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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광장 토론] 박근혜 퇴진, 그 후 우리는?

"박근혜 탄핵되면 끝? 정책, 협정도 폐기해야"
[박근혜 퇴진, 그 후 우리는 ⑩] 광장 정치는 무엇을 할 것인가?

16.12.09 12:28 | 정대희 기자쪽지보내기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 후, 우리는 어떤 공동체를 만들까요? 광화문 광장의 '퇴진 캠핑촌'은 촛불 시민과 시민단체들의 대안 토론 광장을 엽니다. 이 기획은 <오마이뉴스>와 <광화문 퇴진 캠핑촌 광장토론위원회>가 공동기획했습니다. [편집자말]
▲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광장 박근혜 퇴진 캠핑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이후를 고민하는 토론이 열렸다. ⓒ 정대희

'분노하라, 한 번도 좌절하지 않은 것처럼.'

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 광장 토론'을 한마디로 줄이면 이렇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그 후를 고민하는 이들이다. 영하의 추위에 콧잔등이, 귓불이, 손등이 뻘겋게 달아올랐다. 발제자로 나선 이들도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였다. 발제 내용을 대담형식으로 묶었다.

촛불
▲ 이광일 <진보평론>, <황해문화> 편집위원은 이날 '제도정치와 촛불정치'란 주제로 발제를 했다. ⓒ 정대희

이광일 <진보평론>,<황해문화> 편집위원(아래 이 위원): "지금 광장의 촛불이 원하는 것은 전후 이어져 온 기존의 '수구-보수 독점의 정치질서'를 단순전도 시킨 '보수-수구독점의 정치질서'인가. 아니면, 촛불대중의 힘이 법적 대표성을 내세우는 그들 위에 있음을 분명하게 각인시키면서 새로운 정치질서를 추동하는 길을 여는 것인가."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아래 이 교수): "거리에 모인 시민들의 마음에는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의 국가폭력에 의한 살해,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밀실야합, 국정교과서의 강행, 개성공단 폐쇄, 사드배치, 문화예술인의 블랙리스트 작성, 노동배제와 탄압, 실업 증대, 언론 통제 등 이 나라를 '헬조선'으로 전락시키고 민주주의를 해체한 데 대한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아래 김): 박근혜는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회에 공을 넘겼다. 국회에서 안정적으로 정권을 이양할 수 있도록 퇴진일정을 정하라는 것이었다. 곧이어 새누리당은 '4월 퇴진-6월 대선'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비박계가 흔들렸다는 뜻이다. 야당도 흔들려서 12월 2일에 내기로 했던 탄핵안이 연기되었다. 12월 3일 '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촛불집회에 232만 명이 모이고 '즉각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비박계는 다시 탄핵으로 돌아섰고 야당도 다시 나서 12월 8일 탄핵안 발의, 9일 표결이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이 위원: "탄핵 이후 개헌 문제를 매개로 돌파구를 마련한다고들 한다. '1987년 체제'가 문제인가. 문제이다. 왜 그런가. 지금 신자유주의 지구화의 강제 속에 한국 사회에서 드러나고 있는 수많은 모순, 질곡들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진단은 표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다수가 동의하는 바이다."

이 교수: "경제 위기가 심각하다. 가계부채가 1300조 원을 넘겼고 3분기에 제조업은 -1.0% 성장을 하였고, 10월 수출액은 3.2%가 감소하였으며, 적금 해약은 45.2%인 259만 건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12월 중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인상하고 트럼프 정권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 경제는 공황상태에 이를 것이다. 더구나 동아시아에 긴장과 위기의 파고가 높은데,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의 수장들은 박근혜를 이미 협상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김: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는 교육부 장관, 이미 재벌과의 협잡으로 만들어졌음이 확인된 파견법을 강조하고 성과연봉제를 강행하려는 고용노동부 장관, 그리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나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강요, 사드배치 등 국방부와 외무부의 전횡도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되어 있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문화체육부 장관이 아직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분노
▲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이날 '박근혜를 진짜 어떻게 퇴진시킬 것인가'란 주제로 발제했다. ⓒ 정대희

이 교수: "이번 운동은 6월 항쟁이나 광우병 집회와 최소한 두 가지가 다르다. 하나는 새로운 동력이 연일 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저들의 비리가 언론,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하여 분노의 에너지를 속속 공급할 것이다. 또 하나는 여러 계층의 다양한 분노가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김: "조선일보를 비롯하여 청와대, 보수세력들은 광장의 힘으로 퇴진 일정이 끌려가는 것을 막고 여전히 '질서 있는 퇴진'을 시도하고자 박근혜 대통령에게 퇴진 일정을 직접 밝힌 것을 압박하고 있다. 지금 박근혜와 부역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주도력을 다시 국회나 청와대로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위원: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이후 전개된 정국의 흐름이 있었다. 대중은 열거된 탄핵의 사유에 동의하지 않았고 직접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탄핵정국'을 '촛불정국'으로 바꾸어버렸는데, 탄핵소추의 강행이 수구의 정치적 반동으로, 여전히 '비상식, 비정상'이 한국정치를 지배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교수: "연이어서 100만을 넘더니 급기야 232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한목소리로 퇴진을 외쳤다. 그런데도 박근혜와 친위세력은 버티기와 꼼수로 일관하여 '틈'을 노리고 있다. 설혹 탄핵이 된다 하더라도 바로 개헌과 대선정국으로 판이 바뀌면서 항쟁의 주도권은 시민에서 정치인의 손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이 위원: "과연 정당으로서 새누리당이 보수인가. 민주당, 국민의당이 진보인가. 지금 이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과거 파산된 '4대개혁입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이 사회는 자본과 권력의 언론지배, 사학의 공공성 상실, 식민지 시대와 과거 파시스트 지배 시기의 반인륜-반인권의 정당화, 그리고 국가보안법의 확장판인 종북 이데올로기의 심화로 일그러져 있다.

