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인 리포트

전국 일주, 지역이 희망이다

태안 기름유출 10년, 암환자는 급증하고 삼성은 떠났다
[심층취재] 피해주민들, 배·보상 놓고 이웃과 갈등 속앓이

17.12.07 12:12 | 글:김동이쪽지보내기|편집:김도균쪽지보내기

▲ 태안기름유출사고 10년, 태안주민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 정대희

태안 기름유출사고 10년, 바다엔 기적이 일어났으나 땅은 그렇지 않다. 검은 기름이 할퀴고 간 자리에 시커먼 흉터가 남았다. 지금부터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진 이야기를 시작한다.

태안주민 건강 '적신호'

▲ 가의도 섬 주민들이 떠밀려 온 기름이 자갈틈새로 스며들어 자갈을 거둬내며 기름을 닦아내고 있는 모습 ⓒ 정대희

'남자는 전립선암, 여자는 백혈병 급증'

태안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추적한 결과다. 태안지역 암 발생률 분석결과를 연구해보니 이상한 증상이 발견됐다. 숫자가 눈에 띄었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보니 수치가 높았다. 국가통계 포털과 중앙암등록본부 자료를 바탕으로 얻은 결론이다. 기름유출사고 10년을 맞아 태안군 보건의료원이 내놓은 주민 건강 영향조사다.

태안 지역 남성은 전립선암 발명률이 높았다. 같은 기간 인구 10만 명당 표준화 발병률과 차이가 났다. 연구결과는 이렇다.

1999~2003년 10.7명(전국 9.7명)
2004~2008년 12.1명(전국 19.0명)
2009~2013년 30.7명(전국 26.5명)

2007년 기름유출사고가 난 뒤에 수치가 급격하게 올라갔다. 구체적인 결과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기름유출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태안군 소원면과 원북면, 이원면, 근흥면 등 4개 지역의 주민들은 2004~2008년 12.3명에서 2009~2014년 33.9명으로 2.8배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검은 기름에 노출이 덜했던 태안읍과 안면읍, 남면, 고남면은 2004~2008년 11.8명에서 2009~2013년 28.3명으로 2.4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증가율은 0.4이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태안 지역 여성의 백혈병 발병률을 따져보니 전국 수치보다 54%가 높았다. 수치는 이렇다.

1999~2003년 5.1명(전국 3.9명)
2004~2008년 5.6명(전국 4.0명)
2009~2013년 8.6명(전국 4.1명)

남성과 똑같다. 2007년 기름유출사고를 겪은 뒤 발병률이 급작스럽게 치솟았다. 검은 기름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지역을 나눠 연구·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고노출지역으로 분류된 태안군 소원면과 원북면, 이원면, 근흥면은 2004~2008년 10.8명에서 2009~2014년 20.8명으로 2배 높아졌다. 저노출지역으로 분류된 4개 마을(태안읍, 안면읍, 남면, 고남면)은 2004~2008년 3.9명에서 2009~2014년 4.2명을 나타냈다. 전국 평균 증가율은 3%다.

멀어진 이웃, 다툼만 늘었다

▲ 태안읍 신터미널 인근 도로에서 열린 집단시위에 참가한 피해지역주민들. ⓒ 정대희

건강만 잃은 게 아니다. 이웃과의 사이도 멀어졌다. 사고 후 이런저런 갈등이 빚어져 사사건건 충돌하는 일이 잦아졌다. 압축하면, 크게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정부와 지역주민 간의 마찰이다. 지난달 14일 충남 태안군에 있는 문화예술회관 대강당에서 벌어진 장면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평생 바닷가에서 굴 양식을 하며 살았는데, 기름유출사고로 피해를 입고도 10원 한 장 (피해 배·보상을) 못 받았다. 분통이 터진다. '보상받지 못한 자'에도 끼지 못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다."

마이크를 쥔 손이 떨렸다. "여든일곱"의 촌로는 소리를 '꽥' 질렀다 입에서 새어 나온 쇳소리가 687개의 좌석 위로 울려 퍼졌다. 널찍이 마주 앉은 이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정부의 피해보상 지원방식에 불만을 품은 주민이 날 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보상받지 못한 자. 기름유출사고로 피해를 입고도 배·보상에서 제외된 주민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런 피해주민을 구제하고자 법이 만들어졌다. '허베이스리피트호 유류오염사고 피해주민의 지원 및 해양환경의 복원 등에 관한 특별법'(아래 태안특별법)이다. 법에선 '보상받지 못한 자'를 이렇게 설명한다. 주로 맨손어업이나 영세업자다.

'유류오염 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른 손해배상 또는 보상을 청구 한 자로서 실질적인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 또는 보상을 받지 못한 자'

누굴 지원할 거냐. 이게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보상받지 못한 자'에 대한 기준을 손보고 있다. 아직까진 지원 대상을 확정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피해신청 건수에 비례한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피해주민 협의기구는 기구대로, 여기서 제외된 단체대로, 맨손어업자는 이들 나름대로, 각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와 피해주민들이 10년간 신경전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얼마나 지원될까도 다툼의 대상이다. 아직 지원 규모가 결정되지 않았으나 추론은 가능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법원은 기름유출사고의 피해 배·보상금의 총액으로 4324억 원을 판결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방제비용과 해양복원사업비(517억 원)를 제외하면 피해주민에게 돌아가는 피해액은 3807억 원이다.

