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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말고 차라리 탈영해" 엄마들의 절규
[스토리펀딩 연속기획⑤] 국방장관에게 전하지 못한 군 의문사 피해 유족의 절규

17.01.06 07:17 | 글:고상만쪽지보내기|편집:김도균쪽지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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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에 발생하여 그해 7월 30일 처음 세상에 알려진 윤 일병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사연을 일일이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하고 참혹했던 윤 일병 사망사건. 그때 윤 일병이 겪은 고통스러운 피해를 접하고 누구보다 큰 충격을 받은 분들은 군에서 아들을 잃은 유족 분들이었습니다.

"보좌관님. 어떡해요?"라는 말만하며 전화기 속에서 하염없이 오열하던 그 엄마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흐릅니다.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어머니들에게 제안했습니다.

"그러지 말고 우리 국방부 장관을 찾아가 항의하면 어떨까요? 가서 욕을 하든 뭘 하든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지 않는 국방부에 찾아가 그 철문이라도 붙잡고 흔들어 볼까요?"

그렇게 해서 찾아간 2014년 8월 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 그날 따라 하늘에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엄마들의 눈물과 빗물이 섞였고 오열과 분통이 이어졌습니다. 엄마들은 군대 내 폭력과 가혹행위를 규탄하며 사망한 군인들의 명예회복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국방부장관에게 전달하려 했습니다.

▲ 2014년 8월 6일 국방부 앞에서 개최된 윤 일병 사망사고 관련 군 유족 항의집회 ⓒ 고상만

하지만 굳게 닫힌 국방부 철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엄마들의 마음을 국방부 장관은 정말 이해할 수 있을까요? 결국 엄마들이 장관에게 전하고 싶었던 기자회견문은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그때 엄마들이 국방부장관에게 전하고 싶었던 그 글을 오늘 공개합니다. 엄마들이 절규하며 외친 그 한마디, '우리는 차라리 윤 일병의 부모가 부럽다'는 그 잔인한 절규를 말입니다.

의무복무중 사망 군인의 명예회복을 촉구하는 유족 호소문

한민구 국방장관님. 그리고 군에 아들을 보내거나 앞으로 보내야 할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저희는 군에서 아들과 남편을 잃고 고통속에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대한민국의 군 사망사고 피해 유족들입니다.

국민 여러분. 알고 계십니까. 지금 이 나라에서는 해마다 150여 명의 군인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 100여명은 군 수사당국의 일방적인 결론에 의해 자해 사망 군인으로 분류되어 아무런 예우없이 처리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28사단에서 발생한 금번 윤 일병 사건 부모님에게는 잔인한 말씀이지만, 우리 군 사망사고 유족 입장에서는 차라리 윤 일병의 부모님이 부럽습니다. 적어도 윤 일병은 부대에서 무슨 일을 겪었고, 왜 죽게 되었는지 밝혀지지 않았습니까? 만약 윤 일병이 이처럼 지독한 가혹행위와 구타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을 매었거나 방아쇠를 당겨 죽었다면 군 수사당국은 어찌했을까요?

그렇습니다. 윤 일병 역시 우리 아이들처럼 자살로 처리하여 일반 사망으로 처리했을 것입니다. 틀림없이 군 당국은 이렇게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윤 일병은 차라리 맞아 죽음으로서 그동안 부대에서 자신이 무슨 일을 당한 것인지 폭로했습니다.

이처럼 잔인하고 끔찍한 일을 부럽다고 말하는 우리가 제정신일까요? 왜 우리를 이렇게 만드는 것입니까? 우리는 저 꽃다운 스무살 나이에 참담하게 목숨을 잃은 윤 일병을 생각하면 우리 아들과 다르지 않은 고통을 느낍니다. 그러면서 부들부들 떨리는 심정으로 숨이 막혀올 지경입니다. 도대체 이런 군대에 누가 자식을 맡길 수 있단 말입니까?

장남을 군에서 잃은 한 어머니가 있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군에서 아들을 잃었습니다. 군은 자살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예우도, 명예도 없이 귀한 아들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동생인 둘째 아들이 군에 입대하기 전날 밤, 그 어머니는 아들을 안고 울며 말했습니다.

"애야. 만약 정 견디기 힘들면 차라리 죽지 말고 탈영해라."

▲ 지난 2014년 8월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28사단 폭행 사망 희생자 윤일병과 군 사망 희생자 추모제에서 희생자 영정을 든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참가하고 있다. ⓒ 이희훈

"죽지 말고 탈영해라" 이 엄마의 절규

이렇게 말을 한 그 어머니의 심정을 한민구 국방장관은 정녕 아십니까? 그동안 우리 군 사망사고 피해 유족은 의무 복무중 잃은 아들을 생각하며 죄인처럼 살아왔습니다. 밥 먹는 것도, 숨 쉬는 것도 괴로워하며 지내왔습니다. 누구나 다 군대 가는 것이고 또 그러다가 다시 이 엄마의 품으로 돌아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이들이 이렇게 많은 줄 우리 역시 이 일을 당하고서야 처음 알았습니다.

