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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광장 토론] 박근혜 퇴진, 그 후 우리는?

탄핵심판은 제도정치 아닌 촛불의 힘
[박근혜 퇴진 이후, 우리는 30] 조기대선은 기득권 정치에 어떤 균열을 만들까?

17.02.13 05:39 | 김은희 기자쪽지보내기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 후, 우리는 어떤 공동체를 만들까요? 광화문 광장의 '퇴진 캠핑촌'은 촛불 시민과 시민단체들의 대안 토론 광장을 엽니다. 이 기획은 <오마이뉴스>와 <광화문 퇴진 캠핑촌 광장토론위원회>가 공동기획했습니다. [편집자말]
▲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대통령 탄핵심판 제12차변론이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주재로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글쓴이는 김은희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입니다.... 편집자말

1970년대까지의 한국자본주의는 ʻ국가-재벌 동원체제ʼ 로 특징 지워진다. 이러한 국가-재벌 동원체제가 극단으로 치달은 것이 바로 1972년 유신헌법체제였다. 수동혁명적 민주화로 지칭되는 87년체제 역시 적지 않은 한계를 노정하고 있어서 분점정부와 대통령무책임성, 정치의 사법화와 노동의 배제 등이 지적되고 있다.

최장집은 서구 국가의 공화주의 헌법은 민주주의를 제도화하는 출발점이 되었지만, 한국의 법은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규범과 이상으로서의 법이라는 성격이 강하다고 비판한다.

특히 정치의 사법화와 관련해서 "강조될 것은 사법부와 법관들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율성을 갖되, 그것이 사회에 대해 자율성을 갖는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주의에서 사법부는 하나의 정부 기구로서 이중적 위상을 갖는다. 하나는 다른 두 정부기구에 대해 자율적인 부서로서 견제와 균형 관계에 있는 것으로, 이 점에서 그것은 자율성을 갖는 부서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다른 하나는 국가로서 사회에 대해 열려 있어야 하고, 사회적 책임에 종속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고 강조한다.

박근혜씨 탄핵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광장의 역동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가 많다. 중요한 점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등 제도정치로만 수렴되면서 촛불이 사그라들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흐름을 주도하는 힘과 방향은 얼마간 달라지고 있다. 광장의 정치는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고, 정치적인 관심은 대통령선거로 맞춰져 버렸다. 이런 흐름 속에서 조기대선이 기득권정치에 어떤 균열을 만들 수 있을까?

대중정치, 무엇을 희망해야 하는가

주말 없이 광장에 나서는 시민들의 삶은 팍팍하다. '싸그리 망해버려라'라고 생각될 만큼 파국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파국 이후,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상상해야 한다. 지금은 '누가'가 아니라 '어디로' 혹은 '무엇을' 하겠다는 말들이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지그문트 바우만은 <사회주의, 생동하는 유토피아>에서 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토피아를 더 열렬하게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무엇보다 약자의 불행과 가지지 못한 자들의 곤경에 얼마만큼 관심을 기울이느냐가 유토피아 사유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유토피아는 사람들이 매우 고통스럽게 경험하는 사안들에 대답을 제시한다. 유토피아가 대답하고자 하는 질문은 '무엇을 희망해야 하는가?'라는 골치 아픈 질문에 대답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대중의 상식'에 침투해야 하며, 이 '상식'을 바꿀 수 없다면 혁명은커녕 사회 변화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직접 민주주의와 대표의 불가능성(?)도 고민이지만, 어떤 '대중의 상식'인가도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라클라우와 무페는 대의민주주의가 제도화 된 사회에서는 누가 어떻게 다양한 사회 집단들을 '인민(people)'으로 구성하는지가 정치의 요체라고 말한 바 있다.

대중정치, 무엇을 희망해야 하는가

이제 87년 헌법이 수명을 다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루어진 듯 하다. 헌법현실이 헌법정신에 결코 도달할 수 없는게 사실이라면, 한 사회가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기획하는 방법의 하나가 헌법 개정이다. 국회에 개헌특위가 만들어지고 기득권정치 중심의 성급한 권력구조개편 개헌'론'은 있지만, 사실 시민이 중심이 되는 '개헌'은 아직 충분히 숙성되고 있지는 못하다.

우리는 아직 제대로 토론을 시작해 보지도 못했다. 지금은 광장의 시민이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한 헌법적 투쟁과 운동적 투쟁을 병행해야 할 때이다.

개인적으로는 시민적으로 '개헌'을 적극적으로 토론하되, 충분한 숙의와 시민주도가 보장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느린(deliberately slow)' 과정의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녹색당은 그 과정에서의 시민참여와 직접 민주주의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그래야만 헌법이 명실상부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약속'으로 자리잡고 우리의 일상에까지 녹아드는 규범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는 먼 미래나 환상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살아나야 하고, '나의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개개인의 실천 속에 있다.'"

그렇다면 기득권정치/제도정치는 어찌해야 하나? 별다르지 않은 인물론 중심의 대선으로, 권력구조개편 개헌으로 달려갈 것이 아니라,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에서 바로 지금 당면한 개혁과제들을 미루지 않고 수행해야 한다. 달라지는 모습을 지금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 중에는 선거제도개혁도 중요한 이슈이다.

