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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술, 금강에 산다

축구장 돼버린 금강... "도대체 살 수가 없다"
13~14일 금강 현장탐방... 환경단체 "4대강 책임규명 위한 청문회 필요"

16.08.15 14:52 | 글·사진:김종술쪽지보내기|편집:김지현쪽지보내기

▲ 푸른 융단을 깔아 놓은 듯 강물을 뒤덮은 녹조. ⓒ 김종술

푸른 융단을 깔아놓은 듯 창궐하기 시작한 녹조가 금강을 뒤덮고 있다. 바람에 떠밀려 두툼하게 쌓이면서 썩고 부패하고 있다. 심한 악취에 눈 따가움 증상까지 발생하고 주변에서는 죽은 물고기까지 발견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강물의 흐름이 사라진 금강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저수지나 늪지 등 고인 물에서 서식하는 가물치가 지속해서 발견되고 있다. 강변에는 환경부 생태교란 종인 외래식물 가시박과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등이 가득하다. 

창궐하는 녹조

▲ 부여군 저석리에서 바라본 왕진교는 녹조가 썩어 부패하면서 눈이 따갑고 악취가 진동한다. ⓒ 김종술

▲ 왕진교 상류 녹조가 썩어 부패하면서 눈이 따갑고 악취가 진동한다. ⓒ 김종술

최근 수온 상승으로 창궐 중인 녹조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13~14일 양일간 금강을 찾았다. 백제보, 공주보, 세종보 등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보 주변에서는 어김없이 두꺼운 녹조가 확인됐다.
먼저 찾아간 세종보 수자원공사 선착장과 상류 마리너 선착장 부근엔 늪지 식물인 '마름'이 촘촘하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페인트를 풀어 놓은 듯한 녹조가 창궐한 물가에 접근하자 숨을 쉬기 곤란할 정도로 악취가 풍겼다. 선착장 부근에서는 죽은 물고기도 발견됐다.

공주보는 더욱 더 심각했다. 쌀알만큼 커진 녹조 알갱이가 바람결에 둥둥 떠밀리면서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 강물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가장자리로 몰린 물고기들은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머리를 치밀고 가쁜 숨을 몰아쉬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곳에서도 죽은 물고기가 강변에서 썩고 있었다.

손톱 두 마디 정도의 작은 치어들이 새까맣게 몰려다니는 특이한 광경도 목격됐다. 조용히 다가가자 60cm가 넘어 보이는 대형 가물치 두 마리가 아래 쪽에 있다. 새끼를 부화해서 암수가 보호하는 것으로 지난해부터 자주 목격된다.

"더 많은 물고기가 죽어야 한다"

▲ 녹조가 창궐하는 금강에서 산소 부족인 듯 죽은 물고기가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 김종술

▲ 최근 금강에는 저수지나 늪지에 서식하는 가물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산란한 새끼들 밑에는 암수가 따라다니는 모습. ⓒ 김종술

▲ 녹조가 가득한 공주보 주변에서 산소가 부족한 듯 물고기가 머리를 내밀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 김종술

녹조가 발생하고, 물고기들이 머리를 들고 다니는 행동과 가물치 증가에 따른 상황을 듣기 위해 세계적인 어류학자인 김익수 전북대 명예교수와 전화 통화를 했다.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머리를 쳐드는 행동은 물 속에 산소가 없어서 보이는 현상이다. 햇빛이 비치는 낮 시간에 녹조가 일부만 낀다면 용존산소가 늘어난다. 그러나 밤이 되면 현저하게 산소가 부족해진다. 물고기 떼죽음이나 폐사는 새벽이나 밤 시간에 발생하는 것이다.

녹조가 광합성 작용을 하기 때문에 낮 시간엔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면서 산소가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측정을 하면 (용존산소량이)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반대로 밤에 산소를 측정하면 산소가 고갈돼 있다. 그래서 밤이나 새벽에 산소 부족으로 죽은 물고기가 낮에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현장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가물치는 흐르는 물보다는 고인 물에서 주로 서식한다. 다른 물고기는 (4대강 사업  이후) 사는 조건이 맞지 않지만, 가물치는 저항력이 있어서 산소가 적은 곳이라고 하더라도 살 수 있다. 육식성 어종인 가물치가 많아졌다는 것도 그들이 살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를 거듭할수록 녹조가 많아지는데, 한마디로 '더 많은 물고기가 죽어야 한다.' (4대강 준공 이후) 예전에는 금강에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하고 그랬는데, 지금 그렇지 않다는 것은 이미 물고기들이 다 죽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한다. 그런 조건에 남을 수 있는 물고기는 가물치 정도라고 생각한다."

