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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광장 토론] 박근혜 퇴진, 그 후 우리는?

한국, 인류 최초로 '피 없는 혁명' 길에 올랐다
[박근혜 퇴진, 그후 우리는⑦]

16.12.08 14:17 | 이도흠 기자쪽지보내기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 후, 우리는 어떤 공동체를 만들까요? 광화문 광장의 '퇴진 캠핑촌'은 촛불 시민과 시민단체들의 대안 토론 광장을 엽니다. 이 기획은 <오마이뉴스>와 <광화문 퇴진 캠핑촌 광장토론위원회>가 공동기획했습니다. [편집자말]
▲ 촛불집회 시위 현장 모습 ⓒ 노순택

연이어서 100만을 넘더니 급기야 232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한 목소리로 퇴진을 외쳤다. 그럼에도 박근혜와 친위세력은 버티기와 꼼수로 일관하며 '틈'을 노리고 있다. 탄핵도 한 경로이지만, 헌재 구성상 기각될 수도, 최대 180일을 끌며 광장의 분노를 잠재울 수도 있다. 설혹 탄핵이 된다 하더라도 바로 개헌과 대선정국으로 판이 바뀌면서 항쟁의 주도권은 시민에서 정치인의 손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즉각 퇴진'의 사유는 차고도 넘친다. 퇴진이 국정혼란을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식물 대통령이 있는 한 국정마비는 지속된다. 상황이 좋을 때에도 박근혜는 최순실의 꼭두각시 구실을 하거나 패션과 성형에 몰두한 것 말고 대통령으로서 올바른 지도력을 발휘한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물며 지지율 4%의 상황에서 그가 정치쇼와 꼼수 말고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경제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가계부채가 1300조 원을 넘었고 3분기에 제조업은 -1.0% 성장을 하였고, 10월 수출액은 3.2%가 감소하였으며, 적금 해약은 45.2%인 259만 건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12월 중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인상하고 트럼프 정권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 경제는 공황상태에 이를 것이다.

황교안 총리를 비롯하여 부역자들로 구성된 내각을 총사퇴시키고 경제를 살리고 국가를 위기에서 구할 사람들로 전면 교체해야 한다. 박근혜가 국정농단을 하는 것을 단 하루라도 더 방치해서는 안 된다. 법을 어긴 자는 사회에서 즉시 분리시키는 것이 법치국가의 기초인데, 박근혜는 헌법과 여러 법을 어긴 중형의 범법자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특검이 끝난 4월에 퇴진한다는 것은 법의 심판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동아시아에 긴장과 위기의 파고가 높은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수장들은 박근혜를 이미 협상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국정의 공백이 더 이상 외교와 국방의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외교와 국방을 책임져야 한다.

그럼, 어떻게 '진짜' 퇴진시키고 어떤 변화를 지향할 것인가. 우선 양의 확대가 필요하다. 저들은 집회가 정점을 찍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거리의 시민들은 이제 야당을 견인하는 권력이 되었다. 갈팡질팡하는 보수야당들을 퇴진 전선으로 곧추세우고, 흔들거리는 비박들을 탄핵전선으로 돌아오게 하였다. 지치지도 절망하지도 말고 다음 주엔 250만을 넘기고, 그 다음엔 300만을 넘기자.

불안한 이들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운동은 6월 항쟁이나 광우병 집회와 최소한 두 가지가 다르다. 하나는 새로운 동력이 연일 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저들의 비리가 언론,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하여 분노의 에너지를 속속 공급할 것이다.

또 하나는 여러 계층의 다양한 분노가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도화선이었을 뿐이다.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마음에는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의 국가폭력에 의한 살해,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밀실야합, 국정교과서의 강행, 개성공단 폐쇄, 사드배치, 문화예술인의 블랙리스트 작성, 노동배제와 탄압, 실업 증대, 언론통제 등 이 나라를 '헬조선'으로 전락시키고 민주주의를 해체한 데 대한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

장기불황과 경제위기에 따른 불만도 내재한다. 계급모순과 민족모순, 분단모순, 신자유주의체제의 모순이 중층적으로 복합되어 있다. 분노와 모순의 실체가 밝혀질 때마다 그들은 거리에 나설 것이다. 이를 잘 엮으면 거리의 시민은 군대보다 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다음으로 광장의 시민들은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가 뒤섞였다. 전자가 이성으로 판단하고 조직운동을 따르는 정착민이라면, 후자는 공감에 이끌리고 '꼰대'와 틀, 조직을 거부하는 유목민이다. 전자를 이끌려면 조직운동과 전략과 전술, 선전전이 필요하고, 후자를 이끌려면 SNS 활용, 공감을 주는 다양한 접촉과 행위들이 필요하다. 양자를 잘 결합하면 승리는 그리 멀지 않다. 

▲ 서울 광화문 광장 박근혜 퇴진 캠핑촌의 모습. ⓒ 노순택

정권에 균열내는 싸움을 해야 할 때

이제 정권에 균열을 내는 싸움을 해야 한다. 연이어서 100만이 넘는 시민이 모였지만 이 정권과 기득권층에 균열을 낸 것은 별로 없다. 우선 야당 대표와 대선후보들이 모여 공동선언을 하자.

