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6m 준설한 강에서, 꼬마물떼새알을 찾았다

10만인 리포트

[촛불 광장 토론] 박근혜 퇴진, 그 후 우리는?

어, 방만 바꿨네?... 제2의 박근혜 출현 막으려면
[박근혜 퇴진, 그후 우리는 20] 문화예술운동의 전략과 활동방향

16.12.23 20:39 | 글:송경동쪽지보내기|편집:손지은쪽지보내기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 후, 우리는 어떤 공동체를 만들까요? 광화문 광장의 '퇴진 캠핑촌'은 촛불 시민과 시민단체들의 대안 토론 광장을 엽니다. 이 기획은 <오마이뉴스>와 <광화문 퇴진 캠핑촌 광장토론위원회>가 공동기획했습니다. [편집자말]
▲ 서울 광화문 캠핑촌 모습 ⓒ 노순택

만나는 사람마다 입을 모아 / 민주화가 잘되어간다고 그러네 / 어떻게 잘되어가느냐고 / 구체적으로 좀 말해달라고 그러면 / 하나같이 입을 열어 대답해주네 // 청와대도 개방하고- / 각하란 호칭도 없애고- / 장관 임명장도 서면만으로 하고- / 국무회의 같은 것도 원탁에서 하고- // 만나는 사람마다 입을 모아 / 공산권에도 자유의 물결이 일고 있다고 그러네 /어떻게 일고 있냐고 / 구체적으로 좀 말해달라고 그러면 / 하나같이 입을 열어 대답해주네 // 디스코장도 생기고- / 청바지를 입고 청춘남녀가 연애도 하고- / 여성들은 허벅지까지 드러난 패션쇼도 하고- / 사기업도 생기고 시장경제도 도입하고- // 벗이여 닫힌 사회의 대중은 열린 사회의 대중을 모른다네 / 그들이 알고 있는 민주주의는 지배자들이 연출하는 텔레비전 속의 연극뿐이라네 / 그들이 알고 있는 자유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그들이 각색한 연극 대본뿐이라네
- 김남주 <연극> 전문

항쟁이라고 한다. 혁명이 있었다고 한다. 7차에 이른 '비상국민행동'(아래 퇴진 행동)에 연 인원 900만 명의 사람들이 광장으로, 거리로 나섰다. 단군 이래라는, 건국 이래라는, 유사 이래라는 수많은 기록들이 갱신되었다.

그러나 도대체 무엇이 바뀐 것인가. 오늘(19일)로 46일째 그 역사적 광장의 한복판인 광화문 광장에서 24시간 텐트 노숙 농성을 하며 살고 있지만 나는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탄핵 이후 바뀌지 않는 상황 때문이다. 탄핵 이후 마지막 시간 벌기에 성공한 박근혜와 그 공범 부역자들이 아직 태연하게 살아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와 청와대는 탄핵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변하고, 친박은 다시 원내대표 선거에서 승리했다. 최순실은 혐의 내용 전부를 부인하고, 국회 출석조차 거부했다. 박근혜의 대표 공범이자 검찰-법원 사유화의 몸통이었던 황교안이 버젓이 '제2의 박근혜'를 행세한다. 아무런 일 없었던 듯 각종 '박근혜표 정책'들을 중단 없이 이어나가겠다고 한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이제 그만 촛불을 끄고 차분하게 헌재 판결을 기다리라고 한다.

'항쟁' 내내 광장의 뒤편에서 정략적 사고로 헛발질만 하던 야권 역시 탄핵 가결 이후 광장의 역동성을 다시 부정하고 의심하며 재빠르게 다시 '질서 있는 퇴진' 입장으로 돌아섰다. 그간 수고들 했으니 촛불을 끄고 광장을 비우라고 한다. 의회와 기존 법 질서에 모든 걸 맡기고 다시 TV 시청자로 돌아가라는 말일 수 있다.

여야정 협의체를 꾸려 대표적인 공범부역자 집단인 황교안 직무대행 체제와 내각을 인정하자 한다. 국정조사는 맥없이 진행되고, 가장 급선무인 '적폐청산 특위'를 통해 박근혜표 정책들과 악행들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갈 생각은 없이 정세의 교란 요인일 수밖에 없는 '개헌특위'를 만들고, 위원장을 새누리당에게 주었다. 광장의 대리인을 자임하는 '퇴진행동' 대표단의 면담 요구는 거절당했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 광장의 노여움이 아직 남아 있음을 확인하자 재빨리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만나자고 했다 한다.

