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언론이 놓친 문 대통령의 '신의 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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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독립군 미국에 가다

털 빠진 너구리 사진, 댓글 수천 개가 쏟아졌다
[4대강 독립군 미국에 가다] 오늘 출발합니다

17.04.09 10:11 | 글:김종술쪽지보내기|편집:김준수쪽지보내기

박근혜 탄핵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은 적폐청산 1호라 할 만 하다. 차기 정권은 수문 개방뿐만 아니라 4대강 청문회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선정해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대통령 선거에 즈음해 미국 현지 취재 등을 통해 4대강 사업의 폐해를 환기시키고,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편집자말]
여기,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 강변에 살아가는 야생동물들도 건강을 잃었다. 가죽만 앙상하게 남은 너구리가 인기척에 느리게 도망가고 있다. ⓒ 김종술

제가 최근 금강에서 찍은 털 빠진 너구리 사진입니다. 앙상하게 뼈만 남았죠. 오마이뉴스에 보낸 사진 기사(처참한 몰골 드러낸 금강, 야생동물도 비틀거린다)가 포털에 오르자 수천 개의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동물병원에 연락해 주세요."
"너무 미안해 눈물만 납니다."
"끔찍하다. 혈세 수십조 원을 쏟아 부은 결과가 환경파괴냐."
"4대강 청문회를 열고 이명박과 그 일당을 구속하라."

털 빠진 너구리, 사진 한 장의 힘

저는 이 사진을 찍은 지난 3월 24일에도 금강을 혼자 걷고 있었습니다. 이날 수자원 공사는 세종보와 공주보를 수리하려고 강의 수위를 낮췄습니다. 물 빠진 금강을 취재하려고 공주보 상류 1.5km 지점 펄밭에 들어갔습니다. 전에는 금은 모래밭이었던 곳이 4대강 공사 후 5년여 만에 악취가 풀풀 풍기는 펄밭으로 변했습니다.  

멀리 작은 웅덩이에서 고개를 처박고 물을 마시는 동물을 보았습니다. 처음엔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로 생각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서 "이리 와라~" 소리쳤습니다. 돌아서서 피하는 모습이 부자연스럽더라고요. 녀석은 빨리 도망가지도 못했습니다. 느릿느릿 한 발짝씩 힘겹게 내딛으면서 우거진 갈대숲으로 들어갈 때까지 뒤를 쫓으면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너구리였습니다. 피부병에 걸렸는지, 털이 군데군데 빠졌고 앙상한 가죽만 남았습니다. 먹먹했습니다.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내 주머니를 뒤졌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간식으로 가져간 초콜릿 하나를 갈대숲에 놓고 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 기사는 제가 지난 2015년에 금강에서 큰빗이끼벌레를 처음으로 발견한 뒤에 쏘아 올렸던 기사의 반응만큼 뜨거웠습니다. 4대강 공사로 인한 공산성 붕괴 특종을 했을 때보다는 더 뜨거웠습니다. 한 독자는 오마이뉴스 '좋은 기사 원고료'로 1백만 원을 보내주셨습니다. "4대강 사업에 앞장선 정치인, 학자, 언론을 꼭 심판대에 세워 달라"는 전화도 빗발쳤습니다.

사진 한 장의 힘. 이건 비참한 4대강의 진실에서 나오는 힘입니다. 독자들이 털 빠진 너구리 사진에서 본 것은 안타까운 금강의 맨얼굴이었습니다. 22조 원에 이어 매년 수천억 원씩 세금을 쏟아 부으면서 4대강을 이 지경으로 만든 이명박 전 대통령의 거짓말에 분노했습니다.

