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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광장 토론] 박근혜 퇴진, 그 후 우리는?

장수풍뎅이, 무성욕자... 광장의 풍자는 뛰어났지만
[박근혜 퇴진, 그후 우리는 18] 광장정치의 문화적 의미와 예술운동의 방향

16.12.22 18:03 | 글:정대희쪽지보내기|편집:김예지쪽지보내기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 후, 우리는 어떤 공동체를 만들까요? 광화문 광장의 '퇴진 캠핑촌'은 촛불 시민과 시민단체들의 대안 토론 광장을 엽니다. 이 기획은 <오마이뉴스>와 <광화문 퇴진 캠핑촌 광장토론위원회>가 공동기획했습니다. [편집자말]
▲ 서울 광화문 광장 박근혜 퇴진 캠핑촌의 모습 ⓒ 노순택

혼밥, 혼술에 이어 혼시가 유행이다. 혼자 시위에 참여한다는 뜻이다. 콘크리트 건물로 둘러싸인 서울 한복판에는 캠핑촌까지 등장했다. 캠핑촌에서는 가상 기사를 담은 광장신문을 찍어낸다. 이게 다가 아니다. 아이돌 가수의 팬들이 집단을 이뤄 제8차 촛불집회에 참가해 LED 야광봉을 흔들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광장을 기점으로 예술운동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선 이 같은 예술운동의 바람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박근혜 탄핵 이후 과장 정치의 문화적 의미와 예술운동의 방향'이란 주제로 열린 촛불광장토론의 다섯 번째 시간이 그것이다.  

"현재는 교착상태, 어떻게 돌이킬 수 없는 촛불을 만들까"

▲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탄핵 이후 광장정치의 문화적 의미와 예술운동의 방향'이란 주제로 촛불광장토론이 열린 가운데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 정대희

"SNS에서의 조직과 확산이 이번 촛불항쟁의 큰 특징이다."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의 말이다. 그는 "소셜공감"이 시민들을 광장으로 이끌어 촛불을 들게 했다고 평가했다. 이유는 이렇다.

"거대 미디어가 잡아낼 수 없는 집회의 세부모습을 중계했다. 광화문 인근에 결집한 미디어와 채널의 수는 참가자*N='무한대'였다. 시위와 저항행동 뿐만 아니라 연설, 연설 토론회, 공연 등 복합·종합적인 문화예술의 작용으로 광장 민주주의 '현장'과 그 안에서 주체성이 구성된다. 투쟁의 문화화·축제화는 2000년대 이후 증대돼 왔으며, 이번 촛불항쟁에서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렇다면, 2008년 촛불과 2016년 촛불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천 교수의 말이다.

"08년 촛불과 달리 16년의 촛불들은 다양한 깃발을 만들어 자신의 정체성, 소속을 표현했다. 또 더 나아가 깃발로 풍자적이고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깃발로 표현된 이 새로운 '조직'들은 대체로 두 가지 종류로 보인다.

첫째, 가상의 조직이거나 이번 정국에서 급조된 개인들의 모임(장수풍뎅이연구회, 고산병연구회, 전국 한시적 무성욕자연합, 민주묘총, 범야옹연대, 전국아재연합, 힝입니다ㅠ 등) 이런 조직 아닌 조직은 촛불의 확산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촛불의 주체가 매우 다양한 조직되지 않은 '자유로운 개인들이 네트워크'로 간주될 수 있다

둘째, 근래 새로 생겨난 소규모 공동체나 연대조직들은 이번에 오프라인에서 새롭게 연대하며, 깃발을 들고 행동에 나섰다. 예로 전국청소년혁명, 지옥에서 온 페미니스트, 박하여행, 혜화동인문학노동자, 민주팬덤연대 등이다. 이들은 강렬한 정체성과 운동성을 보이면서 중요한 세력이 되어 기성의 질서와 광장 민주주의 성격 자체도 문제 삼고 있다."

과제는 없을까. 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촛불의 경이로운 규모와 확산 자체는 '혁명적인 것'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고 불분명한 것도 많다. 여덟 차례에 걸친 시위의 장소와 형태가 조금씩 변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비슷했다. '자유로운 개인들의 네트워크'나 '유연자발집단'은 소규모의 조직화나 풍자에는 대단히 유능했을지 모르지만, 직접행동과 문화의 면에서는 아직 진화할 여지가 있다 봐야겠다.

현재는 교착상태다. 어떻게 촛불의 공동체와 촛불의 민주주의 문화를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만들까. 촛불을 마을과 학교, 직장으로 가져오고 또 대선을 위한 시민사회 공동의 기구가 필요하다. 토론하는 광장과 새 세상에 대한 꿈을 나누는 촛불이 필요하다."