이렇게 '박근혜 없는 박근혜 체제'가 버젓이 살아 있고, 다시 살아나는 현상들이 '혁명'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무색하게 한다.

광장 역시 위태롭다. 많은 이들이 탄핵 이후, 광장은 최선을 다했지 않느냐는 생각, 그간 수고했으니 헌재 판결을 기다리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 날씨도 추우니 쉬어가자는 생각, 법적인 절차에 따르는 수밖에 별 다른 개입 방법이 없지 않느냐는 생각, 야권과 협력해 몇 가지 당면 요구라도 관철시키는 것이 최선 아니겠는가 등의 생각이 겹치며 퇴진 정국의 가장 큰 축이었던 광장의 직접 민주주의 장이 급속도로 위축될 수 있다는 암묵적 판단들이 확산되고 있다.

광장을 다른 차원에서 대리하고 있는 퇴진행동 역시 '즉각 퇴진', '황교안과 장관들 사퇴', '적폐청산' 등 기조는 바르게 잡고 있지만, 보수적인 의회와 정치권 공방으로 광장의 힘이 수렴, 약화되지 않게 하기 위한 좀 더 적극적인 행동 마련에 특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광장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렇게 여전히 긴장된 과정 속에서 '광장'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해야 하는가. 문화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얼굴과 당만 바뀌는 가면극 놀이의 위선과 허위를 찢어내야 한다. 박근혜로 대표되는 구태와 부정, 불의가 다시는 발붙일 수 없는 새로운 윤리와 가치관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향한 '항쟁'과 '혁명'은 아직 채 시작도 못했다는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 박근혜와 비선실세들에 대한 분노로 열렸던 광장이, 박근혜 이후 새로운 한국사회의 구성이라는 대안의 혁명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종 문화 행동이 볼거리와 재미를 제공하는 일이 아니라, 시대의 본질을 폭로하고, 이후에 대한 꿈을 형상화하는 역할로 자리매김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수구보수재벌동맹과 보수적인 여의도 정치 외에 광장의 직접 민주주의 운동이 더 강화될 수 있는데 마중물 역할이 무엇일지를 고민해야 한다. 1987년 항쟁의 뒤가 다시 노태우로 귀결되는 역사의 암흑이 재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는 결의들이 필요하다.

실제 국민 대중들의 분노는 박근혜-최순실-재벌 게이트가 터지기 전부터 극에 차 있었다. 1100만 비정규직 시대, N포 세대로 대변되는 청년실업 200만의 헬조선, 끊이지 않는 하층계급들의 비관 자살로 얻게 된 자살공화국 명명, 정유라가 있기 전에 이미 형성되어 있던 '흙수저' 사회에 대한 뿌리깊은 분노, 1%의 재벌독점특혜 사회에 대한 사회적 분노, 세월호 진상규명을 막아 온 세력들에 대한 분노, 전교조 법외노조화, 백남기 농민 공권력 타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 등 이어지는 민주주의 파괴, 민주주의 헌정 유린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다.

국정교과서 채택, 위안부 졸속 합의, 사드 배치 등 역사를 부정하고 한반도 평화를 뒤흔드는 것에 대한 분노들도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었다. 이 모든 분노들이 모여 더 이상은 우리 사회가 이런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전국민적 항쟁으로 나아 왔다고 보는 게 맞는 평가라면, 이 항쟁의 요구 역시 궁극적으로는 박근혜로 대표되는 구 시대의 청산과 몰락 이후, 새로운 한국사회 구성으로 나아가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 서울 광화문 광장 박근혜 퇴진 캠핑촌 모습 ⓒ 노순택

이런 시대의 정당한 요구로 당면한 항쟁이 나아가게 하기 위한 모든 이들의 모든 혁명이 필요한 시기다. 1번 과제로는 분명하게 박근혜와 그 공범부역자들이 처벌되는 순간까지 긴장과 행동을 늦추지 않는 일일 것이다.

