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촛불'이 특정 정당 반대? 문제는 선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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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에게 길을 묻다

"우린 매일 25시간 종편을 본다... 왜냐고?"
[촛불에게 길을 묻다-언론]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17.02.16 07:16 | 글:김병기쪽지보내기|사진:정대희쪽지보내기|편집:장지혜쪽지보내기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처장 ⓒ 정대희

솔직히 나는 보수종편이 불편하다. 대합실이나 사우나에 들렀을 때 누군가가 틀어놓은 종편, 그 앞의 사람을 봐도 짜증날 때가 있다. 그런데 매일 종편을 틀어놓는 사무실이 있다. 시사프로그램만 골라 본다. 주말 프로그램을 합치면 27개나 된다. 같은 프로그램을 두세 번씩 돌려보면서 기록한다. 이걸 정리해 일주일에 40여 쪽의 보고서를 낸다. 종편 사회자와 패널이 던지는 말과 시뻘건 자막이 주옥같아서가 아니다.

종편이 부른 '산업재해'

"논리도 없이 감정적으로 배설하는 말을 들으면 정신적 고통이 큽니다. 하루 종일 듣다보면 황당하게만 들렸던 말이 진실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죠. 이건 산업재해입니다.(웃음)"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처장(49)과의 인터뷰 자리에 잠시 함께 한 김유나씨의 말이다. 그는 '종편 모니터 활동가'다.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민언련 사무실에 들렀을 때에도 그는 문 맨 앞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종편을 봤다.

[종편 때찌 1단계] 하루 25시간 종편만 본다

▲ 민언련 활동가들이 종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 정대희

그의 등 뒤에 펼쳐진 사무실 풍경이 이색적이다. 한가운데에 섬처럼 회의실이 있고 건물 벽면 옆쪽에 두 명이 책상을 놓고 마주 앉았다. 민언련이 발행했던 '말지' 등이 꽂힌 회의실 벽 책장과 책상 사이에 통로가 있다. 사각의 통로를 한 바퀴 돌면 어쩔 수 없이 20여개 책상 위 모니터 화면에 눈이 간다. 대부분 종편 시사프로그램이 돌아가고 있다. 이곳이 민언련 '종편 때찌 프로젝트' 모니터링 공장이다.

"여기(사무실) 말고도, 집에서 모니터를 하는 분들이 10여명 있습니다. 이들은 종편 4사와 보도전문채널 2사의 시사프로그램을 매일 봅니다. 2시간 프로그램을 모니터하려면 보통 4시간이 걸리죠. 이걸 정리해서 주제별로 보고서를 내고 문제가 되는 발언을 방송통신심의위에 심의해달라고 요청합니다."

김언경 처장의 말이다. 그를 포함해 10여명의 제한된 상근 인력(모니터링 인턴 10명)으로 하루 25시간에 달하는 방송 분량을 모니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종편이 왜곡한 사실은 빠른 속도로 여론 시장으로 확산되기에, 마냥 늦출 수는 없다. 보고서를 대충 작성할 수도 없다. 특정 프로그램 사회자와 패널 이름을 콕 집어서 실명 비판하는 것이기에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종편 시사토크쇼만 대응하는 것은 아니고 6개 종합일간지와 7개 방송사(지상파3사, 종편4사)의 저녁종합뉴스를 모니터해 보고서를 발표한다. 따라서 민언련이 발표하는 모니터보고서는 매주 A4용지 100여 쪽에 달한다. 10여명 상근자가 1주일에 생산하는 보고서는 총 20여종. 1년을 쌓아두면 A4용지 1천5백여 장이나 된다. 언론모니터 공장이자 보고서 생산 공장이다.

[종편때찌 2단계] 종편에 대항하는 '4분 영상' 제작

'종편 때찌'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아래 한 편의 동영상을 보아주기 바란다.


민언련이 거대한 보수종편에 맞서려고 제작한 4분짜리 SNS 유통용 고발 영상이다.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에서의 문제 발언 "성매매 하셨죠?"를 편집했다. 이 영상물은 2만5천회나 공유됐다. 민언련 페이스북 페친 수를 감안하면 폭발적이다. 민언련은 이런 영상을 매주 2개정도 만든다. 최근에는 1분짜리 영상도 만든다. 오는 대선 때에는 하루에 몇 개의 짧은 영상을 만들어 유통한다.

"제 별명이 '잔인한 처장님'입니다."

어쩔 수 없는 '살인적인 노동 강도' 때문일 것으로 이해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황당 보도, 왜곡 보도, 편파보도, 축소 보도... 매주말에도 뭔 일이 그리 많이 터지는지. 종편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습니다. 상근자들의 분노 게이지가 올라가겠죠. 내가 시키지 않아도, 오기가 생겨 주말을 팽개치고 모니터를 합니다. 눈이 빨개져서 출근한 후배들이 항의합니다. '처장님, 제발 모니터링을 중단하라고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그래서 잔인한 처장님입니다.(웃음)"

'막말 종편', 내가 고발하지 않으면 거짓 사실이 세상을 덮을 수 있다는 강압감과 이를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 이게 바로 '종편 때찌 프로젝트'의 원동력이란다.

