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소수 자본가 천국시대, 이제는 끝장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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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광장 토론] 박근혜 퇴진, 그 후 우리는?

10년·94일 단식·1600억 손배, 광장에 텐트 친 노동자들
[박근혜 퇴진, 그후 우리는 34] 재벌의 추억 <노동자연쇄살인극③>

17.02.16 13:37 | 명지현 기자쪽지보내기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 후, 우리는 어떤 공동체를 만들까요? 광화문 광장의 '퇴진 캠핑촌'은 촛불 시민과 시민단체들의 대안 토론 광장을 엽니다. 이 기획은 <오마이뉴스>와 <광화문 퇴진 캠핑촌 광장토론위원회>가 공동기획했습니다. [편집자말]
▲ 서울 광화문 광장 캠핑촌에 텐트를 친 노동자들. ⓒ 노숙택

옹기종기 모여 있는 광장 캠핑촌에서는 지난해 11월 4일부터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문화예술인과 노동자들이 다채로운 행사에 각자의 주장을 실어 노숙농성을 진행 중이다. 캠핑촌은 마치 이글루처럼 기어들어가 출입해야 하는 아주 작은 텐트부터 비교적 반듯한 주택 모양을 갖춘 공간이며 마을회관이라 부르는 거대천막까지 각양각색의 주거형태를 갖추고 있다.

매일 오전 9시 촌민회의를 시작으로 하루의 행사일과를 계획, 논의해 역할을 나누고 주간별로 투쟁 방향을 설정하기도 한다. 지하철과 인접한 차도의 진동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데다 모질게 찬 날씨라 고단한 나날이건만 사업장 별로 흩어져 있던 이들이 광화문 캠핑촌에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화력은 달아오르고 있다. 광장 캠핑촌의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은 2017년에는 그간 소원했던 투쟁과업을 반드시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분주하다.

[김경봉] "노동자 없이 음악 없고, 음악 없이 삶도 없다"

최장기 노숙 투쟁의 달인,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김경봉 조합원의 말이다. 기타를 제작하다 부당해고 당한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10년째 싸우고 있다. 이동호 조합원은 분신을 시도했으며, 이인근 지회장은 양화대교 인근 송전탑에 올라가 단식까지 했었다. 다섯 번의 해외 원정투쟁, 옛 새누리 당사 앞 노숙 단식농성, 대법원 앞 무기한 일인 시위 등을 이어왔으나 대법원은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한 정리해고도 합법"이라는 우스꽝스런 판결을 내렸다.

그 말대로라면 우리는 모두 잠재적인 범죄자이고 잠재적 정리 해고 대상자가 된다. 이들은 그 판결을 풍자한 노래를 만들었다.

'난생 처음 가본 법원, 변호사 살 돈도 없어요. 못 배운 게 죄인게 알아듣게 얘기해요. 미래의 경영까지 점을 치는 신 내린 무당인가. 미래의 경영까지 점을 치는 개떡 같은 법원이다.'

김경봉 조합원의 말이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광장에 결합했지만 진짜 블랙리스트의 몸통은 투쟁사업장이 아닌가 싶네요. 노동자들은 존재 자체가 블랙리스트예요. 정권이 바뀌면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기타를 만들던 때는 칠 줄 몰랐던 기타를 뒤늦게 배워 만든 밴드 '콜밴'의 노랫가락이 오늘도 광화문 광장을 흥겹게 달군다.

[홍종인] "낮은 곳은 싫다, 높은 곳에서 목 터져라 외친다"

▲ 서울 광화문 광장 박근혜 퇴진 캠핑촌 모습 ⓒ 노순택

고공농성의 달인, 홍종인 유성기업 조합원의 말이다. 광장이 열리는 토요일마다 캠핑촌엔 유성기업 한광호 열사 분향소가 설치된다. 한광호 열사는 현대차와 유성기업이 악덕 자문업체인 창조컨설팅과 공모해 실행한 노동탄압과 노조파괴 과정에서 2016년 3월 목숨을 끊었다. 자본에 의한 타살이었다. 근로복지공단은 그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그러나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 검찰과 법원은 사주 유시영의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재판을 5년여 째 미루고 있다.

2011년 애초 합의되었던 주간 2교대제 시행을 요구하면서 시작된 싸움이었다. 국회청문회까지 열려 최소한의 사실들이 밝혀지기도 했지만 진실은 바로잡히지 않고 있다. 그 과정에 홍종인 조합원은 두 번에 걸쳐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해야 했다. 공장 앞 굴다리에 매달려 151일 동안 농성을 할 때는 침탈을 막기 위해 목줄을 걸고 생활하기도 했다.

두 번째 고공농성 때는 경부고속도로 옥천IC변 광고탑에 이정훈 지회장과 함께 올라가 129일을 버텨야 했다.

"홀로 고공농성을 하면 많은 생각이 들죠. 시민들의 응원에 힘을 내기도 하지만 몹시 외롭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적대적인 관계로 생각했던 어용노조 관계자들이 홍삼이라든지 건강식품을 넌지시 건네줬던 일이 잊히지 않습니다. 입장의 차이를 떠나서 우리는 사람이거든요."

