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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인범이 아닙니다

살인범 조작한 경찰 "하나도 안 부끄럽다"
[나는 살인범이 아니다③] 아직도 현직에 있는 두 경찰 박OO, 임OO

16.09.21 14:24 | 글:박상규쪽지보내기|사진:이희훈쪽지보내기|편집:김지현쪽지보내기

택시는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멈췄다. 뒷좌석에 앉은 손님은 돈을 내지 않았다. 대신 칼을 꺼내 택시기사의 목에 갖다 댔다.

"가진 돈 다 내놔!"

택시기사는 "뭐야!"라고 외치면서 운전석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택시기사를 놓치면 내가 죽는다.' 손님은 왼손으로 택시기사의 왼쪽 어깨를 잡아 끌었다. 오른손에 쥔 칼로 택시기사를 마구 공격했다. 어디를 어떻게 찔렀는지도 모른다.

택시기사는 피를 쏟으며 의식을 잃었다. 살인범은 택시에서 내려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택시는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피범벅이 된 택시는 곧 폐차됐다. 2000년 8월 10일 새벽에 발생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다.

▲ 지난 2000년 8월 10일 새벽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익산경찰서는 15살 최성필(가명)에게 살인누명을 씌워 구속했다. ⓒ 이희훈

살인범은 1981년생 김OO이다. 사건 발생 3년 뒤, 군산경찰서가 그를 체포했다. 김OO은 모든 걸 자백했다. 하지만 당시 군산지청 정OO 검사가 그를 풀어줬다. 사람을 죽였으나 단 하루도 처벌받지 않은 운 좋은(?) 남자. 김OO은 여전히 익산에 살며 종종 해외로 골프여행을 다닌다.

경찰은 살인범을 잡지 않았다. 당시 15살 소년 최성필(가명)에게 살인누명을 씌웠다. 최성필은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서 10년을 살았다.

살인범 김OO은 알고 있을까? 자신이 택시기사를 죽이고 있을 때, 길 건너편에서 당시 정황을 지켜본 사람이 있었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또 한 명, 살인범 김OO을 풀어줘 사실상 수사를 방해한 정OO 검사는 알고 있을까? 그때 그 목격자가 법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의 상황을 모두 증언했다는 걸 말이다.

자, 이제 반전의 시간.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결정적 목격자 중 한 명인 권OO씨가 지난 8월 25일 광주고등법원 형사대법정 증인석에 섰다. 사건 발생 16년 만이다. 권씨가 증인으로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1. 목격자 권OO

차가 별로 다니지 않는 새벽 2시였다. 가로등 불빛으로 거리는 밝았다.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는 권씨는 남편, 직원 두 명과 함께 약촌오거리에 있었다. 권씨는 1톤 트럭 조수석에 앉아 현장에서 만나기로 한 손님을 기다렸다. 무더운 여름이어서 차창을 모두 열어뒀다. 갑자기 사람 비명이 짧게 들렸다.

"아!… 욱!…"

▲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던 권OO씨는 2000년 8월 10일 새벽 약촌오거리에 있었다. 권씨는 당시 길 건너편에 정차된 택시를 보는 등 살인사건의 정황을 본 목격자다. ⓒ 류정화

길 건너편에 정차된 택시 운전석에서 기사가 배를 움켜잡고 밖으로 나오려했다. 그러다 다시 택시 안으로 들어갔다. 운전석 문은 반쯤 연 상태였다. 택시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잠시 뒤, 응급차와 경찰차 등이 현장에 도착했다. 그때서야 살인사건이 발생한 걸 알았다.

권씨는 살인범의 얼굴, 흉기 등을 못 봤다. 그래도 권씨는 결정적 목격자다. 왜냐고? 가짜 살인범 최성필을 기소한 검찰의 공소장을 보자.

"피의자 최성필은 오토바이를 타고 약촌오거리 방면으로 가다가, 택시기사 유OO에게 '운전을 좋게 하라'는 등의 욕설을 듣게 되자, 택시를 추월해 택시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기사에게 다가갔다. 최성필은 '왜 욕설을 하느냐'고 대들면서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았다.

택시기사가 '너는 애미애비도 없느냐'라는 등의 욕설을 계속했다. 최성필은 순간적으로 격분하여 택시기사를 살해하기로 마음 먹고, 오토바이 공구통에서 식칼을 꺼내 택시 조수석 뒷문으로 들어가 택시기사의 옆구리, 가슴 등을 찔렀다."

새벽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최성필과 택시기사가 고성을 지르며 싸웠다는 내용이다. 이게 사실이면 4차선 도로 건너편에 있던 권씨가 다투는 소리를 듣거나, 최성필과 오토바이를 봤을 가능성이 크다. 권씨는 봤을까? 그는 법정에서 "사실만 말하겠다"고 선서한 뒤 이렇게 진술했다.