개헌과 관련해서 권력구조를 먼저 개편하자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를 바꿔내기 위해서는 국회가 먼저 달라져야 하고, 그래서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 대통령제가 유능한 민주적 정치기관으로 작동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조건은 바로 강력한 의회의 존재라고 토크빌도 지적하고 있다.

의회 구성을 바꿔내는 선거제도개혁 연대

▲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월에는 탄핵하라-14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세종문화예술회관 계단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 이희훈

좋은 시스템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으며, 시스템의 변화를 위한 광범위한 연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2017년 대선에 정치개혁의제를 제기하기 위한 시민적 운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공감한다. 녹색당은 창당부터 지금까지 잘못된 선거제도와 싸워 왔고, '한 맺힌 선거법 관련 위헌소송'을 지속하고 있기도 하다.

강령에서 정치의 변화를 위해 근본적인 정치제도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선거구 조정 문제를 넘어 유권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제도가 개선되어야 하며, 그 내용의 핵심을 '전면적인 비례대표제 확대'로 꼽는다. 그 과정에서 최근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개혁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또한 대표자를 뽑아서 일을 맡기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며 시민들이 참여하는 직접ㆍ참여 민주주의를 제안하고 있다.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절차와 규율에 관한 정치관계법 개정의 최종적 권한을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이 배타적이고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그동안 정치개혁이 늘 절실히 바라지만 실현은 불가능한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였던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정치관계법 등 선거제도개혁에 관한 사안 자체의 심의 권한을 국회와 기득권정치가 아닌 시민들에게 되돌리는 방안이 고민되어야 한다.

거대 여야가 열세지역에 국회의원 당선자를 내는 것이 지역주의 정치를 극복하는 해결방안인지 의문이다. 전면적인 정치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그 우선순위는 정치인을 위한 제도가 아닌 유권자 시민을 위한 제도이어야 한다. 지속적으로 요구되어 온 유권자 표현의 자유 보장과 투표권 확보, 선거연령 하향조정을 통한 선거권 확보, 교사·공무원의 정치참여 보장, 청소년의 선거운동 제한규정 삭제, 정당 설립요건 완화 등 광범위한 정치결사와 유권자 권한 강화 제도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의 선거별 피선거권 연령제한도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자치와 분권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지역과 주민들에게 권한을 되돌려야 한다. 지방선거 직전에야 반짝 논의하다 촉박한 선거일정에 뒤로 미루어져 온 풀뿌리 선거제도 개혁을 지금 논의해야 한다. 정당 설립요건 완화뿐만 아니라 지역정당을 허용하고, 정당의 중앙당 소재지 규정도 삭제해야 한다. 기호추첨제, 선거구 분할 조항 삭제를 통한 기초의원 중선거구제 실질화, 광역·기초 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시기의 분리 등의 제도개선을 미리 논의해야만 다음 지방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다. 

시민들이 지지하는 비례대표제가 가능하려면

선거제도개혁 특히 비례대표제 확대 논의는 새로운 의제는 아니고,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나 전문가들이 꾸준히 제안해 온 방향이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지역구 중심의 단순다수소선거구제가 지속되고 있을까? 그것은 제도개혁을 결정할 권한을 쥔 주체와 개혁을 요구하는 주체의 판단기준과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고, 제도개혁을 요구하는 주체가 이것을 관철할 힘을 가지지 못한 탓이다.

또한, 시민들이 비례대표제 확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알리고 설득할 것인가 하는 점도 숙제이다. 비례대표제 확대에 대해 전문가들의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시민들이 비례대표제에 대해 선호나 호감이 있는가는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2등 국회의원, 혹은 돈 공천을 먼저 떠올리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이는 지금까지 비례대표 후보 선출의 기준이나 순위에 관해 시민들의 의사를 물어본 적도 없거니와 각종 공천비리 등 공개적이고 제도적인 절차 없이 정당차원에서 암암리에 결정되어 왔기 때문이다.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한 국민참여경선 등이 제안되고 있는 지역구 후보 선출방식과는 달리 전적으로 정당이 후보공천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비례대표 선정에 관한 제도개선방안은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지 못하고,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과정에 대한 연구도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그 외에도 비례대표제가 헌법상에 규정된 직접선거권, 평등권, 공무담임권과 충돌되는 지점이 있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연구도 제기되고 있다. 비례대표의원을 지역구의원과 별도로 선거한다고 해서 비례대표 의원 선거방식이 직접선거라고 볼 수는 없다는 해석도 없지 않다.

왜냐하면 여전히 비례대표 선거는 국민이 직접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정당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행 비례대표 선거제도가 직접선거 원칙에 위반되는 원인은 (폐쇄형) 고정명부 비례대표제도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기준을 정당에게 포괄적, 일방적으로 위임하기 보다는 법적으로 정확한 기준을 제정하여 원칙에 맞게 추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 여야 한다. 그래야만 비례대표 제도가 추구하고자 했던 소수자의 의견, 약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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