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넉달 간 노숙투쟁, 박근혜가 탄핵됐다

10만인 리포트

정수근, 낙동에 살어리랏다

'4대강 사업' 비껴간 유일한 곳에 교량 공사를?
[현장] 생태자연도1등급지인 백포에 달봉교 설치 공사 진행... 환경청과 국토부는 '엇박자'

17.01.13 19:51 | 글:정수근쪽지보내기|편집:김예지쪽지보내기

지난 연말과 최근의 낙동강 모니터링을 통해 4대강 사업 이후 사실상 낙동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경을 간직하고, 생태적으로 아주 중요한 곳에 교량 공사가 시작된 것을 알게 되었다. 2014년 진행된 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부의 반대에 부딪힌 하천공사가 다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다급했다. 지난 10여 일 생태 전문가와 환경부, 국토부를 상대로 질의하면서 이 사업을 취재했다. 그 취재기를 올려본다. - 기자 말

▲ 삼강에서 비로소 큰 물줄기가 된 낙동강. 4대강사업으로 이전 모습을 잃어버린 낙동강에서 유일하게 이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자 생태적으로도 아주 민감하고 중요한 생태거점 지역이다. ⓒ 정수근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은 이제 예전의 강이 아니다. 모래톱과 얕은 물줄기와 습지가 어우러진 우리 하천의 전형적인 모습은 모두 사라지고, 4대강 사업으로 댐과 같은 거대한 8개의 보가 들어선 이후 천편일률적인 강의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어디를 가도 깊어진 강물과 둔치로 이루어진 인공수로의 모습뿐이다.

그런데 이전 낙동강의 모습을 간직한 유일한 곳이 있다. 현지 주민들에게 '백포'라 불리는 곳이다. 드넓은 모래톱이 펼쳐져 있고 물줄기는 산지를 굽이쳐 흘러간다. 낙동강과 금천 그리고 내성천이 만난 낙동강이 비로소 낙동강답게 흘러가는 바로 그 삼강교부터 그 아래 1~2킬로미터에 해당하는 구간이다.

삼강주막에서 풍양면 소재지로 넘어가는 고갯길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이곳의 모습은 회룡포의 그것과 4대강 사업 전 낙동강 제1경 경천대 풍경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세 개의 강이 만나 어우러지는 생태적인 중요성까지 더하면 이곳의 가치는 낙동강에서 가장 크다고 평가된다.

▲ 문제의 달봉교 공사 위치다. 이곳은 낙동강 본류 중에서 빼어난 경관미를 자랑하는 곳이다. ⓒ 정수근

그런데 이런 곳에 다리 공사가 시작됐다. 바로 국토교통부 산하 부산지방국토관리청(아래 부산국토청)이 지난해 12월 이곳에 '내성천 용궁지구 달봉교 설치공사'란 이름의 교량공사를 강행한 것. 문제의 달봉교 공사는 지난 2014년 국토교통부의 '내성천 용궁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중의 하나로 들어 있었고, 당시에도 이 공사는 문제가 된 바 있다(관련 기사 : 이곳, MB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2014년 당시, 환경부는 이 달봉교 공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고, 두 번이나 사업 진행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 후 이 공사는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사업이 슬며시 살아나 2016년 연말에 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2017년 1월 11일 현재 임시 가교의 일부가 설치된 상태다. 환경부가 반대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 수 있었던 걸까?

3년 전 반대했던 사업 의심없이 넘어간 환경청

▲ 환경부도 모르는 사이, 지난 12월 본 공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 정수근

지난해 연말, 기자는 현장에서 사업이 진행된 사실을 파악하고 환경부 산하 대구지방환경청에 바로 문의했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를 담당하는 평가과 담당자는 달봉교 공사 진행 사실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구지방환경청 환경평가과 한 담당자는 지난 12월 기자와 한 통화에서 "아직까지 그 교량공사에 대해서 들어보지 못했다. 이른 시일 안에 공사현장에 가서 상황을 파악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월 2일 또 다른 담당자를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부산국토청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부산국토청이 달봉교 사업의 공사규모를 대폭 줄였다. 교량의 폭을 11미터에서 5미터로 줄이고, 공사비도 112억에서 75억으로 줄였다. 면적도 7800㎡로 줄어들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1만㎡ 이상)도 안 된다."