"비명을 듣고, 택시를 본 기억은 있습니다. 택시기사가 배를 움켜잡고 '욱!' 하는 소리를 내며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 뒤 택시 안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다른 사람이나 정차된 오토바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 다투는 소리는커녕, 오토바이도 못 봤다는 진술. 판사가 권씨에게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물었다.

판사 : "16년 전 일이니 정확히 기억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토바이가 범죄현장에서 서 있다가 출발한 걸 봤나요, 아니면 그냥 길을 지나는 오토바이를 봤나요?"
권씨 : "기억납니다. 지나가는 오토바이였지, (현장에서) 새로 출발하는 오토바이는 아니었습니다."

경찰, 검찰의 수사결과와 전혀 다른 증언이다. 최성필이 범인이 아니니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 재심을 이끌어 낸 박준영 변호사가 "왜 16년 만에 법정에 나와 증언하기로 결심했느냐"고 권씨에게 물었다. 그가 답했다.

"억울한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왔습니다."

권씨 다음으로 현직 경찰 두 명이 차례로 증인석에 섰다. 15살 최성필에게 살인누명을 씌우는데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경찰들이다.

#2. 전북지방경찰청장상 받은 경찰 박OO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익산경찰서 경찰들은 모든 걸 조작했다. 살인누명을 쓴 최성필은 물론이고 공범으로 의심받은 그의 선배도 "경찰이 몽둥이로 허벅지, 엉덩이 등을 때리며 허위자백을 강요했다"라고 말했다.

▲ 익산경찰서 경찰들은 사건 발생 직후 15살 최성필을 범인이라며 체포했다. 이들은 최성필을 경찰서가 아닌 여관방으로 데리고 갔다. 최씨가 16년 전 자신이 감금됐던 여관(현 모텔)을 바라보고 있다. ⓒ 이희훈

익산경찰서가 작성한 사건기록에는 조작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우선 이들은 15살 최성필을 익산역에서 처음 체포했을 때 경찰서가 아닌 여관방으로 데려 갔다. 명백한 불법 감금이자 수사다. 박준영 변호사가 이 점을 집중 추궁했다.

- 익산역에서 경찰서까지 차로 10분도 안 걸리는데, 왜 최성필을 여관으로 데려 갔나요?
= "기억 안 납니다. 밥을 안 먹고, 잠을 못 잤다고 해서 데려 간 듯합니다."

- 긴급체포서에 적힌 시간을 보니, 8월 13일 새벽 4시 40분에 체포했다고 나오네요. 재워주려 데려 갔으면, 그냥 재워야죠. 그 새벽에 왜 체포를 합니까?
=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자백했으니까 체포했겠죠."

- 여관에서 자백? 그럼 여관방에서 범행을 추궁했다는 건데, 그거 불법수사 아닌가요?
= "기억나지 않습니다."

- 최성필 구타하려고 여관으로 데려간 거 아닌가요?
= "구타하려면 왜 여관으로 갑니까. 다른 곳에서도 때릴 수 있는데."

- 최성필은 당시 15살 소년이었는데, 수사할 때 왜 보호자를 입회시키지 않았죠?
= "그런 절차는 업무 미숙으로 몰랐습니다."

- 사건 발생 3년 뒤 진범 김OO이 군산경찰서에서 자백한 거 아시죠?
= "당시 방송을 보고 알았습니다."

- 그때 '아, 우리 수사가 잘못 됐구나!' 라고 느끼지 않았나요?
= "제가 수사책임자가 아니어서, 전체적인 건 잘 모릅니다."

- 당시 수사로 누가 누가 포상을 받았나요?
= "임OO 형사가 '경찰청장상'을 받고 나를 포함해 2명은 전북지방경찰청장상을 받았습니다."

- '경찰청장상'이면 경찰 내부에서는 가장 큰 상인데, 임OO 형사가 수사 책임자였나 보네요.
= "임 형사가 꼭 공이 커서 받은 건 아닙니다. 평소 상이 부족한 사람에게 상을 주기도 합니다."

평소 성과가 없어 상을 못 받은 사람에게 '경찰청장상'을 주기도 한다는 증언. 법원 방청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경찰 박OO는 살인범을 조작했음에도 당시 '전북지방경찰청장상'을 받았다. 다음으로 '경찰청장상'을 받은 당사자 임OO 경찰이 증인석에 섰다.

#3. 경찰청장상 받은 경찰 임OO

임OO 경찰은 앞뒤가 맞지 않은 수사를 진행한 당사자다. 그가 2000년 8월 16일 작성한 압수조서를 보자.

▲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때 임OO 경찰이 작성한 압수조서. 여기에는 2000년 8월 16일 살해도구인 칼을 압수했다고 나온다. ⓒ 익산경찰서

"피의자 최성필이 택시기사를 살해할 때 사용하였던 칼이라며 OO다방 주방에 있던 칼을 본건 증거물로 임의제출하므로 영장없이 압수하다."

