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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진의 역사 독립군 임종국

임종국 조형물, 천안시 이중 잣대 논란
[구본영 천안시장께 드리는 공개질의서] 임종국 선생은 천안의 자산입니다

16.11.11 14:22 | 조호진 기자쪽지보내기

▲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과 천안시민을 대상으로 임종국 선생 조형물 건립기금을 모금한 결과 3626명이 참여하면서 총 120,498,499원이 모금됐다. 이는 목표액 5천만원을 훨씬 초과하는 놀라운 성과였다. ⓒ 조호진

저는 <오마이뉴스>와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에서 <역사 독립군 임종국>을 동시 연재한 조호진 기자입니다. 지난 7월 9일 발족한 '임종국선생조형물건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와 함께 4개월 동안 임종국 선생 조형물 건립기금을 모금한 결과 3626명이 참여하면서 총 1억2049만8499원이 모금되었습니다. 이는 목표액 5천만 원을 훨씬 초과하는 놀라운 성과였습니다.

"내일이 카드 값 결재일이라 이번 달도 한숨만 쉬다가 부끄러움에 후원합니다. 선생님의 노고에 비하면 이 정도 돈 걱정이야 배부른 소리겠지요." (얼큰이)

"7월1일 태어난 딸의 이름으로 후원했습니다. 부모로서 우리 딸 서은이가 올바른 국가관과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친일파 청산의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snsanfgmffls)

"제 작은 후원이 이런 위대한 일에 쓰여짐이 자랑스럽습니다. 역사 앞에 고개 숙이고 외면하며 살아온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늦봄사랑)

저는 <역사 독립군 임종국>을 연재하면서 친일청산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확인했습니다. 어려운 형편에도 후원에 동참한 시민과 태어난 딸의 이름으로 후원한 부모와 친일청산에 참여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 누리꾼을 비롯해 임종국 조형물 건립기금 모금에 참여한 역사 독립군들의 정성은 눈물겨운 감동이었습니다. 그것은 친일문제 연구에 목숨을 바친 임종국 선생에 대한 존경의 표시였고 선생의 못 다한 과업을 잇겠다는 역사에 대한 다짐이었습니다.

이처럼 뜨거운 열망과 정성으로 추진되던 임종국 선생 조형물 건립이 제막식을 앞두고 천안시의 이중 잣대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추진위는 임종국 선생 조형물을 건립하기 위해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수차례에 걸쳐 천안시와 협의했는데 시가 조례 미비 등을 이유로 부지제공을 유보하면서 임종국 선생의 27주기인 11월 13일에 맞춰 진행하려고 했던 제막식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추진위와 천안시의 논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석재회사 조형물은 되고 임종국 조형물은 안 됩니까?

▲ 이용길 추진위원장이 임종국 조형물 설치 1안이었던 천안삼거리공원 위치를 가르키고 있다. ⓒ 조호진

▲ 이용길 추진위원장이 임종국 조형물 설치 장소인 신부공원 부지를 가르키고 있다. ⓒ 조호진

▲ 임종국(1929∼1989) 선생은 1980년 서울에서 천안으로 이주, 천안시 삼룡동과 구성동에 칩거하면서 필생의 과업인 '친일파총서' 편찬에 몰두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채 1989년 타계해 천안공원묘원에 묻혔다. ⓒ 조호진

임종국 조형물 건립부지 1안은 천안삼거리공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천안시가 삼거리공원에 테마공원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기에 이를 철회하고 2안인 천안시 동남구 신부공원 부지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그러나 천안시는 ▲출생지가 천안이 아닌 점(경남 창녕) ▲다른 독립운동가에 대한 조형물 설치의 형평성 문제 ▲시민공감대 형성 부족 등을 이유로 부지 제공을 꺼렸습니다.

