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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광장 토론] 박근혜 퇴진, 그 후 우리는?

"참, 병우는 집에 왔나요?" 대통령의 옥중편지
박 대통령이 옥살이를 하며 편지를 보낸다면

16.12.19 16:19 | 박민규 기자쪽지보내기

이 기사는 <광화문 퇴진 캠핑촌>의 '광장신문발행위원'에서 발행한 3호 신문 글입니다. 시민들의 꿈과 열망을 담아 가상으로 구성한 것이며,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 광장신문 3호 1면 지면 갈무리 ⓒ 광장신문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4년간 국민의 애환과 기쁨을 같이 나누었던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이곳 감옥으로 온 지도 어언 백일이 지났습니다. 많은 국민들의 염려 덕분에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른 기상과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건강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새벽이면 눈을 뜨고 밝아오는 새 아침을 맞으며 늘품체조로 몸을 풀다 보면 새마을운동의 핵심 목표가 건강이고, 또 올해 달성해야 될 것은 이것이다 하는 것으로 정신이 번쩍 드는 것입니다. 식사도 잘하고 있습니다.

이곳 교도소의 식단에는 끼니마다 귀한 고춧가루가 들어간 반찬들이 식욕을 절로 돋구어주며, 교도관들과 동료 재소자들의 따뜻한 배려에 힘입어 저 역시 매사에 모범적이고 솔선을 수범하는 수감 생활을 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순실이의 공항장애도 많이 좋아졌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참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더 좋아지겠죠. 이제 더는 공항에 나갈 일도 없을 테니까요.

이미 여러 차례 담화를 통해 밝혔습니다만 저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죄가 없는데 왜 감옥엘 가냐는 많은 분들의 만류가 있었습니다만 이는 지도자로서 더 많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따라야 한다는 저의 정치적 소신과 원칙에 따른 용기 있는 결정이었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부덕의 소치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실망과 자괴감을 안긴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그러나 여전히 민족과 국가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치지도자의 한 사람으로서 사드를 배치하듯 많은 고민 끝에 펜을 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몸은 비록 떨어져 있어도 제 마음과 혼은 단 한 순간도 자랑스런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혼자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던 것이 아닙니다. 51.6%라는 국민의 지지와 여러 보수언론의 지원사격이 함께한 결과였습니다. 인터넷 댓글 공작을 통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국정원도 노고가 많았습니다. 한마음 한뜻으로 저를 옹립해준 새누리당과 국정 운영에 있어 늘 든든한 수족이 되어준 검찰과 경찰, 오랜 친구처럼 언제나 마음이 통했던 재벌과 전경련을 생각하면 아스라한 지난날의 추억과 더불어 내가 이러려고 공천을 주고 특혜를 주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 비서실장도 아닌 주제에 하나같이 나를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발뺌을 하는 과거의 동지들을 생각하면 세상에 참 믿을 놈 없구나, 여전히 이 나라엔 배신의 정치가 판친다는 생각에 잠을 못 이룰 지경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1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판교역 광장에서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서명운동본부가 추진하는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촉구하는 서명을 하고 나서 박용후 성남상공회의소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 연합뉴스

특히 재벌들을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이 몸이 친히 거리 서명까지 해가며 누이 좋고 매부 좋고자 최선을 다했건만 매부는 여전히 떵떵거리고 누이만 감옥에 들어온 이 상황에 실로 개탄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순실이와 저의 바람은 한 가지였습니다. 오랜 세월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정실(情實)경제의 고리를 끊고 지하경제를 활성화시켜 전 세계가 깜짝 놀랄 새로운 창조경제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애썼던 것입니다. 저는 결코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 어떤 건도 혼자 해먹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그야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닌가, 나처럼 돈 없는 사람만 처벌받는 이 세상이 그저 야속할 따름입니다.

대통령 해봐야 5년이면 끝이지만 저들에겐 임기 제한도 없습니다. 만약 이 사실을 안다면 지하에 계신 아버님조차 벌떡 일어나 내가 뭐하러 대통령을 했나, 재벌을 할걸 자괴감에 빠지실 게 분명할 거란 생각입니다. 정권이 바뀌면 세상이 달라질 것 같습니까? 이제 저들은 야당과 진보 언론을 향해 또 손을 내밀겠지요. 그러니까 어디 두고 보자, 이 얘깁니다.

▲ 17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즉각퇴진 공범처벌, 적폐청산의 날 - 8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우병우 전 민정수석, 김기춘 전 비서실장, 황교안 총리, 비선실세 최순실, 안종범 전 경제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이 갇힌 모형 감옥을 끌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로 인해 발생한 이 모든 역사적 비극에 거듭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하며 그러나 부디 이를 전화위기의 계기로 삼아, 닥쳐온 국난을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활짝 열어가시기를 당부드리는 바입니다. 바쁜 벌꿀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고 했습니다. 아직 우리 민족에게 많은 난관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습니다. 또 국민이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 도와줄 거란 확신이 있습니다. 제가 미처 이루지 못한 국민이 행복한 나라―새로운 대한민국의 꿈을 부디 여러분의 손으로 직접 이루어가시기를 기도드리는 바입니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지고 잠은 보약입니다. 끝으로 드리고픈 부탁이 있다면 한시바삐 제 동지들을 제 곁으로 데려다 달라는 것입니다. 새누리당에도 국정원에도 검찰에도 경찰에도 언론과 재계에도 저를 묵인하고 동조하고 협조하고 도와준 수많은 동지들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와서 베드로처럼 저를 부정하고 가롯 유다처럼 제 등에 칼을 꽂은 이 배신자들을 부디 국민 여러분의 하나 된 힘으로 처단해주시기 바랍니다. 국민의 뜨거운, 그리고 지속적인 노력이 있는 한 저는 이 차디찬 감옥에서도 외롭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이산화가스와 산소가스의 대책을 강구하듯 굉장히 준비를 잘하셔야 할 겁니다. 그러나 우리의 핵심 목표는 올해 달성해야 될 것은 이것이다 하는 것으로 정신을 차리고 나가면 우리의 그 어떤 비정상적인 혼과 그 에너지를 깡그리 구속시키고 처벌할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셔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 제가 지금 뭐라고 했나요? 참, 병우는 집에 왔나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박민규 소설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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