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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술, 금강에 산다

"이거요? 이명박 주려고요" 그의 차 트렁크는 수상하다
[개고생 취재 나선 금강요정 김종술 ⑤] 온몸 취재 달인 동행 취재기

16.12.14 05:28 | 글:김병기쪽지보내기|편집:김지현쪽지보내기

개고생 취재에 나선 기자가 있습니다. 월급 받는 기자는 아닙니다.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입니다. 금강을 지켜온 그를 뭍사람들은 '금강요정'이라고 합니다. 끝까지 취재하는 게 기자입니다. 김 기자의 '개고생' 취재를 통해 기자란 무엇인가 되돌아보려고 합니다. [편집자말]
▲ '부글부글', 김종술 기자가 차 트렁크에 있던 녹색병을 열자 녹조가 끓어 올랐다. ⓒ 김병기

그의 차 트렁크는 수/상/하/다

폭발 직전이었다. 녹색병 뚜껑을 열자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썩은내가 진동했다. 병 바깥으로 안에 있는 게 흘러넘치자 그는 허겁지겁 병뚜껑을 닫았다. 2개월 전 강원도의 한 고갯길에서였다. 잠시 정차한 뒤 트렁크를 열고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커피물을 끊이던 김종술 기자는 "3~4일 전에 금강에서 퍼 온 녹조"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차 안에서 냄새나죠? 녹조병이 트렁크에 수십 개 들어 있어요. 녹조는 강이 맑아진 증거라고 말하는 이명박 같은 사람들에게 주려고요. 흐흐흐. 이것도 한번 볼래요?"

이번에는 짙은 회색병이었다.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에 쌓인 시궁창 펄을 담은 병이란다. 그속에 시뻘건 깔따구 유충이 꿈틀거렸다. 징글징글했다. 환경부가 수질 최하 등급의 지표종으로 선정한 생물이다. 이 역시 녹조병과 같은 날 작업했고, 거의 밀봉된 상태인데도 붉은 깔따구는 며칠 동안 살아 있었다.

"금강 시궁창 펄에서 이 녀석들이 살아있는 이유를 알았어요. 신기하죠? 산소제로지대에서 녀석들이 살아있는 비결입니다. 하하하."

이렇듯 그는 질기게 즐겼다. 왕복 2차선 국도 위에서 그가 타준 커피를 마시며 든 생각이다. 4대강 사업 이후 숨이 막힐 것 같은 금강에서 그가 지금껏 버티는 이유이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고,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닌데 그는 혼자서 이 일을 하고 있다. 차 안에서 자고, 먹기까지 한다. 세상에 이런 '괴물 기자'가 또 있을까? 

천진난만한 '괴물 기자'

한번은 금강 녹조를 면포로 짜서 밥그릇과 국그릇을 만들었다. 맨손으로. 4대강을 이 지경으로 만든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면 선물하고 싶단다. 천지난만하기까지 했다. 그 뒤 며칠 동안 가려움증과 두통으로 앓아누웠다고 한다. 녹조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맹독성 물질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취재기자로서의 삶과 사생활이 일치한다고 봐도 된다. 

나는 김종술 기자와 여러 번 4대강 현장을 취재했다. 그는 매번 변화무쌍했다. 취재수첩과 사진기를 들고 현장을 누볐다. 삽을 들고 물속으로 들어가 특종을 건졌다. 마이크를 잡고 페이스북 생중계 현장 리포팅도 했다. 충격적인 현장을 알리려고 과감한 퍼포먼스도 벌였다. 몸부림이었다. 물고기 떼죽음과 녹조라떼, 큰빗이끼벌레, 붉은 깔따구를 보여주며 4대강이 처절하게 몸부림을 치듯 그도 매번 몸부림쳤다.