집단 폐사가 사라지고 낱마리로 죽어간다는 것과 더 이상 죽을 물고기가 없다는 말에 돌아서는 발길이 무겁고 착잡했다. 공주에서 부여로 가는 백제큰길을 따라가는 동안에도 강물은 초록색이었다. 바람에 떠밀린 공간에서는 멀리서도 진한 녹색이 관찰됐다.

백제 때 왕이 다녀간 곳으로 1989년까지 부여-청양군의 교통을 잇는 수단으로 나룻배가 운항했던 왕진나루에 도착했다. 이곳은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와 공주의 삼각지점에 있어 사비성의 외곽 나루로 인근에서는 기와와 벽돌을 굽던 가마터가 발견되기도 했다. 넓은 모래사장과 습지가 잘 발달한 곳이었다.

"악취 진동하는 금강... 사람이 살 수 없다"

▲ 부여군 왕진교에서 바라본 저석리 쪽. ⓒ 김종술

▲ 백제보에서 상로쪽으로 바라본 금강은 온통 녹색빛이다. ⓒ 김종술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백제보 상류 왕진교 다리를 주변으로 상·하류가 화룡점정을 찍듯 온통 녹색의 잔디밭이다. 아래쪽 부여읍 저석리 물가로 내려가봤다. 물고기잡이에 나서야 할 어부의 고깃배는 강변에 둥둥 떠 있었다. 방치하다시피 떠 있는 고깃배엔 사용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거미줄투성이다.

강렬한 태양 빛으로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금방 땀범벅이 된다. 물에서 풍기는 악취가 강해서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을 찍기에도 눈이 따가울 정도. 사진을 찍고 있던 기자를 공무원으로 착각했는지 인근에 산다는 할머니가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농사나 짓게 내버려 두지, 뭐하러 강은 (준설) 퍼내서 썩게 만드는지 몰라. 젊은 사람들 다 떠나고 노인들만 사는데 여름이면 냄새가 얼마나 나는지 사람이 살 수가 없어. 밤에는 벌레들 때문에 밖에 나오지도 못하는데... 동네에 약이라도 좀 쳐줘."

내친김에 백제보 좌안을 찾았다. 최근 빗물에 유실된 둔치의 정비는 끝나 있었다. 수자원공사는 조류를 제거한다는 목적으로 물속에 볏짚을 이용하여 부표를 띄워놨다. 그러나 전혀 효과가 없는 듯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녹조가 덩어리져 있다. 상류와 비슷하게 물고기들만 머리를 내밀고 녹조를 흐트러트린다.

▲ 도화지에 물감을 엎어 버린듯 녹색으로 물들은 강물. ⓒ 김종술

금강 소식을 전해 들은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4대강 사업으로 물고기도 살지 못할 정도로 썩은 강물만 철철 넘쳐흐른다, 지난해보다도 더 두꺼운 녹조는 축구장처럼 넓게 펼쳐지면서 악취로 인한 주민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라며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결국 국민의 건강만 해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금강이 충격적일 정도로 망가지고 주민들의 분노가 절규에 가까운 수준임에도 4대강 사업에 앞장선 그 누구도 국민 앞에 사과하는 책임자가 없다, 다행히 최근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위원장이 '4대강 사업 검증 및 인공구조물 해체와 재자연화를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한 만큼 해당 법안의 통과와 더불어 책임 규명을 위한 국회 차원에 청문회 실시가 동반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부여-청양군을 연결하는 왕진교에서 바라본 금강은 온통 녹조밭이다. ⓒ 김종술

▲ 백제보 상류 청양군 오토캠핑장 앞으로 녹조가 강물을 뒤덮고 있다. ⓒ 김종술

▲ 수자원공사가 볏짚을 띄워서 조류를 제거하고 있는 백제보 좌안에도 녹조로 뒤덮었다. ⓒ 김종술

▲ 푸른 버드나무와 모래톱이 가득한 제보 상류 왕진나루터에 녹조가 창궐하면서 죽은 나무들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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