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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안보여도 괜찮아. 힘을 내 친구야

잘 안 보이지만... '오싹한' 암벽에 오르다
저시력 청소년들의 즐거운 여름, '비젼 YOUTH 원정대 가치봄 캠프'

16.08.11 12:02 | 글:김혜원쪽지보내기|편집:김대홍쪽지보내기

▲ 장애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 장애와 비장애인이 서로 도울 때 한계는 극복되기 마련이다 ⓒ 김혜원

"와아아~ 신나요. 무섭지 않아요. 아니아니 사실은 조금 무섭지만 할 수 있어요."

며칠째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계속되던 지난 8월 4일. 춘천 용화산 자락에 싱그러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저시력 청소년(중고생) 14명과 자원봉사자 14명이 인공암벽을 오르며 지르는 행복한 비명이다.

"그래 오른손을 머리 위로 쭉 뻗어봐. 거기거기 초록색이 있어. 그래 무릎을 조금 구부려서 발끝으로 찾아봐. 발에 걸리는 게 있을 거야. 그래. 잘했어. 이번엔 왼손을 왼쪽 위로 펼쳐봐. 조금 더 왼쪽 그래그래 거기에 노란색이 있어. 이제 다 올랐어. ! 정말 대단해. 정말 잘했어. 성공이야."

태어나서 처음 올라 본 인공암벽. 가슴이 오싹한 높이지만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응원을 받아 한발씩 한손씩 더듬어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올라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암벽 아래서 큰 소리로 홀드의 위치를 알려주었던 자원봉사자와 선생님들도 놀라고 감격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서로 협력하고 의지하고 돕는다면 그 어떤 장애도 그 어떤 두려움과 어려움도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꿈꾸기만 했던 저시력 청소년 여름캠프  
▲ 청소년 여름캠프를 너무나 기다렸다는 조혁과 정성윤 친구 ⓒ 김혜원

"이번 여름 캠프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엄마에게 계속 물어봤는데 캠프를 가게 될지 어떨지 잘 모르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여름 방학 얼마 전에 연락을 받았어요. 그때는 너무 좋아서 집에서 펄쩍펄쩍 뛰었어요. 기자님 감사합니다."

"저도 너무 좋아요. 초등학생들을 위한 캠프만 있고 중고등학교 학생을 위한 캠프가 없다고 해서 실망했었거든요. 조마조마 하면서 기다렸는데 이렇게 오게 되니까 정말 좋아요. 캠프 갈 생각에 며칠 전부터 잠도 잘 못 잤어요. 좋아서 가슴이 두근두근 했거든요. 지금 너무 행복해요."

저시력 청소년 캠프는 추위가 맹위를 날리던 지난 1월부터 준비되었다. 전혀 보이지 않는 전맹과 달리 다양한 훈련과 기구를 이용하면 어느 정도의 시력을 사용할 수 있는 '저시력 장애인'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고 지금까지는 전무했던 저시력 청소년을 위한 캠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스토리펀딩이 그 시작이었다.

비록 원하는 만큼의 모금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영향력은 작지 않았다. 기사가 전달 될 때마다 몰랐던 저시력인들의 어려움에 공감한다는 격려와 위로, 응원이 이어졌다. 저시력 청소년의 어려움과 필요에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었던 수많은 독자들이 있었기에 꿈꾸기만 했던 저시력 청소년 여름캠프가 이렇게 현실로 다가올 수 있게 된 것이다.
▲ 저시력 청소년 캠프를 가장 많이 기다렸다는 혁이. 벌써 겨울 캠프를 기다린다고... ⓒ 김혜원

그래서 인터뷰에 응했던 혁이와 성윤이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의미와 기쁨을 준 캠프였지만 곁에서 그들을 지켜본 나 역시 그 못지않은 감동을 받은 캠프가 아닐 수 없다.

"많은 캠프가 있지만 같은 장애가 있는 친구들과 선후배가 함께 가는 캠프라 더욱 좋아요. 다른 캠프는 저처럼 잘 안 보이는 장애인이 참여하기에 어려움이 있어요. 일반 캠프에서는 우리만을 배려하고 도와줄 수 없으니까요. 우리는 밥을 먹을 때나 화장실을 갈 때나 잠깐 이동을 할 때도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같이 이동해줘야 하는데 일반 캠프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거든요."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도와주시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조금만 잡아주고 조금만 알려주면 우리도 다른 친구들처럼 해낼 수 있거든요."

암벽등반을 마치고 목공수업을 받으러 온 아이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인공암벽등반도 해낸 터라 목공 역시 잘 해낼 것이라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먼저 거친 면이 없도록 사포질을 하고 붙일 면에 본드 칠을 해주세요. 못은 그 다음에 박는 거예요. 못 박을 때는 손을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조심조심 하시구요. 옆에 계신 자원봉사자 선생님이 손 다치지 않게 잘 도와주시기 바라요. 그럼 다용도 함 만들기 시작해 보겠습니다."
"저도 못을 박을 수 있어요, 잘 할 수 있어요"  
▲ 다용도 함 만들기. 못질도 본드칠도 문제 없이 해낸 성윤이. ⓒ 김혜원

눈이 잘 보이지 않아서 자칫 망치로 못을 박다가 손을 다칠 염려가 있었지만 손끝의 예민한 촉감을 살려 조심조심 그러나 힘있게 몇 번을 내리치니 신기하게도 못이 제자리에 쏙 박힌다.

"들어갔어요. 선생님. 잘 됐지요? 저도 못을 박을 수 있어요. 잘 할 수 있어요."

사포질과 본드칠, 못질과 색칠. 비록 잘 보이는 친구들에 비해서 조금 늦고 조금은 서툴지만 옆에서 도와주고 기다려주니 어느새 그럴싸한 다용도 함을 완성해 놓는 것이다.

"어쩌면 어른들이 아니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의 한계를 정하고 시작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눈이 잘 보이지 않으니 암벽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할 거야. 보이지 않는 친구들이 어떻게 망치질을 해? 그러다가 손이라도 다치면 어떻게 해. 어쩌면 이 친구들을 배려한다고 오히려 능력을 제한한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이 됩니다. 이렇게 시도해보니 장애가 있지만 불가능은 없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 저시력 청소년 캠프 '2016 비젼 YOUTH 원정대 가치봄 캠프' ⓒ 김혜원

캠프일정을 함께 한 한국실명예방 재단 이태영 이사장 또한 이번 캠프는 고정관념을 깨는 감동을 주는 캠프였다고 이야기한다.

"너무나 행복해요. 여기서 친구도 사귀고 자원봉사자 선생님들과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집에 있으면 너무 심심하고 외로워요. 캠프를 마치고도 계속 친구들과 연락을 하고 지내고 싶구요. 겨울방학에도 또 캠프로 만나고 싶어요. 우리 겨울 방학에도 이런 캠프 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꼭이요."

여름 캠프를 마치기도 전에 겨울캠프를 이야기하는 성윤이와 혁이의 소망에 다른 참가자 친구들도 박수와 응원으로 공감한다.

"네 중고등학생들 캠프도 계속되었으면 좋겠어요. 꼭 그렇게 되게 해주세요."

용화산 자락에 울려 퍼진 저시력 청소년들의 간절한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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