국제유류오염기구(IOPC Fund, 아래 국제기금)의 최대 피해보상액은 3216억 원이다. 삼성중공업의 배상 한도는 56억 원이다. 정부와 지자체 피해액(517억 원)을 제외하더라도 주민 피해 지원으로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규모는 535억 원에 달한다.

그래서다. 국회 허베이스리피트호 유류피해대책특별위원회가 15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통과시키는 게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해양수산부는 1267억 원을 내다봤다.

피해 배·보상금도 다툼의 대상이다. 법원이 판결한 4324억 원은 피해주민이 신고한 개별 채권 4조 2274억 원(총 12만 7319건)에 턱없이 모자란 규모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1월 만 기준, 12만 7166(99.88%)건이 완료됐다.

태안군은 총 2만 5735건의 제한채권을 신청해 이 가운데 7367건이 1심에서 단 푼도 피해를 인정받지 못했다. 피해민과 국제기금의 이의 제기로 열린 2심은 2210건 중 2207건이 종결돼 3건이 남아 있으며, 3심 대법원은 1991건 가운데 1942건을 종결짓고 49건은 아직까지 판결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주민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배·보상 절차는 1차 피해주민이 국제기금에 피해를 신청해 합의하거나, 2차 사정 재판을 신청해 법원이 배·보상액을 판단한다.

반복되는 갈등, 속앓는 태안

▲ 기름으로 뒤범벅된 굴 양식장에서 피해주민이 안타까운 심정으로 서 있는 모습 ⓒ 정대희

두 번째는 지역주민 간의 갈등이다. 피해 배·보상을 거치면서 싸늘한 기류가 형성됐다.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온도 차가 커서다. 여기에 삼성중공업이 내놓은 '발전기금'의 배분 문제 등으로 한바탕 소통을 겪으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최근에 이런 현수막이 태안에 내걸렸다.

'삼성발전기금은 피해민의 눈물이다. 허베이 조합은 삼성발전기금에 관여하자 마라'
'삼성발전기금에 눈먼 태안 유류피해민대책총연합회는 즉각 해산하라'

기름유출사고의 피해주민 단체 '보상받지 못한 피해민의 모임'이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이유는 허베이 협동조합이 삼성중공업의 발전기금을 빌미로 은행에 5억 원을 대출을 받아 사용했다는 거다.

허베이 협동조합은 기름유출사고 후 만들어진 15개 피해대책위연합회의 모임 태안군 유류피해대책총연합회가 삼성중공업의 발전기금을 수령, 운영·관리할 목적으로 설립한 단체다.

국현민 '보상받지 못한 피해민의 모임'의 대표는 "공익적으로 사용해야 할 출연기금을 특정단체에 서 맘대로 주물러서는 안 된다"며 "삼성출연기금은 태안군으로 귀속시켜 지자체에서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 허베이 협동조합은 해산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문승일 태안군 유류피해대책총연합회 사무국장의 입장은 다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삼성 출연기금은 법률상 정부나 지자체가 수탁하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해 비영리법인을 통해 수탁을 결정, 허베이 협동조합을 설립한 것이다. 정부 중재하에 이뤄졌으며, 허베이 협동조합은 지난 2016년 12월 31일 해양수산부로부터 삼성 기금의 수탁운영자로도 인가를 받았다. 올해 6월 기획재정부에 지정기부금 단체등록도 마친 상태다."

도의적 책임 약속한 삼성중공업, 태안 떠났다
▲ 벌 서는 삼성 ⓒ 정대희

피해주민들이 건강을 잃고 갈등에 속앓이하는 사이 삼성은 태안을 떠났다. 지난 9월, 삼성중공업 태안사무소가 있던 사무실을 기자가 직접 가보니 텅 비어 있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8년 피해지역의 사회공헌 사업을 위해 태안사무소를 열었다.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겠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기름유출사고 10년을 앞두고 태안을 떠났다.

'금전적 책임'은 커졌다. 지난 2013년 11월 국회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오염 피해대책특별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삼성중공업의 지역발전 출연금 규모를 3600억 원으로 확정 의결했다.

삼성중공업은 출연금을 내놓고 손을 뗐다. 출연금 배분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태안군을 포함한 11개 시군이 배분 문제와 활용방안을 놓고 진통을 앓다가 지난 2월 4일, 끝내 협약을 체결했다. 이 돈은 해양수산부의 권고에 따라 대한상사 중재원에서 피해지역에 배분했다. 3600억 원에는 이미 집행한 500억 원이 포함됐으며, 200억 원은 충남지역 6개 시·군의 사회공헌사업비로 따로 배분돼 집행될 예정이다. 태안군은 지금까지 확정된 700억 원을 제외한 삼상중공업 출연금 2900억 원 가운데 1421억 원(49%)이 배분됐다.

정부 사업도 끝이 났다. 지금까지 2400억 원이 지역 활성화 사업, 이미지 개선사업, 환경복원사업 등으로 태안에 지원됐다. 기름유출사고 지원 사업 명목이었다.   

결론은 이렇다. 태안 기름유출사고 10년, 피해지역 주민들은 건강을 잃고 이웃들과의 갈등에 속앓이 중이다. 도덕적 책임을 약속했던 삼성은 '발전기금' 명목으로 돈을 내놓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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