'우리는 사람'이라니. 사람이 새도 둥지를 틀지 않는 곳에 올라 300여일을 고공농성을 해야 하는 세상이 이제는 끝나야 하지 않을까. 그는 결기어린 음성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박근혜 정권과 결탁해 노동자를 탄압하는 현대자동차 정몽구는 반드시 구속되어야 합니다. 이 땅의 정의가 바로 서려면 무엇보다 먼저 노동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해요."

[김득중] "노동자 죽이는 손배가압류를 폐지하라!"

8년째 싸우고 있는 김득중 쌍용차 지부장의 말이다. 저마다 다양한 모양새가 어우러진 텐트촌사이로 자동차 모양의 간이목조주택이 눈에 띈다. 김득중 지부장은 캠핑촌에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문화예술인들이 순식간에 뚝딱 만들어줬다고 설명하며 웃음 지었다. 지붕 위에 나란히 굴뚝 두 개가 설치되어 있다. 곧 헬기를 만들어 올릴 예정이란다. 2009년 77일 옥쇄 파업 당시 공권력에 의해 짓밟혔던 현장의 기억을 재현한 농성장이다. 2015년 봄, 그 굴뚝 위에서 이창근과 김정욱이 다시 백일간의 고공농성을 하기도 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광장에서 노란봉투법 입법 청원 서명을 받고 있다. 2009년 쌍용차 사태로 2000여 명이 희망퇴직하고, 180여 명이 정리·징계 해고됐다. 그간 스물 여덟 명의 희생자가 나오기도 했다. '해고는 살인이다. 함께 살자'는 이들의 외침은 박근혜 이후 세상에서는 가능할까?

회사와 국가가 청구한 손배가압류에 따른 압박도 크다. 민주노총 통계에 따르면 노조 쟁의에 대한 손배소 총액은 2016년 기준 22개 사업장 약 1600억 원에 달한다. 김득중 지부장은 말한다.

"노란봉투법이 하루라도 빨리 개정되어야 합니다. 노동자를 죽이는 손배가압류는 청산해야할 적폐 중의 적폐이며 누구도 노동3권에서 보장된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생존권을 위협 받아서는 안 되죠."

노란봉투법은 지난 2014년 쌍용차 해고자들에게 47억 원의 배상 판결이 내려지자 시민들이 4만 7000원씩을 노란 봉투에 담아 연대한 '노란 봉투 캠페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노란봉투법은 19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현재도 입법에 이르지 못했다.

[김소연] "우주의 도움 필요 없다, 이 맨 몸으로"

94일 최장기 단식투쟁, 김소연 기륭전자 전 분회장의 말이다. 굴착기 위에서, 옥상에서, 폐허 위에서 1895일간의 투쟁을 이어간 김소연은 2008년 94일 동안 목숨을 건 단식을 해야 했다. 국회까지 나선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기도 했지만 결국 회사는 먹튀로 회사 자산을 다 빼돌리고 밤도망을 치고 말았다. 비정규직 전면 철폐를 위한 오체투지도 했었다. 김소연씨는 2012년에는 투쟁하는 비정규노동자 대통령 후보로 나서 보기도 했다. 김소연 전 분회장은 말한다.

"지금까지 기륭에 집중했으나 앞으로는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연대 투쟁에 함께 하려구요.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을 함께 만들고 있기도 해요. 어렵고 힘들지만 물러설 수는 없어요. 반 발짝이라도 더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싸워요."

캠핑촌 첫날부터 함께 한 김소연 전 분회장은 캠핑촌의 일상이 반듯한 규칙과 검소한 절제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다채로운 행동이 끊이지 않아 축제장 같다고 했다. 유흥희 현 분회장과 함께 캠핑촌의 일상을 챙기고 있다.

[김수억] "몸통은 재벌이다, 뇌물범죄자 정몽구 구속하라!"

비정규직으로 청춘을 보낸, 앞으로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김수억 분회장의 말이다. 그는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라인 점거 파업 주동으로 2년 6개월의 실형, 5년의 해고 생활. 또다시 캠핑촌과 법원 앞을 오가며 농성 중이다. 불법파견을 중단하고 모든 사내하청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그의 새해 바람이다. 김수억 분회장은 말한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2015년 7월 24일과 2016년 2월 15일 박근혜와 단독 면담을 한 뒤 노사 문제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며, 미르재단에 85억, K스포츠재단에 43억 등 128억의 뇌물을 건넸다죠. 뇌물의 대가는 노동개악과 불법파견 면죄부를 달라는 거겠죠. 정몽구는 특가법상 뇌물죄, 공금횡령과 배임, 불법파견죄로 감옥에 가야 하는 범죄자입니다."

김수억 분회장은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1차 청문회에 출석하는 정몽구 회장을 향해 '불법파견 전원 정규직화'라고 적힌 펼침막을 흔들었다가 현대 측 직원 10여명에게 폭행당했다. 그는 현대차 울산공장 보안업무 담당 부장, 폭행 지휘자, 당사자 등 8명에 관한 고소장을 전치 3주의 진단서와 함께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김수억 분회장은 불법을 자행한 재벌들이 처벌되어야만 천만 비정규직이 구제되고 불완전한 고용으로부터 해방된다고 힘줘 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광장신문> 4호에도 게재됐습니다.
글쓴이는 명지현 소설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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