현 정권과 관료층에 대해서는 내각 총사퇴, '박근혜 정책'의 추진 중단을 강력히 요청하고, 수교국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이 정권과 맺는 모든 협정이 무효임을 선언한다. 군과 경찰에 대해서는 중립을 지키고 위반하면 집권 이후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공표한다.

시민과 야당은 객관적 조건, 곧 여소야대의 구도, 여권의 정당성 및 헤게모니의 상실과 분열, 국민 절대 다수의 지지 상황을 잘 활용하여 검찰개혁, 재벌개혁, 언론개혁을 추진한다. 시민들은 검찰청, 삼성본사, 보수언론사 앞으로 가서 농성과 토론을 하고 야당은 개혁법을 통과시킨다. 아울러, 사회적 총파업, 납세거부, 병역거부 등의 시민불복종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한다.

임계점을 넘는 투쟁을 한다. '서울회군'으로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들어섰고, '명박산성'을 넘지 않아 4대강사업은 실제가 되었다. 비폭력 평화집회를 유지하되, 대통령에게 최후통첩을 하고 거점과 광장에서 힘을 모았다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차벽을 넘기도 하고, 좀더 강도 높게 농성을 하기도 한다. 물리적인 것만이 아니다.

68혁명 때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하여 동원된 군인의 총구에 한 대학생이 꽃을 꽂음으로써 평화와 공존과 미(美)를 추구하는 힘이 전쟁과 배제와 폭력에 기반한 힘을 무너트렸다. 그렇듯, '자본-국가-보수언론-종교권력층-어용지식인 및 전문가'로 이루어진 지배동맹체를 해체하는 기발하고 다양한 운동이 필요하다.

이 정권에서 국민을 생존위기로 몰아놓고 세월호와 공장과 거리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장본인인 신자유주의 체제와 지배동맹체를 해체할 때 박근혜의 진짜 완전한 퇴진이 이루어진 것이리라. 양의 확대가 임계점을 넘으면 질의 변화로 전환하는 것은 자연과 사회의 이치다.

무엇보다 광장과 난장의 정치를 종합하자. 서양에서 교회 권력에 맞서서 시민사회가 등장하고 이후 이를 기반으로 18세기에 '계몽의 기획'이 진행되면서 국가와 시민사회 사이에 공공영역이 형성되었다. 비교적 자유로운 개인 가운데 의사소통적 이성을 갖춘 공중(public)이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문제들을 공동의 장으로 끌고 와서 공공의 쟁점으로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공공성을 확보했다.

우리에게는 향촌사회보다 더 하층에 민중들의 꼬뮌인 두레공동체가 있었다. 민주적인 방식으로 좌상(座上), 영좌(嶺座), 공원(公員), 유사(有司), 총각대방(總角大方) 등의 소임을 맡은 역원(役員)을 선출하고 역할을 부여했다. 눈빛과 숨소리만으로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만큼 다정하고 끈끈한 인간관계를 밑바탕에 깔고서 농청(農廳)에 모여 서로 대등한 권력을 갖고 회의를 하고 상부상조했다. 마을 구성원은 누구나 동등한 책임과 권한을 가지면서 참여하고 권익을 분배받았다.

이처럼 시민이 광화문만이 아니라 각 마을, 공장, 학교에 공정하고 공평한 공공영역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론을 모으고 시민 각자가 주체가 되는 시민위원회를 구성하자. 그동안 수탈당하고 억압당한 이들이 적(노동)·녹(환경)·보(여성 및 소수자) 동맹을 맺어 지배동맹체에 맞서는 시스템을 정치의 장, 경제의 장, 사회문화의 장에 건설한다. 이를 더 큰 단위로 확대하며 시민의회와 시민정부를 구성한다. '몫 없는 자의 민주제'를 실시하여, 각 위원회의 위원들이나 의원들의 일정 부분은 선출하지 않고 추첨으로 한다.

그 광장에서 성찰하지 않는 과거는 미래란 마음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과거를 돌아본다. 무엇이 이 나라를 '헬조선'으로 전락시켰는 지에 대해 정권, 시스템과 제도,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성찰한다. 미래의 앞당긴 실천은 현재란 생각으로 신자유주의를 극복한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해서 상상하고 공론을 모은다.

비정규직과 정리해고가 없이 노동이 중심인 사회, 의료, 교육, 주택의 공공성을 확보한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정의로운 생태 복지국가, 남북평화협정을 바탕으로 한 한반도 평화체제, 대의민주제에 참여민주제와 숙의민주제를 결합한 민주공화국을 꿈꾸고 이를 헌법으로, 제도로, 법으로 구체화한다.

광장의 한 편은 '흥과 신명의 난장'으로 만들자. 별신굿이 행해지는 그 기간에는 상놈이 양반에게, 여성이 남성에게, 어린이가 어른에게 반말을 쓰고 풍자를 하였다.

난장에서는 전복이 일어나고 권력이 해체된다. "모든 금지된 것을 금지하라!" 권력과 중심을 형성한 모든 것을 비틀고 뒤집자. 모든 금기와 질서로부터 일탈이 일어나고 이것이 모이면서 구체제를 무너트리고 새로운 세상을 연다. 우리는 지금 인류사 최초로 '피 없는 혁명'을 달성할 수도 있는 도정에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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