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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광장 토론] 박근혜 퇴진, 그 후 우리는?

재벌이 입금하면 즉시 민원사항 처리한 대통령
[박근혜 퇴진, 그후 우리는 22] 언제까지 재벌의 국정농단에 놀아날 것인가?

16.12.28 21:25 | 글:김도희쪽지보내기|편집:김지현쪽지보내기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 후, 우리는 어떤 공동체를 만들까요? 광화문 광장의 '퇴진 캠핑촌'은 촛불 시민과 시민단체들의 대안 토론 광장을 엽니다. 이 기획은 <오마이뉴스>와 <광화문 퇴진 캠핑촌 광장토론위원회>가 공동기획했습니다. [편집자말]
▲ '최순실 게이트' 관련 재벌총수 청문회가 열린 6일 오전 민주노총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가면을 들고 재벌총수 구속과 전경련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 남소연

[기사 수정 : 12월 29일 오전 9시 53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대해) 모든 사회공헌이든 출연이든 어떤 부분도 대가를 바라고 하는 지원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 독대에 대해) 30~40분 독대했는데 기부해달라는 얘기는 없었다. 문화융성이란 단어가 나왔던 것 같은데 나는 출연을 해달라는 것으로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국민연금와 상섬합병 건에 대해) 양사의 합병은 저의 경영권과 관련이 없다,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독대가 있었을 때는 이미 주주총회도 끝나도 합병이 된 뒤의 일이라 합병 건 얘기는 없었다."

이른바 '삼송구'로 국민들을 답답함에 뒷목잡게 만들었던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의 청문회 발언들이다. '송구하다' '모른다'를 연신 내뱉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재용 부회장 출국금지, "삼성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업인데, 경영권 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란다"는 대통령 말씀자료 확보, "삼성이 계약을 서두르자고 한다"는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회장의 폭로 등 삼성으로서는 마냥 뒷짐지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검팀은 애초에 기존 사실관계에 대해 충분히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수사를 원점에서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뇌물죄란 대향범이라서(뇌물공여죄-뇌물수수죄) 받은 사람과 준 사람이 모두 있어야 하고, 양자를 모두 처벌하도록 돼 있다. 특검의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뇌물을 준 삼성과 뇌물을 받은 대통령을 정조준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삼성과 재벌의 구속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삼성·현대차·롯데·SK의 범죄사실 내지 의혹들

▲ 두손으로 하늘 가리고 하는 재벌들의 합창 ⓒ 황남현

삼성그룹의 경우를 보자.

'대통령이 삼성의 경영승계에 개입한다.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위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전문위원 일부에게 합병에 찬성해달라는 전화를 한다.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 대가로 삼성은 비선실세 측에 각종 자금을 지원한다.'

관련 당사자들이 부정하고 있는 의혹이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전문위원 일부와 전화통화를 한다.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합병 직전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다. 수천억 원의 손실 위험을 감수하고 국민연금은 합병에 찬성한다.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독대(당면 기업 현안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가 심하다는 내용 제출)한다.

독대 후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이 정유라가 있는 독일로 간다, 한 달 뒤 삼성은 최순실의 회사에 220억 원대 계약을 체결한다. 삼성계열사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 원을 출연한다. 장시호의 스포츠영재재단에 16억 원을 지원한다.'

이는 지금까지의 수사, 언론보도, 청문회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자, 아래 사실로부터 위 의혹이 규명되는가. 특검이 밝힐, 혹은 결단할 문제다. 다만, 수많은 국민들은 위 뇌물죄 의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당면 현안 자료로 '노사문제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 '불법노동행위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등을 제출하면서 쟁의행위 요건 강화, 제조업 파견 근로 허용 정리해고 요건 완화를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현대차 계열사들은 2015년 10월미르 재단에 85억 원을 입금하고, 대통령은 곧바로 시정연설을 통해 5대 노동개혁법을 처리하겠다고 화답했다. 여기에는 파견노동을 확대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을 담고 있다.

몇 달 뒤 현대차 계열사들이 K스포츠재단에 43억 원을 입금한 직후에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노동개혁법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보여준다. 현대차는 재단 출연 외에도 최순실의 지인 회사인 KD코퍼레이션과 11억 원 납품계약을 체결하고, 최순실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와 62억 원 광고계약을 맺는다. 이처럼 대통령은 입금하면 즉시 민원사항을 처리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SK에 대해선 '최태원 회장의 특별사면'과 '면세점 추가선정' 기회의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111억 원을 출연했는지가 의혹의 중심이다. 2015년 7월 대통령과 독대에서 SK는 '총수의 부재로 그룹의 장기전략 수립이 어렵다'고 읍소(?)했고, 다음 달 최태원 회장은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다.