김종술만의 특종 노하우

▲ 지난 9월 8일 이포보 하류 500지점 남한강에서 <오마이뉴스> 4대강 특별취재팀의 김종술 시민기자가 강바닥에서 시커먼 펄을 퍼내고 있는 모습 ⓒ 정대희

가령 이런 식이다. 지난여름 '4대강 청문회를 열자'는 간판을 내걸고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환경운동연합 등이 공동취재를 할 때의 일이다. 이미 그는 금강에서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를 발견해 특종을 한 상태였다. 문제는 낙동강이었다. 영남인 1000만 명의 식수원이기에 최악 수질 지표종(4등급)인 실지렁이가 산다는 게 확인되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다.

2박3일간의 금강 공동취재를 마치고 낙동강으로 넘어간 날, 그는 사고를 쳤다. 대구 사문진교 아래에서 실지렁이 특종을 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안내했는데, 나는 이곳에서 그가 특종을 캐내는 비법이 뭔지 알게됐다.

그는 장화도 신지 않고 옷을 입은 채 삽 한 자루를 들고 물속으로 터벅터벅 들어갔다. 물이 턱밑까지 차는 곳에서 삽질을 한 뒤 강변에 한 삽 떠놓고 젖은 몸으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작업을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서기도 힘든 썩은 펄에선 시궁창 냄새가 진동했다. 그는 펄에 코를 박고 빗질을 하듯이 맨손으로 조심스럽게 표면을 한켜 한켜 쓸어내렸다. 세상에, 어떤 기자가 이렇게 취재를 할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 여기도 있네!"         

몸 취재의 달인, 이유가 있다

그는 정수근 기자와 공동으로 '[단독] 낙동강 4급수 지표종 실지렁이 첫 발견' 특종 기사를 쏘아올렸다. 환경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했고, 수많은 언론이 후속보도했다. 그는 이어 2300만 수도권 시민들의 상수원인 남한강 상류에서도 실지렁을 발견해 4대강 사업에 경종을 울렸다. 당시 그가 쓴 '한강 상수원에서 최악 지표 생물 실지렁이 발견' 특종 기사도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몸 취재'의 달인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이런 특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직업 기자들이 그의 특종 기사를 보고 한강과 낙동강으로 득달같이 달려갔지만, 김종술과 정수근 사무처장의 도움 없이 후속보도를 한 곳은 거의 없다. 시궁창에서 삽질한 뒤 펄을 맨손으로 뒤져야만 확인할 수 있는 그만의 특종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열정과 의지로 4대강의 진실을 국민들에게 전했다.

'녹조 기둥'과 '녹조 염색'

작년 여름에도 그와 함께 낙동강을 취재했다. 4대강 사업의 폐해를 집요하게 보도하는 그에게 '투명카약을 선물하자'는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1500여만 원의 성금이 걷혀 투명카약 2대를 산 뒤 그와 정수근 사무처장은 낙동강 도동서원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MB, 녹조라떼 받아랏!'이라는 제목으로 SNS상에 확산된 아래 사진은 그곳에서 찍은 모습이다.

▲ '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이 2015년 8월 24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앞 낙동강에서 투명카약을 타고 녹조 탐사활동을 벌였다.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가 낙동강에서 뜬 녹조물을 뿌려보고 있다. ⓒ 권우성

그 뒤 미리 준비한 흰 옷을 입고 독성물질이 가득한 녹조밭에서 헤엄을 쳤다. 그 누구도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이다. 그는 태연하게 바깥으로 나와 빨래줄에 그 옷을 널면서 '녹조 염색'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그것도 모자라 양동이를 들고 다시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녹조 기둥'도 연출했다. 그는 남조류가 가득한 곳에 맨몸으로 들어가 리포팅을 하기도 했다. 

그의 몸에선 '냄새'가 난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월급을 받는 직업기자는 단연코 없다. 시궁창 펄에서 뒹굴고, 녹조밭에 들어가서 기사를 쓰는 현장파 시민기자. 그는 취재기자이자 취재원, 연출가로서의 1인 3역을 거뜬히 해냈다. 그는 물고기 떼죽음, 공산성 붕괴, 큰빗이끼벌레 창궐 등 기자로서 수많은 특종을 하면서도 온몸으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고발해왔다. 

