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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잠'

하늘나라로 간 '교사', 그의 아버지는 원통하다
비정규직 기간제교사의 권리와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16.07.17 10:45 | 글:김혜진쪽지보내기|편집:박정훈쪽지보내기

▲ 지난달 28일 열렸던 세월호 희생 기간제 교사 순직인정 촉구 소송 기자회견 ⓒ 김혜진

세월호엔 아직 김초원 교사가 있다. 그는 키가 정말 컸다. 아버지는 '키가 크니' 사범대에 가지 말고 경찰이 되라 했다. 하지만 그는 사범대에 들어갔고 수석으로 졸업했다.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존재가 됐다.

임용고시는 운이 없었다. 기간제 교사가 됐다. 늘 "선생님이 천직인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남학생들은 짓궂게 "데이트해달라"고 졸랐다. 그럴 때면 "대학 들어가고 나서 보자"고 재치 있게 답했다. 고등학교 2학년 담임을 맡아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학생들을 상담하면서 가슴 아픈 이야기에 눈물짓던 따뜻한 교사였다. 하지만 교사를 천직으로 여기던 그는 하늘나라로 간 이후에도 차별의 굴레를 못 벗어나고 있다.

세월호엔 이지혜 교사도 있었다. 젊디젊은 두 교사는 세월호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들의 죽음은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유는 하나, '기간제 교사'여서다. 두 교사는 세월호가 침몰할 때 비교적 탈출이 쉬운 5층에 있었다. 학생들과 함께하려 4층으로 내려갔다가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학생들과 함께한 거다.

두 교사를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기간제 교사'를 차별하는 교육구조다. 몇 차례 유가족이 '순직'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두 교사들의 진정성과 헌신, 희생을 헌신짝 취급하는 처사다. 교육부와 인사혁신처는 오직 두 교사의 서류상 '신분'만을 본다. 비정규 노동자에겐 명예로운 죽음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부 기준대로 '기간제 교사'는 교육공무원이 아닐까? 아니다. 법원의 판결이 있다. 현재 법정에서 기간제 교사들의 '성과상여금 지급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소송서 고등법원은 기간제교사를 "교육공무원"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대법원 판결이 나야 교육공무원으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고등법원이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판결한 이후 한 조치와는 사뭇 다르다.

인사혁신처도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두 교사를 교육공무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류 심사조차 하지 않았다. 공무원 연금의 기여도가 없으니 순직을 인정할 수 없단다.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연금"이 아니라 "순직"을 인정받는 거다. 오늘도 거리로 나가는 이유다. 교육부와 인사혁신처에 묻고 싶다. 정녕 죽어서도 차별을 받아야 하는가?

▲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씨 "딸의 명예를 위해 이제 마지막으로 행정법원에 소장을 낸다. 부디 우리 딸이 순직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 ⓒ 김형태

"기간제교사는 일시, 간헐적 업무를 하므로 교육공무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

교육부와 인사혁신처 담당자들의 말이다. "왜 순직 인정을 하지 않느냐"고 묻는 유가족의 질문에 답변이다. 기간제교사의 업무가 일시,간헐적이라니...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세월호에서 숨진 김초원, 이지혜 교사는 2학년 학생들의 담임을 맡았다. 적어도 1년간 학생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이게 어떻게 "일시, 간헐적 업무"라는 말일까? 통계도 있다. 2011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기간제 교사 중 초등학교의 30%, 중학교 57%, 일반 고등학교 54%가 담임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인사혁신처는 현실을 모르거나 눈을 감고 있는 거다.

또, 교육부와 인사혁신처는 기간제 교사가 단시간 일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직무전념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담임을 맡은 교사가 직무전념성이 없다고 하면, 누가 이해할까. '직무전념성'이 노동시간에 의해 결정된다고 판단하다니 황당하다. 

