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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의 비열한 증거 조작... 사주까지 건드렸다
[스토리펀딩 연속기획④] 군 사망사고, 더 이상 군이 수사해선 안 된다

16.12.29 15:00 | 글:고상만쪽지보내기|편집:김지현쪽지보내기

군대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망의 원인을 조사하는 부서는 '군 헌병대'입니다. 그렇게 해서 밝혀진 원인에 따라 누군가는 순직 결정을 받아 국립묘지에 안장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일반 사망(자살 등)으로 결정돼 유족에게 유해를 인수해 가라고 통보합니다.

따라서 유족에게 있어 군 헌병대의 사인 조사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비록 자식은 잃었으나 그 명예만은 회복시켜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군 헌병대 수사에 대해 많은 유족들은 신뢰 대신 불신을 더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분명합니다. 군에서 발생한 사고를 군 내부 사람들이 수사하는 것이 옳으냐는 논쟁 때문입니다. 구조적으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군대는 기본적으로 '계급 사회'입니다. 그래서 자기보다 더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을 하급자가 조사하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높은 분을 우리가 어떻게 만나나요"라뇨

▲ 지난해 9월 20일 서울 반포대로에서 펼쳐진 서초강산퍼레이드에서 군 헌병대 사이드카가 행진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회 김광진 의원실에서 보좌관으로 근무하고 있던 2014년 어느 날의 일입니다. 그때 들어온 제보 중에 장성급 모 사령관의 비위 의혹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규명하고자 국방부 합동조사단 차원의 엄정한 조사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김광진 국회의원이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이를 강력하게 촉구했습니다. 그러자 장관은 "철저하게 조사해 그 결과를 보고드리겠다"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약 2주 후. 국방부 합조단 측에서 조사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우리가 의혹을 제기했던 장성급 사령관에 대한 조사 내용은 한 줄도 없었습니다. '특별한 사항을 확인치 못했다'고 얼버무리는 내용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따졌습니다. "문제의 사령관은 만나서 조사했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답변을 듣게 됐습니다.

사령관을 만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만날 수 없었다는 변명입니다. 어이가 없어 "그게 무슨 말이냐"라고 되물으니 "그렇게 높은 분을 우리가 어떻게 만나달라고 할 수 있나요? 죄송하지만  만나줘야 만날 것 아닙니까?"라며 이해해 달라고 읍소하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러니 무슨 공정한 조사가 가능할 수 있을까요?

사망 사건 있어도 '높은 사람'은 책임지지 않는 까닭

▲ '신뢰받는 혁신강군'은 2016년 국방부 슬로건이다. 하지만, 각종 내부 비위에 대한 국방부의 자체 조사 능력은 '신뢰'를 사기 힘든 수준이다. ⓒ 오마이뉴스

그런데 이보다 더욱 심한 사례는 군 사망사고 후 벌어지는 은폐입니다.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도대체 왜 군대에서는 군인 사망 시 자살로 처리하는 일이 많냐고. 대표적인 군 의문사인 1984년 허원근 일병 사망 사건도 그렇고, 19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사망 사건처럼 '타살 정황이 많은' 사건조차도 자살로 처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국방부 훈령인 <부대 관리 훈령> 제9조를 뜯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군 지휘관에게 부대 관리와 관련한 책임을 묻는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지휘·감독 책임'이며 또 하나는 '개인 책임'입니다. '지휘·감독 책임'은 쉽게 말해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 사건 예방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지휘관이 하지 않은 경우 그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이는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반면 사건·사고가 발생해도 지휘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조항도 있습니다. 바로 '개인 책임'에 의한 사고입니다. 즉, 군 부대가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가운데 개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발생한 사건·사고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지휘관에게 묻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개인 책임의 범위에 대해 이 훈령 제13조 1항는 '불가항력적 사고, 본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발생한 사고, 휴가·외출(박), 퇴근 이후 개인적 원인에 의한 단순 교통사고, 병사(病死), 재해사, 의사(義死, 목을 매어 죽음), 군 피해 인명사고 등'은 지휘관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그래서 군인이 죽으면 부대적 요인이 아닌 개인적 요인 때문에 죽은 것처럼 '만드는' 것입니다. 집이 가난해서, 아버지가 실직해서, 그리고 대학에 떨어졌거나 어려서부터 정신질환이 있었다는 식의 온갖 이유를 가져와 부대와는 상관없이 '그냥 죽은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니 공정한 수사가 가능할 수 있을까요?

