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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광장 토론] 박근혜 퇴진, 그 후 우리는?

박근혜 퇴진해도 광장 민주주의는 이어져야 한다
[박근혜 퇴진, 그후 우리는⑤] 광장은 무엇을 원하는가?

16.12.08 14:08 | 송경동 기자쪽지보내기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 후, 우리는 어떤 공동체를 만들까요? 광화문 광장의 '퇴진 캠핑촌'은 촛불 시민과 시민단체들의 대안 토론 광장을 엽니다. 이 기획은 <오마이뉴스>와 <광화문 퇴진 캠핑촌 광장토론위원회>가 공동기획했습니다. [편집자말]
▲ 3일 오후 서울 광화문일대에서 열린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6차 범국민행동'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항쟁은 시작되었다. 1주일 단위로 정세가 요동친다. 혹자는 앞서가 '11월 항쟁'이라고도 표현한다. '혁명'이라고 해야 하지 않냐고도 한다.

최순실 게이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정정되었다가, 금세 박근혜-최순실-재벌 게이트로 불려지고 있다. 박근혜 지지율은 4%대로 떨어졌다. 80%가 가까운 국민들이 구체적으로 '하야' 의견을 내며 이미 위임된 권력을 회수한 상태다.

초기 여론과 의견 형태로 의사 표현이 확인되던 노동자시민들이 직접 행동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거리와 광장으로 나온 이들이 11월 5일 서울 기준 20만 명에서 11월 12일 전국 100만 명, 11월 19일 서울 기준 60만 명, 11월 25일 전국 195만 명으로 확장되어갔다. 이 흐름에 따라 제도 정치권은 거국내각 등을 통한 박근혜의 2선 후퇴, 질서 있는 퇴진 등에서 퇴진 요구로 당론을 바꾸어갔다.

현재는 12월 5일부터 14일까지 4회에 걸친 국회청문회와 내년 1월 15일까지 60일간의 조사, 30일 동안의 연장이 가능한 국정조사특위 활동을 앞두고 있다.

지난 1일, 박근혜는 '국회 합의에 따른 임기 내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이를 받아 새누리당은 '4월 퇴진, 6월 대선' 당론을 확정했다. 야3당은 2일 탄핵 발의 무산 후 국민적 저항과 비판이 있자 9일 탄핵 발의를 선포한 상태다.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우려들이 있었지만, '새누리당 해체, 국회 해산 등 더 큰 분노와 저항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실제 몸통인 수구보수재벌동맹 진영이 부결을 선택할 수는 없으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더불어 지난 12월 3일 자신은 죄가 없다는 박근혜의 3차 담화와 국회로 공 넘기기에 분노한 시민들 232만여 명이 '즉각 퇴진의 날'에 함께 하면서 한 가닥 남은 우려마저 지워버린 상태다.

한편, 11월 9일 1600여 개의 시민사회민중 단체들의 참여로 발족한 '범국민투쟁체' <박근혜퇴진 비상국민행동>(아래 '퇴진행동')은 11월 12일 대회부터 민중총궐기와 함께 활동을 시작했다.

11월 5일까지의 대중행동은 민중총궐기 준비단이 책임을 지고 진행했다. 현재 퇴진행동은 제도 정치권의 행동이 박근혜 정권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 연장하기 위한 버티기, 시간끌기와 다르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광장에서는 해체 대상으로 외쳐지는 새누리당에 면죄부와 캐스팅보트 역할을 주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에 도달한 대통령 즉각 퇴진 여론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헌법재판소에 공을 넘기게 된다는 점, 이 과정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이 국회와 사법부에 의해 왜곡될 수 있는 가능성, 직접 행동에 나선 광장의 민주주의가 국회와 사법부를 바라보는 수동적인 양상으로 잦아들 수 있는 위험성, 탄핵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변수들을 들어 '즉각 퇴진' 요구를 걸고 있다. 이런 우려로 탄핵 발의가 통과되더라도 '즉각 퇴진' 전선이 허물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문제 의식이다.

이렇게 박근혜씨는 이미 국민 대다수로부터 권력을 회수당하고 탄핵 당했음에도 최후의 순간까지 엄연히 살아 있는 권력이다. 세 번의 대국민 담화와 사과(내용 없는), 문고리 3인방과 정책수석, 민정수석 등 수족들에 대한 사표 수리, 총리 전격 경질, 여야 합의로 추천된 총리를 받겠다, 검찰과 특검 수사 등에 협조하겠다는 등으로 사태를 모면해보고자 했지만 사회적 분노를 가라앉히는 것은 쉽지 않았다.