그가 이틀 뒤인 8월 18일 작성한 피의자 최성필 제3회 신문조서를 보자. 그는 최성필에게 계속 범행에 이용한 칼이 어디 있느냐고 묻고 있다. 범인이 아닌 최성필이 답을 못해자, 그는 답답한지 묻고 또 묻는다.

▲ 2000년 8월 18일 임OO 경찰이 작성한 최성필씨 3차 신문조서 내용 중 일부. 임OO은 이틀 전인 8월 16일 칼을 압수했다고 압수조서에 기재했다. 하지만 그는 이틀 뒤에도 최성필씨에게 살해도구인 칼을 어디에 뒀냐고 집중 추궁하고 있다. 조작의 한 증거다. ⓒ 익산경찰서

"범행에 이용한 칼을 약촌오거리 하수구에 버렸다고 했는데, 사실인가요?"
"그곳에 버렸다면 왜 거기에 칼이 없나요?
"칼을 버린 장소는 정확히 어디인가요?
"칼을 버리지 않고 숨겨놓고선 거짓말 하는 것 아닌가요?"

8월 16일에 칼을 압수했다면서, 8월 18일에 칼의 행방을 계속 추궁하는 임OO 경찰.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당시 수사 공로로 '경찰청장상'을 받은 그에게 박준영 변호사가 물었다.

- 8월 16일에 칼 압수했다면서, 이틀 후에 왜 자꾸 칼을 찾죠?
= "기억나지 않습니다."

- 사건 발생 3년 뒤에 진범 김OO이 군산경찰서에서 자백한 거 알고 있죠?
= "네."

- 그 소식 듣고 '아, 내 수사가 잘못됐구나' 하는 생각 안 했나요?
= "정당한 수사라 생각합니다."

- 그러면 지금은 최성필과 김OO 중 누가 범인이라고 생각합니까?
= "말할 수 없습니다."


- 여기 있는 피고인 최성필이 범인입니까?
= "말할 수 없습니다."

▲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 범인 조작에 관여했던 두 경찰이 광주고등법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앞이 박OO, 뒤 왼쪽이 임OO 경찰이다. ⓒ 이희훈

#4. 부끄럽지 않다는 두 경찰

범인이라며 15살 최성필을 자신들이 체포해 구속했는데, 이제와서 범인이 누군지 말할 수 없다니. 도대체 무슨 말일까? 재판이 끝난 뒤 급히 법원을 빠져나가는 두 경찰을 쫓아가 물었다.

- 왜 이제와서 범인이 누군지 특정을 못합니까?
= "물어보지 마세요."

- 당신들이 최성필이 범인이라며 체포해 구속했잖아요.
= "대답하기 싫어요."

- 솔직히 지금은 최성필이 범인이 아니란 거 아시죠?
= "그만 하세요!"

- 당시 최성필은 15살이었는데, 왜 때렸어요?
= "때린 적 없어요."

- 그럼 그가 왜 허위자백을 했을까요?
= "……."

▲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 범인 조작에 관여한 임OO 경찰은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고 밝혔다. ⓒ 이희훈

- 형사님이 보시기에도 김OO이 범인이죠?
= "할 말 없어요. 그만하시라고!"

- 대법원은 최성필이 범인이 아니라는 취지로 재심을 결정했는데요.
= "조용히 하세요!"

- 이 사건 조작한 거 맞죠?
= "조용히 하세요!"

- 부끄럽지 않으세요?
= "하나도 안 부끄러워요!"

#5. 좌천된 황상만

두 경찰은 경찰차를 타고 급히 법원을 떠났다. 이들은 아직 현직에 있다. 살인범 김OO은 여전히 익산에 사는데 체포하지 않고 있다.

▲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황 전 반장은 오는 22일 오후 3시 광주고등법원에서 열리는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 재심 공판 증인으로 나선다. 황 전 반장이 진범을 잡았던 당시의 자신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 이희훈

두 경찰과 많이 다른 사람이 곧 증인으로 법정에 선다. 진범 김OO을 체포해 모든 자백을 받아낸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이다. 대한민국 경찰은 진범을 잡은 황상만에게 '경찰청장상' 등 그 어떤 상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좌천시켰다. 수사업무에서 배제해 파출소(현 지구대)로 보냈다. 황상만은 수사업무에 복귀하지 못한 채 파출소에서 정년퇴직했다.

진범 김OO을 풀어준 정OO 검사는 지금 모 검찰청 강력부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정의와 사회질서를 자주 논한다. 정 검사와 살인범 김OO씨가 꼭 알아야 할 뉴스니 다시 한 번 말한다.

체포된 살인범이 어떻게 풀려났는지, 모든 진실을 아는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이 오는 22일 오후 3시 광주고등법원 201호 법정 증인석에 선다.

[나는 살인범이 아니다①] 진짜 범인 대신 '개' 잡은 검찰
[나는 살인범이 아니다②] 살인범의 식은땀과 검찰·경찰의 뻔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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