안종범은 검찰 조사에서 최태원 회장 사면이 결정됐다는 소식을 청와대 발표 전에 SK에 먼저 알려줬다고 털어놓는다. 최태원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 독대 이후 K스포츠재단은 80억 원 추가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기재부는 3월 면세점 승인 요건 완화하고, 4월에는 관세청이 서울 시내 면세점 4곳을 추가 설치하겠다고 발표한다. SK는 신설된 면세점 추가 선정에 응모한다.

롯데 역시 '면세점 재확보'와 '아웃렛 의무휴일 확대 우려'(대형 유통망 독점), 형제의 난으로 경영권 승계에 몸살을 앓았던 롯데 신동빈 회장의 경우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비자금 조성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인 상황이었다.

2016년 3월 신동빈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를 하고, 독대 자리에서 대통령은 75억 원의 추가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신설된 면세점 추가 선정에 응모한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45억 원을 출연하고 하남체육시설 건립에 70억 원을 지원한 대가로 검찰 수사, 면세점 선정에서 특혜를 받았는지 규명이 필요하다. 참고로 롯데 압수수색 전 K스포츠재단에서 70억 원을 롯데에 돌려줬지만 뇌물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뇌물죄 적용여부 구속사유

▲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17일 오후 대구 한일극장 앞에서 '재벌총수 구속' 피켓을 들고 시민들에게 홍보활동을 벌였다. ⓒ 조정훈

이중 뇌물을 받았을 때는 일반수뢰, 제3자 뇌물제공이 성립하고, 반대로 뇌물을 줬을 때는 뇌물공여 등이 된다. 문제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이 되는 특가법이 적용되는 뇌물죄에 뇌물공여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법정형도 특가법 적용되지 않아서 낮고, 법원도 형량을 낮게 선고한다.

자발적인 공여자의 경우, 불법성이나 비난 가능성이 수뢰자와 비교해 가볍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뇌물을 주는 사람은 받는 사람에게 어쩔 수 없이 주는 것이고, 먼저 뇌물을 제안하거나 유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1억 원 이상 뇌물공여죄에서 7건의 유죄선고 중 6건이 집행유예였던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청문회에서 재벌총수들이 하나같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구속에도 영향을 끼친다.

현행 대법원 뇌물죄 양형기준상으로 보면 뇌물공여죄의 선고형의 기본이 2년 6월~3년 6월인데 선고형이 3년이면 작량감경을 통해 집행유예가 될 수 있다. 때문에 가중요소(적극적 증뢰, 청탁내용의 불법성, 부정한 업무집행 관련성 등)가 있거나 다른 범죄가 추가돼야 3년 6월 이상이 될 수 있고, 집행유예가 나오지 않아 실무상 구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공여자인 재벌이 원인제공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이로써 얻는 이익의 규모가 막대한 만큼 뇌물 수뢰자에게만 초점을 두는 뇌물죄 대책은 그 실효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뇌물공여자의 경우에도 가중처벌할 필요가 있다.

최근 10년간 재벌총수 일가의 형사사건 유죄 선고된 사례는 50%에 달한다. 즉, 20대 기업 중 10개 기업 총수일가가 형사 유죄를 선고받고도 여전히 기업에서 경영을 하고 있다. 재벌총수일가의 형사재판의 경우 범죄이득액에 비해 형량이 낮게 선고되는 경향이 있고, 특히, '경제 살리기'라는 고질적인 명분으로 대통령 특별사면을 통해 형을 면제받는 경우가 많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지만 입법목록에도 넣지 않아 실로 방치된 공약이 있다.

중소도시 대형마트의 신규입점을 지역협의체에서 합의된 경우에 한해 허용해 골목상권 보호, 특경법상 횡령 등에 대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 강화, 대기업 지배주주 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해 사면권 행사 엄격히 제한, 독립성 강화를 전제로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가 그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안과 모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대가성 없다? 청와대 요구 거부하기 어렵다?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첫 주말 7차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경계지점에서 약 100m 떨어진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학생과 시민이 박 대통령의 퇴진과 재벌도 공범이다며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대가를 기대하고 가지는 않았다"라는 롯데 신동빈 회장, "기업하는 입장에서 정부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LG 구본무 회장의 발언은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는 것일까. 불쌍한 척을 하고 있지만 법원에서는 조금 달리 보는 것 같다. 설사 당장 대가가 오간 것은 아니라도, 정치권력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것이라도, 뇌물죄, 배임 또는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하니 말이다. 포괄적 뇌물죄의 인정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이렇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이 그 직무권한의 행사로서의 의정활동과 전체적·포괄적으로 대가관계가 있는 금원을 교부받았다면 그 금원의 수수가 어느 직무행위와 대가관계에 있는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해당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의 직무에 관련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한편 국회의원 등의 다른 의원 등의 직무행위에 관여하는 것이 국회의원 등의 직무행위 자체라고 할 수는 없으나, 국회의원 등이 자신의 직무권한인 의안의 심의·표결권 행사의 연장선상에서 일정한 의안에 관하여 다른 동료의원 등에게 작용하여 일정한 의정활동을 하도록 권유·설득하는 행위 역시 국회의원 등이 가지고 있는 위 직무권한의 행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로서 그와 관련하여 금원을 수수하는 경우에도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도2609 판결)

