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국회의원 400명 뽑자, 단 '특권' 없애고

10만인 리포트

고상만 기자의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만들어 주세요

군에 가 죽은 내 아들... 연극 '이등병의 엄마' 만듭니다
[스토리펀딩 연속기획 ①] 군에서 자식 잃은 부모가 무대에 올라 자신의 사연을 직접 말한다

16.12.01 05:20 | 고상만 기자쪽지보내기

생각지도 못한 연락을 받은 때는 2013년 2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19대 국회 당시 최연소 국회의원이었던 김광진 의원이 페이스북 메시지로 연락을 해 온 것입니다. 이전까지 잘 알지 못했던 그분의 제안은 참으로 신선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국회 국방위에서 국회의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광진입니다. 초면에 전화로 말씀드리는 것이 예의겠으나 일단 선생님께 페북으로 연락드리는 점,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으나 저는 현재 국회 국방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국방위원으로 제가 일하는 동안 군인 인권 문제와 관련하여 일정한 진전을 이뤄내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결례인지 모르겠으나 선생님께 부탁이 있습니다.

제가 가진 국회의원의 권한으로 저와 함께 군인의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일해 주실 수 없을까요?"

▲ 군 의문사 유족이 눈물을 터뜨리자 19대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광진 의원이 마주 앉아 위로해 주고 있다. ⓒ 고상만

흩어진 군 의문사 유족을 하나로 묶어라!

그렇게 해서 시작된 만 2년 1개월간의 의원실 의정 활동은 참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입법 활동'은 징병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군 현실에서 상당히 많은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됩니다.

특히 1998년 판문점에서 발생한 김훈 중위 의문사 사건 이후 사회의 주요 이슈로 제기된 군 의문사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노력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군 의문사 피해 유족을 '하나의 힘으로 모아내는 것'이었습니다.

한 해 평균 100명이 넘는 군인이 목숨을 잃고 그중 2/3 정도가 자살로 처리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들을 잃은 유족분들이 억울함을 토로하며 국방부를 상대로 힘들게 싸우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세월이 흐르면 여러 유족 단체로 흩어진 것입니다.

싸워야 할 국방부는 거대한데, 다 합쳐도 힘이 미약한 유족 단체마저 제각각 흩어져 싸우니 제대로 된 싸움이 될 리 만무했습니다. 저는 거대한 국방부에 맞서 싸우려면 무엇보다 피해 유족을 하나의 힘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일이 이들 피해자분들의 연락처를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 분 한 분의 연락처를 얻어 나가기를 두어 달. 마침내 2013년 5월 어느 날, 피해자 분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제안하여 국회에서 행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날, 저는 군에서 자식을 잃은 유족분들에게 아들의 영정 사진을 가지고 오시라고 했습니다. 군대 가서 자살한 것으로 몰아붙이면서 외면받아온 그 아들의 영정 사진을 가져와 대한민국 국회에서 억울하다며 마음껏 외치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열린 그 날의 행사 명칭은 이렇습니다. '군 의문사 유족이 외치는 대 국회, 국민 호소. 저는 군대에 아들을 보낸 죄인입니다.'

▲ 군 의문사 피해 유족이 외치는 대 국회, 국민 호소 <저는 군대에 아들을 보낸 죄인입니다.> 책자 표지 ⓒ 고상만

징병 되어 죽은 내 아들, 명예 회복 요구 국회 앞 시위

이렇게 모인 군 의문사 피해 유족이 약 150여 명. 이후 저는 이분들과 함께 두 번의 여름과 겨울을 보내며 한결같이 요구했습니다. 그것은 '남의 집 귀한 아들들을 징병할 권리가 국가에 있다면' 그다음의 일 역시 국가의 책임임을 온전히 인정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아들의 군 복무 중에는 부모라 할지라도 일체 관여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들의 아들 역시 2014년 군 복무 중 구타로 사망한 윤 일병처럼 그 어떤 고통에 처해 있는지 알 길이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런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영문도 알지 못한 채 군 복무 중 사망했는데 참 묘하게도 그다음 책임은 군이 아닌 유족의 몫이 됩니다. 그래서 만약 윤 일병이 '맞아 죽기 전날' 견디다 참지 못하고 스스로 목을 매어 사망했다면 국방부는 필시 윤 일병의 사인을 자살로 처리할 것입니다. 이전에 선임병에 의한 폭력 행위보다 누가 목을 매었는지가 사인의 우선순위가 되는 우리 군의 수사 현실.

