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목탁으로 독재자 머리통 내리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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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술, 금강에 산다

시커먼 뻘 밭 된 금강... 죽은 자라를 발견했다
[현장] 금강, 4대강사업 준공 4년 만에 펄 밭... 기름 유출 사고까지

16.07.15 16:11 | 김종술 기자쪽지보내기

▲ 수문고장으로 멈춰선 세종보에 기름이 유출됐다. 시료분석을 위한 채수병. ⓒ 김종술

"내가 장담하는데, 이번 비 그치면 세종보 수문 안 열린다."

장맛비가 쏟아지던 때 만난 사람들에게 무심코 했던 말이 현실이 되었다. 돗자리라도 깔까? 내가 예상한 사고가 터졌다.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가 들어간 세종보가 또 수문 고장으로 멈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름유출 사건까지 드러났다. 금강에서 또 '특종'을 낚았지만, 마음은 무거웠다(관련기사: 고장난 '4대강 세종보', 유압호스 터져 기름 '유출').  

일요일인 지난 10일 아침. 휴일이지만 나의 '시민기자 출입처'이기도 한 공주보에 갔다. 도착해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평소와는 다른 수문이었다. 장맛비가 그치고 수위가 안정을 되찾아야 하는데 열려 있다.

무슨 일일까? 그렇게 열어 달라고 사정해도 굳게 닫혀 있던 수문이 열렸다는 것은 분명 무슨 사연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레 짐작만 했다.  

"다 죽은 줄 알았는데 그래도 생명이 살아 있구나!"

공주보 인근 물가를 걸었다. 수위가 낮아지면서 드러난 펄. 걸음을 옮기기 힘들 정도로 푹푹 빠졌다. 내 발목을 끈질기게 붙잡았다. 이곳에선 살아있는 생명체를 찾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구불구불, 아... 무언가 지나간 흔적이 있다. 펄이 가득한 곳에선 조개들이 몸부림치고 있었다.

한 마리, 두 마리 집어서 깊은 물 속으로 던져 넣으면서 걸었다. 어린아이 주먹 크기부터 성인 주먹보다 더 큰 조개까지 생김새도 가지가지다. 순간 오른쪽 발목이 펄 속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빠진 발목이 누군가 끌어당기는 것처럼 깊이 들어갔다. 옷을 버리더라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뒤로 눕고 나서야 빠져나왔다.

온몸이 진흙투성이다. 강물로 대충 닦고 축축해진 옷도 말릴 겸 차 창문을 열고 세종보로 향했다. 평소처럼 걸으면서 사진을 찍으려고 수력발전소 쪽으로 다가가는데 하얀 띠가 하류로 흘러가고 있었다. 주변에는 작은 고무보트가 떠 있다. 앞마당엔 뭔가를 파란 천막으로 덮어 놓았다.

순간 의심병이 도졌다. 무슨 공사를 하는 걸까? 파란 천막이 덥힌 야적된 기름통에서 하얀 호스가 수력발전소로 연결되어 있다. 작업자가 기름을 빨아들이는 펌프를 작동하고 것으로 보였다. 담장을 뛰어 넘었다. 낯익은 수공직원이 가로 막았다.

▲ 수문고장으로 멈춰선 세종보에 기름이 유출됐다. 기름 속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벤졸피렌이 발견되었다.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는 잠수부들은 그대로 들락거리고 있다. ⓒ 김종술

"무슨 공사를 하시나요? 시멘트 같은 게 흘러내리는데 뭐죠?"
"아 별거 아녀요, 보 수문을 작동하는 유압실린더에 문제가 있는지 벽으로 조금 타고 흐르네요."

곧이곧대로 믿을 내가 아니었다. 물체가 흘러내리는 쪽으로 무작정 걸어 들어갔다. 발전소 쪽 닫힌 수문 아래의 물색이 황색으로 번지고 있다. 샘이 솟듯 더 많은 양이 뭉글뭉글 솟아오르면서 하류로 흘러내리고 있다. 순간적으로 소리쳤다.

"저거 기름 아녀요?"
"기름인데 친환경이라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의심스러운 파란 천막을 확 걷어 버렸다. 200L 드럼통 20개가 감춰져 있었다. 유해문구가 적힌 부분을 카메라로 찍었다. 보를 세우고 눕히는 과정에 실린더에 들어가는 'Tectyl Hydro Syn 46'(하이드로신 바이오 46, 생분해성 유압작동유)이다. 붉은 표기가 된 위험경고 문구도 확인했다.

"무슨 소리냐. 친환경이라고 하지만 윤활유고, 기름통에 '삼키면 유해함, 피부에 자극을 일으킴, 눈에 심한 자극을 일으킨다고 적혀 있는데."

화가 치밀었지만, 이를 꽉 물고 따져 물었다. 담당자는 작업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흘러내린 기름이 문제였다. 빨리 오일펜스 설치하고 기름을 제거해야 하지 않느냐고 재차 다그쳤다. 그리고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에 전화를 걸었다. 환경단체인 대전충남녹색연합에도 사실을 알렸다.

