울립니다. 어린아이처럼 그냥 만나서 어울려야 행복해집니다. 우리에겐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이 필요합니다."

김명현 목사는 선한공동체가 커지거나 유명해지는 걸 원치 않습니다. 다만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들이 조금 더 늘어나길 원합니다. 돕는 사람과 도움 받는 사람이 함께 행복해지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면 지상에서도 작은 천국을 경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동체의 힘든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그에게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친구였던 예수를 보았습니다. 욕망에 찌든 이들로 인해 몹시 슬퍼하던 예수가 슬그머니 웃었습니다.

<소년희망공장> 반쪽이 선한공동체에 무상 임대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된 결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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