억울했습니다. 왜 우리가 이런 고통에 처해야 하는지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내 아들과 남편을 잃었는데 왜 국방부와 이 나라는 우리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는지, 데려갈 때는 '조국의 아들'이라더니 이제 와서는 '못난 니 자식'이라며 핍박만 할 뿐입니다.

하지만 똑 바로 보십시오. 오늘은 윤 일병이, 또 어제는 우리가 이 끔찍한 피해자지만 내일은 누가 이 자리에 서서 우리처럼 울고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평균 3일에 한명 꼴로 군인이 죽고 또 평균 4일에 한명은 군 당국이 자살로 처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한민구 국방장관님께 호소합니다. 우리는 특별한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들 잃고 팔자 고치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 나라에서 아들을 낳아 키워 누구처럼 회피하지 않고 군대에 보냈으니 국방부와 이 나라가 그 명예를 인정해 달라는 것입니다.

병무청이 건강한 청년이라고 현역 자원으로 분류하여 데려 갔는데 왜 갑자기 이유도 없이 죽었단 말입니까? 그렇게 국가가 데려간 우리 아들을 국방부가 지켜 주지도 않고 아무 책임도지지 않는단 말입니까? 당연히 책임을 져야 옳지 않습니까?

그래서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와서 한민구 국방장관께 요구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의무 복무중 사망한 이 나라의 모든 군인을 순직처리하고 그들을 국립묘지에 안장해 달라는 것입니다. 지난 2013년 12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광진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군 인사법 일부개정 법률안'의 조속한 본회의 통과를 위해 국방부가 적극 나서 주십시오.

이것이 지금 윤 일병 사건으로 드러난 군 폭력 문제 해결의 진짜 해결 방안이며 군인 인권 개선의 근본적인 치유 방안입니다. 지금처럼 자식이 죽은 이유를 피해자인 부모가 입증하지 못하면 그저 자살이라고 처리하여 일방적으로 매도한다면 누가 자식을 또 군대에 보내겠습니까?

한민구 국방장관님. 그리고 국민 여러분. 정말 기가 막힌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지금 이 시간에도 1998년에 사망한 군인 시신 2구와 99년 사망한 군인 시신 2구를 비롯하여 모두 20기의 군인이 군 병원 냉동고에 십 수년째 사실상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부모 가슴에 묻는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그 자식을 가슴은 고사하고, 군 병원 냉동고에 넣어 둔 채 십 수년 씩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군인 시신과 유해가 총 191기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이 문제를 유족의 입장에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군사 작전하듯 모두 화장하여 '자살자 봉안소'로 전부 몰아 넣으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 유족의 고통과 분노가 들끓는 이유입니다.

도대체 자식을 군대 보낸 죄로 이런 고통을 당할 줄 알았다면 차라리 감옥을 보냈지 군대에 보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동사무소에서 아들의 사망 신고서를 부여잡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는 우리 심정을 얼마나 더 외쳐야 한단 말입니까.

국방이 국민 의무라면 '의문사 규명은 국가 의무'임을 인정해야

한민구 국방장관님. 국민 여러분 호소합니다. 간절히 호소합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군인은 우리 아들입니다. 그 아들을 살려주십시오. 더 이상 군에서 윤 일병과 같은 참혹한 죽음이 벌어지지 않도록 군 폭력을 막아 주십시오. 그리고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자살로 처리하여 아무런 예우도, 명예 회복도 없이 내 버리는 지금의 야만적인 군 인권 현실을 고쳐주십시오.

이를 위해 오늘 저희는 한민구 국방장관께 이 호소문을 직접 전달하고자 국방부를 찾아 왔습니다. 부디 이 호소문을 한민구 국방장관이 직접 받아서 읽어 주십시오. 그리고 군대에 자식을 보낸 죄밖에 없는 이 불쌍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호소에 화답하여 주십시오. 빠른 시일내에 김광진 국회의원이 발의한 '군 인사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통과되어 우리의 한이 풀리도록 해 주십시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도 호소합니다. 책상을 내리치며 윤 일병의 죽음에 분노했던 그 행위가 진심이라면 우리 유족이 원하는 이 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주십시오. 이것이 진짜 이 나라에서 군인을 위하고 그 군인의 부모를 위하는 길입니다.

끝으로 국방장관께 요구합니다. 조속한 시일내에 국방장관님과 면담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면담 일시를 정해 알려 주십시오. 직접 뵙고 우리의 뜻을 전달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십시오. 그것이 군을 인권 지대로 만들겠다는 국방 장관님의 의지를 국민이 진실로 받아들이는 첫 번째 시작이 될 것입니다.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4년 8월 6일

의무복무중 사망 군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전국 유가족협의회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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