노란색 수자원공사 화물차량에 오일펜스가 담긴 빨간색 자루(4개)가 들어왔다. 어느새 10여 명이 넘는 직원들이 오일펜스를 설치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점심을 거르며 자리를 지켰다. 기자를 의식하듯 흡착포가 들어오고 그걸 물속으로 던져 넣었다.

기사가 나가는 시간에 녹색연합의 성명서도 함께 발표됐다. 친하게 지내던 기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다음날인 월요일 아침부터 언론의 취재가 시작됐다. 수문고장과 기름유출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그때부터 수공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수공은 유류 유출 시료 채수를 실시해 먹는 물 수질 기준항목 중 유류 관련 항목인 BTEX(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에 대해 수질분석했다. 분석결과 모두 불검출이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감추었다.

수공은 유출 기름이 석유계 재질이 아닌 해바라기씨 등에서 추출한 친환경적인 제품으로 '세종보 유출 작동유 대부분이 자연분해 되고 독성 없는 친환경 인증 제품, 하류 하천 수질 이상 없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언론들은 이걸 그냥 받아썼다. '자연분해 식물성', '독성 없는 기름', '수질에 문제없어', '하천 이상 없어'등등 '컨트롤 A-V'로 작성된 기사들이 터져 나왔다. 수공의 나팔수 같았다. 고장 난 세종보 유압호스가 터져서 기름이 유출되고 보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도하던 언론은 순간 바보가 되었다.

▲ 수문고장으로 멈춰선 세종보에 기름이 유출됐다. 수자원공사는 흡착포를 이용하여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 ⓒ 김종술

"수공에서 시료를 분석한 결과가 문제 있다는데요."

한 통의 제보가 들어왔다. 거머리처럼 현장에 붙어서 사실을 캐기 시작했다. 수공에서 시료를 떠간 물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자료를 담당자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본사 방침이 시료 분석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사방팔방으로 수소문하다가 이 문서가 환경부에 보내진 사실을 확인했다. 내가 그 자료를 달라고 하면 결과는 뻔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환경부 출입기자에게 부탁했다.

어렵게 자료를 입수했다. 그곳에는 '채수한 시료 중 사고지점과 펜스 안쪽에서 유해성분 4개 항목이 검출됐다'는 게 적혀 있었다. (z)-9-옥타데센산 2, 2-다이메틸-1, 3-프로판 디일 에스터와 1급 발암물질인 벤조a피렌 등 유해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관련기사: 세종보 유출 기름이 친환경? 발암물질 검출).

상황이 이 지경인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보도자료를 배포했던 수공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걸 어디서 받았어요?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준치 이하라고 하지만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등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는데도 이상이 없다던 수공은 또다시 수질분석을 한다며 물을 뜨고 있다. 늦장 대응에 몰매를 맞던 수공은 한술 더 떠서 은폐, 조작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당시 내가 현장을 확인한 시각이 오전 9시 40분, 환경부에 전화한 시간이 10시 30분, 사고접수를 받았어야 했을 환경부가 역으로 수공에 전화해서 확인한 시간이 10시 40분이었다. 수자원공사 직원이 기자에게 오전 8시 31분이 최초 기름유출 확인 시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공은 최초 확인한 시간을 오전 10시 40분으로 언론에 발표했다.

"혹시 추가유출이 발생한 거 아닌가요? 불 밝히고 야간까지 공사하는데..."

저녁 9시 30분. 제보자로부터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강을 따라 서천 하굿둑에서 하룻밤 지내려던 꿈은 깨지고 쏜살같이 차량을 몰고 도착하니 밤 11시가 넘었다. 공사는 끝나 있었다. 또다시 허탈하게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다음날 또 한 통의 제보 전화가 왔다.

"기자님, 무슨 공사를 하는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데요?"

물 빠진 펄 속에서 햇볕에 말라죽어 가는 조개를 물 속으로 넣어주던 시간에 걸려온 전화다. 투덜거리며 다시 찾은 세종보는 기름으로 뒤섞인 홈통의 물을 양수기로 다 빼버렸다. 현장을 지켰어야 하는데 잠시 한 눈 판 사이에 증거를 없애버린 것이다. 부끄러움도 없는 그들은 뻔뻔했다.

"생각보다 물이 빨리 빠지는데요. 유압호수 관만 교체하면 끝나니 별거 아니에요."

한순간에 몰렸던 기자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매번 반복되는 일이기에 이젠 일상이 되어 버렸다. 이젠 허탈하지도 않다. '저 기자들이 한 달만이라도 금강에 살면서 취재한다면, 막힌 보를 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지만 부질없는 일이다.   

금모래로 반짝이던 강변은 4대강 사업 준공 4년 만에 시커먼 펄 밭으로 변했다. 뜨거운 햇살에 숨이 턱턱 막힌다. 12년 전 반짝이던 모래밭에 뛰놀던 그들을 찾아 오늘도 다시 강변을 찾는다.

▲ 수문고장으로 멈춰선 세종보에 기름이 유출됐다. 공사를 하려고 공주보 수문을 열면서 죽은 자라가 발견됐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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