저는 오늘 미국으로 갑니다
▲ 금강엔 독이 가득하다. 녹조는 독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맹독성 물질이 들어있다. 그 독이 금강을 점령했다. 물고기조차 살 수 없는 강은 강이 아니다. 늪이다. 악취가 풍긴다. 금강이 쑥대밭 됐다. '젖과 꿀이 흐르는 4대강을 만들겠다'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다. '4대강 청문회' 열자. ⓒ 정대희

저는 오늘(9일) '이명박 4대강'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운 마음을 안고 미국행 비행기를 탑니다. 작년 8~9월 '4대강 청문회를 열자' 탐사보도 특별 취재 과정에서 후원자들과 독자들에게 약속한 일이기도 합니다. 세계 최대 댐 보유국 중 하나인 미국은 무슨 이유 때문에 지난 30년간 1000여 개의 댐을 부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습니다. 그게 대안이라는 걸 전하고 싶었습니다.

대선 이슈가 초미의 관심사인 시기에 4대강 문제가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사실 이런 고민도 했습니다. 모처럼 미국까지 가서 해외 취재를 하는 데 다른 이슈에 묻혀 빛을 보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잠깐 머뭇거렸지만 결론은 '그래도 가자'였습니다. 대선 때이기에 더욱 더 4대강 문제를 부각해야 한다는 의무감까지 들었습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오만이 부른 권력형 참사였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4대강에서 시시각각 참사가 벌어지는 데 이를 방조했습니다. 매년 수천억 원의 세금을 쏟아 부으면서 이 전 대통령이 4대강에 세운 오만의 금자탑 16개 댐을 유지시켰습니다. 박근혜를 탄핵한 촛불은 적폐 청산을 명령하고 있는 데, 4대강 사업은 적폐 청산 1호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입니다. 대선에 나선 후보는 국민들에게 약속해야 합니다. 수문을 열거나 댐을 해체하겠다고 다짐해야 합니다. 반드시 4대강 청문회나 국정 조사를 열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심판대에 세워야 합니다. 그에 부역해서 승승장구했거나, 관료 등에게 흥청망청 나눠준 훈포상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공약해야 합니다. 집권 초기에 4대강 청산을 완료하겠다고 말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4대강의 희망을...



저는 지난 8년간 금강에 출근하면서 기록해왔습니다. 죽어가는 4대강을 기사를 통해 고발해왔습니다. 수풀 속에 들어갔다가 뱀에 물리고 벌에 쏘이기도 했습니다. 죽은 물고기들이 꿈에 나타나고, 온 몸에서 시궁창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정신과 치료도 받았습니다. 삽자루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4대강 공사장 인부들에게 두드려 맞기도 했습니다. 공무원들의 폭언과 협박도 다반사였습니다.

하지만 오늘(9일) 미국으로 떠나는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가볍습니다. 다시 살아난 강, 댐을 해체한 미국의 엘와강에서 수문을 열거나 해체한 금강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는 2020년까지 4개 댐을 동시에 철거하는 결정을 내린 클라마스강에서 4대강 16개의 댐이 동시에 해체되는 희망을 볼 수 있습니다. 4대강 부역자들은 22조 원을 들여서 만든 댐을 용도 폐기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게 바로 경제적 대안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혼자만 떠나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부터 4대강을 함께 취재해왔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4대강 독립군'들과 떠납니다. 이들은 아무도 찾지 않는 4대강 현장을 지키면서 묵묵히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던 기자들입니다. 기성 언론과 국민들을 대신해 매년 수천억 원씩 4대강에 세금을 수장시키는 현장을 고발해왔던 시민들입니다. 성원하고 후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갈아엎는 달 4월, 털 빠진 너구리와 같은 4대강에 새 희망을 몰고 오겠습니다.

4대강 독립군들을 성원해 주십시오
오마이뉴스는 '4대강 독립군'들과 함께 4대강 청문회가 열릴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를 후원해 주십시오. 매월 1만원의 자발적 구독료를 내는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시면 됩니다. 010-3270-3828(10만인클럽 핸드폰)으로 전화 주세요. 또 이번 현장 취재를 하는데 환경운동연합, 대구환경운동연합, 불교환경연대의 도움이 많았습니다. 4대강을 회복시키려고 노력해 온 단체들에게도 후원(회원 가입) 마음을 내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위의 단체 이름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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