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들어본 적 없는, 소문난 양곱창 맛의 비결

10만인 리포트

정수근, 낙동에 살어리랏다

"녹조가 대수냐"는 광암들 농민들께 드리는 편지
낙동강 보 수문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입니다

18.01.12 16:21 | 글:정수근쪽지보내기|편집:김도균쪽지보내기

안녕하신지요? 저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서 지난 10여 년간 낙동강 지킴이로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지금까지 낙동강에서 일어난 변화를 지켜보면서 4대강사업의 실체를 고발해왔지요. 4대강사업으로 망가진 낙동강의 모습을 기록해오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4대강사업으로 삶터를 잃어버린 농민과 어민, 주민과 골재노동자 등의 편에 서서 그들을 대변하는 역할도 해왔습니다.

그런 차에 합천 청덕면의 '광암들'(지천인 신반천과 만나는 합수부 서남쪽에 있는 들판으로 대부분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다) 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지난해 12월 16일과 지난 9일 두 차례 광암들 방문으로 낙동강 보 수문개방에 따른 이곳 농민들의 피해와 앞으로의 농사 걱정에 대해서도 잘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4대강사업 과정이나 그 후의 국가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역시나 강 주변의 농민과 주민들이라 씁쓸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관련 기사 - 낙동강 광암들 농민피해 mb에게 구상권 청구해야

▲ 경남 합천군 청덕면 앙진리 '광암들'의 수막재배 현장. 비닐하우스로 양상추를 키우고 있는데, 이곳 농민들은 함안보 수위 저하에 따라 지하수가 고갈되면서 냉해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낙동강 창녕함안보(함안보)의 수문개방에 따라 수막 재배 방식으로 비닐하우스에서 양상추 농사를 짓던 이곳 농민들이 냉해 피해를 입었고, 향후 수문개방이 계속될 시에는 앞으로의 농사가 어렵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잘 이해했습니다. (수막 재배란 비닐하우스 안에 또 다른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그 위에 수온 12~15℃의 물을 뿌려서 겨울 바깥의 차가운 공기를 차단하고 실내온도를 유지해 보온하는 농법으로 풍부한 지하수나 강물이 없으면 생각할 수 없는 농법 - 기자 주)

그런데 그날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수문개방이 환경단체 때문에 이루어진 일이란 말씀과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이 뭐가 나빠졌느냐", "녹조가 뭐가 그리 대수냐"는 말씀에 대해서는 꼭 설명이 필요하겠다 싶어 이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우선 "낙동강 보의 수문개방이 환경단체 때문에 이루어졌으니 너희가 우리 농업 피해에 대해서 책임을 지라"는 말씀은 깊이 새기겠습니다. 일정 부분 책임을 통감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4대강 보의 수문개방이 이루어진 것은 환경단체의 주장이라기보다는 국민들의 요구이자 시대의 요구라 할 수 있습니다.

▲ 지난 1월 9일 환경운동연합 물하천특위 활동가들이 광암들 농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4대강사업으로 망가진 낙동강과 영남의 식수원

4대강사업은 22조나 되는 국민 혈세를 들여 오히려 강 생태계를 망가뜨려 놓은 사업입니다.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국민을 속이고 실상은 대운하를 위해 수심을 6m 깊이로 파고, 강에 꼭 있어야 할 여울이나 습지, 모래를 모조리 제거한 운하 전 단계 사업입니다. 퇴임 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런 취지의 인터뷰를 한 기억도 있습니다. 그로 인해 낙동강은 인공수로로 변했고, 강물과 강 생태계는 심각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심각한 녹조현상과 물고기 떼죽음 그리고 강바닥은 썩은 펄로 뒤덮여 산소마저 없는 죽음의 공간으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는 누구보다 강의 생태를 잘 이해하는 낙동강 어민들이 증언이기도 합니다. 생명붙이들은 모두 떠나고 강에서 발견되는 존재들이라곤 수질 최악의 지표종이라 할 수 있는 실지렁이와 깔따구 유충과 같은 생명들뿐입니다. 심지어 물고기 뱃속에서 기생충까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 낙동강 바닥에서 퍼올린 썩은 펄. 4대강사업 전 낙동강 바닥은 모래였다. 그러나 4대강사업 후인 지금은 이런 검은 펄로 뒤덮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4대강사업 후 낙동강 바닥의 펄에서 나온 실시렁이와 깔따구 유충. 이들은 환경부 지정 4급수에 해당하는 최악의 수질 지표종이다. 이들의 존재로 낙동강은 4급수로 전락했다는 것이 증명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낙동강이 정상이 아닌 것이지요. 고인 물은 썩는다고, 강이 썩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강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변화를 우리가 다 알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미생물이, 어떤 박테리아가, 어떤 병원균이 이 썩어가는 강에서 창궐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특히 낙동강의 녹조현상은 농민들의 주장처럼 단순한 현상이 아닙니다. 물론 말씀처럼 녹조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부분적인 것으로 지금처럼 강 전체가 선명한 녹색띠로 뒤덮이는 이런 적은 과거에는 없었습니다. 낙동강이 고여 있기 때문에 거대한 녹조 배양장이 돼버린 것이지요. 그래서 '녹조라떼'란 말은 4대강사업을 풍자하는 유행어로 이제는 고유명사가 될 정도입니다.