초유의 청와대 민정수석실 압수수색이 진행되었고, 급기야 11월 20일 검찰이 작성한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공소장에 '주범'에 해당하는 '피의자'(여론에서는 범죄자) 박근혜'로 규정된 상태다. '하야', '질서 있는 실제적인 퇴진' 표명 외에 다른 출구가 보이지 않는 '범죄자 박근혜'는 현재 검찰 공소장은 '상상'에 불과하다며 일체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버티기로 돌아선 상태다. 만약의 경우 탄핵 절차에 따른 시간 벌기와 회생 가능성을 차라리 택하겠다는 형국이다.

실제로 지난 1일 이 글을 쓰고 난 뒤 박근혜는 '국회 합의와 법적 절차에 따른 조기 퇴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국회의 분열을 통해 살아남기는 현재 불가능한 상태로, 마지막으로 헌법재판소 판결 이전까지 온갖 가능한 수를 써보려 할 것이다. 가장 문제는 마지막 수단으로 박근혜 탄핵을 받되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한 수구보수재벌 동맹엔 큰 흠집이 가지 않도록 하는 프로세스가 가동될 것이라는 것이 아닐지.

'광장'이라는 직접민주주의

▲ 서울 광화문 광장 박근혜 퇴진 캠핑촌 모습 ⓒ 노순택

이 모든 '혁명적'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는 가장 힘 있는 주체가 '광장'으로 표현되는 어떤 집단성들이다. 전체 대회를 실무적으로 준비하고 진행하는 적극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매번 항쟁의 광장과 거리에서 유명 연예인을 동원한 '축제성' 무대를 연출하고 있는 상층 연대기구 퇴진행동도 존재감이 뚜렷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더더욱 한국사회 상층 의견그룹들과 단체들은 이런 '항쟁'적 상황에 대비한 어떤 내용적 조직적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다른 세계에 대한 변혁적 상상이나 논의는 그간 소수의 단위를 제외하고는 실종되어 온 과정이기도 했다. 흔히 분류되는 시민사회운동은 국가와 의회정치를 견제하는 제3섹터로서의 독립성은 희미해지는 대신 언제부터인가 제도권 야당의 수혈지 정도로 역할이 낮아져 늘 총선 때마다 대표주자 몇을 제도 정치권으로 진출시키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노동자 민중 운동 진영은 분열로 흐트러져 있고, 진보정당 운동은 각개약진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대부분의 운동이 탄압이 없어도 알아서 자기 검열을 통해 전투성을 거세하고 합법적 영역 내로 움츠려든다.

이런 정황이기에 안타깝지만 거리와 광장의 운동과 정치가 이 11월 항쟁의 가장 중요한 주체가 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아니, 역사의 변혁기마다 거리와 광장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실행한 주권자들은 기존의 보수적 체제와 안온한 세력들을 뛰어 넘었다. 거리와 광장에서 새로운 체제를, 주체를, 방향과 의제를, 새로운 법을, 정치를 탄생시켰다.

역사적 경험에 기반하면 기존 제도권은, 상층의 원로들은, 체제 내화되어 있는 상층의 운동가들은 그런 거리와 광장의 불특정 직접성과 급진성을 늘 불편해하며 적당한 수위 내에서 기존의 체계와 구조 속에 수렴되기를 희망한다. 분노는 있되 조직화되지 않고 정확한 출구를 알지 못하는 즉자적인 거리와 광장의 운동은 곧잘 좌절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렇게 현재 박근혜 퇴진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질적 변화를 향해 요동치고 있는 광장은 무엇을 원하는가. 박근혜 퇴진의 물결 속에 터져 나오고 있는 분노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까.

무엇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단계에서 제도 정치권 중심의 '탄핵' 흐름을 넘어서는 '즉각 퇴진'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제도 정치권이 선택할 수 있는 기존 법적 테두리를 넘는 초헌법적 권위를 광장이 주권자 직접 민주주의 행동을 통해 선취해야 한다. 일정한 거리를 두며, 박근혜 퇴진 이후 한국사회에 대한 각종 진보적 의제들을 구상, 구성,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가며 기존의 법 테두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제도 정치권을 광장이 강제하고 견인, 또는 협동해 나가야 한다.