[종편 때찌 3단계] 개돼지가 되지 않으려면...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처장 ⓒ 정대희

김언경 처장은 매주말 촛불 집회에 민언련 깃발을 들고 나간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다. 활동가들이 3교대로 돌아가면서 회원들을 만난다고 했다. 물론 강제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는 매번 나간단다.

"전 근무가 아닌 날도 친구나 가족과 함께 촛불을 듭니다. 일하는 게 아니라 놀러갑니다. 음악도 듣고, 사람들 속에서 분위기로 내고... 그야말로 축제지요. 일주일동안 일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받습니다."

그가 축제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언론개혁에 대한 촛불 민심 때문이기도 하다.

"국민을 개돼지로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뭔 줄 아세요? 기레기(기자 쓰레기)를 양산하는 겁니다. 왜곡된 정보를 여론 시장에 확산시키는 겁니다. 그러면 국민들은 거짓 사회에서 살아야 합니다. 부패 권력과 자본에게만 유리한 정책결정으로 우리 삶 자체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됩니다. 민주주의가 불가능합니다.

언론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느끼는 촛불 시민들은 없을 겁니다. 언론 부역자들이 게이트를 키웠어요. 반면, 언론이 촛불을 키우는 데 기여한 바가 없다고 생각하는 시민도 없을 겁니다. 언론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는 최고의 사건이었죠."

그래서다. 민언련은 주말 촛불 근무 형태를 2월부터 2교대로 바꾸기로 했다. 2월 한 달 동안 종편 재승인 심사가 진행되는 데 가만히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종편 재승인 똑바로 합시다'라는 엽서를 만들어 광장으로 나간다. '퇴출 방송사' '퇴출 진행자' 등의 빈칸을 채울 엽서를 쓰려고 시민들이 길게 줄까지 서서 기다린다고 했다. 그래서 2월 셋째주 촛불집회부터 종편 재승인 심사결과가 발표될 때까지는 민언련 활동가 전원이 1시부터 7시까지 출동해서 시간을 나눠 캠페인을 하기로 했다.

2월 두 번의 집회에서 엽서 3000장을 모았다. 2월 15일 현재 6300명이 온라인 엽서를 썼다. 이중 '퇴출해야할 종편' 1순위에 TV조선을 적은 시민은 94.7%(5909명)이다. 종편을 비판하는 포스트잇도 수천 장 쌓였다. 이걸 종편 재승인 심사를 하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한단다. 종편 때찌 프로젝트는 방송 모니터에서 재승인 압박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종편, 촛불 이전과 촛불 이후] 이렇게 다를 수가?

"촛불 이전에는 대통령의 모든 행위를 찬양했습니다. 국무회의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받아썼죠. 밑줄 쫙 긋고 비판 없이 전달하는 정권의 앵무새였습니다. 촛불 이후에는 많이 변했죠.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을 비판합니다. 비아냥댑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죠. 국정농단 결과물인 국정교과서, 한일 위안부 협의, 사드, 공영방송 장악 문제 등은 공격하지 않습니다. 박근혜 개인은 문제지만 업적은 인정해야 한다는 투입니다. 최순실과 고영태의 말싸움이나, 불륜 논란 등은 거품을 물고 부각하면서 개인적 문제로 가둬둡니다. 정치 혐오주의만을 부추기는 보도죠.

종편의 대선보도 키워드는 딱 한가지입니다. 문재인 대세론만을 잡고 늘어지죠. 지지율을 깎아내리려고 반기문을 띄우다가 중도 사퇴하자, 이재명을 띄우고, 이제는 안희정과 황교안을 열심히 띄우고 있죠. 앞뒤 가리지 않습니다."

김 처장은 "조중동 신문의 영향력이 줄고 있다는 말이 있지만, 이게 없으면 종편을 만들 수 없을 정도"라면서 "조선일보의 사설과 칼럼은 그날 오후부터 종편이라는 스피커에서 재생산하고 확산되기에 과거보다 신문의 영향력이 훨씬 세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보수종편 중에 JTBC는 다르다"면서 "최근 확산되고 있는 가짜뉴스와 관제데모의 문제점 등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잘 긁어주고 팩트체크 등을 통해 잘못된 프레임을 고쳐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짜뉴스 주의보] 여론 조작술, '십알단'보다 더 세졌다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처장 ⓒ 정대희

그는 최근 확산되는 '가짜 뉴스'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교회와 동창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단톡방과 밴드 등을 통해 유통되는 사실 같은 거짓 콘텐츠. 사람들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선정적인 제목과 신뢰도를 입힌 기사체의 글. 누군가가 조직적으로 만들어 유통한다는 점에서 지난 대선 때의 '십알단'을 떠올릴 수 있다.

