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4대강 사기극 주도한 이명박, 가장 큰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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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근, 낙동에 살어리랏다

누가 이곳을 '멸종위기1급종' 무덤으로 만들었나
[현장] 2m 물 빠진 낙동강을 걸으며 목격한 죽음의 현장

17.03.02 14:56 | 글:정수근쪽지보내기|편집:김예지쪽지보내기

▲ 뻘밭을 빠져나온 자라 한 마리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 정수근

▲ 'mb시궁창 뻘밭'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자라 한 마리. ⓒ 정수근

멸종위기 1급종 귀이빨대칭이의 죽음

자라 한 마리가 뻘밭 사이에서 빠져나오더니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느릇느릿 물가를 향한 경주를 하다 다시 주저앉는다. 주저앉았다 기다를 반복하면서 다행히 물가에 다다랐다. 부드러운 유영을 시작한다. 녀석은 살았다. 

그 옆에는 어른 손바닥보다 더 큰 조개 한 마리가 옆으로 누워 있다. 자세히 보니 여느 조개와 다르다. 벼슬 모양의 뿔이 나 있다. 바로 멸종위기 1급종 귀이빨대칭이다. 멸종위기종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사업으로 급격히 변한 낙동강에서 발견됐다는 것도 놀라움 그 자체인데, 그 귀한 존재가 죽어버렸다니 너무 안타깝다.

▲ 뻘밭에서 캔 조개. 알고보니 멸종위기1급종 귀이빨대칭이 ⓒ 정수근

환경부의 체계적이고도 면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짧은 시간에 기자의 눈에도 온전한 패각이 두 개나 발견될 정도면 상당히 많은 개체수가 이곳 뻘밭에 있을 것 같다. 펄조개와 말조개 등의 패각도 주변에 숱하게 보인다.  

지난 2월 27일 다시 나가본 낙동강엔 조개 패각들과 죽은 자라들이 널려있었다. 적지 않은 수의 조개들과 자라가 물이 빠진 뻘밭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왜 이런 죽음의 행렬이 발생한 것인가? 누가 이들의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가?

▲ 귀이빨대챙이 폐각.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녀석이다. ⓒ 정수근

▲ 주변에서 주은 조개 폐각들. 귀이빨대챙이가 2개체 확인되었다. ⓒ 정수근

수문을 열자 드러난 'MB 갯벌'

4대강사업의 실패를 자인한 정부가 드디어 4대강 보의 수문을 열기로 했다. 2월, 3월은 시험적으로 6개 보의 수문을 열기로 한 것이다. 낙동강은 달성보, 합천보, 함안보 3개의 보의 수문을 열어 지하수 제약수위까지 관리수위를 떨어뜨린 후 다시 수문을 닫는다. 이렇게 닫았다 열었다는 반복하니 이것도 일종의 '펄스 방류'라 할 수 있다. 주기가 조금 긴 펄스 방류라 볼 수 있겠다.

달성보 같은 경우는 평소 관리수위가 해발 14m인데, 이번에 해발 11.6m까지 수위를 떨어뜨렸다. 강 수위가 2.4m 내려간 것이다. 그랬더니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났다. 거대한 뻘밭이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라와 조개 같은 생명들이 죽어 나가는 광경을 목격했다.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은 온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는 탈무드의 문구가 있다. 아무리 하찮은 생명이라도 가치가 있고, 쓸모없는 삶은 없다.

수문을 열 때도 이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즉 이런 조개들이 수위 변화에 대응해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천천히 물을 빼야 한다.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가 점령한 뻘밭

▲ 원래는 모래톱이었던 곳에, 4대강사업 준설로 모래는 사라지고 그곳에 거대한 뻘이 쌓였다. 이른바 'mb시궁창 뻘밭'의 탄생이다. ⓒ 정수근

거대한 뻘밭으로 걸어 들어가 보았다. 발이 푹푹 빠진다. 지난 5년간 쌓인 뻘이다. 들여다보았더니 속은 더욱 검다. 역한 시궁창 냄새마저 올라온다. 이런 뻘이 낙동강 전역에 깔렸다. 이른바 'MB 갯벌'이다.

뻘을 삽으로 떠서 살펴보았다. 뻘 속에서 나온 것은 놀랍게도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였다. 이 겨울에도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가 뻘 속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 뻘밭을 점령한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 ⓒ 정수근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수질을 4등급으로 크게 나누었을 때 최악의 등급인 4등급의 지표종이 이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다. 이들이 우점종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낙동강의 수질이 최악의 등급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말한다.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이다. 1300만 식수원이 식수로 사용할 수 없는 최악의 4등급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여름이면 심각한 녹조 현상에 의한 맹독성 조류를 걱정해야 하고, 겨울이면 식수로 사용할 수 없는 4급수로 전락한 낙동강 강물을 걱정해야 한다. 시도민들의 이러한 걱정을 도대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4대강 보 철거하고, 강의 자정작용 키워야

▲ 기자가 방문한 2015년 2월 당시 아라세댐 철거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우안 절반 가량이 철거됐다. ⓒ 정수근

▲ 미국의 엘와강 댐이 철거된 이후 하구의 생태계도 살아났다 ⓒ Amerivan Rivers 화면 갈무리

지금 정부가 내놓은 방류 계획으로는 저 'MB 갯벌'을 해결할 수 없다. 수문을 온전히 열어야 한다. 아니면 보를 철거해 저 'MB 갯벌'을 강 하구로 몽땅 흘려보내야 한다.

이른바 '4대강 재자연화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거칠게 말하면 이렇다. 우선 수문을 모두 열고 보를 철거한다. 그리고 원래 강모래였던 강변 둔치의 모래를 강 속으로 다시 넣어준다. 그렇게 해서 강에 모래가 돌아오고, 습지가 복구되면 하천 스스로의 자정 기능을 회복한다. 비로소 강이 되살아나고 4대강의 수질과 수생태계가 회복될 것이다.

지금 세계는 인공의 강을 자연하천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인공의 구조물인 댐을 철거하고 이전의 강의 형태로 되돌리는 작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댐 철거의 나라다. 1912년 이후 1300개의 댐을 철거했다. 최근 20여 년간 급격하게 진행됐다. 이쯤 되면 국가 정책이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한 해(2015년) 동안 부순 댐만도 62개다."

환경운동연합 물하천팀 신재은 팀장의 설명이다.  

따라서 대형댐과 다름없는 4대강 보 철거도 어려운 게 아니다. 비용도 대한하천학회 등에 따르면 4대강 보 1년 유지관리비보다 적은 2000억 정도만 있으면 된다. 잘못된 역사는 바로잡아야 한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하듯이 잘못된 토목의 역사도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이 스스로의 힘으로 되살아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의 물고기와 조개와 자라 같은 뭇생명들도 함께 공존할 수 있다. 그렇다. 강은 흘러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강입니다. 지난 8년간 낙동강의 4대강사업의 현장을 기록해오고 있습니다. 2017년을 4대강 재자연화의 원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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