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4대강 찬성한 전문가들, 피해 모를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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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말'로 정치했다"... 23개 노하우
[이 사람, 10만인] <대통령의 말하기> 펴낸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16.09.12 18:19 | 글:김병기쪽지보내기|편집:이준호쪽지보내기

▲ 윤태영 전 청와대 비서관(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이 최근 펴낸 책 <대통령의 말하기>(위즈덤하우스) ⓒ 위즈덤하우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말 많은 정치인이었다. 그가 하는 말도 많았고, 세상을 발칵 뒤집어 무수한 말을 낳았다. 사람들은 그의 말 한 마디에 눈물 흘렸고, 때로는 벌떼 같은 공격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그럴 때마다 피하지 않았다. 그는 사각 링 위에 직접 올라가 말의 전투를 치렀다. 때로는 이겼으나, 피투성이 몸으로 혼자 링에서 내려올 때도 있었다.     

말 많은 그는 말로 정치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4대강, 세월호 참사 비판 여론이 들끓어도 침묵했지만 그는 달랐다. 두 정권은 수세에 몰리면 국정원, 검찰 칼날을 악용했지만, 그는 말을 들이댔다. 왜 그랬을까?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복심' '노무현 필사'로 불렸던 윤태영 전 청와대 비서관(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이 최근 펴낸 책 <대통령의 말하기>(위즈덤하우스)에 그 이유를 담았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설득의 정치이다. 그래서 '말'은 민주정치에서 필수적이다." (책 서문에 언급된 노 전 대통령의 말)

[대통령의 노하우 23가지] 말 잘하는 비결

이 책은 23가지의 '말 잘하기 비법'을 잘 정리한 친절한 실용서다. 각 단원을 마치면서 말 잘하는 키워드를 정리했다. 사례도 생생하고 풍부하다. 무려 500여 권의 휴대용 포켓수첩, 100권의 업무수첩, 1400여 개의 한글 파일에 기록된 노 전 대통령의 말이다. 윤 전 비서관이 대통령의 말과 함께 살아온 10년 동안의 기록에서 핵심만 추렸다. 정치인 연설과 대화의 기술이다.

1부 '편법은 없다' 편에서 강조한 것은 소신과 정면 돌파이다. 우물쭈물하지 말고 날카로운 송곳처럼 핵심을 찌르라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말을 예쁘게 포장하려 한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미사여구가 아니라 '사실'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의 있습니다."

1990년 1월 민주자유당과의 통합을 결의하는 통일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노 전 대통령이 손을 들고 외친 말이다. '3당 합당 거부 선언'. 사람들은 이 말에 열광했다. 애매한 태도를 취하기보다는 '아니오'라고 외치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자기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주는 열린 정치인이었다고 윤 전 비서관이 적고 있다.

2부 '더 빨리 통하는 말은 따로 있다' 편은 말을 잘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술을 담았다. 노 전 대통령의 비유법과 대구법, 반어법, 비유법 등 감칠맛 나는 표현을 사례로 들었다.

"사자는 새끼를 낳아서 그냥 키우지 않습니다. 새끼를 물어서 벼랑에 떨어뜨려 살아 돌아온 놈들만 키운다고 합니다. 저는 부산이 계속 떨어뜨린 것이 강한 사자가 되란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제가 살아 돌아왔습니다." (2002년 11월 부산대 앞 거리 유세)

"편지 100통을 써도 배달부가 전달을 안 한다." (안보관련 오찬 중 언론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하며)

"송판에 화살 꽂히는 듯싶은 감동이 없다." (광복절 경축사 관련 오찬에서 준비된 연설문에 대해)

▲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정리하는 모습. ⓒ 위즈덤하우스

"이런 아내를 버려야 하겠습니까?"

3부 '말로써 원하는 것을 얻는다' 편에는 단어의 반복과 리듬, 짧고 힘 있는 메시지를 통해 처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대통령의 노하우가 전수되어 있다.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그냥 우리 땅이 아니라 40년 통한의 역사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는 역사의 땅입니다.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병합되었던 우리 땅입니다. 일본이 러일전쟁 중에 전쟁 수행을 목적으로 편입하고 점령했던 땅입니다." (반복과 리듬감)

"참여정부의 1인자는 시스템입니다." (힘 있는 메시지)

또 저자는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이 적었다.

"1) 쉽게 이해되는 말을 써라. 2) 겪었을 법한 이야기를 다뤄라. 3) 듣는 이의 관심사를 먼저 건드려라. 4) 껄끄러운 이야기는 최대한 논리적으로. 5) 공감을 사는 비유를 하라."

2002년 4월 초, 노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과 언론에서 제기한 장인의 좌익 전력 시비를 감성의 언어로 정면 돌파했고, 이 발언이 소위 '노풍'의 진원지였다.

"이런 아내를 버려야겠습니까? 그러면 대통령 자격 생깁니까?"

