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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광장 토론] 박근혜 퇴진, 그 후 우리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들'이 광화문에 텐트 친 이유
[박근혜 퇴진, 그후 우리는 25] 시민의 적극적 참여를 제안하며

17.01.13 17:42 | 이양구 쪽지보내기|편집:장지혜쪽지보내기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 후, 우리는 어떤 공동체를 만들까요? 광화문 광장의 '퇴진 캠핑촌'은 촛불 시민과 시민단체들의 대안 토론 광장을 엽니다. 이 기획은 <오마이뉴스>와 <광화문 퇴진 캠핑촌 광장토론위원회>가 공동기획했습니다. [편집자말]
▲ 지난 7일 광화문 광장에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광장극장 블랙텐트'를 짓기 시작했다.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인해 공공 극장을 빼앗기고 다시 그 공공극장을 회복하기 위함이다. 16일부터는 '광화문 극장 블랙텐트'서 공연이 열린다. 이날 극장을 제작하는 작업은 오후 5시가 넘어서 끝났다. ⓒ 유지영

지난 10일 광장극장 블랙텐트가 임시 공공극장을 표방하며 광화문 광장 텐트촌에 문을 열었다. 이는 최근 드러난 '블랙리스트'를 비롯한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 검열 사태에 항의하는 한편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운영하는 국·공립극장들이 방기해 왔던 극장의 공공성 문제를 본격 제기하기 위한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한국사회의 적폐는 그저 이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대안을 만들어 갈 때 비로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연극인들은 그저 예술 검열과 블랙리스트를 비판하는데 머물지 않고 박근혜 정부가 운영했던 국·공립극장들이 그동안 수행해온 기획·제작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수정하기 위한 청사진을 그릴 필요가 있다. 

최근 드러난 '블랙리스트' 작성 근거는 크게 보면 문재인·박원순 등 야당 후보 지지와 세월호 진실 규명에 대한 요구였다. 민주주의의 기초를 이루는 정치적 의사 결정의 자유를 부정하고 부당하게 시민권을 제한한 것이다. 박영수 특검은 지난 1월 9일 블랙리스트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대 범죄로 규정짓고 주요 피의자를 구속해서 수사하기로 하고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블랙리스트 작성의 주모자로 지목되었지만 그동안 이를 부정해왔던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 같은 날 국정 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호된 질타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하기도 했다. 조윤선 장관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헌법상 탄핵 사유를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헌법 제65조에 따라 장관에 대한 탄핵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발의에 국회재적의원 과반수만 찬성하면 권한을 정지시킬 수 있다. 조윤선 장관은 정치적 책임을 지고 하루 빨리 자진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계속해서 버틴다면 국회가 탄핵해서라도 직무를 정지시켜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김기춘, 조윤선, 정관주 등 블랙리스트 작성 및 이를 근거로 한 검열 사건에 책임 있는 전·현직 고위공무원들은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처벌받아야 할 것이다. 하위직 공무원들이라고 하더라도 예외 없이 개별적 검토를 통해 사법적 처리를 받아야 할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했던 창작산실 지원 사업에서 박근형 연출가에게 지원 포기를 강요하고 포기 각서까지 받아낸 뒤 이를 근거로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에 극단의 아이디로 접속하여 포기 신청서를 접수한 공직자들도 전자기록위작·변작죄로 처벌받아야 한다.

자신들이 기획한 공연에서 '수학여행'과 '노스페이스'라는 단어가 등장하자 공연이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며 관객이 보는 앞에서 공연을 중단시켰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장과 문화사업부장도 업무방해죄 여부에 대하여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광장극장블랙텐트를 광화문 광장에 임시 공공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것은 블랙리스트와 예술 검열에 항의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블랙리스트 및 예술 검열 사태는 우리에게 근본적으로 극장 특히 국·공립극장의 공공성에 대해서 기초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든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먼저 박근혜 정부가 운영하는 국립극단과 국립극장 등 국·공립극장에 대하여 그동안 문체부로부터 블랙리스트가 내려왔는지, 내려왔다면 그동안 어떻게 대처하였으며 이를 근거로 기획·제작단계에서 배제행위가 있었는지 공개적으로 묻고 성실한 답변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그동안 이러한 검열 행위가 있었다면 국·공립극장들은 서둘러 진실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설사 문체부로부터 국·공립극장에 내려온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았고 따라서 예술 검열 문제에 대해서 국·공립극장이 책임질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극장의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 책임은 남는다.

