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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진 시인의 삶이 아름다운 당신

서울대보다 입학 어렵다는 고교에 '정의 세우겠다'는 교사
[조호진 시인의 삶이 아름다운 당신] 하나고 입시비리 고발했다 해직된 전경원 교사

17.03.06 18:09 | 글:조호진쪽지보내기|편집:김도균쪽지보내기

▲ 하나고 학생들은 전경원 선생을 사랑했다. 그런데, 입시부정을 고발하면서 그는 집단 왕따 당했다. ⓒ 전경원

전국 자율형 사립고 중에서 1인당 교육비가 두 번째로 많은 하나고(2041만 원). 1년 학비가 1466만 원으로 사립대학보다 비싼 이 학교는 일명 'MB귀족학교'로 불리기도 한다. 이명박 대통령 정권 시절인 2010년 설립된 하나고는 각종 특혜로 논란을 일으켰는데 하나고 초대 이사장인 김승유(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와 MB는 고려대 동문이며 김각영(전 검찰총장) 하나고 현 이사장도 고대 출신이다.

서울대보다 입학이 더 어렵다는 하나고등학교.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입학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 학교 구성원들은 명예를 중시한다. 그런데 명예가 추락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2010년 개교 이래 지속적으로 점수를 조작하면서 학생을 선발한 하나고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동안만 무려 90여 명의 신입생 성적을 조작했다. 서류평가와 면접점수를 조작해 남학생에게 가산점을 주면서 여학생을 떨어뜨리는 방식이었다.

하나고 입시 비리는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시 비리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정유라 입시 비리 관련자들은 줄줄이 구속됐지만 하나고 입시 비리 관련자들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하나고 입시 비리 사건을 담당한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김도균 부장검사)는 지난해 12월 김승유 이사장 등 관련자 10명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즉각 항고했다.

정유라의 입학은 취소됐다. 그런데 하나고에서 입학이 취소된 학생은 한 명도 없다. 그래서일까? 이 학교 학부모들은 몸을 사리거나 부끄러워하기보다 입시 비리를 제보한 교사를 비난했다. 비난의 이유는 입시 비리를 외부에 알리면서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고의 명예는 입시 비리를 감추는 것일까. 불의에 가담하면서 정의를 공격하는 게 하나고의 명예인가. 명문사학을 지향하는 하나고의 명예는 어떤 명예인가.

교육부 소청심사위, 해임 취소 결정... 하나고는 어떤 선택을 할까?

▲ 하나고에서 수업 중인 전경원 교사. 그는 "학교로 어서 돌아가 예전처럼 즐겁게 수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 전경원

▲ 어린왕자처럼 해맑게 웃는 전경원 교사. ⓒ 이지상

지난 2015년 8월 서울시의회 '하나고 특혜의혹 행정사무소자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학교의 입시 비리를 증언했다 해임된 전경원(47) 교사가 해임 5개월 만에 학교로 돌아가게 됐다.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는 지난달 22일 소청심사에서 하나고의 징계가 부당하고 절차적으로도 위법했다면서 해임 취소를 결정했다.

전 교사는 지난달 26일 기자에게 "학교로 어서 돌아가 예전처럼 즐겁게 수업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하지만 그의 바람대로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하나고는 그에게 소청심사위의 결정서를 받은 뒤에 연락을 주겠다며 학교에 오지 말라고 했다. 하나고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주변에선 복직시킨 뒤에 재징계 등의 보복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봄볕 따스하던 지난 2월 24일 전 교사를 만났다. 가슴을 풀어헤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3시간이 넘었다. 점심을 먹고 서대문 독립공원을 거닐었다. 해직교사 전경원, 아무리 살펴봐도 투사가 아닌 어린 왕자다. 귀공자 같은 얼굴에서 마흔일곱의 비루함을 읽기 힘들었다. 사학(私學)에서 생존하는 마흔 혹은 쉰 무렵의 선생들은 교육 장사치의 횡포에 늙어간다. 불의에 맞서고 싶지만, 처자식이 눈에 밟힌다. 그렇게들 비참하게 사는데 전업주부인 아내(47)와 아들(중1)과 딸(초5)을 둔 그는 어쩌자고 교사의 양심과 정의를 선택했단 말인가.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샘이 있기 때문이야!"

