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인 리포트

소년희망센터 건립을 위한 '희망의 한판승'

경찰이 키운 유도 소년들, 경찰에서 쫓겨나다
[희망의 한판승 ①] 망치형사의 제자들이 쫓겨난 까닭

18.05.02 12:01 | 조호진 기자쪽지보내기

▲ 담골(담배 피우는 골목)에 모인 위기청소년들. ⓒ 권산

[기사 2차 수정: 7월 13일 오후 5시]

부모가 이혼한 소년, 한부모 손에서 자란 소년, 부모 없이 할머니 손에 자란 소년, 어릴 적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소년, 술 취한 아빠의 폭력에 시달리는 소년,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자살을 시도했던 소년,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가난한 엄마에게 드리는 소년….

이 소년들은 일진이 되기도 했고, 거리를 떠돌다가 비행을 저지르기도 했고,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고, 소년재판에 넘겨져 보호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이 소년들에게 돌을 던졌습니다. 나쁜 놈들, 인간쓰레기들, 양아치××들이라고 욕하며 낙인찍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낙인찍었다면 소년들은 더 나쁜 길로 갔거나 혹은 자살했거나 또는 꿈과 희망을 집어 던졌을지도 모릅니다.

소년에게 채워줄 것은 수갑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 어릴 적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소년. ⓒ 권산

▲ 망치형사 박용호 전 인천남동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 조호진

'망치형사'라고 불리는 박용호(63‧전 인천남동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씨는 '개골뱅이'(꼴통 중의 꼴통이란 은어) 소년들을 하나 둘 불러 모아 '사랑의 유도교실'을 운영했습니다. 망치형사는 소년 시절에 상이용사였던 아버지에게 가정폭력을 심하게 당했고 그 상처 때문에 방황하면서 '개골뱅이' 짓을 제법 저질렀다고 밝혔습니다. 위기청소년들을 품에 안은 것은 자신 또한 위기청소년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1989부터 1992년까지 3년 연속 강력범 검거 전국 1위를 차지했던 망치형사는 전설의 강력계 형사로 불렸지만 범인을 많이 잡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 순간의 실수로 사고를 낸 수재 소년을 구속시키고 출소한 그 소년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가슴 아픈 경험을 하면서 '소년들에게 채울 것은 수갑이 아니라 사랑'이란 사실을 깨우쳤습니다. 그래서 유도선수 출신으로 학교전담경찰관이었던 그는 소년들의 비행의 옷을 벗기고 하얀 도복을 입혔습니다.

개골뱅이 소년들은 비행으로 뒹굴던 뒷골목 대신에 인천지방경찰청 상무관에서 낙법을 배우며 뒹굴었습니다. 귀가 일그러지고 뼈가 아플 정도로 힘든 훈련, 어떤 소년은 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힘든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둔 일부 소년은 또 죄를 저질렀지만 대다수 소년들은 잘 참으면서 유도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소년들은 그를 사부님이라고 불렀고 그는 소년들을 희망이라고 불렀습니다.

"유능제강(柔能制剛),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 단다"

유도 소년 중에는 조직폭력배(조폭)들이 탐낼 정도로 싸움도 잘하고 깡도 좋은 소년이 있었습니다. 부모 없이 할머니 손에서 자란 소년은 자신을 버린 부모와 세상을 증오했습니다. 소년을 그대로 두었으면 조폭 중에 무서운 조폭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소년은 망치형사의 끈질긴 사랑에 의해 달라졌습니다. 망치형사뿐이 아닙니다. 남동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과 인천지방경찰청 유도동우회 경찰들도 소년들을 선도했습니다.

경찰 사부들은 '분노와 증오로는 세상을 이길 수 없다', '희망과 사랑만이 세상을 밝힐 수 있다'고 가르쳤고 그 소년뿐 아니라 다른 유도 소년들도 서서히 변했습니다. '예시예종'(禮始禮終), 소년들은 유도를 통해 예의를 배우고 규칙을 익혔습니다. 훈련이 끝나면 허기진 배를 달래야했지만 물건을 훔치거나 돈을 뺏은 적은 없습니다.

소년들은 오랜 훈련 끝에 유도대회에 출전했습니다. 뒷골목 일진이라고, 자살을 시도했던 약골이라고, 부모 없는 놈이라고, 나쁜 놈, 양아치라고, 가난하다고 외면당했던 소년들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패자로만 살던 소년들은 승자의 기쁨을 처음으로 맛보면서 부모님에게 마음의 쪽지를 날렸습니다.

"아버지, 이제는 술 좀 그만 마셔요. 제가 이겼잖아요. 이제 그만 때리세요."
"어릴 적에 떠난 엄마, 제가 이겼어요. 슬픔도 이겼어요. 외로움도 이길 거예요. 그런데 보고 싶어요."