▲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이후 광장정치의 문화적 의미와 예술운동의 방향'이란 주제로 촛불광장토론이 열린 가운데 송경동 시인이 발제를 하고 있다. ⓒ 정대희

이날 토론에는 '거리의 시인'으로 알려진 송경동 시인도 발제자로 나섰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항쟁이라고 한다. 혁명이 있었다고 한다. 7차에 이른 '비상국민행동'에 연인원(어떠한 일에 동원된 인원수와 일수를 계산해, 그 일이 하루에 완성되었다고 가정하고 일수를 인수로 환산한 총인원) 900만 명의 사람들이 광장으로 거리로 나섰다. 단군 이래라는, 건국 이래라는, 유사 이래라는 수많은 기록들이 갱신되었다.

그러나 도대체 무엇이 바뀐 것인가. 오늘로 46일째(지난 20일) 그 역사적 광장의 한복판인 광화문 광장에서 24시간 텐트 노숙 농성을 하며 살고 있지만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가 내놓은 대답은 이렇다.

"'박근혜 없는 박근혜 체제'가 버젓이 살아 있고, 다시 살아나는 현상들이 '혁명'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무색하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화예술 운동은 어떻게 해야 할까? 송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현재 고립 분산되어 있는 문화예술계 내부의 연대를 소중히 해야 한다. 공동 논의와 광장, 캠핑촌을 중심으로 한 공동실천이 이후, 상품시장과 권력으로부터 어느 정도는 자율적인 문화예술 운동의 새로운 연대의 숲을 이루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그것이 우리가 새롭게 만들고자 하는 '시민정부'의 실제적인 모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혁명은 안 되고 나만 방만 바꾸어 버렸다'는 4.19혁명 이후의 김수영이 멋져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더 나가야 한다. 87년 항쟁 이후 국민의정부 출범까지를 보며 '도대체 무엇이 바뀌었냐!'는 김남주의 한탄을 다시 한번 반복해서는 안 된다."

"광장에서 피어나는 꽃을 매일 목격하고 있다"

▲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탄핵 이후 광장정치의 문화적 의미와 예술운동의 방향'이란 주제로 촛불광장토론이 열린 가운데 연극인 임인자씨가 발제를 하고 있다. ⓒ 정대희

연극인 임인자씨는 자신이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광장의 모습에서 예술운동의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10월 29일 토요일 저녁 동료들과 함께 광화문 광장에 나갔다. 무대에선 사회자가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고 경찰들은 '불법적 행위이니 이제 곧 해산하십시오'라는 명령했다. 주변을 돌아봤다. 남녀 고등학생들, 대학생들...사회자도, 마이크 든 사람도 없는데, '박근혜는 물러나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발언의 장이 마련됐다.

광장에서 '박근혜 퇴진과 하야'를 외치는 청년들의 모습에서 처음으로 '아고라'에 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광화문에서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회에 참여했다는 청년, 최순실 사건만큼은 아버지와 정치적 합의를 이뤘다는 청년, 언니오빠들에게 투표를 호소하는 고등학생들이 순서에 따라 발언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광장'을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언은 계속됐다.

"광화문 캠핑촌에는 매일 아침 9시 촌민회의가 있다. 촌민회의에 참석해서야 알았다. 캠핑촌에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기륭전자 해고노동자,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도 함께 있다는 것을. 연대와 협력을 통해 누구나 주인이 되어 다양한 광장이 목소리를 펼쳐내고 있었다. 누구나 주인이었고 누구나 연대 할 수 있으며, 함께 결정하고 자유롭게 토론이 가능한 수평적인 질서가 캠핑촌에서는 유지됐다.

광화문 캠핑촌은 일상의 광장과 문화 예술을 통한 해방의 자리를 만들고 다른 목소리를 수용했다. 가두리양식처럼 가두어진 집회가 아닌 해방구로서 기능을 했다. 매일을 지켜나가는 행위들이 바로 예술이다. 여기서 피어나는 꽃들을 우리는 매일 목격하고 있다."

▲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이후 광장정치의 문화적 의미와 예술운동의 방향'이란 주제로 촛불광장토론 다섯 번째 시간이 마련됐다. ⓒ 정대희

세 명의 발제가 끝난 뒤 사회를 맡은 김하은 어린이책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광장은 다양한 요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꿈틀거리는 용광로 같은 존재다. "

한편, 촛불광장토론은 매주 화요일 17시 서울 광화문 캠핑촌(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리며, 오는 27일에 열리는 여섯 번째 시간은 '재벌과 비정규'라는 주제로 의제별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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