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녹조밭에 빠졌다, 온몸을 박박 긁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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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청문회 열자

4대강사업 탓에 직장 잃은 연봉 5천 '월급쟁이'
[4대강 청문회를 열자] 안상일 '으뜸촌' 운영위원장

16.09.07 11:37 | 글:김종술쪽지보내기|편집:박정훈쪽지보내기

4대강 사업, 그 뒤 5년. 멀쩡했던 강이 죽고 있습니다. 1000만 명 식수원인 낙동강 죽은 물고기 뱃속에 기생충이 가득합니다. 비단결 금강 썩은 펄 속에 시궁창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드글거립니다. 혈세 22조원을 들인 사업의 기막힌 진실. '4대강 청문회'가 열리도록 '좋은기사 원고료 주기'와 '서명운동'에 적극적인 동참을 바랍니다. 이번 탐사보도는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불교환경연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공동 주최하고 충남연구원이 후원합니다. 4대강 특별취재팀의 활동은 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 보호수로 지정된 당산나무에서 안 위원장이 "이렇게 아름다운 당산나무 봤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 김종술

"황무지처럼 버려진 섬(하중도)에 배 타고 다니면서 논을 일구고 농사를 지었어요. 35가구 정도가 벼농사로만 지었는데 1년에 1억 원을 넘게 소득을 올리는 가구가 3~4가구는 됐어. 나도 벼만 심어서 5천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렸는데, 지금은 시골에 살면서 벼 한 포기 심지 않고 쌀을 사 먹는다니까, 더 이상 말해 뭐해!"

툭툭 내뱉는 말끝이 매섭다. 마른침을 삼키며 가슴 속 응어리를 한바탕 쏟아낸다. 작달막한 키에 햇볕에 그을려 시커먼 얼굴, 꼬장꼬장한 인상 때문에 말 붙이기가 무섭다. 성당포구마을 농촌체험휴양마을 '으뜸촌' 안상일(66) 운영위원장이다.

4대강 사업으로 강변에서 밀려난 농민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기자는 지난 2009년부터 금강 변에서 농사를 짓다가 4대강 사업으로 보상금을 받고 떠나간 농민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지금까지 만난 농민은 100여 명, 안 위원장은 최근에 만났던 농민이다.

하굿둑 막히기 전에는 황복, 장어, 참게가 풍족했는데...

▲ 고려에서 조선후기 고종 때까지 세곡(稅穀)을 관장하는 성당창이 있던 곳으로 천이백석(150톤)을 실을 정도로 큰 배가 다녔다고 한다. ⓒ 김종술

전라북도 익산시 용안면 난포리 성당포구는 고려에서 조선후기 고종 때까지 세곡(稅穀)을 관장하는 성당창이 있던 곳이었다. 대나무가 마을을 감싸고 700~800년이 넘어 보이는 은행나무(전북 기념물 제109호)와 당산나무(보호수)가 금강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있다. 고란초 수리부엉이도 자리를 잡고 산다.

풍족한 어자원 덕분에 웅어와 황복, 장어, 참게까지 잡히던 산지였지만 하굿둑이 막히면서 나룻배는 발목이 묶여 옛 명성만 남아 있다. 강변을 경작하여 벼농사와 함께 참깨, 참외, 콩 등 농산물도 풍족했으나 4대강 사업으로 강변의 토지를 정부에 수용당하면서 그 명맥만 이어가고 있다.

여름휴가가 북적이던 지난 8월 22일 이철재 에코큐레이터와 찾아간 성당포구 '으뜸촌'에는 50여 명의 학생들이 왁자지껄했다. 숙박을 겸한 체험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다. 지척에 금강을 두고도 녹조가 가득해 사용하지 못하고 건물 뒤편에 수영장을 이용하고 있다. 밭일하다가 왔다며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안상일 위원장이 쏟아내는 말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지금 건물은 4대강 사업과 무관하게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사업에 공모, 전국 4곳 중 1곳으로 선정됐다. 그곳에서 이야기를 풀었다.

