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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광장 토론] 박근혜 퇴진, 그 후 우리는?

촛불의 힘 유지하려면, 우리 안의 '적폐청산' 해야
[박근혜 퇴진, 그후 우리는? 39]광장정치를 넘어 새로운 노동정치로

17.02.21 17:12 | 황철우 기자쪽지보내기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 후, 우리는 어떤 공동체를 만들까요? 광화문 광장의 '퇴진 캠핑촌'은 촛불 시민과 시민단체들의 대안 토론 광장을 엽니다. 이 기획은 <오마이뉴스>와 <광화문 퇴진 캠핑촌 광장토론위원회>가 공동기획했습니다. [편집자말]
▲ 서울 광화문 박근혜 퇴진 캠핑촌 모습 ⓒ 노순택

"우리 노동자들은 투쟁으로 인사한다. 투쟁!"

박근혜퇴진 4차 촛불집회 때, 이재헌 갑을오토텍노조 지회장이 본 대회 발언을 시작하면서 한 말이다. 하지만 늘 봤던 낯익은 광장의 모습처럼 '투쟁'으로 화답하는 촛불시민은 눈에 띄지 않았다. 어색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노동자들이 함께하면 역풍 맞는다는 주장이 있던데 동의하지 않는다. 노동자도 국민이고 함께 하겠다"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촛불시민보다 먼저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그 배후인 재벌에 맞서 구속, 수배, 해고, 죽음으로 항거했다. 이런 노동자들에게 촛불집회는 잊을 수 없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10만 명이 모이는 집회도 조직하기 힘든데 그 열배인 100만 명이 모이는 집회에 함께 했다. 석 달 넘게 매주 이와 같은 집회가 반복되고 있다.

이젠 박근혜 탄핵을 넘어 재벌의 상징인 삼성 이재용 구속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광우병 촛불집회 때처럼 "깃발 내려!"라는 말은 듣고 있지 않지만 투쟁하는 노조간부들의 발언은 뒷전으로 밀리고 노조깃발에 대한 거부감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퇴진'이라는 시민적 요구만이 강조되는 낯선 광장에서 노동자들은 무엇을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하나?

박근혜퇴진 광화문캠핑촌(이하 캠핑촌)은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들의 노숙농성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양심적이고 진보적인 문화예술인들이 탄압과 배제에 맞서 가장 처절하게 저항하는 곳이다. 하지만 현재 캠핑촌은 비정규직, 정리해고, 노조탄압에 맞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당당히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캠핑촌은 시작부터 문화예술인과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이하 비없세)가 함께 준비했다.

비없세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고 믿고 실천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참여하는 네트워크 조직이다. 그동안 '희망버스' 운동을 주도했으며 비정규직 투쟁사업장에 대한 연대와 실천 활동을 전개해 왔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획 사업을 통해 사회적 연대를 적극적으 로 조직해 왔다. 또, 비없세는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난 다음 날 발 빠르게 광화문 일대에 집회와 행진신고를 내고 희망버스로 묶어진 사회단체와 철도노조를 비롯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그리고 11월 4일 문화예술인 기자회견을 함께 준비하면서 광화문농성 투쟁을 제안하고 성사시켰다.

광장의 힘과 캠핑촌의 힘

박근혜퇴진 광화문캠핑 108일째(지난 14일). 캠핑촌은 역동적인 광장의 힘만큼이나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어 내고 있다. 첫날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한 두 동의 텐트는 수십 동의 텐트로 늘어났다.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예술 전시와 공연으로 주말 촛불 집회이후의 허전함을 채워주고 참석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여내고 있다. 박근혜 퇴진의 상징인 거점으로 다채로운 행사와 평일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 그만 그 거대한 무대를 치워주세요/ 우리 모두가 주인이 될 수 있게/ 작은 사람들의 작은 테이블로 이 광장이 꽉 찰 수 있게/ 이제 그만 연단의 마이크를 꺼 주세요/ 모두가 자신의 말을 꺼낼 수 있게/ 백만 개의 천만 개의 작은 마이크들이 켜질 수 있게'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궁핍현대미술광장 개관식 때 게시된 송경동 시인의 시 '폴리스라인'이다. 촛불집회가 거듭될수록 광장의 힘이 정세를 압도하고 더 커다란 분노와 실천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광장의 집회문화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조금씩 일정한 형식이나 틀로 고정되고 촛불시민은 대상화되고 있었다. 수백만의 촛불을 함께 들고 '박근혜퇴진'을 외치고 청와대 바로 앞까지 행진하는 즐거움 속에서도 한 번쯤은 송시인의 시처럼 자신의 작은 마이크가 켜지길 바랐다. 캠핑촌의 힘은 촛불시민들에게 자신의 말을 꺼낼 수 있는 작은 마이크가 되어 주었다.