만약 이 항쟁의 초기 과정에 퇴진행동 등이 어설프게 제도 정치권과 테이블을 마주하며 들러리 형식으로 섰더라면 퇴진행동은 과정 과정에 갈팡질팡하며 비판에 직면했던 정치권과 도매금으로 취급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렇게 지금 현재 정치 지형은 박근혜를 중심으로 한 수구보수반공 세력과 박근혜를 버리고라도 새로운 정권 재창출을 기획 중인 1% 재벌독점금수저 집단을 한 축으로 하고 있다. 이에 제도 야당권, 그리고 상층 연대투쟁체인 퇴진행동의 정치, 거리와 광장의 직접 민주주의 정치가 한국 사회의 미래를 두고 헤게모니 투쟁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우선은 퇴진행동으로 모인 사회운동권이 그간 운동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 자기 쇄신과 혁신, 새로운 사회 의제를 중심으로 기존의 관계를 넘어 실천적 연대의 망으로 자신들을 재조직화해 나가는 게 필요할 수 있다.

필요할 수 있다고 표현하는 것에는 어려울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존의 관성과 패배의식이 깔려 있기도 하다. 퇴진행동으로 모인 사회운동권이 박근혜 퇴진 투쟁 국면과 이후의 새로운 사회 구성까지를 예비하며 '죽 쒀서 개주는 시민혁명'이 아닌 진정한 항쟁을 이룰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지도력과 새로운 비전의 창출까지를 퇴진행동에도 바랄 수 없다면 광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

▲ 촛불집회 시위 현장의 모습 ⓒ 노순택

한 방안으로는 광장의 급진적 의제와 정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결사체로 스스로를 새롭게 조직화해가는 운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현재 '시민평의회', '시민제헌의회', '95%위원회', '국민명령제안위원회', 해적당이나 '포데모스나 시리자'와 같은 정치운동 등 다양한 고민이 던져지고 있는 상태로 보인다.

만약 이런 고민까지 간다면 퇴진행동의 강화와 즉각 퇴진 운동의 기조가 흔들리지 않게 하는 운동과 병행해 투 트랙으로 광장의 활력과 직접성, 급진성 등을 분출할 수 있게 주권자 스스로 다음을 준비하고 예비해 가는 운동이 필요하다.

현재의 '축제적 성격',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의 평화 기조'가 주권자들의 자연스러운 분노와 들끓음에 의해 좀더 적극적인 분노와 응징의 표현 양태로 나아가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주말 집회 집중, 확산을 위한 전국의 촛불문화제에서 '대통령궁' 앞에서의 일상적 항쟁 상황으로 전환해 가는 자연스러운 과정과 시기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운동을 위해 다양한 광장의 주체들(서발턴 : 하층계급)이 광장에서조차 시청자나 관람자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밑으로부터의 연대와 공동 대응, 조직화를 스스로 해 나갈 필요도 있을 것이다. 기존의 사회운동들이 지도부로 기능하는 데 한계를 느낀다면 이런 광장과 전선의 평의회 방식의 운동을 촉진하고, 열어주는 데 몰두해야 한다. 민주노총 등 기층 민중 단위들부터 스스로 기존의 운동 관성과 일정을 깨고 나와 비상한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

그런 광장 운동의 급진화를 통해 박근혜 퇴진 운동의 과정 자체가 새로운 사회의 방향과 의제, 새로운 주체의 성격에 대한 전 사회적 동의를 얻어가고, 확정해 나가는 과정으로 인식되고 실천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구시대의 보수적 문화, 자본의 문화에 젖어 있는 나 자신부터 혁명해야 하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퇴진운동의 과정에서 새로운 사회의 밑그림에 대한 사회적 동의의 목소리가 설득력 있는 언어들을 통해 '즉각 퇴진'과 함께 외쳐짐으로써 실질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방향은 1100만 비정규직들의 고통이 없는 세상, 1%의 금수저 재벌집단의 독점과 갑질이 규제되는 세상, 국가보안법 폐지,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 이를 통해 진정한 한국사회 현대의 재구성, 핵 없는 안전사회, 교육과 의료 주택 부문에서의 공공성 확장, 공공부문의 사유화 정책 폐지, 언론과 표현의 자유 절대 보장 등등이 되어야 할 것이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지금 당장 2000만 노동자의 대표 격인 한상균 석방이 논의되어야 하고, 수사권 기소권 있는 세월호법 재개정, 백남기 농민 특검, 철도노조 파업 요구 관철 등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모든 과정이 어떤 얼굴과 정치 집단이 대표하고 주도할 것인가로 좁혀지지 않고, 어떤 방향과 의제가, 어떤 새로운 윤리가 이 항쟁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 가로 논의를 모아갈 필요가 있고, 그것이 실제 분노해 거리와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이 극악한 신자유주의 시대, 헬조선, 자살공화국, 흙수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의 진정한 요구임을 확인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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