"보수적인 담론을 글에 담아 뿌리는 것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파괴력 면에서는 댓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욕설과 비속어가 섞인 짧은 댓글은 클릭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가짜뉴스는 댓글보다 길고 나름대로 논리적인 글이기에 잡소리 같이 보이지 않습니다. 좋은 정보라고 생각해서 한번은 누릅니다. 말도 안 되는 댓글을 퍼 나르는 건 창피한 일이지만, 그럴듯한 글은 확산성이 높습니다. 요즘은 매체의 신뢰도를 보고 뉴스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이미지와 제목 위주로 소비합니다. 그래서 댓글부대보다 더 위험한 거죠."

박근혜 정부 들어서 면죄부를 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여론조작 사건, 그 후과는 이렇게 컸다.

"아이들끼리 카톡방에서 뒷담화를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세상이죠. 오는 대선 때 기승을 부릴지 모르는 가짜뉴스를 조작하는 세력이 있는지 밝혀야 합니다."

최근 민언련에 가짜뉴스를 모니터하고 배후 세력을 추적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이 들어오고 있단다. 그래서 김 처장도 '산업재해'의 영역을 확장하려고 검토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은 여력이 안 된단다.

[지상파는 지금?] 방송개혁 1순위

김 처장은 지난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적폐청산위원회가 주최하는 사전집회 사회를 봤다. 중간에 잠깐 무대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3~4명의 사람들이 그에게 항의했단다.

"종편은 그나마 나은데, MBC가 문제예요. KBS 수신료 거부 운동하는 게 먼저 아닌가요?"

그는 "JTBC 때문일 수도 있고, 종편은 잘못을 해도 '원래 그런 방송'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은데 촛불시민들은 지상파의 몰락에 더 분노하고 있다"면서 "사실 방송 개혁의 1순위는 지상파"라고 말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 장악을 하지 않겠다고 여러 번 말했습니다. 맞는 말일까요? 설령 그렇다면 방송사가 미친 거죠.(웃음) 종편은 지금 시늉이라도 하고 있는데, 공영방송은 그대로입니다. 이사장과 사장, 보도국장 등을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이 뽑았기 때문이죠.

거의 모든 언론이 정규재 TV의 박근혜 대통령 인터뷰를 비판적으로 보도했는데, 당일 MBC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KBS는 박근혜의 멘트만 내보내고 비판을 하지 않았습니다. MBC는 최순실 태블릿 PC 흔들기를 정기적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가짜 뉴스'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닙니다. MBC의 '카더라식' 보도를 교묘하게 짜깁기하고 있는 거죠. 이게 공영방송의 수준이니 촛불 시민들이 분노하는 거겠죠."

김 처장은 "새누리당이 딴죽을 걸어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언론장악방지법 등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한편으로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사명감을 갖는 게 아니라 팔리는 기사만을 쓰는 직업인이 되거나 부당한 압력에 항거해야할 때 굴복하는 기레기들은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원금] 언론 패악질 감시한다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와 함께 '종편 때찌 프로젝트'를 하면서 민언련의 회원수는 1200여 명에서 6000여 명으로 늘었다. 이들이 매월 납입하는 후원금 총액이 7000여만 원에 달한다.

상근자 수를 늘리고 10여명의 재택 모니터 요원을 둘 수 있었던 것은 폭발적인 후원 때문이었다. 전에는 엄두도 낼 수 없었던 4000만 원짜리 생방송 다운로드 시스템도 들여놨다. 종편은 막말로 생방송을 진행한 뒤 문제가 생기면 홈페이지에서 슬쩍 삭제하기도 했는데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소위 '얌체 짓'도 감시할 수 있다.

"살기 어려운 시대죠. 자기 주머니에서 매월 만원, 이만 원씩 후원해주시는 건 답답해서입니다. 절박해서죠. 부모님이 종편 앞에 매여있는 것을 볼 때마다 싸우지도 못하고 얼마나 심란했겠어요. 그런 마음이 모였습니다. 민언련이 종편을 감시하는 게 아니라 후원자들이 종편을 감시하는 겁니다. 언론의 패악질이 계속되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것을 감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기의 삶조차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겠죠. 후원금은 언론이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도록 감시하라는 채찍입니다."

민언련은 언론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만 하지 않는다. 대안언론을 칭찬하기도 한다. 그는 오마이뉴스가 권력과 자본 앞에 당당해질 수 있도록 매월 1만 원 이상의 자발적 구독료를 내는 10만인클럽 회원이다. 민언련은 10년 단체회원이다.

"오마이뉴스의 장점은 시민기자제이죠. 민주사회에서는 누구나 말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시스템이 마련돼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마이뉴스는 유일무이한 매체입니다. 지금까지 매주 촛불 광장을 생중계하고 있는 데,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으려는 의지와 철학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런 오마이뉴스를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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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마지막까지 읽은 독자 여러분도 사우나와 공공장소에서 틀어대는 보수종편이 불편하다면, 민언련 후원을 부탁드린다. 또 여력이 된다면 지난겨울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촛불 광장을 전 세계에 생중계한 오마이TV를 지켜주기 바란다. 김 처장처럼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에 가입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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