노동과 문화의 만남과 투쟁

▲ 서울 광화문 광장 캠핑촌에 텐트를 친 노동자들. ⓒ 노숙택

캠핑촌은 보기 드문 노동과 문화, 문화와 노동의 만남이었다. 문화예술블랙리스트와 노동블랙리스트의 만남이었다. 이명박근혜정권은 현대판 유신정권의 부활이다. 블랙리스트작성과 탄압은 비단 문화예술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 전 분야에 해당된다. 각 분야에서 저항하고 있지만 캠핑촌을 통한 문화와 노동의 만남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자연스러운 만남이었다.

노동과 문화의 담장을 부수는 실천적 활동이었다. 문화예술인들의 재능과 노력으로 농성장의 삭막함은 사라지고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되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농성투쟁의 달인처럼 농성장꾸미기와 정리정돈뿐만 아니라 든든한 농성장 지킴이가 되어 주었다.

비없세는 캠핑촌 초기부터 대표적인 노동블랙리스트인 투쟁하는 비정규노동자들의 참여를 조직했지만 쉽지 않았다. 각자의 현안 투쟁과 근무가 발목을 잡았다. 그럼에도 현대기아차비정규직노동자들이 제일 먼저 캠핑촌에 입주했다. 정리해고와 노조탄압으로 투쟁하는 쌍용차, 콜트콜텍, 유성기업노동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캠핑촌 보금자리를 각 노조의 요구사항을 담은 형식으로 제작하고 매주 촛불집회 때면 다양한 캠페인과 행진, 분향소 설치 등으로 촛불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비없세는 퇴진행동 재벌특위와 함께 광장사업을 통해 재벌구속과 비정규노동자들의 정규직전환의 절박함을 적극적으로 알려냈다. 또한 많이 늦었지만 '박근혜-재벌총수를 감옥으로! 새로운 세상, 길 을 걷자. 비정규직, 정리해고, 노조탄압 없는 세상 만드는 1박2일 대행진'기획 사업을 제안하고 재벌들의 불법과 착취와 탄압의 최대 희생자인 비정규노동자, 정리해고와 노조파괴로 고통 받아 온 노동자들이 앞장서 투쟁할 수 있게 했으며, 촛불을 들었던 모든 노동자들, 사회단체와 시민들 의 참여를 조직해냈다.

우리 안의 적폐청산 과제

촛불집회 이후 등장한 '적폐청산'이라는 말은 어느 순간부터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되고 있다. 어떤 자리에서 같은 활동가를 비판하면서 적폐청산을 이야기하자, 발끈하면서 "내가 박근혜야!"라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오랫동안 쌓여 온 폐단'을 깨끗이 정리하자는 말은 우리 안의 금기어가 될 수 없다.

우리사회 적폐청산 과제만큼이나 우리 안의 과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들춰내고 바로잡아야 한다. 촛불혁명 시기에 적폐청산은 또 다른 세상을 위한 청사진이다. 이 시기에 부합되는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다시는 똑 같은 폐단이 반복되지 못하도록 뿌리를 도려내는 아픔과 결단이 필요하다. 이것은 얼굴만 바뀐 위정자들에게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촛불'로 감시하고 요구해야 한다.

우리 안의 적폐청산 과제도 마찬가지다. 감추고 용인하는 것 아니라 드러내고 비판하면서 바로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촛불혁명시기에 한탄만 하면서 뒤쳐질 것이다. 촛불의 역동성과 광장의 힘을 유지시키고 우리사회의 적폐청산을 현실화하는 출발점은 우리 안의 적폐청산이다.

새로운 세상을 위한 불순한 상상과 실천

박근혜 탄핵이후 광장은 무엇을 할 것인가? 그 출발점은 적폐청산이 분명하다. 하지만 계급계층에 따라 청산의 의제와 대상이 분명 다를 것이다. 조기대선실시가 예정됨에 따라 광장보다는 대선후보들이 의제와 대상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 광장의 힘과 역동성은 정권교체를 뛰어넘어 새로운 세상을 갈망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그러나 이 땅의 지배 권력은 더 이상의 불순한 상상과 실천을 용납하지 않는다. 100여일 전 그 누구도 박근혜 탄핵을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6월 항쟁도 7~8월 노동자대투쟁을 예상 하지 못했다. 광장의 상상과 실천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더는 촛불에 기대거나 안주해서는 안 된다.