하지만 선생이 친일문제 연구를 하다 목숨을 바친 곳이자 유택이 있는 도시가 천안이고, 2005년 보관문화훈장 추서 등 친일문제 연구의 업적이 인정되었고, 추진위의 조형물 건립 거리 서명운동과 시민들의 뜨거운 참여로 공감대가 확인되면서 천안시의 부지제공 반대 이유가 해소됐습니다. 그러자 천안시는 제막식을 앞두고 또 다른 카드를 꺼내면서 임종국 선생 조형물 건립을 방해했습니다.

천안시는 임종국 조형물 제막식을 불과 20여일 앞둔 10월 26일 추진위와 논의 과정에서 그동안 언급하지 않았던 조례 미비를 이유를 들어 부지제공을 유보했습니다. 즉, 조례를 만들고 심의위원회에서 통과되면 임종국 조형물을 건립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천안시가 보여준 것은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행정이 아니라 임종국 선생 조형물 건립을 반대하기 위한 ▲논의의 일관성 부족 ▲임종국 조형물에 대한 이중 잣대 ▲친일청산에 대한 반역사적인 인식이었습니다.

조형물의 무분별한 설치를 막기 위한 조례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천안시의 조형물 설치 상태를 보면 그런 조례는 진즉에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임종국 조형물 제막을 앞두고 느닷없이 제시한 조례는 정당성과 형평성이 결여된 궁색한 카드입니다. 지난해 8월 천안시민들의 발의와 시의 협조로 임종국 조형물 건립 예정지인 신부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됐습니다. 그리고 신부공원 입구에는 천안시바르게살기협의회의 '바르게 살자'라는 글이 새겨진 표지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 지난해 8월 천안 신부공원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임종국 조형물 또한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서경-김운성 부부작가가 제작했다. ⓒ 조호진

▲ 천안시바르게살기협의회가 신부공원 입구에 세운 '바르게 살자' 표지석. ⓒ 조호진

▲ 천안청년회의소가 천안시 마틴공원에 세운 조형물. ⓒ 조호진

▲ 천안삼거리공원에 설치된 하숙생 노래비. ⓒ 조호진

▲ 천안삼거리공원에 설치된 한 석재회사의 조형물. ⓒ 조호진

이뿐이 아닙니다. 천안시 ▲마틴공원에 천안청년회의소와 특우회가 세운 '나라사랑'이란 글씨가 새겨진 조형물 ▲삼거리공원에 천안삼거리라이온스클럽이 세운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탑 조형물 ▲삼거리공원에 최희준의 가요 '하숙생'에 대한 노래비 조형물 ▲한 석재회사 명의로 설치된 조형물을 보면서 놀랐습니다.

천안 입장 출신 작사가(김석야)가 천안 삼거리를 배경으로 작사했다고 노래비를 세웠는데 가사에는 그런 내용이 없습니다. 또한 석재회사의 선전물에 가까운 석재를 설치한 것은 납득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그런 반면 임종국 선생에 대한 조형물 설치에 대해선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반대했습니다. 과연 천안시의 이런 행정에 친일청산과 역사정의를 바라는 천안시민들이 동의할 수 있을까요?

기득권 세력보다 역사를 두려워하시기 바랍니다!

▲ 천안시청 ⓒ 조호진

구본영 시장께서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부이사관과 국무조정실 1급 관리관을 지낸 뒤에 천안시장에 두 차례 출마했다가 낙마했고 2014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으로 시장에 당선됐습니다. 저는 시장이 민주당 소속이어서 다행으로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민주당은 친일청산에 동의하는 정당이니까요. 구 시장이 당선된 표에는 친일청산을 염원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표가 포함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시민의 뜻과 역행하고 있습니다.

구 시장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천안시의 기득권 세력들은 임종국 선생 조형물 건립을 반대할지도 모릅니다. 임종국 선생의 추모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 향토사학자를 비롯해 기관장들이 '왜 옛날 문제를 꺼내느냐' 등의 이유로 반대했었으니까요. 천안시 뿐만이 아닙니다. 친일파가 득세하는 이 나라 대다수 지역의 기득권 세력들은 친일파 청산을 반대합니다.