부대 배치 13일만에 죽은 김 이병

▲ 김영훈 이등병이 의문사한 후, 그 부모는 4달이 넘게 부대 정문 앞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길거리 시위를 했다. 이때 군은 아들이 급살 맞아 죽을 운세라는 조작된 사주풀이를 유품에 넣는 행위를 한 것이다. ⓒ 고상만

이러한 대표적 사건 중 하나가 육군 모 사단 소속 김영훈 이병 사망 사건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때는 2001년 3월 7일. 이날 김영훈 이병은 훈련소 조교로 배치돼 훈련 참관을 하던 중이었다고 합니다. 군 헌병대는 부대 배치 13일 만인 이날 김영훈 이병이 자살했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아들의 죽음에 믿을 부모가 누가 있을까요?

이유도, 원인도 없이 갑자기 자살했다는 군 헌병대 발표에 대해 김 이병의 부모는 말할 수 없는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날부터 김 이병의 부모는 부대 정문 앞에서 그야말로 처절한 농성을 시작합니다.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며 넉 달이 넘도록 부대 정문 앞에서 싸운 것입니다. 그때 군 의문사 유족 인터넷 누리집에 그 아버지가 남긴 글입니다.

"저는 지금 영훈이 엄마와 해당 부대 신병교육대에서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아도 저는 이 시위를 멈출 수 없습니다. 내 아들이 자살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줄 때까지 이 일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이처럼 눈물겹게 싸워가던 부모에게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진 때는 사건 발생 후 넉 달이 지나가던 그 해 7월입니다. 아들 사건을 맡고 있는 군 헌병대 서류를 열람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자료를 마주했습니다. 다름 아닌 아들 영훈이의 '사주 풀이' 부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금년에 오사 자진(自進, 자살을 의미) 사고로 음력 2월에 급사한다.'

섬뜩한 사주풀이 내용... 확인해 보니 더 충격적인 게 있었다

▲ '급살 맞아 자살한다'는 내용의 철학관 사주. 군의 비열한 조작 행위에 개탄할 수 없다. ⓒ 고상만

도대체 이게 뭔가요? 아들 유품 사이에 넣어져 있던 이 부적을 본 후 그 부모님이 받은 충격은 무척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내용의 사주풀이 부적이 아들 유품 사이에 들어 있는 것인지 믿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그 길로 사주풀이를 써 준 강릉의 모 철학관을 찾아 갔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이미 사망한 아들의 사주를 다시 내밀며 철학관 측에 사주풀이를 요청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대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앞서 쓴 사주풀이와 달리 이번에 써 준 사주풀이에는 온통 좋은 내용만 있더라는 것입니다. 격분한 아버지가 그간의 일을 말하며 "왜 사실과 다른 글을 썼냐?"며 철학관을 다그쳤다고 합니다.

▲ '급살 맞아 죽을 운세'라고 써 준 철학관을 찾아가 아무 말 없이 아들의 사주를 다시 내 민 그 아버지에게 철학관이 써준 사주풀이. 앞서 사주풀이와 달리 내용이 다 좋았다고 한다. ⓒ 고상만

그러자 사색이 된 철학관 주인이 털어놓은 자백에 그 아버지는 또 한 번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경위는 이랬습니다.

김영훈 이병이 사망하고 3일이 지나가던 2001년 3월 10일께 철학관을 찾아온 남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김영훈 이병이 근무하던 부대의 지원 장교(대위)였습니다. 바로 그 대위가 요구하는대로 사주풀이를 써줬다는 것입니다. 그 내용, "금년에 오사 자진(自進, 자살을 의미) 사고로 음력 2월에 영훈이가 급사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받아온 사주풀이를 이후 김영훈 이병의 유품에 끼워 넣었던 것입니다.

정말 이럴 수가 있을까요? 사병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 죽음을 개인적 운명이 그래서 죽은 것으로 만들려 했다니, 이게 말이 되나요? 이런 군대를 도대체 누가 믿을 수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과연 군 헌병대 수사는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요? 그래서 그 아버지는 그 애통함을 유족 인터넷 누리집에 이렇게 썼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있는 군대에 내 아들을 보냈으니 영훈이가 사망하는 결과로 귀결이 된 겁니다. 영훈이가 아니면 다른 아이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을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MB가 '낭비'라며 해산시킨 그 조직이 필요하다

▲ 2014년 8월, 윤 일병 사망사고후 국방부 앞에서 군 의문사 피해 유족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고상만

그래서 군 의문사 피해 유족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일방적인 군 헌병대 수사는 더 이상 안 된다고, 최소한 민관 합동의 외부 조사 기구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합니다. 지난 2009년 12월에 이명박 정부가 예산 낭비라며 해산시켜버린 '대통령 소속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를 지금이라도 다시 출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입니다.

연극 <이등병의 엄마>는 이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누구도 억울하지 않은 대한민국 군대를 만들겠습니다. 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그 진실만이라도 제대로 밝힘으로써 죽어간 이들의 한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만들려 합니다. 함께 손 잡아 주십시오.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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