사업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에 부산국토청이 2014년 때처럼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고, 대구지방환경청에 통보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지방환경청이 이 공사가 착공된 사실을 모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달봉교 교량공사를 발주한 주무부서인 부산국토청 하천1과 관계자는 "이전보다 사업 규모를 대폭 줄였고, 규모를 줄이면서 대구지방환경청에게도 알렸다. 그래서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부산국토청은 대구지방환경청과 협의를 했다는 것. 재차 대구지방환경청 담당자에 질의했다.

- 부산국토청은 대구지방환경청과 협의를 했다고 하는데.
"알아보니 그건 사실과 다르다. 당시 부산국토청이 협의해온 것은 맞다. 그런데 우리가 협의를 하는 중에 부산청에서 연락이 와서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대상도 아니라면서 협의를 철회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협의를 철회했을 뿐이다."

대구지방환경청의 대응엔 아쉬움이 남는다. 2014년 당시 환경부는 달봉교 사업을 '내성천 용궁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에서 제척시키면서 "낙동강 본류에 설치예정인 달봉교는 추후 관련규정에 따라 별도 협의하여야 함"이라는 협의 의견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국토부가 혹시라도 추후에 다시 달봉교를 건설하려 할 시에는 반드시 환경부와 별도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단 것이다.

- 그렇다면 지난해 국토부가 슬며시 다시 시작한 이 달봉교 사업은 결국 환경부와 협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이 되지 않나? 이 생태적으로 중요하고도 민감한 지역에서 국토부는 환경부에 협의도 없이 공사를 착공한 셈인데,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환경부가 국토부에 항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그건 유권해석이 필요한 것 같다. 유권 해석은 환경부 본부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본부에 질의해보겠다."

▲ 2014년 당시 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에서 국토부가 달봉교 공사를 할 시 환경부와 별도 협의를 하여야 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 내성천 하천환경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캡쳐

사업 규모를 축소해 환경영향평가를 피해가려는 부산국토청의 '꼼수' 공사를 의심할 수 있는 상황에서 협의 조항을 제대로 걸고 넘어가지 않은 환경부의 태도에 아쉬움이 남는다. 더구나 이곳은 환경부 지정 생태·자연도 1등급지로 "생태계가 특히 우수하거나 경관이 특히 수려한 지역, 생물다양성이 특히 풍부하고 보전가치가 큰 생물자원이 존재·분포하고 있는 지역(환경부 정의)"이다. 환경부 스스로 함부로 개발해서는 안 되는,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으로 설정해둔 곳이다.

환경·생태적 가치 큰 곳임에도 사업 강행하는 부산국토청

▲ 부산국토청 담당자는 아름다운 교량을 만든다 했지만, 이곳의 풍경과는 너무나 이질적인 교량이다. ⓒ 부산국토청

12일, 부산국토청 측에도 사업 규모를 줄이면서까지 공사를 강행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본부와 사업비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곳은 교통량도 많지 않고 농어촌도로 기능으로 하면 될 것이란 이유로 사업 규모를 줄인 것이다. 이 사업은 주민불편 해소 차원에서 하는 사업 맞다. 강 건너 문경 쪽 주민들을 반대쪽 예천 쪽으로 연결해주고, 또 제방관리용 목적으로도 쓰려 한다."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해 사업 규모를 줄인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지만, 여전히 사업을 추진하는 목적에 의문이 생긴다. 내성천과 낙동강을 수년째 사진으로 기록해오고 있는 생태사진가 박용훈씨는 이렇게 지적한다.

"물론 이목리 주민들의 요구가 있을 수는 있다. 다리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훨씬 편리하긴 하니까. 그러나 주민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영순면 이목리는 생활권이 문경 쪽이고, 삼강리는 예천으로 생활권이 명백히 나뉘어 있고, 그곳은 길이 잘 나 있다. 이런 곳을 굳이 연결할 이유가 있나. 이런 식으로 주민들의 요구를 다 들어줄 것 같으면 낙동강에 지금보다 얼마나 더 많은 교량이 생겨야 할지 모른다."

