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인 리포트

소년희망센터 건립을 위한 '희망의 한판승'

68세 할아버지 라이더가 1천km 달린 이유
[희망의 한판승 3-②] 소년희망센터 건립 전국일주 울트라 라이딩

18.05.29 10:03 | 글:조호진쪽지보내기|편집:김도균쪽지보내기

▲ 버려진 담배 꽁초처럼, 버려진 술병처럼 버려진 소년들. ⓒ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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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청소년에게 희망이란 무엇일까?

배고픔을 달랠 한 끼니의 밥일까? 지친 몸을 누일 잠자리일까? 자신을 버린 가족 대신에 의지할 가출 팸일까? 아무런 간섭받지 않고 밤새 게임하는 걸까? 어른들 눈치 보지 않고 흡연하고 술 마시는 것일까? 명품 운동화를 신고 메이커 옷을 입는 것일까? 불법 도박으로 한 밑천 건지는 것일까? 돈을 뺏고 물건을 훔치고도 붙잡히지 않는 것일까? 위기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은 도대체 무엇일까?

위기청소년에게 소년희망센터는 꼭 필요할까?

수년을 가르친 제자들은 한순간에 사부에게 등을 돌리고, 소년희망공장 아이들은 가지 말라고 손을 잡으면 뿌리치며 떠나고, 사고가 발생하면 그때야 연락하고, 사고를 수습하면 또다시 사라지고, 도움을 준 미혼모는 왜 더 도와주지 않느냐며 원망하고... 누구를 위하여 소년희망센터를 세워야 하나? 왜 이 길을 계속 가야만 하나?

소년 희망을 외치다 소년들이 던진 돌에 맞았습니다. 한두 번이 아닙니다. 5년째 당하는데도 여전히 아픕니다. 소년들의 잘못된 행동이 소년만의 잘못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소년들이 밉습니다. 결국, 몸살을 앓았습니다. 이틀을 앓으면서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방안에서 꼼짝하지 않고 누웠다가 다시 일어난 것은 저보다 더 아팠던 선배들의 가르침 때문이었습니다.

이 일을 20년 넘게 하신 목사님이 "이 일은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잘 견뎌야 하는 일"이라고 충고했습니다. 위기청소년 공동체를 운영하는 목사님은 "알면서도 당해주고, 배신해도 믿어주고, 뛰쳐나가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년범의 아빠로 불리는 판사님은 함께 했던 어른들에게 상처를 입었으면서도 "그래도 이 길을 가야하지 않겠냐!"고 저를 위로했습니다.

소년희망센터 건립기금 마련 1천km 전국일주 울트라 라이딩

▲ 소년희망센터 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1천km 울트라 라이딩에 도전한 철인들. ⓒ 임형욱

▲ 소년희망센터 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1천km 울트라 라이딩에 도전한 철인들. ⓒ 임형욱

소년희망센터 건립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1천km 전국 일주 울트라 라이딩을 추진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 거리 중 하나인 서울과 부산까지 거리가 대략 400km이니 1천km는 서울~부산의 두 배 반이나 되는 아주 먼 거리입니다. 100km를 달리면 1만 원, 500km는 5만 원, 1천km에는 10만 원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소년희망센터 건립기금을 모으기 위한 모금 프로젝트였습니다.

소년희망센터는 비영리민간단체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아래 어게인)이 학교 밖 청소년을 비롯한 소외된 위기청소년들의 변화·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지으려는 대안교육·문화스포츠 공간입니다.

지난밤에 하늘이 뚫린 것처럼 폭우가 쏟아졌고 천둥 번개가 쳤었습니다. 하지만 폭우만 쏟아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천둥 번개만 치지도 않았습니다. 소년희망센터 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1천km 전국일주 라이딩 기부를 호소한지 일주일 만에 1800여 만 원의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폭우로 강물만 불어난 것이 아니라 후원의 강물이 불어나고 온정의 천둥 번개가 치면서 언제 아팠냐는 듯이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독립운동가 후손, 신부와 목사, 검정고시동문 등 1800만 원 후원