2번 과제로는 이런 시대의 본질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항쟁을 마무리하려는 모든 기득권 세력들에 대한 폭로와 저항 운동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보수적인 야당 운동에 대한 경계와 압박 운동도 필요할 것이다.

3번 과제로는 탄핵 이후 지금이 실상은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판단이다. 광장의 운동이 일종의 가면극에 대한 관람에서 끝나지 않고 그간의 적폐청산과 아울러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과정이 되게 해야 한다. 빠르게 그 방향에 대한 과제 제시도 필요하다.

중요하게는 진짜 몸통인 1% 재벌 체제에 대한 제재, 검찰 개혁, 언론 개혁 등 각종 사회 개혁 과제의 제시와 이의 관철을 위한 구체적인 운동들이 첨예하게, 대중적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4번 과제로는 이를 위한 광장의 직접 민주주의 운동의 유지와 진화가 필요하다. 현재 이 힘이 가장 민주적이며, 대안적이고, 주체적이기 때문이다. 그간도 검찰과 법원 의회 헌법 위에서 퇴진 운동을 이끌어 온 가장 상위법은 광장과 거리로 쏟아져 나온 주권자들의 직접 민주주의 행동이었다. 이 새로운 입법운동, 주권운동이 시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5번 과제로는 광장 스스로가 스스로가 새로운 정치적 주체로 자기조직화해 나가려는 노력이다. 쉽지 않지만 꾸준한 실천 속에서 가능한 선들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6번 과제로는 이 모든 과정의 수행을 위해 우리 스스로가 변해가는 일일 것이다.

정치권의 권력 지형만을 바꾼다고 해서, 몇 가지 정책으로 민주주의의 형식과 얼굴을 치장한다고 해서 본질적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모든 이들이 민주적 시민으로 거듭날 때, 나아가 1% 자본의 무한한 독재와 독점을 넘어서는 계급적 시민의식으로 모두가 거듭날 때 한국사회는 미완의 1987년을 넘어 새로운 근대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또 하나의 투쟁은 우리 안에서, 광장 안에서도 일어나야 할 것이다.

우리 안의 박근혜를 도려내는 일, 우리 안의 온갖 권위와 권력의식, 차별과 폭력 의식을 떨쳐내는 일, 우리 안의 가부장제를 넘어서는 일, 그리하여 광장에 모인 수많은 이들이 새로운 시대의 윤리의 주체들로 재탄생하여, 어떤 제2의 박근혜도, 이명박도 들어설 수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부분적인 진전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국민의정부, 참여정부의 답습만도 그 답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현재 지지해야 할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운동 역시 이 과정이 자기 갱신과 사회적 역할의 회복 과정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그간 알게 모르게 문화예술은 또 다른 사회 언론으로서의 자기 역할, 또 다른 사회 입법 기관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방기하거나 거세당해 왔다. 모든 걸 효율과 경쟁으로 환원시키는 신자유주의 상품 문화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독립된 제3지대로서의 자기 포지션을 상당 부분 잃어 오기도 했다.

'시장'에서 밀린 이후로는 그나마 정부 지원금에 기대지 않고는 생존이 쉽지 않은 문화 환경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곤혹스러움도 있었다. 일부 '문화권력' 내부에서는 표절, 성폭력 등 끊임없는 추문만 생산되기도 했다. 어쩌면 적폐청산의 대상에는 우리 안의 어떤 부분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반성과 성찰의 기회가 또한 이 항쟁의 겸허한 과정이 돼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 고립 분산돼 있는 문화예술계 내부의 연대도 소중할 수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동 논의와 광장과 캠핑촌을 중심으로 한 공동실천이 이후, 상품시장과 권력(정부·국가)으로부터 어느 정도는 자율적인 문화예술 운동의 새로운 연대의 숲을 이루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것이 우리가 새롭게 만들고자 하는 '시민정부'의 실제적인 모습이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는 4.19혁명 이후의 김수영이 멋져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더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1987년 항쟁 이후 국민의정부 출범까지를 보며 '도대체 무엇이 바뀌었냐'는 김남주의 한탄을 다시 한 번 반복해서도 안 되지 않겠는가.

추천 리포트
이 기사와 관련된 최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