▲ 4대강사업으로 국토부가 건설한 오토캠핑장과 문경시가 만든 야구장 ⓒ 정수근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다리를 설치한다는 국토부의 해명에 의심이 가는 이유는 또 있다. 강 건너 문경시 영순면 이목리의 하천부지 둔치는 원래 농경지였다. 당시 논과 모래톱과 하천이 어우러진 경관이 정말 아름다웠다. 그런데 국토부가 이곳에 농지를 모두 없애면서 오토캠핑장과 야구장이 들어섰다. 또 현재 삼강주막 쪽에선 '삼강문화단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에게 이러한 사업과 교량 건설에 연관성이 있는 건 아닌지 물었다. "교량이 놓이면 이목리 주민들뿐 아니라 (외부인들도) 다 같이 이용할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보존 가치 큰 구간 "공사는 당장 중단되어야"

▲ 생태자연도 1등급지. 초록색으로 된 구간이 모두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해당하는 구간이다. 문제의 달봉교가 놓이는 구간 역시 생태자연도 1등급지임을 알 수 있다 ⓒ 내성천하천환경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켑쳐

공사가 진행되는 일대는 환경적으로 가치가 큰 공간이다. 특히 이곳은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1급인 흰수마자가 지나는 통로로 알려져 있다.

민물고기 전문가 채병수 박사는 "이곳은 멸종위기종 1급종인 흰수마자가 낙동강과 내성천의 상하류로 이동하는 길목"이라며 "꼼꼼하고 철저한 준비 없이는 그 어떤 하천공사를 강행할 수는 없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 가교가 일부 놓였을 뿐인데도, 좌우측 모래톱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교각과 교각보호공이 세워지면 마치 삼강교 아래와 같이 황폐화 될 것이다. ⓒ 정수근

또한 이 지역에 교량이 들어섰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심각한 생태적 변화도 우려된다.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곳은 공사가 계속될 시 건설현장 직후 공격사면(강물이 들이치는 곳)이 가까이 있고, 활주사면(모래가 퇴적되는 곳)에 해당하는 곳에 교각을 세우면 침식과 세굴이 급격히 이루어져 생태계의 서식처가 일대 변화가 일어난다. 그로 인해 생물상과 생태계 기능과 구조를 변형시키게 된다.

또 이곳은 교량이 없었기 때문에 중요한 생물이동통로였다. 포유류, 조류, 어류의 이동에 위협적인 요소가 없었는데 교량과 도로가 만들어짐으로써 강의 연속적인 생태계의 단절과 교란의 핵이 된다.

또한 우수한 야생지역을 가로지르면서 2차, 3차적으로 쓰레기나 행락객의 투입 등으로 서식처 교란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러한 가치가 있는 곳에 문제의 공사를 벌인다는 것은 정말 통탄할 일이다."

▲ 가까이서 본 공사현장. 양측 모래톱의 일부가 훼손됐다. 이곳에 교량이 들어서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풍광이 펼쳐질 것이다. ⓒ 정수근

낙동강과 금천 그리고 내성천이 만나 어우러진 귀중한 생태계인 삼강 유역. 낙동강은 비로소 이곳에서부터 큰 물줄기를 이루어 힘차게 흘러간다. 그 힘찬 물줄기가 빚어놓은 경관미는 낙동강 제1경이라 불리는 경천대의 그것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4대강 사업으로 경천대가 옛 모습을 잃어버린 작금의 현실에서 낙동강 제1경이라 불러도 좋을 지역에 오토캠핑장과 야구장 그것으로 부족해 교량까지 잇는다니, 서구 선진국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4대강사업 주무부서로서 국토부는 실패한 4대강사업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국토부의 4대강사업으로 인해서 지금 낙동강은 녹조라떼에 이어 기생충과 실지렁이가 창궐하는 죽음의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국토부는 그 4대강 삽질을 피해 겨우 살아남은 낙동강의 마지막 비경마저 또 손을 대려는 것이다. 국민적 저항이 필요한 이유다.

"달봉교로부터 얻을 것에 비해 그것으로부터 잃을 것이 더 크다. 저 아래 드넓은 모래톱은 이제 낙동강에서 유일하게 남은 모래톱이다. 이곳에 교량이 놓인다면 저 모래톱의 모습도 교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국토부의 꼼수 공사는 지금이라도 중단되는 것이 맞다."

대구환경연합 이석우 전 하천팀장이 11일 현장을 함께 둘러보고 너무나 안타까워하면서 말했다.

▲ 이곳 백포 지역의 드넓은 백사장이다. 내려가 보면 그 면적은 훨씬 넓다. 물결 모양을 띤 아름다운 모래톱이 장대하게 펼쳐져 있다. ⓒ 정수근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8년 동안 낙동강과 내성천을 기록해오고 있습니다.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추천 리포트
이 기사와 관련된 최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