인천에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인천 앞바다가 갈라진 기적이 아니라 조폭이 됐거나 소년원에 갔을 소년들이 무도인 경찰에 의해 유도 선수가 되면서 학교에서 잘리지 않았고, 반장이 됐고, 성적이 오르면서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꿈이 생긴 것입니다. 경찰 사부님처럼 멋진 경찰이 되고 싶다고, 나라를 지키는 최고의 군인이 되고 싶다면서 경찰과 하사관 시험을 꿈꾸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 지난 4월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열린 '경기도유도회장배' 경기 장면 ⓒ 조호진

망치형사는 4년간의 '사랑의 유도교실'을 통해 75명의 선수를 길러냈습니다.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각종 대회에 출전해 금메달 7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2개 등 모두 23개의 메달을 땄습니다. 전용 훈련장도 없고, 아르바이트 때문에 훈련도 충분히 하지 못하고, 부모의 도움도 거의 받지 못하는 등 온갖 불리한 조건에서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가난과 절망을 극복하겠다는 헝그리 정신과 망치형사를 비롯한 하위직 경찰들의 성원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은 기적입니다. 쓰레기 취급받던 소년들이 희망의 주인공으로 변했으니 이것이 기적이 아니면 무엇이 기적일까요. 양아치××들이라고 불리던 소년들이 금, 은, 동메달을 주렁주렁 땄으니 이게 희망이 아니면 무엇이 희망일까요. 그런데 인천의 기적과 희망이 쫓겨났습니다. 훈련장으로 사용하던 인천지방경찰청 상무관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하위직 경찰들이 키운 소년들을 쫓아냈습니다!

운영을 중단한 이유는 소년들이 누적이 되면서 실적이 안 될 뿐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존재라는 일부 경찰의 착오적인 인식 때문입니다. 소년들이 사고 치거나 대회 출전 중에 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사랑의 유도교실' 운영 중단의 또 다른 이유로 제기됐지만 가장 큰 이유는 망치형사가 지난해 정년퇴직하면서 소년들을 지켜줄 힘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난 4년 동안 소년들을 돕던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대표 최승주)이 '소년희망센터' 건립을 추진했습니다. '소년희망센터'는 유도 소년들에겐 맘껏 운동할 수 있는 '유도장', 학교 밖 청소년들에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유학교 '어게인스쿨'로 운영하기로 하고 변호사, 교사, 교수, 의사, 목사, 시인 등과 함께 지난 4월 10일 추진위원회를 발족하면서 건립기금 1억 원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오는 8월에 '소년희망센터'를 건립하기로 하고 남동경찰서 측에 협조를 구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사부님 같은 좋은 경찰이 되고 싶었는데…"

▲ 제자들의 선전에 환호하는 박용호 사부. ⓒ 조호진

개골뱅이 소년들은 경찰청과 경찰을 무서워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쁜 짓을 해서 잡혀 들어가는 곳이고, 자신들을 잡아가는 사람이니 무서울 수밖에요. 그런데 사랑의 손길이 오래되면서 두려움의 대상이던 경찰이 존경과 꿈의 대상으로 바뀌었습니다. 소년들에게 꿈을 물었더니 사부님 같은 경찰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무섭던 경찰청은 자부심이 됐습니다. 소년들의 유도복에는 '경찰청'이란 세 글자가 오롯이 새겨졌습니다. 소년들은 경찰청 소속 유도선수라는 자부심을 가졌기에 각종 대회에서 투혼을 발휘하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인천지방경찰청과 남동경찰서는 소년들이 거둔 성적을 자랑스러워하며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경찰이 소년들을 쫓아내듯이 외면했습니다. 불법 노점상과 철거민들도 이렇게 내쫓지는 않습니다. 부득불 '사랑의 유도교실'을 중단할 만한 사정이 발생했다면 소년들에게 충분히 설명한 뒤 양해를 구하고 다른 훈련장을 물색하는 등의 대책을 세우거나 아니면 저희가 제시한 대로 '소년희망센터'가 건립되는 8월까지 기다려주었으면 좋았을 뻔 했습니다. 4년간이나 한 식구처럼 지냈던 소년들을 안면몰수하고 내쫓을 정도도 긴급한 사정이 있었을까요.

기회는 공평하고 경쟁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정부에서마저도 가난하고 힘없는 소년들은 또 다시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으며 세상은 역시 불공정하다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정의롭지 못한 결정 때문에 상처를 입은 것은 소년들뿐이 아닙니다. 소년들이 쫓겨난다는 소식을 들은 한 경찰이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4년 동안 돌본 소년들을 내쫓다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입니다."

위기청소년을 희망청소년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헌신한 하위직 경찰들, 그들이 쌓아올린 공든 탑이 경찰 간부에 의해 허물어졌습니다. 부모와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면서 방황했던 소년들, 좋은 경찰 어른들 덕분에 상처를 씻으면서 꿈과 희망을 품었던 소년들은 지금 낙심하고 있습니다. 훈련장을 잃어버린 소년들은 어디로 가야하나요? 한판승, 한판승, 한판승으로 금메달을 땄던 한 소년이 말했습니다.

"경찰이 이럴 줄 몰랐어요. 가슴이 아파요."

한편, 다음 스토리펀딩을 통해 '경찰이 키운 소년, 경찰이 쫓아냈다' 기사 보도 후 해당 남동경찰서 측은 "'사랑의 유도교실' 담당 경찰이 건강 등의 문제로 운영이 힘들어 중단하게 된 것이지 쫓아낸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소년은 희망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누가 뭐라고 해도 소년은 희망입니다. ⓒ 정철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다음 스토리펀딩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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