이곳은 남원, 운봉, 금산, 진산, 여산, 익산, 진안, 오산 등 세곡이 모이는 장소였다고 한다. 1200석(150톤)을 실을 정도로 큰 배가 다니는 곳이었다. 안면도의 명소인 '쌀썩은여'에 유래도 여기로 들어오던 배가 사리 때에 암초에 부딪히면서 전복되고 쌀이 썩어가면서 생겼다는 설이 있을 정도다. 1894년에 동학 난이 났는데 성당창에 쌓여 있는 쌀을 제일 먼저 쓸어버렸을 정도로 쌀이 넘치던 곳이다.

"하굿둑이 막히기 전에는 금강에 그물을 쳐서 민물장어 18관(70kg)을 잡았어. 우리 마을은 지금이라도 하굿둑만 터놓으면 농사 안 짓고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풍요로워. 웅어, 황복, 장어 올라오는데, 하루에 100kg은 놀면서 잡을 정도야. 황복이 올라오는 철이면 찾아오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루었지."

이곳은 익산에서도 손꼽히는 부자 마을이었다. 안씨가 마을에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집성촌이었다. 종손인 안 위원장 집안도 450년 정도 대를 이어 살아간다고 한다. 믹스 커피 한 잔을 들이켠 그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배 타고 개간한 72만평, 5천만 원짜리 월급쟁이로 살았다

▲ 전북 익산시 성당포구마을 농촌체험휴양마을 ‘으뜸촌’ 안상일(66) 운영위원장. ⓒ 김종술

"마을 사람들이 갈대밭인 풀등(하중도)에다가 지개를 지어다가 둑을 쌓고 개간해서 농사를 지었어. 나도 79년도에 중장비를 배에 싣고 들어가서 개척사업을 했지, 그렇게 개간한 땅이 72만 평이었어. 60가구가 사는 주민 중 34가구가 논농사였는데, 30만~40만 평 정도로 논밭을 지었어. 일반 논에 비료 5포대 뿌릴 때 여긴 1포대면 농사가 될 정도로 풍요로워서 일반 논이 4가마니 나올 때 강변에서는 6가마니 나왔으니까. 모래와 펄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었으니 얼마나 비옥한지 몰라.

80kg 쌀로 8천 가마를 수매했어, 덕분에 익산시에서 쌀 생산이 제일 많았고 억대 농부가 4명이 있었고 나도 벼농사만 지어도 1년에 5천만 원은 벌었어, 농사짓는데 뭐가 힘들어 기계가 다하지, 4월 못자리해놓으면 5달 농사짓는데 한 30 일만 논에 왔다 갔다 하면 1년 5천만 원짜리 월급쟁이 하는 거여."

그는 기억을 떠올리기 괴로운 듯 미간을 찌그린다. 사무실 탁자에 앉아 있던 게 불편했는지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성큼성큼 계단을 따라 금강이 내려다보이는 옥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른 침을 삼키며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더니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용안생태공원'을 가리키며 침을 튀기며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재오 특임장관이 마을에 4번을 내려와서 설득했어. 당시 72만 평 중에 32만 평만 공원으로 만들고 나머지는 논으로 농사짓게 해준다고 약속했거든. 그리고 같이 온 국장에게 지시했어. 누구 논은 들어가고 누구는 안 들어가면 안 되잖아. 그래서 다 정리해서 해준다고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재오가 전화가 와서 '아이고 위원장님 큰일 났네요, 여기만 조금 봐주면 다른 곳에서 시끄러워지니까 안 되겠다'고 연락을 해온 거여. 뒤통수 맞은 거지.

'농업인손실보상금'조로 제곱미터 당 2140원씩 보상금 받고 쫓겨났어. 하천부지는 국가 땅이라 땅값은 안 주고, 가구당 7~8천만 원 받았는데 그놈으로 술 처먹고 빨리 죽으라고 준거여."