문제는 그 녹조현상이 보기에도 좋지 않지만 실지로 그 안에서 심각한 독성물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이크로시스틴'이라 이 조류 독소는 청산가리의 100배나 되는 독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낙동강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먹는 물 기준치(1ppb)의 400배(456ppb)가 넘는 수치가 검출된 적도 있습니다. 그 맹독성 물질이 우리 1300만 식수원에서 창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장 우리가 마실 식수를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 4대강사업 전에도 녹조 현상은 있었지만 낙동강 하구둑 인근의 정체 구간 같은 부분적인 곳에서 일어난 반면 4대강사업 후 낙동강 전역이 녹색 강으로 변해버리는 심각한 녹조현상이 지속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뿐만 아닙니다. 낙동강에서 잡은 물고기에서도 그 조류 독소는 검출되었고, 그 녹조 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에까지 그 독성물질이 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농민들이 농사지은 농작물이 조류 독소에 오염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심각한 현실입니다. 걱정이 되지 않습니까? 이는 절대로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낙동강의 녹조현상의 진실입니다. 

낙동강을 낙동강답게 복원시키는 길

강이 강답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4대강사업 전의 낙동강은 오랫동안 그곳에서 농사를 지어오신 농민들이 아마 더 잘 알 겁니다. 강 모래톱에서 찜질도 하고, 수영도 하고,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도 끓여 먹을 수 있는 강 즉 우리가 들어가 즐길 수 있는 강의 모습 말입니다.

▲ 아이들이 강에 들어가서 맘껏 놀고 있다. 이것이 살아있는 강의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데 4대강사업은 그런 낙동강을 앗아가 버렸습니다. 강이 강답지 못하고 거대한 인공수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들어갈 수 없는 강, 우리 아이들이 체험마저 할 수 없는 강이 돼버린 것입니다. 그건 야생동물들에게도 치명적입니다. 마음 놓고 건너다녔던 낙동강이 건너지 못하는 낙동강이 되어 그들의 서식처가 절반이나 사라져버렸습니다.

물론 강물은 많아졌습니다. 아니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건강치 못한 강물입니다. 썩어가는 강물만 많아진 것입니다. 그런 강물을 먹고 사는 우리 영남인들은 정말 아무 이상이 없을까요?

건강한 강에서 건강한 물이 생성됩니다. 우리 인간의 몸은 70%가 물입니다. 얼마나 건강한 물을 마시느냐에 따라 우리 건강이 좌우됩니다. 우리 식수원 낙동강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댐과 같은 보로 강을 막아두면 강이 절대로 건강해질 수 없습니다. 강은 모래층과 습지를 흘러가면서 스스로 정화되어 가는데, 그런 자정 기능이 모조리 사라진 것입니다.

▲ 강을 직선의 인공수로로 만들어버리고 있는 4대강사업 당시 현장의 모습이다. 4대강사업 후 낙동강은 습지와 모래와 모래톱이 사라진 인공의 수로가 되버렸다. ⓒ 낙동강지키기 부산경남운동본부

그래서 우리가 수문개방을 요구하는 것이고, 보 철거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강을 강답게 만들어 건강한 강으로 되돌리자는 것입니다. 그래야 건강한 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농작물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하수를 고갈시키는 수막 재배는 바람직한 농법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광암들의 수막 재배는 바람직한 농업 방식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광암들의 비닐하우스가 대략 700동이고 하우스 2~3동당 지하수 관정이 하나씩 쓰인다면 지하수 관정이 최소 200개 이상이 될 것이고, 14~15시간을 지하수를 퍼올리면 관정당 대략 하루 200톤 이상의 지하수를 쓰게 됩니다. 전체로 따지면 4만톤 이상입니다. 어마어마한 지하수입니다.

농작물에 물을 주기 위한 것도 아니고, 보온용으로 그 많은 물을 쓴다는 건 지하수 고갈사태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보입니다. 바람직한 농업 방식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건 농민들이 어쩌면 더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이런 이유로 수막 재배를 포기하려는 농민도 만나봤습니다.

▲ 낙동강 광암들에 빼곡이 들어찬 비닐하우스. 이 중 70% 이상이 수막재배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물론 이번 겨울의 냉해 피해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대강사업을 강행해 풍부한 강물이 존재해졌고 그에 따라 물을 펑펑 써도 되는 구조를 만들어놓은 것도 국가이고, 강을 강답게 만들기 위해서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연 것도 국가입니다. 이런 농업 피해에 대해서 미리 면밀히 들여다보지 못한 책임이 국가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피해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한 것도 이번 수문개방의 목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 피해에 대해서는 응당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나 전체 들 면적에서 수막 재배 비율이 70%가 넘는 이런 방식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방식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의 구조가 기형적으로 바뀌었기에 가능한 방식이지 과거 정상적인 낙동강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방식입니다. 그러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4대강과 같은 국가의 근간이 되는 강은 함부로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 강을 아무런 대책도 없이 건드려놓으니 강과 그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과 농어민들이 지금 큰 고충을 겪고 있습니다.

▲ 1월 9일 현재 합천보의 수문 모두가 활짝 열렸다. 비로소 완전한 수문개방이 이루어진 역사적인 날이다. 다른 7개 보의 수문도 하루빨리 합천보처럼 활짝 열리기를 희망해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은 강 자체가 너무 심각하게 왜곡돼 있습니다. 이를 바로잡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입니다. 그러니 4대강 보 수문개방과 보 철거는 대세이자 순리라 생각됩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실적인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이 따라야 하는 것은 지당한 것입니다. 그러니 광암들 농민 여러분들도 이런 순리는 따라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문개방에 따른 응급 후속 조처로 복류수 취수를 통한 강물 공급 방식도 이야기되는 것으로 압니다. 모쪼록 잘 해결되어서 광암들 농민들이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또한 이 기회에 광암들의 지속가능한 농업 방식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눠보시길 바라보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덧붙이는 글 | 강은 인공의 수로가 아닙니다. 강을 강답게 만드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4대강 재자연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글은 지역 인터넷매체 <평화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추천 리포트
이 기사와 관련된 최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