야당의 주류는 자신들이 이와 무관한 것처럼 발언하며, 촛불 뒤에 무임승차하며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이런저런 저울질을 하고 있다. 촛불대중이 자신들의 그런 역사적인 자화상을 잊기 바라면서... 1980년 이후, 한국 정치에서 대중과 함께 마지막까지 정치적 고난을 함께 해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법적인 미꾸라지'가 아니라 '정치적 미꾸라지'라는 점에서 더 경계해야 할 대상들이다."

박근혜 퇴진 그 후

▲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이날 '박근혜를 퇴진시키기 위해 광장은 무엇을 할 것인가?'란 주제로 발제했다. ⓒ 정대희

김: "박근혜를 퇴진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즉각 퇴진'을 위한 전술적인 방향도 고민해야 하고 그 과정이 이후 사회를 세워나가는 시민주체의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더불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위원: "역사적인 사례를 보자. 이승만의 하야 이후 허정 과도 내각이 내건 국정목표는 '혁명을 개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었고 그 내각은 4.19로 초래된 문제의 핵심을 '대통령의 궐위'라고 보았다. 따라서 그와 같은 상황의 해소가 핵심 목표였고 과도내각을 거치며, 이후 4.19혁명이 내건 요구들은 주변화되어버렸다."

이 교수: "이젠 정권에 균열을 내는 싸움을 해야 한다. 연이어서 100만이 넘는 시민이 모였지만 이 정권과 기득권층에 균열을 낸 것은 별로 없다. 우선 야당 대표와 대선후보들이 모여 공동선언을 하자. 현 정권과 관료층에 대해서는 내각 총사퇴와 직무정지, '박근혜 정책'의 추진 중단을 강력히 요청하고 수교국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이 정권과 맺은 모든 협정이 무효임을 선언한다."

김: "12월 9일 탄핵이 부결되든 아니든 빠른 퇴진을 압박하려면 본격적인 시민저항행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세금 거부'가 주목받는다. 재벌들은 조세심판원을 통해 이의제기하고 이미 부과된 세금을 다시 감면받는다."

이 위원: "사실 기존의 정체세력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대중의 힘에 의한 대통령의 하야'이다. 하야는 언론 등이 유포하듯이 박근혜에 대한 예우를 보장해주는 것과 연관이 없으며, 그 문제는 이후 사법적 처리과정을 통해 해결하면 그만이다. '대중의 힘에 의한 하야'가 중요한 이유는 기존 정치질서에 대한 비판, 부정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 "광장과 난장의 정치를 종합하자. 우리에게는 향촌사회보다 더 하층에 민중들의 모임인 두레공동체가 있었다. 각 마을, 공장, 학교에 공정하고 공평한 공공영역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론을 모으고 시민 각자가 주체가 되는 시민위원회를 구성하자.

광장의 한 편은 '흥과 신명의 난장'으로 만들자. 별신굿이 행해지는 그 기간에는 상놈이 양반에게, 여성이 남성에게 어린이가 어른에게 반말을 쓰고 풍자하였다. 난장에서는 전복이 일어나고 권력이 해체된다. 우리는 지금 인류사 최초로 '피 없는 혁명'을 달성할 수도 있는 도정에 있다."

김: "박근혜 정치의 청산과 새로운 사회의 구성을 위한 맹아가 만들어져야 한다. 소환제나 선거제도의 변화 등 정치개혁 방안, 재벌에 대한 통제 방안 등 다양하게 논의되는 내용이 꼭 '입법적' 형태가 아니더라도 광범위한 동의를 얻고 실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나가야 한다."

이 위원: "'촛불대중'의 정치적 상상력과 실천은 그 지긋지긋한 <변호인>과 <국제시장> 사이의 진자운동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는가. 아니 <설국열차>처럼 그 궤도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는 없는가.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말이다. '자기통치'라는 가치와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기이다."

이날 토론이 끝난 후, 서울 광화문 광장 '박근혜 퇴진 캠핑촌'에는 촛불이 밝혀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린 것. 평일 촛불 집회는 이날이 처음이다. 토론마당을 가득 채운 촛불은 청와대 200m 앞인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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