▲ 소년이 희망이다를 외치는 라이더들.? ⓒ 임형욱

인천부천검정고시동문회는 4천km를 후원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이 후원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이름을 밝히기를 원치 않는 후원자는 1천km의 열 배인 1만km를 후원했고, 교인도 헌금도 별로 없는 가난한 교회(기쁨의교회․ 친구들교회)는 각각 1천km를 후원했고,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동암(東巖) 차리석의 장남 차영조(74) 선생은 1500km, 민족문제연구소 경기도 부천지부 박종선 지부장은 1천km를 후원했습니다.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공동의장 송경용 신부는 1천km를 후원했고 소년희망센터건립추진위원회 임진성(변호사) 위원장은 1만km, 김종택(목사) 추진위원은 1만km, 김광민(변호사) 추진위원은 5천km, 박찬수(안양 성문고 교사) 추진위원은 3천500km, 윤인영(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추진위원은 3천km를 후원했습니다. 그리고 '청파감리교회'(담임목사 김기석)가 소년희망센터 건립기금으로 1천만 원을 쾌척했습니다.

"힘든 순간마다 소년 희망을 생각하며 달렸습니다"

▲ 울트라 라이딩을 응원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화이팅을 외치는 라이더들과 이들을 3박4일간 지원한 정창묵씨의 캠핑카. ⓒ 임형욱

30대~60대 남·여로 구성된 9인의 라이더들이 '소년희망센터' 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3박4일 1천km 울트라 라이딩에 도전했습니다. 위기청소년을 가슴에 품고 달린 라이더들은 임형욱(출판사 대표), 강대호(파라다이스그룹 전 직원), 최종환(컴퓨터 프로그래머), 이권혁(아시아 투데이 디자이너), 김형태(영상공학 박사과정), 김철한(회사원), 윤경자(여·주부) 천명식(한의사) 등 9인입니다.

어게인이 위기청소년의 자립과 식사제공을 위해 운영하는 경기도 부천 소재 '소년희망공장'을 지난 19일 출발한 라이더들은 용인, 천안, 문경, 경주, 창원, 하동, 전주, 오산 등의 1천km를 무사하게 완주하면서 22일 소년희망공장에 도착했습니다. 인간 한계 극복에 도전하는 울트라 라이딩에 성공한 것입니다.

이날 저녁, 소년희망공장에서 무사 완주 환영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번 라이딩 기획자이자 1천km 완주자인 임형욱(출판사 대표)씨는 "둘째 날인 20일, 전국일주 코스 중 가장 쉬운 코스로 예상했던 경북 의성 탑리-영천-경주 코스에서 역풍을 만나면서 체력과 시간을 엄청 소모했다"면서 "업힐(오르막언덕)을 지날 때는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듯 유체이탈 상태에서 달렸다"고 힘겨운 순간을 회상했습니다.

▲ 강대호씨가 입은 붉은 상의 '코리아 랜도너스'는 90시간에 1200km를 완주한 라이더만 입을 수 있는 영광의 저지다. ⓒ 조호진

손자 5명을 둔 할아버지 라이더로 1천km 완주에 성공한 강대호(68)씨는 "3박4일 전국일주 하는 동안 9명의 라이더 자전거 타이어와 튜브가 한 번도 펑크가 나지 않았다"면서 "이 정도 거리를 달리면 타이어와 튜브가 여러 번 펑크 나는데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한 번도 펑크가 나지 않았다. 소년희망센터를 건립하는 일에 은총이 내린 것 같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매년 2만~2만5천km를 달리는 고수 라이더인 강씨는 참여 소감에서 "랜도너스 대회 출전비까지 낸 상태에서 대회 출전을 포기하고 이번 라이딩에 참여한 것은 위기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였다"라면서 "소년이 절망하는 나라는 희망이 없는 나라다. 위기청소년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완주하겠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습니다. 그리고, 68세 노익장을 과시하며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라이더 세계에서 일명 '장안고수'로 불리는 강대호씨는 90시간에 1200km를 달리는 코리아 랜도너스(Randonneurs)를 완주한 라이더입니다. 랜도너스는 주어진 시간 내에 장거리를 주파하는 익스트림 사이클 대회로 프랑스에서 시작되었기에 '브레베(명예)'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강씨는 오는 10월 서울-부산-서울 왕복 1천km를 달리는 SBS대회에 출전한 뒤에 4년마다 열리는 파리-브레스트-파리(PBP) 1200km 브레베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강대호 라이더가 1천km를 함께 질주한 응원 플래카드를 임진성 소년희망센터 건립추진위원장에게 전달했다. ⓒ 조호진

