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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차가운 혁명, 앎의 혁명이 온다"
[미완의 민주주의-그대의 목소리를 찾아라] 로버트 서먼과의 대담

16.07.20 21:35 | 글:안희경쪽지보내기|편집:최은경쪽지보내기

2012년 힘의 논리로 억압하지 않는 생명의 순환을 이어가고자 세계의 지성들을 만난 것으로 2013년 책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를 펴냈다. 4년이란 시간이 지난 오늘날 더욱 다가오는 석학의 조언이다. 내일은 좀 더 나은 세상이 되길 희망하기에 당시 공개되지 않은 영상을 공개하며 독자들과 소통하고자 글을 쓴다. [편집자말]
'개는 막대를 쫓지만 사자는 그 막대를 던진 자를 쫓는다'는 말이 있다. 주어진 상황을 분석하지 못하고 휘둘린다면 우리는 프레임에 갇혀 막대만 물어뜯게 된다. 변화를 만들지 못하고 넘쳤다 잦아드는 냄비는 누군가의 불 조절에 그저 감정의 김 한번 빼고 계속 불 위에서 달그락거릴 뿐이다.

기업의 부정, 정치의 이권 개입, 힘에 따라 춤추는 검찰의 칼날은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이어져 왔다. 국민 여론을 움직이는 정치술 또한 진화해 왔다. 이제는 그 배경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세력을 제어할 때다.

▲ 로버트 서먼 콜롬비아대 명예교수. ⓒ 안희경

서구를 대표하는 불교학자이자 달라이 라마의 50년 지기인 컬럼비아대학 로버트 서먼 교수는 '차가운 혁명'을 부르짖는다. 불평등의 폭압에 맞서 일어났던 뜨거운 분노가 역사의 흐름은 바꿨지만, 다시 힘의 독점으로 억압을 재생산해왔다는 진단이다. 그는 현대를 지배하는 과거의 관성을 멈추자고 제안한다. 냉철한 이성이 만드는 평화를 향한 진전을 요구한다.

2012년 3월 8일 뉴욕 콜롬비아 대학교 인근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인터뷰했다. 오늘 우리의 현실을 짚어보는 데 유용한 도구이기에 되돌아본다.


"무솔리니는 기업과 정부의 힘이 하나로 합쳐져 국민에 대항할 때, 이를 파시즘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때 우리는 옴짝할 수가 없죠. 선거는 허구가 됩니다. 파시즘은 반드시 전쟁을 불러왔어요. 기업과 정부가 하나 되면 그렇습니다. 미국 하원에 의원은 400여 명인데, 상주하는 로비스트가 5만 명이 넘습니다. 돈을 싸 들고 의원들 방에서 얼굴을 맞대며 밀어붙이죠. 정치인은 선거에 당선되려면 돈이 필요하니 기업의 후원을 바라고, 이렇게 그들끼리 정권을 움직이죠. 파시즘입니다. 우리는 이 시대 민주주의를 잃었습니다.

지금은 글로벌 테크놀로지 제국주의에요. 군사산업 복합체는 그 어느 나라에도 충성하지 않습니다. 미국에 대한 충성심도 없는 글로벌 기업 제국주의에요. 지구의 자원을 다 벗겨내고, 환경, 기후를 오염시키며 최고 부자의 부를 늘리고 있습니다.

여러 다른 나라들이 그들을 위해 일하도록 각국에 공장을 지어 경쟁시킵니다. 기업 제국주의가 국가 제국주의와 다른 점은 지구적이며 국가가 아닌 그들의 중역에게만 충성한다는 겁니다. 주주들에게도 안 하죠. 그들은 충격적인 액수를 착복하면서 주가를 곤두박질치게 하고 회사를 파멸시키고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럼, 대안은 무엇일까요? 국민이 정부의 군사주의 행보를 멈추는 겁니다. 기업의 리더들이 더욱 합리적으로 이윤을 나누고 노동자를 보살피도록 해야 해요. 나아가 탐욕의 비지니스를 그만두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도 도시의 슬럼에서 나와 농촌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곡식을 키우는 자연의 지혜를 회복해야 하죠. 오늘 꼭 이뤄야 하는 위대한 변화는 군사주의 소비지상주의적 산업화를 벗어나는 겁니다. 이는 더는 특정한 국가의 제국주의가 아닙니다.

우리 삶의 방식 속에 있는 물질 지상주의적인 소비, 군사주의적인 사고죠. 삶으로 들어온 제국주의. 지구의 기후를 파탄 내고, 강을 오염시키고, 토양을, 물을 오염시키는 생활. 지구에 사는 모든 이의 삶의 토대를 무너뜨리고, 위협하는 전쟁. 모든 생명을 파괴하는 일입니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도 우리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트렌드는 없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답이 산업화가 아니라는 걸 일찍 배웠어요. (지금 우리는) 우물에서 물을 길어올 필요는 없어졌지만, 우울증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에요. 우울하니까요. 스스로 어떻게 할지 방법을 잃었습니다. 그렇다고 저는 '어이쿠야 엄청난 제국주의네!' 이러고 싶지는 않아요.

제국주의는 거짓된 아이디어로 우리 마음에 들어와 있습니다. 인생은 물질에 있고, 다음 생은 없으니 막 살아버리자! 그저 즐기자! 죽으면 그만인데, 뭘 한들 무슨 상관이냐. 이런 병리적 사회 양식이 바로 하나의 제국주의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하고, 지구를 망쳐가는 사고죠.

오늘날 우리는 다른 종류의 혁명을 보고 있어요. 앏의 혁명입니다. 차가운 혁명이요. 이는 깨달음의 혁명이고, 혁명을 깨워내는 실천입니다. 차가운 혁명은 수 천 년 동안 진행됐어요. 곧 열매를 맺을 겁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뒤가 될지, 50년, 혹은 5년 뒤일지는 몰라요. 더 빨리 오도록 해야겠죠."


로버트 서먼은 2011년 월스트리트를 점거한 오큐파이어들에게도 말했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차가운 영웅은 단호하고 지성적이며 통찰력 있게 자신의 주장을 소리 높여 드러내지만, 증오나 분노에 휩싸여 있지 않은 이들"이라고.

탐욕의 비즈니스는 조직적인 하이테크 파워로 무장하여 지구를 잠식하지만, 우리는 분노로 일어난 마음을 마침내 사랑으로 승화시켜 변혁을 완성해야 한다는 호소이다. 행동하는 이성으로 탐욕에 사로잡힌 소수까지 깨우쳐내려는 자비심으로 세상 전체를 살리는데 온 마음을 다하자는 메시지다.

그의 방식이 이상주의자의 몽상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 모두가 함께 사는 길로 나서는 그 시간이 과연 가능할까? 그 시간을 바라본다면 과정은 너무나도 아득해진다. 그러나, 로버트 서먼이 보는 곳은 단지 결과 지어지는 완성점이 아니다. 바로 오늘 현재이다.

자신의 의견을 외치는 그 스스로 '과연 나는 냉철한가? 또 행복한가'를  점검한다면, 진정 타인과 함께 행복하기를 바라며 사는지 확인한다면, 오늘 우리는 한 걸음 더 진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가운 혁명'이 숙성되어가는 오늘의 증거란 바로 우리 각자의 지금 여기의 삶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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