그건 일제에 부역하면서 부귀영화를 누린 민족 반역의 죄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제가 패망하고 달아난 후에 그들이 남긴 적산가옥 등의 재산을 가로채는 등의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한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친일파의 반역을 기록한 재야 사학자 임종국 선생이 부각되는 것을 친일파 후손들이 꺼리는 이유입니다. 그런 친일파 후손이자 기득권 세력이 천안시 행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시장으로서 그들의 여론을 외면하기란 매우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천안이 어떤 도시입니까. 3.1만세운동의 유관순 열사와 대한독립운동에 목숨을 바친 대한민국임시정부 이동녕(1869~1940) 주석과 유관순의 아버지 유중권(1863~1919) 그리고, 이장녕 (1881~1932), 홍찬섭(1889~1958), 장두환(1894~1921), 이붕해(1899~1950), 이종건(1906~1960) 등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항일 투쟁의 고장이자 독립기념관이 있는 역사의 도시 아닙니까.

소설가 조정래 선생은 임종국 선생의 업적에 대해 "만주에서 독립군 수천 명이 항일투쟁을 한 것만큼이나 중요하고 크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원로시인 이기형 선생은 "임종국 선생이 손수 피눈물로 엮은 친일명단 수 만장이 팔만대장경판처럼 국보로 지정되는 바로 그날 우리나라는 비로소 바로 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역사 독립군 임종국 선생이 항일과 역사의 도시 천안에서 친일문제 연구에 목숨을 바쳤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 경쟁 시대입니다. 각 단체장들은 자신의 지역을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각종 사업을 추진합니다. 이를 보면 항일과 역사의 도시 천안시에 천안시민이었던 임종국 선생은 귀중한 자산입니다.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한 도시는 여러 곳이지만 임종국 선생의 조형물은 천안만이 세울 권리가 있습니다.

신부공원 부지의 관리 주체는 천안시이지만 그 땅의 주인은 천안시민입니다. 임종국 조형물에 참여한 3626명의 천안시민과 국민들은 천안시의 행정에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나라 국민들은 국회의 예산삭감에도 굴하지 않고 <친일인명사전> 편찬기금을 모금해 친일파의 역사를 기록한 위대한 국민입니다. 행정 절차란 미명으로 임종국 조형물 건립을 반대한다면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구본영 시장을 임종국 조형물 제막식에 초대합니다!

▲ 임종국상 시상식과 임종국 조형물 안내 웹포스터 ⓒ 민족문제연구소

오는 13일(일) 오후 2시 천안시 신부공원에서 진행하게 될 임종국 선생 27주기 추모식 및 조형물 제막식에 '임종국선생조형물건립추진위원회' 고문이신 구본영 시장을 정중하게 초대합니다. 천안의 자산인 임종국 선생을 함께 추모하고 기리는 축제의 자리이니 부디 오셔서 축하해주시고 천안시를 대표해 말씀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오해가 있다면 풀면서 화해하고 서로의 차이가 있다면 인정하면서 천안의 아름다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들기를 원합니다. 혹시라도 행정력을 동원해 제막식을 방해하거나 행정 처분 등의 불미스러운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임종국 선생 또한 원하는 바가 아닐 것입니다.

이날 제막식에선 민주화 운동의 산증인인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 함세웅 신부의 추모강연이 있습니다. 또한 장병화 임종국선생기념사업회 회장을 비롯한 역사 독립군들이 전국 각지에서 천안을 찾아옵니다. 시장께서 이들 역사 독립군들의 노고를 치하해주신다면 항일운동과 독립만세운동의 도시 천안은 더욱 빛날 것입니다. 역사는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니 손잡고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제막식에서 밝은 얼굴로 뵙기를 바라면서 공개 질의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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