분노한 노동자와 조직된 노동자가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캠핑촌의 힘처럼 자신의 마이크를 켰을 때 전체의 목소리가 될 수 있으며, 실현될 때까지 끈질기게 요구할 수 있다. 촛불의 역동성은 아직도 유효하며 예상하지 못한 흐름을 또 다시 만들어 낼 수 있다.

새로운 세상을 위한 노동자들의 상상과 실천은 무엇일까?

▲ 서울 광화문 광장 박근혜 퇴진 캠핑촌 모습 ⓒ 노순택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더디지만 한걸음 한걸음씩 뚜벅뚜벅 걸어가는 길 밖에 없다. 첫째, 노동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지 못한 현실에서 노동자들의 자기부정은 일반화되어 있다.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노동의 소외와 무관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동에 대한 스스로의 무관심과 몰이해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이해와 인식의 전환을 만들어 내야 한다. 광장과 캠핑촌의 경험은 이러한 가능성을 열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끝까지 책임지고 함께 하는 세력은 노동자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둘째, 흩어져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싸워야 한다. 정규직만의 투쟁, 비정규직만의 투쟁은 더 이상은 안 된다. 미조직 노동자들을 방치한 조직노동자들만의 투쟁도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투쟁 사안이 다르다고 연대를 게을리 하거나 필요에 의한 연대는 더 더욱 안 된다. 최저임금 1만원 쟁취, 노조 법 개정 등처럼 미조직비정규노동자들과 함께 힘을 모아 낼 수 있는 의제를 분명히 하고 시민들과 함께 싸워야 한다. 탄핵이후 조기대선국면에서 촛불시민들의 관심을 모아내고 사회적으로 의제화 시킨다면 구체적인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셋째, 노조조직력 확대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조직노동자의 비율이 10%내외다. 조직력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정규직의 울타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단사내의 다양한 형태 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노조 울타리 안으로 수렴해야 하며, 미조직노동자들에 대한 노조설립과 가입을 유도할 수 있는 사회적 기구를 만들어 내야 한다. 재벌을 통제하고 개혁하는 길은 강력한 노조의 감시와 투쟁뿐이다. 박근혜 탄핵과정에 드러난 재벌의 만행은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다.

넷째, 일상적인 연대를 통해 노조에 대한 사회적 인식제고와 영향력을 강화해야 한다. 노조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은 정권과 언론이 조장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기존 노조활동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기득권만 지키는 이해집단'이라는 왜곡과 편견은 쉽사리 극복되지 않을 것이다. 노조가 앞장서서 해당 지역사회와 연대하고 소통하면서 지역사회현안을 자기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적 현안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문제와 청년실업해소를 위한 노조 중앙(총연맹)의 특단의 조치가 요구된다. 이러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노조간부와 노조깃발에 대한 부담감은 사라지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믿음직한 맏형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광장정치를 넘어 노동정치의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한다. 광장 촛불의 과실이 야당으로 넘어가고 있다. 광장 촛불은 야당의 무능을 준엄하게 꾸짖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담을 그릇이 없거나 겉모양이 화려하지 않다는 핑계로 야당이 독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박근혜 탄핵이후 적폐청산 등 개혁과제가 산적함에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광장 정치가 광장의 의제를 현실화 시키지 못한다면 촛불시민들의 패배감은 가슴 깊게 남을 것이다. 광장촛불이 타오르고 있는데도 미국의 샌더스, 프랑스의 아몽 같은 대선후보가 나오지 않는 것은 희망이 거세당한 채 뿌리 깊은 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 때문이다. 광장의 의제를 현실화시키는 길은 야당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광장촛불정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새로운 노동정치가 앞장서서 광장촛불정치의 과제를 실현시켜야 내야 한다.

겨울을 이겨낸 나무가 봄꽃을 피우듯이

겨울을 이겨낸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마다의 봄꽃을 피우는 것은 아닐까? 이젠 봄꽃을 피웠으니까, 그만 모이자고 할 때 가을 과실을 풍성하게 만들어 함께 나눠 먹자라는 다른 희망과 다른 세상에 대한 꿈을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그 꿈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더 뜨거운 태양과 강력한 태풍을 이겨낼 수 있는 길을 나서서 개척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황철우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광장토론위원회 소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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