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4대강 찬성한 전문가들, 피해 모를 리 없었다"

10만인 리포트

김종술, 금강에 산다

잔디밭이냐고요? 여긴 '금강'입니다
[현장] 갈수록 두꺼워지는 4대강 녹조와 유령공원으로 전락한 시설물

16.08.10 13:59 | 글:김종술쪽지보내기|편집:김예지쪽지보내기

▲ 녹조로 뒤덮은 수자원공사 백제보 선착장에 물고기들이 머리를 내리고 숨을 쉬고 있다. ⓒ 김종술

잔디밭도 이보다 진할 수 없다. 4대강 사업 이후 창궐하기 시작한 녹조가 밀려오고 있다. 강물은 마치 초록색 융단을 깔아 놓은 것처럼 변해버렸다. 두꺼운 녹조 층 때문에 산소가 부족해진 물고기들은 머리를 내밀고 숨 가쁘게 움직인다.

4대강 사업 이후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는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과 양준혁 간사가 금강을 찾았다. 불볕더위로 한낮 기온이 33도까지 치솟은 9일 오전 9시부터 이들의 현장조사에 동행했다.

▲ 해를 거듭할수록 두껍고 악취가 심해지는 녹조. ⓒ 김종술

첫 번째로 찾아간 공주보 주변에도 녹조가 피어나고 있었다. 지난해부터 두꺼워지고 있는 바닥 펄층을 확인하기 위해 장화를 신고 들어간 수상공연장은 한 발 한 발 내딛기가 어려울 정도다. 어림잡아 40cm, 무릎까지 쌓였다. 양손을 바닥까지 넣어 퍼 올리자 시커먼 펄층이 올라오면서 심한 악취를 풍겼다.

의자왕이 당나라군에 끌려가면서 쉬었던 장소로, 당시 모든 백성이 통곡하여 눈물로 강을 채웠다는 전설이 남아 있는 왕진교로 이동했다. 이곳은 지난 2012년 10월 60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한 곳이다. 4대강 준설로 나루터 백사장은 사라지고 죽은 버드나무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교각 주변부터 녹조 알갱이가 바람에 흩어지고 모이기를 반복하고 있다. 마을에서 내려오는 작은 수로 입구에 물고기들만 머리를 내밀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수온이 상승하고 물 속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용존산소 고갈되자 하는 행동이다. 이것이 지속된다면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할 수 있다.

야생동물만 찾는 공원

▲ 4대강 공원은 관리가 안 되면서 잡풀과 나무가 시설물을 뚫고 잡식하고 있다. ⓒ 김종술

백제보 상류 공원과 연결된 공원 산책로는 키가 훌쩍 커버린 잡풀들로 가려져 있었다. 거미줄이 가득한 그곳을 어렵게 뚫고 전망대로 들어갔지만 그곳엔 버드나무와 뽕나무, 갈대가 시설물인 데크를 뚫고 자라고 있다. 안전펜스도 넝쿨식물이 점령하고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곳에 공원이 조성되고 지금까지 방치된 것으로 보였다.

양흥모 처장은 "4대강 친수시설로 설치가 되었는데 관리도 안 되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이 방치되면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처럼 밀림 속에 숨겨진 고대 도시의 시설처럼 돼 버렸다"면서 "너구리와 고라니가 쉬는 전망대로 사람들이 찾기에는 불편하고 위험한 장소다"고 지적했다.

양준혁 간사는 "국민들이 이용하는 공원관리가 이 정도로 방치되고 있을 거란 상상도 못 했다, 사람들이 어렵게 이곳을 찾는다고 해도 무서울 것 같다"면서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해 범죄 장소로 이용하기 딱 좋은 유령공원을 만들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 녹조로 뒤덮은 왕진교 부근에서 물고기들이 머리를 내리고 숨을 쉬고 있다. ⓒ 김종술

백제보 상류 수자원공사 선착장은 엊그제 찾았을 때보다 더욱 더 녹조 알갱이가 컸다. 도화지에 물감을 뿌려놓은 듯 녹조가 뭉쳐있었다. 왕진교와 마찬가지로 물고기들이 떼로 몰려들어 머리를 내밀고 있다. 숨쉬기에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사람 인기척을 느끼고도 피하지 않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부소산성 낙화암에선 휴가철을 맞아 찾은 관광객을 태워 나르는 황포돛배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곳과 건너편 보령댐 식수로 공급하는 도수로 주변에서도 녹조가 관찰되었다. 은산천에서 흘러내리는 강물은 거무칙칙한 물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부여군과 논산시를 연결하는 황산대교로 이동했다. 논산국토관리사무소로 이용하는 주차장 바닥의 블록은 파헤쳐지고 흙으로 복토를 해 놓았다. 최근에 보수한 인근 공원 산책로의 시설물은 또다시 깨지고 부서져 있었다. 물가에 조성된 축구장은 20~30분을 거리에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이용객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두꺼운 녹조, 보트로 흐트러트리기만

▲ 충남 부여군 웅포대교 아래에서 양흥모 처장이 막대기로 녹조를 휘젓고 있다. ⓒ 김종술

▲ 해를 거듭할수록 두껍고 악취가 심해지는 녹조. ⓒ 김종술

여름이면 녹조로 몸살을 앓는 부여군과 익산시를 연결하는 웅포대교를 찾았다. 강물은 녹색 페인트를 풀어 놓은 듯 녹조가 뒤덮고 있다. 이곳은 한 사업자가 하천전용허가를 받아 수상스키 사업을 하는 곳으로 올해는 영업도 안 하고 있다. 지난해 보트를 운전하던 강사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4대강 사업 이후 녹조가 심해지고 손님들이 줄어들어서 영업 전에 1시간가량 보트로 강물을 휘저어 녹조를 흐트러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수억 원짜리 큰 배까지 사들였다. 그런데도 물에서 냄새가 심하고 일부 손님들이 피부병까지 생겼다고 하는 통에 내년에는 영업이 어려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서천군 화양면 와초리 연꽃단지에는 서천군 산불방지 차량이 들어와 있었다. 연꽃을 심어 놓은 습지에 물이 말라가면서 물 공급을 위해 찾은 것. 하굿둑의 수문이 열린 듯 강물의 수위가 낮아졌지만, 녹조가 주변의 바위와 자갈 수초대를 물들이고 있다. 녹조 층이 두꺼워서 악취도 강하다.

▲ 해를 거듭할수록 두껍고 악취가 심해지는 녹조. ⓒ 김종술

양흥모 처장은 "지난해보다 더 두껍고 진한 색깔의 여름 녹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수문을 열어 강의 흐름을 만들어 녹조를 없애야 할 수자원공사는 보트로 휘저어 녹조를 흐트러트리기에 여념이 없다"면서 "수질오염을 염려하고 국민안전을 고려해야 할 환경부는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어 "대다수 국민이 염려하고 우려했던 것처럼 4대강 사업의 피해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하루빨리 수문을 열어서 강의 숨통을 틔워주지 않으면 또다시 물고기 떼죽음이 반복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 해를 거듭할수록 두껍고 악취가 심해지는 녹조. ⓒ 김종술


추천 리포트
이 기사와 관련된 최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