가도 가도 모래뿐인 사막이 과연 아름다울 수 있을까. 몽골 사막에서 낙타 뼈를 발견한 적이 있다. 사막을 횡단하는 낙타에게도 사막은 무덤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어린 왕자는 사막이 아름답다고 했다. 비리 사학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 나라에서 교육은 아름다울 수 있을까. 사막 같은 교실에서 아이들은 시들어가고 상당수 교사들은 무릎 꿇은 낙타처럼 굴종하며 사는데, 그는 어린 왕자처럼 "학교는 정의로워야 하고 아이들은 아름다워야 한다!"면서 사막 같은 학교에 샘을 파겠단다.

"진정한 교사란 정의로운 삶을 가르치는 사람"

▲ 전경원 교사는 "진정한 교사는 정의를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 이지상

문학박사, <두산동아>와 <미래엔> 출판사의 국어 교과서 대표집필자, 전국모의고사 국어영역 출제위원, 서울시교육청 1급 정교사 연수 교수 요원, 인천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겸임교수...

그는 최고의 스펙을 갖춘 교사다. 게다가 얼굴은 어린 왕자처럼 동안이다. 이런 스펙에다 훈남이니 학교에서 스캔들 좀 일으켰을 법한데 그가 일으킨 스캔들은 성추행이나 촌지 문제가 아니라 하나고에서 수년간 조직적으로 자행됐던 입시 비리를 바로 잡기 위해 공익 제보한 것이다.

그는 하나고 개교준비위원이었고 교수학습실(일반 학교의 '연구부'와 '진학부'를 합친 부서) 실장이었으며 교가를 직접 지었을 정도로 헌신했고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가 양정고에서 하나고로 옮긴 이유는 덕성과 지성 그리고 감성을 갖춘 인재육성이라는 캐치프레이즈 때문이었다. 2009년 하나고로 옮길 당시 7년 차 교사였던 그의 고민은 학원 강사 취급받는 교사의 비참함이었다.

"백범 김구, 도산 안창호, 단재 신채호, 만해 한용운, 씨알 함석헌, 남강 이승훈, <성서조선>(聖書朝鮮)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김교신 등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가 학생에게 질문하듯 물었다. "독립운동가 혹은 민족지도자!"라고 답했더니 아니라고 했다. 정답은 교사라고 했다. 그는 "이들의 평전을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은 모두 교사였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초등학교 교사 시절의 백범 선생은 아이들 20명을 앉혀 놓고 민족이 처한 암울한 현실과 민족이 헤쳐 나가야 할 미래에 대해 가르쳤습니다. 선생의 본분은 교과를 가르치는 것이지만 그게 다는 아닙니다. 진정한 교사의 역할은 교과서뿐 아니라 정의로운 삶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늘의 교육체제는 선생들에게 지식 전달 노동자가 되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진명여고를 거쳐 양정고에서 7년째 교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수능 점수를 올려주는 일에 매달리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교사인가 학원 강사인가', '수능 문제 풀이에 매달리려고 교사가 됐나', 이런 고민을 하다 수능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바꿔보려고 양정고를 그만두고 건국대 입학사정관으로 일하다 2009년 9월 주입식 교육이 아닌 토론식 수업과 창의적 교육으로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하나고의 교사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엄규백 양정고 교장, 이회창 찍었지만 노무현 찍은 교사 임용

▲ 젊은 시절의 엄규백 양정고 교장. ⓒ 전경원

진명여고에서 2년간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던 그는 2004년 양정고에 교사 지원서류를 냈다. 그를 면접한 이는 엄규백(당시 71세) 양정고 교장이었다. 엄 교장은 설립자 엄주익의 손자로 서울대 교수 출신이다. 엄 교장은 그에게 "지난 대선(2003년)에서 어떤 후보를 찍었냐?"고 질문했고 그는 "노무현 후보를 찍었다"고 솔직히 대답했다.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던 엄 교장은 왜 노무현을 찍었냐고 화를 내며 책망했고 그는 양정고 교사가 되긴 틀렸다 생각하면서 면접장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합격했다. 국어교사 한 명 모집에 168명이 지원했는데 그가 뽑힌 것이다. 양정고 국어교사로 임용된 그는 회식자리에서 엄 교장에게 "왜 저를 뽑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엄 교장은 "다른 지원자들은 내가 원하는 대답이 이회창 후보인 줄 알고 그를 찍었다고 말했는데 전 선생만 유일하게 노무현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교사는 눈치를 보는 교사가 아닌 정직한 교사입니다. 그래서 전 선생을 선택했다."라는 일화를 들려주었다.