유상부 전 포스코 회장 사건에서는 이렇게 판결했다.

"기업의 경영자가 문제된 행위를 함에 있어 합리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한 정보를 근거로 하여 당해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이나 그 행위로 인한 손해방생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의 제반 사정을 신중하게 검토하지 아니한 채, 당해 기업이나 경영자 개인이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곤란함으로 겪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비록 경제적인 관점에서 기업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결과가 초래되더라도 이를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의도 하에 의도적으로 그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면 업무상 배임죄의 고의는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4도5742 판결)

기아자동차 정치 헌금 사건에선 횡령죄를 인정했다.

"국가안전기획부 차장이 피고인을 불러 '지금 각 기업마다 의원들이 할당되어 있는데 이OO 후보는 기아사람이니 기아에서 지원하라'는 취지로 말하여 이를 거절하지 못하고 이 사건 선거자금의 지원에 이르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바, 사정이 그러하다면, 이 사건 선거자금의 지원은 그 주된 목적이 국회의원 입후보자인 이OO 개인의 이익이나, 국가안전기획부 차장에 의하여 대변되는 정권의 이익을 도모함에 있었던 것으로 보여질 뿐, 전적으로 회사 자체의 이익을 도모함에 있었던 것으로는 보여지지 않는다."(대법원 1999. 6. 25. 선고 99도1141 판결)

피해자? 공범? 정범?

▲ 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전경련 해체에 반대하는 재벌총수들이 손을 들고 있다. (손든 사람 순서대로 왼쪽부터)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 사진공동취재단

정경유착을 경제학적으로 정의하면, '규제자(정치)와 피규제자(경제) 간의 담합구조를 통해 독점적 지대를 창출하고 분배하는 부패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교수는 이 정의가 상식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경유착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 잘못된 관념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규제자 대 피규제자'라는 말이 부지불식간에 정치와 경제 사이의 수직적 관계(갑을관계)를 함축하고 있고, 따라서 '정치실세 = 가해자', '기업 = 피해자'라는 잘못된 등식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치와 경제의 관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고, 따라서 정경유착의 양상도 변화한다.

과거 개발독재 시절에는 정치권력이 절대적 우위에 있었고, 사업 인허가 및 재정·금융적 지원의 특혜적 배분이 독점적 지대를 만들어내는 원천이었기 때문에 그 반대급부로서 상납이 이뤄졌지만, 역설적이게도 개발독재의 산물인 경제권력은 이제 정치권력을 능가하는 힘을 갖게 됐다.

이번 국정농단은 역시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평소에 재벌이 조직적 로비체계를 갖추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다가 외부 변수로 인해 표면에 드러난 사건으로 보아야 한다. 재벌은 정치권력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정치권력은 규제 완화, 각종 인·허가, 사면 등으로 뒤를 봐주는 공생 담합 관계다.

따라서 최순실 등의 요구뿐만 아니라 공여자인 재벌이 스스로의 판단과 계산에 의해 투자 또는 보험적 성격의 목적으로 뇌물을 공여하면서 수뢰자의 불법을 유인 또는 초래하면서 지속적으로 관리하려는 측면을 직시해야 한다.

국정조사 때 새누리당 의원이 재단 출연자금을 '준조세'로 표현한 것도 유사한 맥락이라 하겠다. 많은 관련자, 전문가들이 이번 사안의 본질이 '재벌의 탐욕' 내지 '재벌 게이트'라 칭하고, 재계가 최씨를 매수해 혹은 결탁해 국정을 농단한 사건으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도희님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입니다. 촛불광장토론은 매주 화요일 서울 광화문 광장 '박근혜 퇴진 캠핑촌(이순신 동상 앞)에서 오후 5시에 열립니다. 새해 첫 토론은 '2017, 촛불에 바란다'란 주제로 1월 3일 오후 5시에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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