이번 라이딩 성공의 숨은 주역은 강대호씨의 둘째사위 정창묵(43·사업가)씨입니다. 정씨는 "소년희망센터 건립이란 뜻 깊은 일에 동참하면서 장안고수인 아버님을 돕고 싶어 연휴기간 가족여행을 포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씨는 3박4일 내내 자신의 캠핑카를 운전하면서 라이더들에게 휴식과 잠자리 등의 편의를 제공했습니다. 강씨는 "사위의 헌신에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다"고 말했습니다.

새벽 4시에 기상해 밤 10시까지 하루 300km가량을 달리는 울트라 라이딩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9인의 라이더들의 희생과 헌신 덕분이었습니다. 선두 라이더는 온몸으로 역풍을 맞으면서 동료의 라이딩을 도왔고, 후미를 달리는 라이더들은 체력이 떨어진 라이더를 밀어주는 협동과 희생으로 무사 완주를 이룬 것입니다. 라이더들은 "힘든 순간마다 소년들에게 희망을 주어야한다는 생각으로 고비를 이겨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아픔을 두려워하면 소년 희망이 아니다!

▲ 소년희망공장에서 진행된 환영식에서 화이팅을 외치는 라이더들과 소년희망센터 건립추진위원들. ⓒ 조호진

"1천km를 달리느냐 안 달리느냐보다 중요하는 것은 시작하는 것입니다. 위기청소년들이 공부든 노든 것이든 무엇이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시작하라고, 용기를 북돋워주고 싶어서 라이딩에 참가했습니다."

"우리가 흘린 땀방울이 소년희망센터를 건립하는데 벽돌 한 장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는 라이딩으로 기부했지만 라이딩 이후에는 위기청소년들의 후원자로 계속 관심을 갖겠습니다."

소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인간 한계를 극복한 철인들이 남긴 말입니다. 라이더들은 이번 라이딩에서 낙차(落車, 자전거가 트랙에서 쓰러짐) 사고로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번뿐 아니라 이전 대회에서도 부상을 입었지만 라이딩을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낙차와 부상이 두려워 라이딩을 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라이더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낙차와 부상은 라이더의 숙명인지도 모릅니다.

소년희망센터 건립을 추진하면서 실패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년희망센터를 만드는 일도 힘들지만 만든 이후가 더 힘들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소년들에게 시달리고 운영난에 허덕일 것을 두려워하는 저에게 라이더들이 용기와 희생정신을 심어주었습니다.

라이더들은 인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또 다시 달릴 것입니다. 수많은 역경과 난관에 부딪치겠지만 소년 희망의 길을 가야합니다. 지난밤에 폭우와 천둥과 번개가 쳤지만 후원의 강물이 불어나고 응원과 격려가 쇄도했던 사실을 기억하며 이 길을 가야합니다. 아픔과 실패를 거듭하며 소년 희망의 길을 걷다보면 위기청소년들이 변화하고 성장할 것이므로 두려워하지 말고 이 길을 걸어가야만 합니다.

아 참, 몸살 앓던 그날!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에게 전화가 왔었습니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지난 봄, 노화도 소년 시절의 아프고 아팠던 이야기를 부탁했더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가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아픔의 모래와 슬픔의 자갈로 콘크리트 쳐서 소년희망센터의 주춧돌이 되어줄 그의 이야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더니 봄꽃은 다 지고 몸살이 와서 식은땀 흘리던 그날엔 자신에게 주어진 그 무엇을 내놓겠다고, 내 놓겠다고, 내 놓겠다고 했습니다. 그의 순전한 목소리에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그가 내 놓을 그 무엇이 소년희망센터의 기둥이 될 것을 생각하니 눈물 났습니다. 아, 이제는 봄이 가도 괜찮습니다.

▲ 소년은 희망입니다. ⓒ 김미란

덧붙이는 글 | - 스토리펀딩 연재 기사입니다. 5월 29일(화) 오전 10시 이후 발행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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