결국 왜 목을 매었는지 밝혀 달라는 유족의 요구만 떠돌며 또 다른 억울함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지난 1948년 대한민국 국군 창설 이래 약 3만9000여 명의 군인이 '국가로부터 아무런 예우 없이' 죽어갔습니다. 이를 단순 계산해 보면 대략 1년에 600여 명 꼴로 군에서는 군인이 죽어간 것입니다.

그렇기에 군 의문사 피해 유족들은 이렇게 푸념합니다. "군에서는 매년 세월호 사건이 두 번씩 일어나고 있습니다. 말이 됩니까?"

징병되어 죽은 내 아들, 명예 회복 요구 국회 앞 시위

그래서 시작된 국회 앞 1인 피케팅 시위. 매년 국정감사가 끝나고 시작하는 정기 국회는 11월 말경입니다. 한겨울로 접어드는 그 추운 11월부터 12월 말까지 매년 군 사망사고 피해 유족들은 새벽 6시부터 국회 앞 출입구에서 피켓 시위를 했습니다. 살을 에는 추위에도 70세가 넘은 노인 분들이 억울하게 죽어간 자식의 명예회복을 촉구하고자 피켓 시위에 나선 것입니다.

▲ 2년간 아침마다 국회 앞 출입구 앞에서 사망한 군인의 순직 처리를 요구했던 군 의문사 피해 유족 어머니들 ⓒ 고상만

'말이 쉬워' 한겨울 새벽 피켓 시위였습니다. 국회가 있는 여의도에 새벽 6시까지 오려면 유족들은 새벽 서너 시에 집을 나서야 했습니다. 어느 분은 전북에서, 또 대구에서, 부산에서, 마산에서 올라와 피켓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너무 억울했기에 '장관의 자식이 귀하면 내 자식도 귀한 자식인데' 이렇게 개죽음으로 취급하는 이 나라와 국방부가 미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가만히 있으면 속에서 열불이 치밀어 오르니 한겨울 추위에 서 있는 것이 더 마음 편하다는 말씀에 제 가슴은 더 짠했습니다. 그렇게 고생한 덕분이었을까요? 마침내 희망이 싹 터 왔습니다. 유족분들이 만 2년 넘게 싸워온 결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의무복무중 사망한 군인에 대해서만은 '그 사망 원인에 대한 구분 없이 순직 처리하고 국립묘지에 안장해 달라는 취지의 '군 인사법' 개정 요구에 대해 국방부가 긍정적 검토를 약속하고 나선 것입니다. 마침내 굳게 닫힌 국방부의 철문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출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관련 법안을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 심사소위가 논의하기로 한 그 날, 많은 유족 분들이 국회로 모여들었습니디. 2년 고생 끝에 꿈처럼 찾아온 그날, 곧 법안이 처리되리라 믿고 지난 고생담을 나누며 유족분들이 웃음꽃을 피우고 있던 그때 생각지도 못한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소식은 유족에게서 웃음 대신 난데없는 통곡이 터져나오게 했습니다.

경위는 이랬습니다. 우리가 요구한 것은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은 순직 처리하고 지금까지 사망한 군인 모두에게도 이를 소급 적용하도록 하는' 법안 개정 요구였습니다. 징병한 군인에 대해서는 국가가 그 책임을 전적으로 지는 것이 옳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족들은 순직 대상을 정하고 있는 '군 인사법' 관련 법령에서 '의무복무중 사망한 군인'이라는 열 글자를 새로 넣어 달라며 싸워온 것입니다. 다른 직업군인은 스스로 선택하여 군인이 된 것이지만 징병에 의해 입대한 군인은 강제적인 것이니 그 책임을 국가가 인정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국방부의 꼼수'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요구하는 대로 관련 법령을 바꾸는 것에 동의하지만, 이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소급적용은 할 수 없다는 것을 법안소위가 열린 당일에서야 우리에게 밝혀온 것입니다.

국방부는 유족과 또 국회 국방위 야당 의원님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압박에 관련 법령을 대폭 개정하겠다고 약속해놓고, 법안 심사소위가 열린 그날에서야 자신들의 숨은 의도를 드러낸 것입니다.

내 자식은 안되더라도...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결론적으로 국방부가 우리를 속인 것입니다. 이전까지 국방부는 법안 개정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왜 우리가 이 법안을 바꾸려고 하는 것인지 국방부 관계자에게 설명하고 또 국회 입법 조사처에 법안 개정 의뢰를 할 당시에도 자세히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법안을 심사하는 당일에서야 "사실 이 법은 이전 사건 피해자에게는 소급 적용이 안 되는 법"임을 알려왔으니 유족들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난리가 난 것입니다.