지난 2009년부터 4대강 사업으로 강변에서 쫓겨난 주민들을 수없이 만났던 기자로서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평생직장을 빼앗기고 손에 쥔 보상금 7천 만~8천만 원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국가하천인 하천부지는 가구당 9천 평까지 분양이 가능하며 5년마다 자치단체에서 하천점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당시 '농업인손실보상금'은 허가를 받은 가구에 지급되었다. 이 때문에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받은 보상금으로 대토를 구하지 못하고 떠나가야 했다. 또한,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고도 이름만 빌려줬던 주민들과의 갈등도 심했다. 농사밖에 모르고 살아가던 농민들은 평생직장을 잃고 어떻게 되었을까?

"쫓겨난 친구들 눈칫밥이나 먹고 살겠지"

▲ 성당포구마을 농촌체험휴양마을 ‘으뜸촌’ 옥상에서 안 위원장이 자신이 79년도에 중장비를 배에 싣고 들어가서 개척사업을 했던 곳을 가리키고 있다. ⓒ 김종술

"34 농가가 농사 하나도 못 짓고 쫓겨나서 뿔뿔이 흩어졌지, 농사짓다가 땅 빼앗기고 보상금 몇 푼에 땅을 어떻게 구해? 가족 같은 친구들이 다 떠나갔어. 자식들 사는 익산, 함열 등 임대아파트로 들어갔는데 눈칫밥이나 먹고 살겠지, 4대강 손대지 말았어야 하는데 손을 대서..."

아랫입술을 깨물던 그가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다 잊어가는 거 그만 묻고 은행나무나 보러 가자고 길을 나선다. 뒤따르는 길목에 침묵이 흐르면서 비릿한 강 내음이 바람에 타고 돈다. 

"이렇게 좋은 은행나무 봤어, 천연기념물 올리자고 하는 거 내가 못하게 했어, 등재 했으면 으뜸촌에 건물도 못 짓고 농촌체험마을 되는 건 물 건너갔을 거여, 우리나라에서 은행이 가장 많이 열리거든, 용문산 은행나무도 이 나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녀, 어릴 때는 참 많이도 올라가서 은행을 땄는데..."

안상일 위원장의 골진 잔주름만큼이나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은행나무 옆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두 그루의 당산나무가 주춧돌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여의도 면적이나 넓은 땅을 일구며 살았던 사람들에게 빼앗은 옥토는 잡초만 무성한 공원으로 변해가고 있다.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서 손님 대접이 소홀했다며 인근 콩국수 집으로 손을 잡아끈다. 점심을 먹고 돌아서는 기자에게 마지막 말을 던진다.

"인근에 논산, 익산, 다 합쳐봐야 인구 60만 명도 안 되는데 무슨 사람이 온다고, 우리한테 빼앗은 농지로 생태공원 만들었어. 나도 눈과 귀가 있어서 아는데 4대강 유지관리비로 1년에 최대 1조 원이 들어간다고 하던데 아무리 쏟아 부어도 티도 안 날 것이여."

떠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옆집에 수저 하나 젓가락 몇 개까지 알 정도로 가족처럼 지내던 이들을 떠나보내고 가슴앓이하면서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은 4대강 사업. 이 사업은 심지어 강을 썩게 했다. 불과 4년 만에 실지렁이, 붉은 깔따구가 금강을 뒤덮고 있다.

▲ 지난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사업에 공모, 전국에 4곳 중에 1곳으로 선정됐다. 안 위원장은 전국 최고의 마을을 가꾸겠다고 한다. ⓒ 김종술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환경운동연합, 불교환경연대, 대한하천학회와 공동으로 '4대강 청문회를 열자' 탐사보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좋은 기사 원고료주기'로 응원을 해주시길 바란다. 목표액 3000만원이 달성되면 지난 10년간 1000개의 댐을 허문 미국으로 날아가 4대강의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4대강 청문회 서명운동에도 참여해주시기 바란다. 국회에 청원해서 강을 망친 사람들을 심판하기 위한 청문회가 개최되도록 촉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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