4부 '듣는 사람과 하나가 된다' 편은 말하기를 시작할 때 청중의 긴장을 풀어주는 비법과 쉽고 생생한 현장의 언어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방법 등을 소개했다. 언론들은 '대통령의 격'을 떨어뜨리는 대중의 언어라고 공격했지만, 현장에서의 공감력은 배가된 사례가 소개됐다.

"탈권위 문화는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반드시 추진해보고 싶은 방향입니다. 과거에 우리 한국 지도자들이 목이 너무 뻣뻣했고 또 가까운 참모들에게도 너무나 두려운 존재여서 앞에서 말도 바로 할 수 없는 그런 존재였습니다.(중략) 제가 대중적 표현 같은 것들을 버리지 않고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 머릿수를 얘기할 때 옛날에 노동자들과 개인적으로 소통하면서 쪽수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그런 것이 가끔 한 번씩 나오는데, 그래서 '깽판' 이런 등등이 나온 것 같습니다."

"제 딴에는 잘하느라 하고... 그런데 저녁에 TV만 보면 기가 죽는다. (일동 웃음) 그 다음 아침에 신문을 보면 기죽는 수준이 아니라 눈앞이 캄캄하다.(일동 박수)"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5부 '생각이 곧 말이다' 편은 말의 정치를 하려했던 노 전 대통령의 노력이 나와 있다. 대통령 재임 시절에 그는 보수언론들로부터 너무 즉흥적으로 험한 말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끊임없는 독서와 사색의 결과이자 철학에서 우러난 말이라는 것이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매듭이 있어야 대나무가 바로 선다." (원칙과 타협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말)

"10분의 1 논의 자체에 대해서 한때 말실수로 몰렸는데 말실수한 것이 아니다. 며칠을 고심하다가 마음먹고 한 얘기다. 왜 극단적인 표현을 했는가 하면 '절반은 받았지 않았겠나? 700대 0이 말이 되느냐? 등이 기정사실로 당연한 진리처럼 덮여가는 상황이었다. 이것을 반전시키지 않고는 어려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절반 아니다, 차이가 많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10분의 1과 은퇴'라는 도수 높은 말을 썼다." (2004년 3월, 불법선거자금 '10분의 1' 관련 논란이 극에 달했을 때 한 말) 

저자는 마지막으로 "연설문의 핵심은 표현이 아니고 콘텐츠에 있다"면서 "콘텐츠가 바탕을 이루고 그것이 훌륭한 표현으로 다듬어질 때 명연설문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설문의 완성은 연설의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원고 내용을 외우다시피 하면 현장에서 읽는 모습도 무척 자유로워진다"고 조언했다.

[이 책을 읽는 법] 말을 잘하는 법과 말재주의 차이점
▲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노 전 대통령과 함께 걷고 있다 ⓒ 위즈덤하우스

누구나 말을 잘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인지 말 잘하기 기술 연마법을 담은 실용서는 수두룩하다. 사람들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데, 첫 시작은 어떻게 해야 할지? 사람들을 5분마다 웃길 수 있는 유머와 감동을 이끄는 스토리텔링 방법 등. 이 책도 비슷하다. 하지만 다른 게 많다. 말의 향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향기가 짙다. 바로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고뇌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언론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그 말을 보고 있자면 노 전 대통령이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생생하다. '대연정' '10분의 1' 발언 등 비판적인 언론의 시각에서만 보아왔던 것의 이면에 감춰진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저자가 책 서문에 밝힌 노 전 대통령의 다음과 같은 발언에도 잘 나타나 있다.
  
"말은 한 사람이 지닌 사상의 표현이다. 사상이 빈곤하면 말도 빈곤하다. 결국 말은 지적 능력의 표현이다."

말은 곧 행동이다. 사람들은 말의 성찬에 감동하는 게 아니라 말 속에 드러난 행동에 감동한다. 말재주보다는 그 속의 콘텐츠에 감동한다. 말과 행동이 다르면 감동은 없어진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대통령의 말 재주 비법을 전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말이 가진 힘의 원천에 천착한다. 즉, 인간 노무현의 고뇌와 행동, 철학이 배어있는 기록이다.  

"말을 잘하는 것과 말재주는 다른 것이다. 국가 지도자의 말은 말재주 수준이 아니고 사상의 표현이고, 철학의 표현이다. 가치와 전략, 철학이 담긴 말을 쓸 줄 알아야 지도자가 되는 법이다." (책 서문에 인용된 노 전 대통령의 말)

말과 글은 소통의 도구

마지막으로 말하기와 글쓰기는 한 몸이다. 전달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지 속성은 같다. 소통의 도구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소통한다. 아니 소통해야 사람이다. 말을 하고 글을 쓰는 동물이 사람이다.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사람은 말을 하고 글을 쓴다. 말이 글을 낳았고, 글은 다시 말을 다듬었다."

노 전 대통령이 말이 많았던 것은 소통 욕구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말하기뿐만 아니라 글을 통한 소통의 기술을 익히는 데에도 좋은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저자인 윤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이 14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인 1993년 <여보 날 좀 도와줘>라는 책을 집필할 때 첫 인연을 맺은 뒤 두 차례나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고 제1부속실장, 연설기획비서관 등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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