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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술, 금강에 산다

금강에 또 다른 생명체... "최악의 침입외래종"
[김종술의 금강에 산다] 실지렁이에 이어 외래종 왕우렁이 서식 확인

16.10.06 18:35 | 글:김종술쪽지보내기|편집:손지은쪽지보내기

▲ 금강에서 최초 발견된 왕우렁이는 저수지나 늪지, 논 등에서 서식한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왕우렁이를 '세계 100대 최악의 침입외래종'으로 지정했다. ⓒ 김종술

녹조라떼, 물고기 떼죽음, 큰빗이끼벌레, 겨울 녹조, 수생태 최악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깔따구 창궐. 그다음은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세계 100대 최악의 침입외래종'으로 지정한 왕우렁이다.

'4대강 청문회를 열자' 특별 탐사보도를 마치고 기자들이 떠난 금강에서 오늘도 난 혼자다. 최근 며칠간 물속에 들어간 탓에 직업병처럼 온몸이 쑤시고 천근만근이다. 태풍 '차바'는 금강의 짙은 녹조를 쓸고 갔다. 현재는 높고 푸른 하늘에서 강한 뙤약볕이 내리쬔다. 강가에 피어난 억새 군락지가 강바람을 타고 은빛 물결을 이루며 춤춘다. 텅 빈 강변엔 간간이 찾아오던 낚시꾼들도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바지장화를 입고 찾아간 금강은 겉보기엔 평화로워 보인다. 4대강 사업으로 콘크리트에 갇힌 강물은 흐르지 않는다. 저수지나 늪지에 서식하는 수생식물인 '마름'과 버려진 쓰레기만 수면을 뒤덮었다.

두세 발짝 걸어 들어가자 바닥에서 시커먼 흙탕물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시궁창에서나 풍기는 시큼한 악취가 진동한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바람에 춤을 추듯 발목을 흔들어 빼야 한다. 한 발짝 떼기가 어렵다.

큰빗이끼벌레가 반가웠던 이유

▲ 금강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 ⓒ 김종술

▲ 지난해 금강에서는 세계 최대 크기인 3m 50cm의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됐다. 그러나 올해는 자취를 감추었다가 최근 밤알부터 핫도그 크기의 작은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되고 있다. ⓒ 김종술

▲ 금강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 ⓒ 김종술

마름에 잔뜩 앉아있던 날벌레들이 눈앞을 흐린다.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자 마름 줄기에 낯익은 생명체가 매달려 있다. 올해부터 자취를 감추었던 핫도그 크기의 '큰빗이끼벌레'다.

되레 반가웠다. 2~3급수에 서식하는 종으로 4급수 수생태 지표종이 발견되면서 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등장했다. 코끝이 찡해오면서 목이 멘다. 미친 듯이 주변을 헤집어 보았다. 자두 크기부터 밤송이만 한 것까지, 수초 줄기에 엉겨서 자라고 있다.

이끼벌레에 푹 빠져있는 동안 강한 파도가 밀려오면서 온몸이 들썩거린다. 수자원공사가 강물 위에 피어나는 녹조와 부유물을 흐트러트리기 위해 빠른 속도로 강물을 휘저으면서 발생한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무슨 뻘짓을 하는 것이여!" 순간 욕부터 터져 나온다.

그 자리에서 꼼짝 못 하고 파도에 뒤집힌 흙탕물이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했다. 30여 분 동안이나 이 '뻘짓'은 계속됐다. 다리는 저리고 숨은 턱까지 차오른다. 다시 시작된 물속 탐방.

▲ 4대강 사업으로 콘크리트에 막힌 강물이 흘러가지 못하고 유속이 사라지면서 물속에서 자라는 수초까지 미세입자로 뒤덮여있다. ⓒ 김종술

▲ 비단을 풀어헤친 듯 아름답다는 금강의 금빛 모래밭은 4대강 사업으로 사라졌다. 보에 가로막혀 유속이 사라진 지금, 바닥에 쌓인 펄층이 깊어지면서 흙탕물만 가득하다. ⓒ 김종술

흙탕물을 뒤집어쓴 수초는 시름시름 하다. 어린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듯 한발 두발 옮기자 거대한 가물치가 다리 사이로 재빨리 빠져나갔다. 가슴이 철렁하고 주저앉았다. 물속에서 잠시 허우적거렸지만, 손에 쥔 카메라를 머리 위로 높게 들어 올려 다행히 참사는 면했다. 바지 장화 속으로 들어온 물 때문에 절퍽거리면서 이젠 오리걸음으로 걸었다. 바늘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촘촘한 수초가 발목을 휘감았다.

그 자리에서 내 눈을 의심할 만한 생명체를 발견했다. 포도를 송이송이 붙여 놓은 듯 죽은 나뭇가지에 잔뜩 매달려 있는 생명체. 자세히 보니 붉은색 우렁이 알이다. 여기저기 나무마다 손가락 절반 크기의 알들이 햇살에 더욱더 선명하게 빛난다. 마름이 잔뜩 갈린 주변에서는 자두 만 한 크기의 왕우렁이가 군데군데 매달려있다.

▲ 죽은 나뭇가지에 포도송이처럼 매달려있는 왕우렁이는 알. 왕우렁이는 한 번 산란에 1000~2000개 정도의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졌다. ⓒ 김종술

남미 아마존강의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왕우렁이는 1983년 우리나라에 식용으로 들어왔다. 왕우렁이의 왕성한 잡초 섭식 능력 덕분에 잡초 제거를 위한 목적으로 친환경농업을 목적으로 벼농사에 쓰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우리 기후에 적응하면서 최근에는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왕성한 식욕으로 하천의 풀을 다 갉아먹어 하천오염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한번에 1000~2000의 알을 낳는 등 번식력도 강하다. 필리핀, 일본, 대만 등에서는 생태교란 종으로 지정했다.

결국 금강에 왕우렁이까지 발견된다는 것은 강바닥에 펄층이 쌓이고 이들의 먹이인 수초가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황창연 전북대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라남도 정읍과 해남의 논에서 월동까지 했다. 4대강 사업으로 수심이 깊어지고 유속이 사라지면서 평균 수온도 올라가는 추세를 반영한다면 또 하나의 생태 교란 종이 금강에 침투한 것이다.

풍년을 맞은 들녘에는 황금물결이 춤춘다. 초록, 빨강, 노란색으로 바뀌는 단풍잎처럼 강변도 물들고 있다. 수려한 풍광을 찾아 몰려들던 사람들은 4대강 사업 이후 사라졌다. 메뚜기, 잠자리, 이름 모를 곤충들이 살찌우는 가을 강변을 오늘도 혼자 걷는다. 

▲ 수자원공사는 지난 여름부터 녹조 제거를 위해 보트를 이용하여 강물을 휘젓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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