▲ 서울 광화문 광장 박근혜 퇴진 캠핑촌 모습 ⓒ 노순택

광화문 광장, 동시대성이 가장 뜨겁게 살아 숨 쉬는 공간

지난 2016년 1월 9일 세월호 참사가 어느덧 1000일을 넘겼다. 그러나 내가 과문한 탓인지 세월호 참사 1000일이 지나도록 박근혜 정부가 운영하는 국·공립극장에서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기억하는 공연을 기획·제작하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한국사회의 온갖 적폐가 쌓여 304명의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한 국가적 차원의 대참사에서 그 밑바탕을 이루는 국가, 사회, 인간에 대한 근본적 반성이라는 측면에서 이 정신적 과제를 수행할 공론장을 열 생각조차 하지 않는 국·공립극장이 이 나라 국·공립극장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우리는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난 2015년 12월 28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한일 외교장관 합의로 타결된 '위안부' 문제만 하더라도 일제 식민지 시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한국사회의 모순을 응축하고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이 문제 또한 박근혜 정부가 운영하는 국·공립극장에서는 제대로 기획·제작된 바 없는 것이다.

이 나라 국·공립극장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공립극장이란 말인가. 이 나라 국·공립극장의 운영을 맡은 책임자들은 제 나라 국민으로서 부끄러움조차 없단 말인가. 박근혜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소신을 지키지 못한 것인지 제 나라의 정신적 과제가 무엇인지 파악조차 못하는 무능한 자들이 국·공립극장의 레퍼토리를 책임지는 자리에 앉아있었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광장극장 블랙텐트를 광화문 광장 텐트촌에 세운 것은 무엇보다도 이 나라 국·공립극장이 내팽개친 극장의 공공성을 기초부터 다시 배우기 위한 것이다. 광화문 광장은 동시대성이 가장 뜨겁게 살아 숨 쉬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공공성은 무엇보다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개방성에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야당후보를 지지하거나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예술가들을 배제했다.

국·공립극장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목소리, '위안부' 피해자 및 생존자들의 목소리, 정리해고 등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목소리 등 각종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무대 위에서 관객을 만날 기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 광장극장 블랙텐트가 무엇보다도 이 나라 국·공립극장들이 기획·제작을 외면했던 사안들을 무대에 올리고자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공공성은 공개적인 토론 및 절차에 있다. 박근혜 정부는 거버넌스를 지속적으로 후퇴시키며 중요한 문화예술 정책에 대하여 현장의 예술단체들과 협의하지 않았다. 향후 이 나라 국·공립극장들도 중요하게 제작되어야 하는 레퍼토리들에 대하여 공개적인 토론의 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광장극장 블랙텐트는 공공극장이 수행해야 하는 과제들에 대하여 시민들과 함께 논의하는 공론장이 되고자 한다.

시민은 그저 관객으로서 구경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공공극장이 기획·제작하는 공연들을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주체로서 재정립되어야 한다. 국·공립극장의 공공성은 그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며 박근혜 정부 퇴진 이후 재정립될 국·공립극장이 주요하게 추진해야할 핵심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광장극장 블랙텐트는 박근혜 정부 이후 국·공립극장을 재정립해야 하는 연극인들이 미래의 청사진을 선취하기 위한 실험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실험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시민의 적극적 참여는 극장이 그저 오락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에서 인간과 사회와 국가에 대한 시민 개개인의 인식을 고양시키는 광장이기도 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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