엄규백 교장은 보수 인사다. 하지만 그는 노무현 지지자를 교사로 임용했을 뿐 아니라 부장교사의 절반 정도를 전교조 교사로 임명하는 등 학교 운영에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등용했다. 전경원 선생은 "진정한 보수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요"라면서 "정치적 입장이 다르지만, 상대를 존중하는 엄규백 교장 선생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면서 엄 교장과 관련된 일화를 더 들려주었다.

"사립학교 교사가 되려면 5천만에서 7천만 원가량의 학교발전기금을 내야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에 어떤 교사가 임용됐습니다. 임용 첫날, 엄 교장에게 인사를 드린 그 교사가 교장실에 봉투를 슬그머니 놓고 갔는데 감사편지인 줄 알고 열어보니 돈이 들었던 것입니다. 엄 교장은 그 교사를 임용 첫날 해임시켰습니다. 물론, 양정중고교 교사에 임용되면 돈이 들어갑니다. 출근 첫날, 양정중고교 교사들에게 요구르트 한 병씩 돌리면서 인사합니다. 들어가는 돈은 요구르트값이 전부입니다. "

엄 교장은 2007년 양정고 출신 김창동(당시 52세) 전 서울시교육청 중등장학사에게 교장 자리를 물려주고는 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엄 이사장 시절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했다.

"어느 날, 엄 이사장이 교장 선생의 관용차를 타고 퇴근했는데 이를 본 한 교사가 '이사장이 왜 교장 차를 사용하느냐'라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엄 이사장이 회의 석상에서 '수술 후유증으로 몸이 힘들어 그날만 교장 차를 이용했다. 선생들이 건강을 챙겨주어 고맙다'는 말로 험악한 분위기를 웃음으로 바꾸었습니다. 그 교사는 이사장의 유머에 머쓱했고요. 엄 이사장은 그 이후 그 교사에게 어떤 보복도 탄압도 하지 않았습니다."

"김승유 이사장이 무서웠냐고? 그는 교육에 대해 가르쳐야 할 사람"

▲ 2015년 9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서울시교육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 ⓒ 남소연

그는 하나고에서 양정고와 전혀 다른 사학의 실체를 봤다. 겉으론 미사여구로 분칠했지만, 하나고의 민낯은 입시부정이었다. 그는 하나고에서 엄규백 이사장과 전혀 다른 김승유 이사장을 만났다. 김 이사장은 금융계 거물 정도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인 김 이사장은 MB정권 시절 막강한 인사였다. 그런 그에게 일개 교사가 정의를 강조하며 맞섰다. 그런 모습이 우습게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김 이사장은 전경원 선생의 정의감을 비웃었다.

"학교 문제에 대한 글을 이사장 메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사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문제 해결을 요청했지만 김 이사장은 '조용히 학교를 떠나라. 징계하면 다른 학교도 못 간다'라고 협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학교가 정의로워지는 모습을 꼭 보겠다'고 말하자 김 이사장은 비웃으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못 견디게 해드리죠'라고 재차 협박했습니다. 김 이사장의 모습을 보면서 대화로는 학교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해 공익 제보했습니다."

▲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기자와 전경원(오른쪽)교사는 희망과 정의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웃었다. 봄이 오면 희망과 정의의 꽃이 필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 이지상

그에게 "김승유 이사장이 무섭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분이 금융계의 막강한 권력자고 대통령의 친구이지만 교육에 대해선 가르쳐야 할 대상이지 무서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질문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김승유 이사장이 전경원 선생을 무서워 한 것은 아닐까. 김 이사장은 겁박에도 흔들리지 않는 전경원 선생이 무서웠을 것이다. 그래서 전 교사가 지은 교가를 바꾸라 지시하고 징계와 왕따로 보복하다 해임의 칼을 휘둘렀을 것이다. 힘으로 누르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통하지 않자 당황했을 것이다.

