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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술, 금강에 산다

"환경부, 4대강 보 개방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여"
[현장] 4대강 백제보 수문개방, 환경부 미온적인 대처로 '불신'만 커지나

18.04.20 18:08 | 김종술 기자쪽지보내기

▲ 백제보 광장에 인근 농민들이 수문개방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걸어 놓았다. ⓒ 김종술

4대강 수문 개방이 난항에 치닫고 있다. 지하수를 사용하는 농민들이 수문 개방으로 지하수 고갈을 우려하여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로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일 찾아간 충남 공주시 강변은 온통 녹색으로 갈아입었다. 공주보와 세종보 수문이 개방되면서 물 밖으로 드러난 모래톱엔 새들이 껑충껑충 뛰어다니고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한낮 기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자전거와 유모차를 끌고 온 할머니들은 냉이와 달래, 쑥을 뜯느라 분주하다.

4대강 사업으로 갇혔던 강물은 강바닥 모래가 보일 정도로 투명하게 빛난다. 산란기를 앞둔 물고기들이 무리를 지어 지천을 타고 오른다. "졸졸졸~" 소리 내며 흘러드는 지천에서는 잉어들이 산란하느라 파닥거리며 강바닥을 흔들어 놓는다.

굳게 닫힌 백제보는 죽음의 악취만 풍겼다. 환경부, 국토부, 한국수자원공사, 공주·부여 지자체 관계자들은 지난 13일 수문 재개방에 따른 회의에서 17일 백제보 수문개방을 결정했다. 그러나 수문이 개방되지 못하고 있다.

▲ 포획금지종으로 법률로 보호되고 있는 자라도 백제보 인근에 죽어있다. ⓒ 김종술

▲ 백제보 상류 후미진 곳에서 죽은 물고기가 썩어가고 있다. ⓒ 김종술

고인 물과 흐르는 물의 차이는 확연했다. 한국수자원공사 백제보 선착장으로 사용하던 인근 강물은 탁하고 녹색 빛이다. 팔뚝만한 누치는 죽어서 썩어가고, 자라는 기다란 목을 내놓고 죽었다. 죽어서 부패하기 시작한 물고기에는 쇠파리들만 윙윙거렸다.

백제보 입구엔 수문개방을 반대하는 붉은 현수막이 걸렸다. 농민들의 강한 의지를 담은 '투쟁'이라는 문구도 보였다. 인근에 걸린 현수막은 '송간리 주민일동', '금남 노인회일동', '저석 1리 주민일동', '북부 청년회일동', '북부 이장단일동', '저석 3리주민일동', '사선호', '저석 2리주민일동, '자왕리 청년회일동' 등 총 9장이 백제보와 인근 도로에 걸렸다.

"대화하려는 의지가 안 보였다"

▲ 백제보 인근 자왕리에 비닐하우스 농가에서 지하수 고갈을 우려하고 있다. ⓒ 김종술

인근 자왕리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주민을 만나보았다(관련 기사: 4대강 수문개방 탓에 물 부족?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

"4대강 공사나 수문개방이나 우리와는 큰 상관이 없으며, 정부가 하는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 농사꾼으로서 그때나 지금이나 농사를 짓는 데 불편만 없게 해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지난번 개방 때 지하수가 나오지 않아 수막 재배 농가들이 큰 피해를 봤다. 보상한 푼 받지 못했다. 지금도 지하수로 농사를 짓는데, 수문을 개방하면 당연히 지하수가 내려가고 고갈될 것이다. 우리 입장은 생각하지도 않고, 지하수 고갈에 따른 대안도 내놓지 못하면서 수문만 개방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생존권이 걸린 만큼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주민은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수문을 개방한다는 얘기를 듣고 지난 17일 백제보 인근에서 농사짓는 농민 70~80명이 몰려가서 반대 집회를 했었다. 당시 환경부는 10일간 임시 개방하여 양수시설을 보강하고 수위 조절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지하수 고갈이 되면 어떻게 할 거냐 물었지만, 이렇다 할 답변도 듣지 못했다. 정부가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주민설명에 대한 준비와 대처도 없었다."

▲ 굳게 닫힌 백제보 상류 물빛이 기온이 오르면서 탁해지고 있다. ⓒ 김종술

지난 17일 환경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부여군, 농민들이 백제보 회의실에서 함께한 자리에 참여했던 추교화 부여환경연대 대표를 만났다.

"주민들이 바라는 것도 농업용수 보전이다. 정부가 대안을 가지고 와서 농민을 설득해야 한다. 당시 환경부는 단순히 정수장 수리를 해야 하는데, 물을 빼야 수리할 수 있다는 식, 물을 빼고 3일이면 물이 다시 찬다는 식의 얼토당토않는 말만 했다. 참석한 농림축산식품부 직원은 관정을 뚫어서 모니터링을 했는데, 물을 뺐을 때 오히려 지하수위가 올라갔다고 하길래 조사 당시에 금강 수량에 대해서 확인했는지 물었으나 확인하지 못했다는 답변만 들었다.

또 부여군청이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서 정부와 협의를 하는 식으로 가야 하는데 부여군은 손을 놓고 그냥 앉아만 있다가 갔다. 부여군과 환경부 등 4대강 수문개방에 따른 해결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예를 들면 대형 관정을 파서 공동 관리하는 방법과 강물을 펌핑해서 흘려보내는 방법 등 지하수 고갈에 따른 대안이 있어야 했다.

정부는 분명한 입장을 내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그것 조차도 설명이 되지 않았다. 4대강 문제는 금강만의 문제뿐 아니라 낙동강까지 협의를 걸쳐야 하는데 정부의 로드맵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정확한 설명도 없었으며 보 개방에 따른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4대강 수문개방을 주도하고 있는 환경부 담당자는 아래와 같이 해명했다.

"농민들이 반대가 심하고 지자체의 반대 의견도 강해서 협의 중이다. 13, 16, 17일, 19일까지 만나서 협의를 하고 있다. 하우스 농가는 지하수를 쓰고 있어서 반대하는 것 같다. 대안을 찾고 지자체와도 협의 중이다. 지난 개방에서는 일부 피해가 있어도 강행했는데, 지금은 반대하는 입장에서 조금 더 집단화되어 움직이고 있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계속해서 논의해나갈 것이며 협의가 끝나야 수문개방이 가능하다."

▲ 백제보 광장과 인근 도로변에 농민들이 걸어놓은 수문개방 반대 현수막. ⓒ 김종술

일각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문개방 반대 움직임이 집단화된다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지역 정치인들이 일부 농민들을 이용한다는 의혹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지역주민과 정부 관계자들도 "(지방선거에 이용) 증거만 없을 뿐 정치인들이 사주하는 정황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4대강 수문 개방이 정부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하나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지방자치 분권시대에 걸맞게 지역의 문제는 지역에서 풀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보 개방에 따른 민간협의체를 운영하면서도, 지역주민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협의가 가능한 지역의 환경단체와 개인은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광역시 주도의 단체만 민간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산란기에 접어든 물고기는 여전히 콘크리트에 머리를 박고 죽어간다. 4대강 사업 이후 해마다 창궐하고 있는 녹조가 스멀스멀 피어오를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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