김초원, 이지혜 교사는 세월호가 침몰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학생들을 지키려 애썼다. 살아있을 적에도 학생 상담과 가르치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이런 두 교사에게 '직무전념성'을 운운하는 게 염치없는 짓은 아닐까? 세월호 참사 당시에 아무도 구하지 못하고 진실을 밝히는데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이들의 변명치고는 치졸하다. 

이 모든 태도에 깔린 것은 하나다. 학교현장에서 고용형태, 즉 정규직인가, 비정규직인가에 따른 차별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비정규직'은 그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존중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비정규직 교사들을 계속 늘리고 있다. 2014년 교육기본통계에 의하면, 중·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는 약 3만5천여 명으로 전체 교원의 14%이고 비율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비용절감과 효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권리에서 배제된 교육노동자를 늘려가고 있는 거다.

'작은 차별'에 눈 감지 않을 때 희망 있어

▲ "세월호 참사 기간제 교사 김초원, 이지혜 교사의 순직을 인정하라" ⓒ 김혜진

요즘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한다. 학교가 기간제교사를 존중하지 않는데, 교육부가 기간제교사를 존중하지 않는데 어떻게 가르치는 이의 권위가 설 수 있겠는가. 기간제교사의 채용과 재계약은 전적으로 학교장의 권한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간제교사는 재계약이 되기 위해서 각종 불이익도 참을 수밖에 없다. 이런 차별적 현실은 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읽힌다.

한때 경기도 한 고등학교에서 기간제교사를 폭행한 일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이 사건을 가만히 들어다 보면, 기간제교사들은 문제가 생겨도 재계약을 위해서 문제를 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학생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하지만 학교는 이 사건을 계기로 기간제 교사의 권한을 보장하는 대신 학생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김초원 교사는 기간제였지만 교사를 자신의 천직으로 여겼다. 온갖 잡무에 시달리며 밤 10시가 넘어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갔으나 학생들과 만나고 웃고 가르치고 이야기하는 그 시간을 사랑했다. 그리고 죽음의 공포를 이기며 사랑하는 제자들과 함께했다. 대다수의 교사가 이렇다.

정부는 교사를 '기간제'와 '정규직'으로 나눈다. 권리에서 배제하며, 차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런 시스템에서 좌절하고 고통받는 교사들이 너무나 많다. 죽음까지 차별하는 현실 앞에서 절망한다. 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칠 뿐 아니라, 자신의 권리찾기에도 나서는 교사들을 통해 희망을 발견한다. 그동안 숨죽여 지낸 기간제교사들이 용기를 내서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를 결성했고, 기간제교사들의 고용안정과 차별해소를 위한 활동도 시작하려 한다.

우리 사회는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나눈다. 즉, 핵심적인 일과 비핵심적인 일을 나눈다는 말이다. 그 일에 따라 고용형태와 임금체계를 달리하고 차별을 한다. 21세기에 하는 일에 따라 신분을 나누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거다. 노동자들을 차별하여 경쟁시키고 이를 통해 이윤을 더 많이 얻으려는 자본주의 사회의 신 신분제도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되었다. '일'의 성과는 모든 업무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룰 수 있다. 교육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급식을 제공하고, 행정업무를 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도록 하는 등 모든 일이 연관되어 '교육'을 이루는 것이다. 이 일을 임의로 구분하여 분리하면 제대로 된 '교육'이 될 수 없다.

필요한 일을 하는 모든 노동자는 그에 합당한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일을 하는 모든 이들이 존중받고, 그 노동의 가치가 인정되는 사회는 '작은 차별'에 눈감지 않고 문제제기를 할 때 가능하다.

김초원, 이지혜 교사의 유가족이 명예를 되찾기 위해 싸우는 것처럼, 이 싸움에 전교조가 열심히 연대하며 차별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그리고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가 순직인정을 위한 이 싸움에 함께하며 기간제 선생님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처럼, 현실의 차별에 눈감지 않고 싸우면서 서로 간에 신뢰를 쌓아가는 이들이 있기에 차별 없는 일터, 차별 없는 현실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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