그와 5시간에 걸쳐 이야길 나누었다. 그의 발음은 대숲 속의 바람처럼 부드러웠다. 하지만 결은 대쪽이었다. 어린 왕자의 얼굴과 부드러운 목소리 어디에 대쪽이 숨었을까 생활했다. 그의 카톡에는 좌우명인 '종신불퇴'(終身不退)라는 법구경과 '사이후이'(死而後已)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그는 "'종신불퇴'란 죽을 때까지 물러서지 않는다, '사이후이'란 죽은 뒤에야 그친다는 뜻으로 제가 추구한 가치를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조선의 마지막 유학자 간재(艮齋) 전우(1841~1922)가 집안 어르신"이라면서 "그 영향으로 한문학을 전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67세의 간재는 일제 침략에 흔들리던 1908년 고향 군산 앞바다 섬인 '고군산열도'(지금의 새만금 일대)에 들어가 후학을 양성한 인물로 '꼬장꼬장한 딸깍발이'로 불린다. 학생운동권 출신도 전교조 조합원도 아니었던(현재는 전교조 서울지부 사립위원회 사무국장) 그가 홀로 싸울 수 있었던 근원을 알겠다. 그의 좌우명 종신불퇴와 사이후이가 이 싸움의 힘이란 사실을 알았다.

"교육 정의를 세우기 위해 하나고로 돌아갈 것"

▲ 전경원 교사는 "종신불퇴란 죽을 때까지 물러서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했다. ⓒ 이지상

"교육 정의를 세우기 위해 하나고로 돌아갈 것입니다. 학교로 반드시 돌아가 백범과 김교신 같은 민족의 지도자를 길러내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나고 제자들이 더 이상 특권의식에 갇힌 학생이 아닌, 불의에 침묵하고 굴종하는 학생이 아닌, 정의로운 삶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으로 성장하도록 삶을 나누고 싶습니다. 정의는 외면한 채 명문대 진학에 매달린 하나고는 실패한 학교입니다. 정의와 부끄러움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는 결코 명문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됩니다.

주변에선 이제 명예를 회복했으니 그만 편하게 살라고 조언합니다. 강남의 유명 학원과 유명 입시업체에선 언제든 연락하라고 제안해 왔고요. 해직 이후, 힘들어하는 가족을 보면서 한 5년 정도 돈 벌어서 편하게 살아볼까 하는 고민을 잠시 했습니다. 그러려면 교사의 손으로 교육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수능 중심의 교육체제를 바꾸자고 수없이 말했던 저는 돈에 팔려가야 합니다. 돈에 팔려가는 교사, 이런 비참한 결론에 이르자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하나고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학교로 돌아가 정의와 희망이 솟는 샘을 파고 싶다"면서 "학교는 사막이 아닌 희망의 숲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고가 변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대가 교육 적폐 청산을 요구하고 있고 사회적, 정치적 상황이 하나고의 입시부정을 묻어 두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하나학원을 세운 하나은행의 현재 상황이 과거와 다르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하나은행에게 하나고는 현재 골치 아픈 짐입니다. 하나은행이 하나고에 매년 30억 원을 지원했는데 금융감독위원회가 이를 금지시켰습니다. 하나고의 임직원 자녀 특별전형이 대가성 특혜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은행을 쥐락펴락하던 김승유 전 이사장의 영향력도 약화되고 있습니다. 하나고가 특혜와 불공정에서 벗어나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비리 사학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도 없고, 교육 정의를 요구하는 사회적, 정치적 심판을 피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하나고는 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 양정고 제자들과 함께. 축구도 하고, 자장면도 먹고, 목욕탕에서 서로 등을 밀어주고, 영화도 함께 보던 그의 제자들이 어느 덧 30대가 됐다. ⓒ 전경원

하나고 입시 비리에 홀로 맞선 그의 외로운 싸움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의 가족에겐 고통스러운 싸움이지만 말이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던 보통의 저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영화도 보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간혹 여행을 다니던 그 시절로 말이다. 그런데 이 소박한 행복을 빼앗겼다. 교사의 양심을 지키는 일이 이렇게 괴로운 일이란 말인가. 그의 소박한 바람은 언제쯤 이루어질까.

그는 어린 왕자가 맞다. 사막 같은 이 세상 어딘가에 샘이 있다고,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고, 샘이 없다면 교사가 샘을 파야 한다고, 교육은 절망이 아닌 희망을 가르쳐야 한다고 믿는 그는 어린 왕자 같은 교사다. 그래, 우리들의 희망이 사막 같은 세상에 불시착했지만 그래서, 우리들의 목마른 정의는 황사에 숨 막히지만 우리들의 아름다운 노래는 불려 져야 한다. 그 길에서 어깨 걸고 불렀던 그 노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마침내 하나 됨을 위하여를 가슴 뜨겁게...

덧붙이는 글 |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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