유족들은 "우리가 지난 2년간 이 법안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고생을 했는지 안다면 이럴 수 없다"고 격분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장 국방위 법안 심사가 열리는 회의실로 쳐들어가 항의하자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저 역시 할 말이 없었습니다. 누구보다 이 분들이 지난 2년간 어떤 고생을 했는지 알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유족단체 회장이 "잠시 우리끼리만 회의를 하고 싶다"며 시간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약 20여 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에서도 법안 심사소위에서는 계속 연락이 오고 있었습니다. 유족들이 이 법안 처리를 수용할 것인지 재촉하는 연락이었습니다.

국방부는 만약 유족이 법안 처리를 반대한다면 아예 없던 일로 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애초부터 하고 싶은 일이 아니니 내심 유족이 반대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렇기에 유족들이 "우리 자식에게 해당되지 않는 이 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한다면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저 역시 반대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만약 이 법안이 처리된다면' 유족분들이 요구해 온 법안은 사실상 다시 논의되기 힘듭니다. 같은 법을 연달아 다시 하는 일은 관례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 자식은 안되고, 남의 자식만 혜택받는 이 법안을 과연 부모님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더구나 이를 위해 지난 2년간 물불 가리지 않고 싸워온 사정을 누구보다 알기에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 것입니다.

그런데 잠시 후였습니다. 유족분들이 회의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분들의 눈이 모두 뻘겋게 달아올라 있었습니다. 회의하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말씀.

"회의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법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비록 우리는 안 되지만 앞으로 우리처럼 자식을 잃을 부모님만은 우리처럼 고통받는 일은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수용한다고 국방위 법안 소위에 알려주십시오."

순간 모두가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어머니들의 울음소리. 한 분이 터지자 이내 눈물은 전염이 되었고, 그렇게 한동안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 아들을 잃고 우는 어머니. 자살로 처리된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수년간 싸운 끝에 순직 안장되던 그날, 어머니의 눈물은 끝이 없었다. ⓒ 고상만

그리고 이후, 군 의문사 유족분들의 양해로 김광진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관련 법 개정안은 19대 국회 본회의장을 통과했습니다. 덕분에 의무복무중 사망한 군인의 순직처리 요건이 크게 완화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은 숙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그날, 내 자식 대신 다른 누군가의 아이를 위해 법안 처리에 동의해 주신 그분들에 대한 마음의 빚입니다. 저는 그분들에게 그날 이렇게 약속했습니다.

"어머님, 그리고 아버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약속 하겠습니다. 반드시 잊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책임져야 한 의무복무중 사망한 군인에 대해 명예회복이 이뤄지도록 다시 또 준비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실망하지 마시고, 절망도 하지 마세요. 함께 가겠습니다."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바로 이 스토리펀딩 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징병 되는 군인과 그 아들을 잃은 엄마의 실제 사연을 담은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제작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누구나 다 가는 것으로 생각했던, 그리고 다시 내 품으로 돌아오리라 믿었던 그 자식을 잃고 살아가는 분들에게 치유와 희망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분들의 사연을 연극으로 만들어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고 그 해결을 위해 함께해 줄 것을 호소하고자 합니다

드라마 속 '삼순이 아버지'로 알려진 배우 맹봉학 님이 유족분들의 연기 지도를 하고, <미디어 협동조합> 국민 라디오 임대웅 피디께서 음악 감독을 맡아 내년 5월경 무대에 올리려 합니다.

타살된 한 병사의 죽음을 사고사로 위장했던 실제 사건이 이 연극의 모티브입니다. 이를 밝혀내는 엄마의 의지와 이 과정에서 함께 힘을 모아준 같은 사연의 군 유족분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 연극을 통해 대한민국 군 인권의 현실을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합니다.

▲ 나는 군대에 아들을 보낸 죄인입니다. ⓒ 고상만

징병할 권리가 국가에 있다면, 그 군인이 입대한 후 생사 여부 역시 국가의 책임입니다. 연극은 또 다른 치유가 될 것입니다. 자식 잃은 부모에게 '자살을 인정하라'며 다그치기만 하는 국방부에 상처받고 살아온 군 유족 분들이 직접 연극에 참여하여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전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 연극을 통해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군 인권 개선에 필요한 정책이 담길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이 연극을 만들어 주십시오. 연극 '이등병의 엄마'표를 미리 사주십시오. 이를 통해 징병 제도하에서 군인의 목숨이 귀한 나라를 만드는 첫걸음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스토리펀딩은 모두 13번의 사연을 가지고 70일간 여러분을 찾아갈 것입니다. 좋은 세상을 위해 진심을 다 하겠습니다.

추천 리포트
이 기사와 관련된 최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