"사람들을 만나면 좀 씻고 다니랍니다. 냄새가 지독하다고요. 아무리 씻어도 냄새가 나는 데 어쩝니까."

그의 지독하고 집요한 온몸 취재 후유증이다. 이전 기사에서 언급되었듯이 그는 4대강을 취재하면서 전 재산을 날린 '파산 기자'요, 물고기 떼죽음 취재 때 받은 충격으로 정신과 약을 먹고 잠을 청하는 '불면증 기자'다. 또 녹조밭과 시궁창 펄에 들어갔다 온 날이면 온몸에 난 두드러기로 고통을 호소하는 '피부병 기자'이며, 풀밭에 들어갔다가 뱀에 물리고 말벌에 쏘이는 '상처뿐인 기자'이기도 하다.    

▲ 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가 지난 8월 23일 오후 충남 공주 금강 공주보 상류 1km 지점에서 강바닥의 토질을 채취해 살펴보고 있다. ⓒ 이희훈

이런 그가 원하는 게 있다. 4대강 수문을 열어 아름다운 금강을 되찾는 일이다. 우선 수문만 열어도 죽어가는 금강의 숨통을 터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벼르는 사람이 있다. 4대강 사업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역 정치인, 공무원, 학자, 언론인들이다. 국민 세금 22조 원을 4대강에 수장시키면서 흥청망청 훈포상을 나눠먹고 지금도 승승장구하는 사람들이다.

최근 촛불 시민들로부터 탄핵을 당한 박근혜 대통령도 그중 하나다. 4대강이 죽어가는 것을 버젓이 보면서 지난 4년 동안 수문조차 열지 못했다. 지금도 매년 막대한 혈세를 쓰면서 4대강 16개 댐을 유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4대강 죽이기 '공범'인 셈이다. 이들의 죄과를 묻지 않는다면 또다시 5년짜리 대통령들이 자기 업적을 위해 수만 년 이어져 온 자연을 초토화시키는 '제2의 4대강 사업'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확신이다.

4대강에 나홀로 촛불을 든 '괴물 기자'


사실 박근혜 탄핵 촛불처럼 2008년 광우병 사태 때에도 기회는 있었다. 촛불 민심에 놀란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를 포기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촛불이 꺼지자 그는 이름만 바꿔 전광석화처럼 4대강 사업을 마무리했다. 그에게는 후회막급이다. 지금 광장의 촛불 시민들이 탄핵이 완료되고 부역자들을 청산한 뒤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 때까지 촛불을 끄지 않겠다고 벼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문제다. 그래서다. 그는 '이명박근혜 4대강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여름에 4대강을 이명박-박근혜 정권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한 '4대강 독립군' 특별취재단과 함께 내년 4월 미국으로 취재를 떠난다('제발 이명박씨 죗값을 치르게 해주세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댐을 보유한 미국이 지난 100년 동안 1000개의 댐을 허문 이유에서 교훈을 찾기 위해서다. 미국을 흠모하는 보수정권은 4대강에 16개의 댐을 쌓았지만, 그들은 지금도 쌓아올린 댐을 허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도 겨울바람을 맞으며 금강을 혼자 걷는다. 박근혜 대통령을 심판하려고 수백만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듯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청문회에 세우기 위해 그는 7년째 4대강에 나홀로 촛불을 들고 있다. 이런 김종술 기자가 지치지 않도록 응원하고 싶다. 직업기자 수십, 수백 명이 달라붙어서 검증해야 할 건국 이래 최대 국책사업의 폐해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이런 '괴물 기자'가 살아야 또다른 국정농단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내년 4월께, 나는 그와 함께 미국 취재에 나선다. 그 전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4대강 죽음의 녹색병과 그가 공들여 만든 녹색 밥그릇을 건네고 싶다.  

* 제6화는 낙동강 지킴이 정수근 시민기자가 만난 김종술 기자의 이야기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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